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세요? 저희랑 같이 놀러가지 않으실래요? ” 

 

 

“ 죄송합니다. 약속이 있어서요. ” 

 

 

“ 그러지 말고 저희랑 같이 놀아요. 네? ” 

 

 

오늘 운동을 완료하고 집에 가려고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거리를 걷다가 남자 여러 명이 귀엽게 생긴 여자애를 둘러싸고 찝쩍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요즘도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진짜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네. 근데 저 여자 낯이 익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설마?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 뭐 내가 생각한게 아니라면 사람 한 명 구해주는 거지. 

 

 

“ 얀희야 나왔어! 많이 기다렸어? 내가 좀 늦었지? 근데 이 사람들은 누구야? ” 

 

 

“ 어? 어... 어어.... 그게.... ” 

 

 

“ 모르는 사람들이지? 뭐해! 빨리 가자! 영화 시간 늦겠어! ” 

 

 

나는 그 귀여운 여자애 손을 붙들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남자 애들이 뒤쫓아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거. 아주 재밌는 일이 생긴 거 같은데, 일단 근처에 있던 카페로 들어가야겠다. 물어볼것이 너무 많다. 할 일도 많고. 

 

 

“ 너 얀붕이 맞지? ” 

 

 

“ ....... ” 

 

 

“ 맞지? 히야. 얀붕이 너, 이런 취미가 있었구나? ” 

“ 완전 여자애처럼 생겼잖아! 나도 처음 봤을 때 그냥 여자애인 줄 알았다니까? ”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내 앞에 이 귀여운 여자는 얀붕이가 맞았다. 키도 작고 체구도 작고 여자애처럼 생겨서 남자애들한테는 항상 놀림을 받고, 여자애들한테도 알패스 소재로 자주 이용당하던 그 얀붕이가 맞았다. 

 

 

“ 머리에 그거는 가발 쓴 거야? ” 

 

 

“ 꺅! 만지지 마! ” 

 

 

“ 꺅이래ㅋㅋㅋㅋ 웃긴다 너. ” 

 

 

“ 저기 얀순아. 오늘 일은..... ” 

 

 

“ 오늘 일? 어떤 거 말하는 거야? 네가 여장하고 거리를 활보하던 거? ” 

“ 얀붕이 너한테 이런 고약한 취미가 있었구나.... 반 애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 

 

 

“ 그... 그러지 마! 말하면 안 돼! ”

 

 

“ 그럼 뭐 어떻게 할까? ” 

 

 

“ 뭐든지... 시키는건 다 할 테니까.. 제발 비밀로 해줘...... 응? ” 

 

 

“ 뭐든 지이? 헤에~ 그럼 잠깐 화장실 좀 갈까? ” 

 

 

계획대로다. 순순히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주 재밌는 장난감이 생겨버린 것 같다. 

 

 

“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잖아... ” 

 

 

“ 괜찮아. 괜찮아. 지금 네 모습이면 절대 안 들켜. ” 

“ 근데 얀붕아. 지금까지 여장 했을 때는 화장실 갈때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어? ” 

 

 

“ 그.. 그건... ” 

 

 

“ 왜 말을 못 해? 이 변태새끼야. ” 

“ 야 얀붕아. 너 뭐든지 한다고 그랬지? ” 

 

 

“ 어? 어어. 그래... ” 

 

 

“ 그럼 말이야. 스커트 좀 올려봐. ” 

 

 

“ 뭐라고? 아니 사람이라도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 

 

 

“ 야. 너 지금 니 입장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여기는 여자화장실이라고. 내가 지금 여기서 소리라도 지르면 어떻게 될까? ”

 

 

“ 얀.. 얀순이 네가 끌고 들어 온 거잖아... ” 

 

 

“ 빨리 스커트나 올리라고! ” 

 

 

“ 아.. 알았어. ” 

 

 

얀붕이는 입고 있던 파란색 스커트를 들어 올렸다. 스커트 밑으로는 만화나 드라마에서 봤었던 장면중에, 여자가 남자를 만족 시켜주겠다면서 입었었던 승부속옷처럼 치명적이게 생긴 검은색 망사팬티가 있었다. 

 

 

“ 와. 너 이런 거 입고 다니는 거야? 생각했던 거보다 더 개변태인데? ” 

 

 

“ 너... 너무 쳐다보지 마아.... ” 

 

 

“ 내가 뭘?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근데 너 이거 잘 어울린다. ” 

 

 

점점 검은색 언덕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은 점차 높은 산이 되더니 곧게 쏟아 올랐고. 결국에는 마치 거대한 활화산이 폭발할 거처럼 되어버렸다. 

 

 

“ 와아. 너 그 와중에 흥분한 거야? 이 상황이 지금 막 꼴려? 진짜 얼마나 변태인 거야. ” 

 

 

“ 아니야.. 이거는... 그런 게... ” 

 

 

“ 아니긴 뭐가 아니야! ”

 

 

화산이 곧 터질것만 같아서 진정시켜줘야겠다.

 

 

“ 그... 그런 거 막 만지면 안... ” 

 

 

“ 너무 힘들어서 보이길래. 내가 진정시켜줄게. ” 

 

 

“ 안돼.. 그러지 마! 제발....! ” 

 

 

“ 그렇게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 얼굴은 귀여운데 밑은 흉악한 걸 가지고 있네? ” 

 

 

“ 후... 하.... 하...  제발 그만해줘... ” 

 

 

“ 이렇게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진짜 그만할까? ” 

 

 

“ 아 아.. 아니! 그만두지 마. ” 

 

 

“ 변태새끼. 역하네. 어 뭐야. 점점 끝부분이 젖어 오는데? 야이 새끼야. 벌써? ” 

 

 

나는 손가락 끝으로 화산 분출구를 휘휘 돌리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이건 그....  아.  아!  앗! ” 

 

 

“ 조용히 해 사람 들어왔어, ”

 

 

“ 뭐? 그럼 멈춰줘! 제발! ” 

 

 

“ 그럴 순 없어. 그냥 너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되잖아? ” 

 

 

“ 왓! 우와왓! ” 

 

 

결국 화산은 분출되어 버리고 말았다. 

 

 

“ 지금 얀붕이 표정.... 귀엽네. 근데 이 새끼야 내 손에 다 묻었잖아. 이거 어떻게 할 거야? ” 

 

 

“ 나.. 나는 해달라고도 안 했는데... ” 

 

 

얀붕이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개꼴리네 저 표정. 

 

 

“ ㅋㅋㅋㅋ 농담이야. 사실 사람 들어왔다는 것도 거짓말이야. ” 

 

 

칸에서 나와 세면대에서 묻은 걸 닦아내며 손을 씻으며 말했다. 

 

 

“ 있잖아 오늘일은 내가 좀 미안해서 그런데, 그렇게 여장이 좋으면 쇼핑몰에서 내가 옷 골라줄까? ” 

 

 

“ 뭐라고오...? ”

 

 

“ 뭐야. 싫어? ” 

 

 

“ 아니야! 좋아. 부탁할게. ” 

 

 

“ 좋아. 이번 주말에 다시 보자고. ” 

 

 

“ 으..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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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있던 소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믿기지가 않는다. 평소에 귀여운 것들을 소장하는 것이 내 취미였는데, 학교에서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얀붕이의 은밀한 취미를 내가 알아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맨날 얀붕이를 여장시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시뮬레이션을 돌렸었는데, 오늘 그 모습을 실제로 봐버렸다. 단발머리에 하늘색 레이스 카라가 있는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파란색 스커트를 걸치고 있는 얀붕이를. 

 

 

내가 평소에 상상하던 복장이 아니긴 했는데. 이번 주말에 얀붕이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는 것이 가능해졌다. 상상으로만 하던 그걸 실제로 할 수가 있게 되었다. 

 

 

마음이 너무 떨린다. 이런 게 바로 이게 사랑일까? 근데 잠깐만. 그러면 나는 얀붕이가 여자일 때의 모습을 좋아하는 거니까, 나는 레즈인 건가? 그렇지만 나는 이성애자인데. 어라? 그럼 나는 뭐가 좋은 거지? 내가 레즈일 리가 없다. 나는 여장한 모습이 좋은 거지 여자가 좋은 게 아니다. 아니지 이게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어?

 

 

매우 큰 혼란이 찾아왔다. 내 정체성에 큰 혼란이. 나는 그날 밤 잠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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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얀붕아. 솔직히 너 여자지? 맞지? ” 

 

 

“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남자라고. ” 

 

 

“ 야야ㅋㅋㅋㅋㅋㅋ 내가 봄. 얀붕이 오줌 쌀 때 변기에 앉아서 싸던데? ” 

 

 

“ 언제 봤다는 거야. 나 그런 적 없어! ” 

 

 

“ 적당히들 하지? ” 

 

 

나를 괴롭히는 질 나쁜 애들을 누군가 제지시켜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얀순이였다. 

 

 

“ 얘 놀리면서 놀면 재밌냐? ” 

 

 

“ 뭐야 그냥 장난친 건데 재미없네.  간다. 가. ” 

 

 

나를 놀리던 애들은 얀순이를 보고 물러갔다.

 

 

“ 고... 고마워 얀순아. ” 

 

 

“ 너는 왜 맨날 당하고만 있는 거야. 아 맞다 이번주 토요일 2시 얀챈 쇼핑몰로 와. ” 

 

 

“ 어? 진짜 가는 거야? ” 

 

 

“ 그럼 가지 말까? ” 

 

 

“ 아.. 아니야! 가야지! 그래 알았어. ” 

 

 

“ 곧 수업시작인데 빨리 교실로 들어가. ”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빨리 들어가야겠네. 아 얀순아! ” 

 

 

“ 응? ” 

 

 

“ 고마워! 정말로! ” 

 

 

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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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키가 작으니까 하의는 진한 색상이 좋겠지? 그리고 또 상의에다가는 포인트를 주는 게..... 

 

 

어! 약속시간 늦겠다! 지금 나가야지!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이 되었다. 토요일이 되기까지 내가 짜놓은 얀붕이 코디만 수백가지가 되었다. 

 

 

쇼핑몰 앞에 가보니 얀붕이가 이미 와있었다. 물론 여장한 채로. 

 

 

“ 많이 기다렸어 얀붕아? ” 

 

 

“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 

 

 

“ 그때랑 코디가 똑같네? ” 

 

 

“ 어차피 옷 살라고 온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똑같이 입고 왔는데. ” 

 

 

“ 좋아! 그럼 가보자고! ” 

 

 

쇼핑몰에는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미리 봐두었던 옷들을 위주로 얀붕이한테 입혀 보았고. 얀붕이한테 어울릴만한 액세서리들도 곁들여서 코디를 해보았다. 

 

 

“ 음 역시 잘 어울린다. 역시 모델이 좋으니까 다 잘 어울리네. ” 

 

 

“ 그... 그런 말 하지마. 부끄러워. 근데 얀순아 이거 다 비싼 옷들인데 나 이런 거 살 돈 없는 데에...? ” 

 

 

“ 그건 걱정하지 마. 이거 계산해 주세요. ”

 

 

“ 어 그러지 마! 그럴 필요 없어! ” 

 

 

“ 시끄러워. 시키는 건 다한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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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이제 옷은 끝났나? ” 

 

 

“ 너.. 너무 많이 산거 아니야? 이게 다 얼마야...? ” 

 

 

“ 아잇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 이제 화장품 보러 갈까? ” 

 

 

“ 옷만 사는 거 아니었어? ” 

 

 

“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야. 따라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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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다가 파운데이션을 펴 바르고...... 아이라인에 섀도를 그리고 적당히 볼터치도 해주고 또오.... 틴트에 립글로스를 바르면.... ” 

 

 

“ 완성이다! ” 

 

 

“ 우와.. 거울 앞에 서있는 이게 나라고? ”

 

 

“ 마음에 들어? 와 진짜 너는 여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들 수백명은 울리고 다녔겠다. ” 

 

 

“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 

 

 

“ 이거 다 계산이요. ” 

 

 

“ 아! 저기요 이거는 제 카드로 계산해 주세요. ” 

 

 

“ 뭔데? 다 내가 산다니까? ” 

 

 

“ 아니야. 이거는 내가 사야 돼. 이건 얀순이 너꺼야. 자 받아. ” 

 

 

갑자기 얀붕이가 나에게 화장품 하나를 사주었다. 뭔가하고 봤더니 핸드크림이었다. 

 

 

“ 이게 뭐야? 왜 사주는거야? ” 

 

 

“ 내가 너무 받기만 하는 거 같아서, 너 손보니까 많이 텄더라. 평소에 운동 열심히 해서 그런 거 같은데, 이거 바르고 다니면 좀 나을 거야! ” 

 

 

큥.

 

 

또다시 아랫배가 아파왔다. 뭐지 대체. 나는 뭐가 좋은 걸까.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여장한 남자가 좋은 걸까. 애초에 나는 남자가 좋긴 한 걸까?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대체 뭘까?

 

 

“ 안순아 왜 그래? ”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갈까? 뭐 먹을래? ” 

 

 

“ 음... 여기 지하에 파스타 잘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 갈래? 너 파스타 좋아한다며. ”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말한 적이 있던가? ” 

 

 

“ 너 학교에서 처음 자기소개할 때 그랬잖아 파스타 좋아한다고. ” 

 

 

“ 그걸 기억 하고 있어? ” 

 

 

“ 그 정도야 뭐.... 가자! 파스타 먹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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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층에 도착하여 파스타집에 들어가 보니, 주로 남녀 커플들이 많았다. 남자들이 가게에 들어온 우리를 보고는. 아니. 정확히는 얀붕이를 보고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풀메이크업에 내가 엄선한 옷들을 입고 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자들은 모두 어디를 그렇게 유심히 쳐다 보는 거냐면서 남자들을 꾸짖었지만. 

 

 

자리에 앉아서 음식들을 주문했다. 

 

 

“ 오늘 정말 고마워 얀순아. 내가 나중에 옷값은 모두 다 갚을게. ”

 

 

“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그거 얼마나 한다고. ” 

“ 근데 얀붕아.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왜 여장을 하기 시작한 거야? ” 

 

 

“ 그게 말이지. 보다시피 내가 남자라고 하기에는 겉모습이 좀 그렇잖아? ” 

“ 어릴 때 사촌누나들이 나한테 여장을 시킨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싫었지만. 다 끝나고 거울을 보니까 꽤 예쁘더라고? ” 

 

 

“ 그래서? ” 

 

 

“ 나는 남자로서의 매력은 거의 없는데, 여자로서의 매력은 넘치는 게 진짜 이상하더라고. 이게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궁금해서 계속해봤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야. 하다 보니까 점점 더 예뻐지는 내 모습을 보고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 어릴 때부터 여자 목소리를 흉내 내다보니까 목소리도 지금처럼 낼 수 있게 된 거고. ” 

 

 

“ 그런 거 때문이었구나. ” 

 

 

“ 그래서 그런데. 나는 얀순이 네가 참 부러워. ” 

 

 

“ 내가? 왜? ” 

 

 

“ 너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고 힘도 좋잖아. 너 좋다는 여자애들도 꽤 많은 거 알아? 진짜 나는 네가 부러워. 나도 너처럼 되고 싶어. 나도 너 같은 여자가 되고 싶어. 아니지 나는 남자지 참. 가끔씩은 나도 헷갈려. 나도 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오빠보다도 키가 커서 집안에서 항상 여자애가 뭐가 이렇게 튼실하냐며, 선머슴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초등학생 때는 애들이 조폭마누라라고 놀렸었다. 나도 다른 여자애들처럼 다니고 싶어서 잔뜩 꾸미고 다녀본 적도 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놀림이었다. 참다 못한 나는 그럴 때마다 나를 놀리는 애들은 모두 다 쥐어 박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운동도 그때 시작했을 거다. 나는 내 몸에 대한 놀림만 받아왔지 칭찬은 처음 듣는다.

 

 

어쩌면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을 얀붕이한테 투영시켜서 그걸 이루고 싶었던 게 아닐까? 

 

 

“ 음식 나왔습니다. ”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나는 포크를 잡은 건지 음식을 뜨는 건지도 모르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 아이 참! 얼굴에 묻었잖아! ” 

 

 

얀붕이가 냅킨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 예쁜 얼굴에 이상한 거 묻히면 되겠어 안 되겠어? 내가 먹여줘? ” 

 

 

얀붕이는 포크로 내 크림파스타를 크게 떠서 내 입에 갇다 대었다. 

 

 

그때 나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여장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얀붕이 그 자체를 좋아.... 아니 사랑한다는 것을. 

 

 

“ 야 얀붕아. 우리 화장실 가자. ”

 

 

“ 응? 왜? 급해? ” 

 

 

“ 그런 게 아니라. ” 

 

 

“ 그럼 뭔데? ” 

 

 

“ 그냥 좀 따라오라고. 시키는 건 다한다고 했잖아? ” 

 

 

“ 어? 어어? ” 

 

 


그냥 좀 따라오라고. 이 씹변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