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채 상병 특검법’ 표결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으로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웅 의원만 빼고. 

 

김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우수수 퇴장할 때 홀로 제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렇게 채 상병 특검법은 고(故)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지 288일 만에 재석 168명, 찬성 168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김 의원에게는 여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정부·여당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대통령 등에 칼을 꽂았다”는 것이다. 예상된 수순이었다.  

 

김 의원은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욕먹을 줄 알았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내 답은 명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군대에 보낸 자식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원인도 못 밝힌다면 어느 누가 나라를 지키겠느냐”라며 “젊은 아이들이 나라를 지키면, 우리는 그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특검 도입에 반대하는 여당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여당이 ‘노(NO)’라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잘못을 앞장서 숨겨주면서 총선에서 진 것”이라며 “이제라도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했다. 

 

“21살 청년이 억울하게 죽고,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 했던 수사단장이 핍박을 받고 있으면 그 사람들 편에 서는 게 내가 배운 정치다. ‘대통령을 편들 것이냐, 해병대원 편에 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명확했다. ‘국민의힘 전원 퇴장’이라는 기사가 나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나중에 누가 뭐라고 하면 우리 당 청년들이 ‘우리도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당론을 거스르는 개인행동이라 위험이 따를 텐데. 

 

“당론에 따라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지만, 이건(채 상병 특검법 표결 보이콧) 누가 봐도 불합리하고 당을 해치는 결론이다. 그럴 땐 국회의원으로서 소신을 지키고, 직업적 양심을 국민에게 맞추는 게 맞다. 정치의 목적은 공동체를 지키고 사회를 자랑스러운 곳으로 발전시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잘못해 억지 부리고 있는 것을 옹호해주는 게 정치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특검에 찬성하기로 한 개인적인 계기가 있나. 

 

“사고 당시 포항에 차려진 (채 상병) 빈소에 갔을 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해병대 군부대 안에 빈소를 설치해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게 해놓았고, 소속 부대원들의 휴가도 막았다. 그 뒤에도 법률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조문 갔을 때 (채 상병에게) 너무 미안해서 무릎 꿇고 ‘국회의원으로서 억울한 것을 꼭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식이 군대에서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 원인도 못 밝히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나. 젊은 아이들이 나라를 지키면 우리는 그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후 야당이 입법 폭주를 한다고 규탄했다.

 

“우리 당은 (채 상병이 사망한 후) 지난 8개월 동안 무엇을 했나. 해병대원의 죽음을 은폐했고, 오히려 진상을 밝히려고 했던 박정훈 대령을 향해 항명했다고 공격했다. 얼마나 뻔뻔하길래 지금 와서 (더불어민주당이) 독단적으로 법안을 올렸다고 비판하며 퇴장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나. 말이 안 된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라 특검이 부적절하다고도 주장한다. 

 

“대통령이 주연인 사건을 공수처에서 어떻게 수사를 하나. 국방부 장관은 조연이고, 해병대 사령관은 엑스트라다.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게 특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대령에 대한 공소 취소를 지시하고,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면 ‘특검을 도입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령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고, 대통령은 관련자들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려 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방법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나. 뻔뻔하다.”

 

-필요하다면 윤 대통령도 수사해야 하나. 

 

“당연히 해야 한다. 이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어떻게든지 조사를 하는 게 맞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특검법이 통과되자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당이 (문재인정부 시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한 것도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가. 아니다. 우리는 그때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고 한 거다. 우리가 한 것은 진상을 밝히려고 하는 것이고, 남이 하는 것은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할 뿐 아니라, 국민과 대통령을 더 멀어지게 하는 악수(惡手)다. 그 말을 듣고 맞는다고 생각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표결 때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당연하다. 남이 보든 안 보든 내 원칙, 내 양심대로 표결할 것이다.”

 

-여당 지지자들의 항의성 문자가 쏟아질 것 같은데.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등에 칼을 꽂는다’, ‘좌빨이다’, ‘혼자 잘난 척하느냐’, ‘소영웅주의에 빠졌다’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나는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조국 수호대, 태극기 부대(강성 보수층)를 가리지 않고 (항의성 문자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거 받는다고 내가 바뀔 것 같으면 진즉에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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