대륙 곳곳에 퍼져,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어엿한 존재로 성장한 교단.


이름하야 광명의 신을 섬기는 교단이었다.


그런 그들은, 법 체계가 완숙하지 못했던 시절 금기로서 법을 보조했다.


제 1종 금기, 배교.


교단을 배반하고, 삿된 힘을 취하여, 악행을 저지른다.


참고로 세 가지를 다 행해야만 충족되는데, 이 경우 즉결 처형이 이루어진다.


제 2종 금기, 인신공양.


제물로서 인간의 목숨을 바친다.


제 1종 금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 3종 금기, 교접.


금지된 두 종의 결합을 뜻하지만, 이 금기를 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우선 기원종에서 갈라진 종족 간에서의 하프는 무관하며, 키메라 또한 마족을 섞어 만들지 않는 한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교단이 입에 거품을 물고 덤비는 경우도 물론 있다.


첫째, 마족을 사용할 것.


둘째, 영체에 해당하는 존재를 사용할 것.


셋째, 인간을 다수 사용할 것.


세 가지의 경우 죽음은 처벌 축에도 못 끼는 괴악한 고문이 시작된다.


생명을 모욕한 대가는 무겁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어떻게 될까?


마족을 사용한 경우는 처분되며, 인간을 여럿 사용한 경우 자살하지 않은 개체가 없었다.


그러면, 두 번째는.


영체와 육신을 가진 생물의 융합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은 마나로 구성된 육체를 가지며, 영체의 성질에 따라 각기 다른 이능을 가진다.


더하여, 돌연변이 마나와 비슷한 성질을 지니는 신성에 취약하다.


신성을 거부하는 생물은 마족이 아닌 한 그 자체로 저주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생과 사에 명확히 묶이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난잡해지기만 하는 존재.


그렇기에 더욱 더 궁금했다.


내가 할 만한 생각은 절대 아니라는 건 인지하고 있다.


그야 난 이번 대의 성녀.


교리의 수호자이며, 신의 첫째 딸이니까.


금기의 성녀, 마가렛.-14세 때의 일기.

_____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마치겠습니다. 질문이 있다면 지금 따라와주세요."


보통의 수업에서는 그 자리에서 질문을 받아 괜히 수업시간을 늘리지, 개인실에서 질문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성녀의 졸업 전까지 신학부의 일상적 광경이었다.


신학부 수업은 다른 수업에 비해 시간엄수가 철저한 편이었다.


애초애 그래야 하는 것도 맞지만.


성녀가 지켜보고 있는 탓이 컸다.


성직자인 한, 괜히 성녀의 눈밖에 날 이유는 없었으니, 쓸데없는 말은 자제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성녀는 이래저래 호의를 받았다.


그녀 자신이 타인에게 정이 많으면서도 단호한 면이 있으며, 또 재치있는 인물이었으니 그녀를 피할 사람은 없었다.


없어야 했다.


"마도학부 선배님이시죠? 반갑습니다, 저는-"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그럴 수 있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면, 일을 방패삼아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두번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노골적으로 자신을 피했다.


휴일에 벤치에서 자고 있는 걸 깨웠더니 수업이 있다며 도망쳤다.


성녀는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엮여서 너를 파헤쳐주겠다, 그리고 나도 널 철저히 피해주겠다.


용서받기 위해서 3일 단식기도 정도는 필요할 무시무시한 짓을 한다는 각오를 한 순간이었다.


"3조, 카닐리언 리오네,  마가렛 산크타."


"뭣."


다행히 그녀는 운이 좋았다.


"자, 선배님. 과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나누어볼꺼요?"


관심을 끌겠답시고 자신을 피하는 게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피하는 자에 대한 탐구의 시간이었다.


"벌써 피곤하신가요? 여기선 제가, 이렇게!"


피곤한 듯 보이는 제 선배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자 축복을 엮어낸 성녀가 손을 움직이자.


치직, 치이이익-


절대 생물에서 나선 안될 기이한 소리와 함께, 그의 팔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성녀님, 내 팔이...!"


"어, 이게, 어째서, 왜...?"


그때부터, 성녀의 제 3종 금기 탐구생활은 시작되었다.


_____


성녀는 그에 대해 꽤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시도때도없이 캐물어댄 탓이었다. 그는 반 정령이었으며, 내성적이었다.-3개월차.

....

성녀는 그가 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빙룡의 마법사 오즈의 공격을 가장 오래 버텨낸 마법 미사용자였다.-4개월차.

....

성녀는 그에게 지켜졌다. 그는 신성주문 사용으로 인해 주변에 비산하는 신성의 파편에 피해를 입으면서 성녀를 구해냈다. 감히 성녀를 해하려 든 무도한 것의 정체는 무려 고양이 네 마리였다.-1년차.

....

성녀가 사랑을 할 때, 카닐은 성직자 친구를 사귀었다.-1년 3개월차.

...

성녀는 그를 지켜냈다. 습격자는 흔히 있는 뒷골목의 금기 추종자 둘이었다. 중요한 것은, 성녀가 그에게 키스한 날이라는 것이다.-××년 ×월 ×일.

...

카닐리언 리오네, 아카데미에서 사라지다.-××년 ×월 #일.


_____


깔끔하게 정리된 골목과 하얀 건물들.


빛의 교단의 지부를 중심으로 세워진 도심의 공통점이다.


...나는 이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용의 특징을 가진 나를 보면, 자신들 교단의 3종 금기를 떠올라고 괜히 경계하는 시선이 여럿 나오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그 금기에 포함되지 않지만.


과거엔 그런 이유가 있었으나, 이제와서 그런 시선을 신경쓰기엔 늦었다.


나는 이 거리에 진짜 제 3종 금기, 교접의 결과물을 찾으러 왔으니.


성녀와 카닐아 가까운 사이임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카닐이 3종 금기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나나 라피스, 설화 정도가 전부였다.


애초에 자신부터가 구미호인 설화는 별 신경도 안 썼다.


"이 건물인가."


조사의 결과, 이곳에 있는 게 맞았다.


똑똑.


"네~ 나가요~"


"... 집을 잘못 찾았군."


뭐가 나와도 다시 확인을 했겠지만.


성녀만큼은 아니다.


이곳에 성녀가 있다는 건, 카닐이 뒈졌거나 그럴 예정이거나 집을 잘못 찾았다는 것이 전부다.


"카닐은 안에 있어요."


"의외로군."


"그런가요, 남편이 아내와 같은 집에 있는 게 뭐가-"


"헛소리를."


저건 헛소리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마가렛 산크타, 그 이름은...


무엇도 두려워 않던 정신병자 카닐리언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이었으니.


"말이 심하신 걸요. 그이와 저는 사랑하는 사이가 맞답니다?"


지금 그 말을 하는 사이에 이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부 이해해버린 탓에, 동조해줄 수가 없다.


"제압한 뒤, 성법으로 행동을 제한하고 강간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후후, 연인을 자신과 같은 종족으로 개조하려는 분께 듣고 싶지는 않지만요."


"굴복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반항하는 맛이 있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근본에는 대항할 수 없는 차이를 새기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깝다. 이해했나, 굴복시켜라."


"으음,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반항하는 게 맘아 드는 저로서는 따라하간 힘들지만... 네, 식을 올릴 때가 온다면 그래야겠죠."


"그러고보니, 예지를 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내가 할 물음의 답도 알려줄 수 있겠나?"


"라피스 씨를 반룡으로 바꾸는 거요? 제 소견으로는 일단 금기는 아니니까 상관없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네요. 제가 본 미래에서 카닐의 답변은 "내가 실험 결과물이지 진행자였던 줄 아냐? 넌 빵에게 제빵하는 법을 물어보나보다?"였어요."


"정신이 온전치 못한 건 그대로안 것 같아 다행이군."


"후후, 너무 그러지 마세요. 강한 척 하는 껍질과 그 안의 연약함이 다른 게 좋은 부분인 걸요."


"예상한 것과 상황이 달라, 긴 대화는 미뤄야 하겠군. 다음에 만나도록 하지."


"빛이 함께하길."


"오즈... 날 버리다니,  복수할 테다... 오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