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구) 교육학에는 아이러니가 하나 있음: 반억압, 비판 사고, 감정 지능을 중요하게 챙기는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마르쿠제의 악몽을 그대로 실현시킴: 요컨데, 마르쿠제는, '1차원적 인간'에서 반발의 여지를 자발적으로 없애버리는 사회야말로 그 어떠한 전체주의적 사회보다 훨씬 더 무서운 사회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볼 수 있는데, 현대 심리학은 저 걱정에 딱 들어맞는 부류의 화술들을 이케아 설명서처럼 양산형으로 찍어내서 가르침.


그중 하나로서, 본인이 이른바 "답정너 2.0" 이라 이름붙인 부류의 화술을 소개하겠음.


답정너 1.0이나 수동공격적 화술은 상대가 "알아서" 무언가 해 주기를 암시함으로서 불쾌함을 유발한다면, 답정너 2.0은 상대가 대놓고 스스로 막다른 골목으로 가도록 만들어버리는 데다가, 상대가 '스스로' 그를 선택한 만큼 섣불리 반발하면 상대방만 미친놈이 되는 신박함까지 갖춤. 


그리고, 그 신박함의 원리란 바로 "내가 당신 속상한 것을 분명히 알아주고 있다" 인데, 이게 하필 화자가 자신의 '자존심'과 상관없이 일단 상대의 감정에 대고 (행동 말고 감정에 대해서만) 사과할 것을 요구함. 그렇다고 비굴해야 하거나 빌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담담하고 싸늘하기까지 한 어조로 사과를 하는 것이 포인트: 마치, 알렉산더 카렐린이 불량배와 실수로 어깨를 부딪혔을 때,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은 의외로 카렐린인데 먼저 꼬리를 내리는 것은 오히려 불량배 쪽이랄까. 


예시 (본인의 배경이 배경인만큼 학생과 교사의 그것이 가장 먼저 튀어나옴에 양해를 구함; 그리고, 여기 나오는 한국식 현지화는 본인이 스스로 옮긴 것도 있는 만큼 "비현실"적인 면모가 있을 수도):


교사: 지금, 방금 수업한 내용에 대한 공부를 안 하고 있네, 무슨 일 있니?


학생: 아 그냥 하기 싫다고↗↗오오⬆⬆


교사: 지금 좀 곤란한데, 너는 지금 내 말을 안 듣고, 네가 할 일을 안 하고 있어. 어떡할래?


학생: 아 엄마/아빠 부를꺼야⬆⬆⬆


교사: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어떡할래?


학생: 아 하기 싫다고오⬆⬆⬆ 


교사: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그리고, 너는 지금 목소리를 올림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공부할 권리까지 방해하고 있다. 어떡할래?  


학생이, 일단 스스로 조용히 있겠다고 하거나, 공부를 할 때까지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 "어떡할래" 를 반복 영창. 


참고사항:


  1. 학생보고 '나쁘다'고 섣불리 윽박지르지 말고, 학생의 문제를 팩트로 읊을 것: 포켓몬 식으로 말하자면, 나쁘다고 섣불리 윽박지르면 PP가 없어도 발버둥치지만, 문제를 팩트로 읊어주면 풀죽음 효과를 낼 수 있음.
  2. 진심으로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거나, 물리적으로 치달을 정도의 돌출 행동이 걱정된다면, 가장 이상적으로는 그러한 특징들에 대한 사전 숙지가 되어 있어야 할 것. 
  3. 진심으로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는 학생에게 이걸 함부로 쓰면 거한 역효과가 있을 수 있음.
  4. 노르웨이의 경우에는, 교육학을 공부하고 경찰에 지원하는 경우 가산점이 붙음: 상대가 무슨 한니발 렉터처럼 대놓고 지능형 고단수 싸패라도 되지 않는 이상 의외로 저런 화술이 다 큰 어른들을 상대로 하는 치안을 위한 통솔에도 비슷하게 응용 가능. 물론, 대놓고 무장 강도나 조직적인 전문 범죄자라면 일단 경찰차로 치어서 쓰러뜨리고 실탄이 장전된 총을 겨누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 역시 사실. 
  5. #4와 관련해서, 범죄도시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강력계 형사는 피지컬도 피지컬이지만 의외로 유아교육학 배경을 갖고 있으며, 정작 본인은 '적성에 안 맞았다'고 할 지언정 화술 자체는 심지어 본인도 모르게 그 덕을 봄. 
  6. 참고로 주딱은 노르웨이에 살지는 않음.
  7. 진심어린 충동 조절 문제와 속된말로 "분노조절잘해" 는 분명히 별개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