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이제는 심장소리마저 들리지않는다


온몸이 오직 뛰는 것에만 집중된 체 다리는 하염없이 앞으로만 달린다


갈대밭에 몸이 찢기고 상처가 나도 나는 계속 달렸다


"早く追え、あの朝鮮奴を必ず殺せ!(어서 쫓아라 저 조선놈을 반드시 죽여라!)"


'제길 어디서 부터 꼬인 거지....'


내가 처음으로 일본인놈들의 손에 가족을 전부 잃었을때?


아니면 내가 원수를 갚기위해서 대한독립군으로 들어갔을때?


그도 아니면 접선 장소에서 만난 동지가 가방에 돈이 아닌 폭탄을 나에게 주었을때?


'탕.....슈욱....'


'아니면...그도 아니면....내가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태어난것....?'


나는 죽을 위기가 닥쳤을때 수도없이 생각하고 후회하며 달렸다 하지만 살아남은 그 순간순간 나는 다시한번 내 자신이 아닌 나라를 위해 싸워왔다


탕....슈우우욱 퍽....


"끄아아악..."


벌새같이 빠른 총알이 나의 어깨팍에 들어왔다


이미 한계인 다리, 어깨에 흐르는 선홍빛 피 그리고 폭탄으로 화상을 입은 배와 팔까지 몸이 성하지 않은 부위가 없었다


이제는 정말 한계였다


다리는 힘이 풀리고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나는 듯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따돌리지 못했는데....내가 할 일이 더 많이 남아있을 터...젠장 나의 천명을 여기까지인것같군...'


朝鮮人が撃たれた!(조선인이 총에 맞았다!)


갈대를 가르며 일본군은 나에게 일제히 총을 겨누며 포위했다


「朝鮮人、最後に何か言うことはないか」("이봐 조선인 마지막으로 할 말없나?)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나에게 말했다


그는 말을 타고 있었는데 한 눈에 보기에 고위급의 자제처럼 보였다 그리고...


'크큭...더럽게 예쁘군 내가 드디어 뒈질때가 다되었구나...'


남자라고 볼 수 없는 여리여리함과 하얀피부 그리고 긴 생머리를 가지며 일본식 제식에 왼쪽허리에는 칼을 찬 모습이 퍽 아름다워보였다


"크큭...계집애 같이 생겨가지고.....말도 많군 걍 죽여라.."


그 말을 듣자 그녀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말에서 내리며 내 턱을 잡고 말했다


"죽이다니...난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


"뭐?...잠깐 조선어? 너 이자식....감히 나라를 팔아서..."


그렇다 일본식 제복 현지인 수준의 조선어 실력과 일본어 실력, 그녀는 친일의 집안이었던 것이다


"너...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반드시 우리 조선에서 네놈같은 친일 역적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경멸하며 따귀를 날렸다


"누가 니놈에게 발언권이 있다고 했지?"


"크윽...."


"나는 니놈을 고문할것이다 고문하고 또 고문하여 너의 눈알이 튀어나오고 손톱이 뽑히고 이빨이 작살나게 하여 결국 너희같은 추잡스러운 잔당들을 모두 없애 깨끗한 세계를 만들것이다"


"그걸 위해서 난 널 살려두는 것뿐 나중에는 죽고 싶어 나에게 애원할 것이다"


그녀는 후훗하며 웃었다


"알았으면 그냥 따라와라 적당히 따라오고 불으라는대로 불면 너의 잘생긴 얼굴을 봐서라도 한번 내가 해주지...."


그때 어디에선가 칼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突撃せよ!(돌격하라)"


"ワアアアア!(와아아아아아)"


쒸이이이잉...


"くっ…···(크윽.....)"


어디에선가 갑자기 갈대밭에서 사무라이들이 나타나 나를 포위한 일본군을 배기 시작했다


"中士さん、これは······(중사님..이건....)"


"ちくしょう···黒龍会のやつらが···(젠장...흑룡회놈들이....)"


그녀는 서둘러서 말에 올라탔다


"くそ退却する(젠장 퇴각한다)"


"はい。(넵!)"


나는 사무라이들사이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   *   *


촤악.....


"어푸...허억...허억...."


나는 갑작스러운 냉수 마찰에 그만 깨어나고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양발이 묶인채로 웬 사무라이들은 정좌를 틀고 있고 제일 가운데 끝에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대장은 나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다시보니 그는 그가 아닌 그녀였으며 양쪽 어깨에있는 용문신이 등까지 이어진것을 보고 나는 지레 겁을 먹었으나 이내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깜짝놀라고 말았다


'젠장...또 미인이네....이런 ㅅㅂ...일본 대장들은 전부 미녀들만 있나 ㅅㅂ 일본군 ㅈㄴ 꿀빠네...'


아까전까지 진짜 죽을 뻔 했으면서 남자란 어쩔 수 없나 싶었다


그녀가 가까이 와서 나에게 말했다


"야 너 내꺼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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