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지난 주말에 한 번 봤는데 다시 한 번 보면서 놓친 부분이라든지 좀 더 해석할 거리 찾으려고 오늘 2회차 관람했음.

그리고 증정품으로 주는 포스터도 마음에 들어서... 보면 볼수록 개봉주차에 증정했던 포스터보다 더 좋은 거 같음.

전체적인 감상은 첫번째 봤을 때도 그랬지만 잘 만든 아날로그 호러 영화 한 편 본 거 같았음.

일단 영상 형식 자체가 정말 70년대 브라운관 TV로 VHS 테이프를 재생하는 듯한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잘 살렸고,

그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서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호러 요소(노이즈, 화면 및 소리 왜곡 등)도 잘 연출해냈음.

설정이나 플롯,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아날로그 호러 팬이라면 익숙할 오컬트적 요소들과,

그리고 그러한 오컬트 요소에 무방비하게 접근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상황이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는 내용이라 만족스러웠음.

첫번째 봤을 때는 후반부에 급전개가 일어나고 뭔가 다 설명되기도 전에 영화가 끝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쉬웠는데,

이러한 점도 모든 진실을 설명하거나 보여주지 않는 아날로그 호러 장르의 특성으로 본다면 크게 마이너스는 안 될 것 같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것저것 다 설명하거나 보여줬다가는 영화가 많이 늘어지고 임팩트도 줄어들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를 여러모로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더라. 똑똑하게 찍은 영화라고 생각함.

VHS 테이프를 재생하는 설정도 단순히 파운드 푸티지, 아날로그 호러 장르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현실의 관객 또한 실제 스튜디오의 방청객 또는 생방송을 티비로 보고 있는 시청자가 된 것처럼 영화에 최대한 몰입하도록 만들었음.

사실 인트로만 봤을 때는 분명 페이크 다큐멘터리지만, 어느새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그 다큐멘터리가 담은 방송 영상의 시청자가 되어버림.

영화를 보고 느낀 공포감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작품의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데에는 대다수가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

작중 카마이클 헤이그의 집단최면 시퀀스가 이 '현실의 관객 = 작중의 시청자'를 정말 잘 활용했다고 생각하고,

준이 릴리를 통해 악마를 불러내는 시퀀스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더 인상깊은 장면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고 봄.

또, 이 작품은 작중 인물이 카메라 방향(=현실의 관객)을 향해 응시하는 등 꽤 여러 번 제4의 벽을 깨는 장면이 나옴.

알다시피 이런 연출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게 만들어 보통 몰입을 깨는 효과가 큰데,

<악마와의 토크쇼>의 경우에는 영화(=방송)에 대한 몰입을 깨지 않고 오히려 몰입감이나 공포감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음.


그리고 나름대로 호러 장르로서 갖는 이야기의 약점도 최대한 잘 극복해냈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주인공 잭 델로이가 토크쇼의 제왕이 되고 싶지만 몇 년째 2등만 하다 나중에는 그것도 못할 정도로 몰락한 상태고,

이제 토크쇼의 제왕은 커녕 자기 프로그램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는 설정을 초반부에 보여줌으로써

호러 영화 이야기 전개에 대한 전통적인 비판인 "아니 왜 하지 말라는 거/수상한 게 당연한 거를 꼭 하려고 함?"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회피했음.

스튜디오 내부에 점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도 이걸 느끼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아 시청률이 오르고 결국 나중에는 방송국 사장한테 연락까지 오니 주인공은 절대 멈추지 못함.

또 하나는 오늘 2회차 관람하고 나니 카마이클이라는 인물의 존재가 생각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구나 싶었음.

방송 중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이 캐릭터가 나서서 최대한 과학적인 이유로 논파하다보니

잭을 비롯해 스튜디오 안의 관객들이나 스태프들도 뭔가 찝찝하고 기분 나쁘지만 그렇다고 바로 자리를 떠날 수도 없게 되는 거임.

거기다 릴리를 이용한 실험을 주저하는 준도 카마이클이 가짜라고 자꾸 도발하니 버럭하고 나서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거고.


끝으로, <악마와의 토크쇼>는 예고편에 나왔던 문구처럼 정말 <엑소시스트>와 <네트워크>가 만난 듯한 작품이라고 생각함.

소재, 연출 등이 전통적인 오컬트 호러물 <엑소시스트>의 영향을 받았다면, 스튜디오라는 공간과 TV 생중계라는 형식,

그리고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등장인물들은 <네트워크>를 떠올리게 함.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진부하게 느껴지겠지만 티비가 가장 잘 나갔던 그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청자(이용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온갖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주제와 소재를 담고 급기야 다른 사람을 '제물'로 삼는 정보매체와,

이러한 현상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추지 않고 그저 재미있으면 좋다라는 식의 태도로 콘텐츠 제공자들을 부추기는 악마,

곧 우리 관객/시청자들에 대한 비판 및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경고라고 생각했음.

물론 이건 하나의 해석일 뿐이고, 영화에서 꼭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찾아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어쨌든, 개봉 전에 많이 기대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잘 나와줘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고,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다지 인상적일 것도 없는(오히려 그 시절의 쌈마이함을 살린 것도 같은) 특수효과를 사용하면서

이 정도로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었다는 데서 좋게 평가해주고 싶었음.

아직 안 본 괴붕이들 있다면 상영관 내려가기 전에 한 번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함.

사실 이 작품의 경우에는 집에서 불 끄고 티비로 봐도 충분히 좋겠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