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용: @기술소녀,  https://arca.live/b/philosophy/54370118 https://arca.live/b/philosophy/55034845

우리는, 새로운 지식 앞에서, 본인이 쌓은 지식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 한, 본인이 도태되는 듯 한, 양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상대의 지식이 본인이 지식을 덮어씌우는 듯 한, 그러한 각종 부정적인 느낌부터 먼저 받을 수 있음; 요컨데, 새로운 지식과의 조우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감정이 무시당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

어디 그 뿐 만일까? 지금 뿐 만 아니라, 앞으로도 또 다른 '새로운' 지식 앞에서 지금과 같이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듯 한 감정적 경험을 하게 될 생각에 벌써부터 무기력해지게 된다면? 게다가 이 글이 주장하는 것 마냥, 그런 무기력함 속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든 배가 아프게 들이켜야 하는 악성 순환에 빠진다면? 심지어, 이와 더불어서, 만약 우리가 신세대 앞에서 우리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가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면?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대할 지 도무지 모름: 우리는 감정을 마주했을 때, 그를 뛰어넘거나, 뒤로 돌아가거나, 그를 짓밟는 데에는 아주 능하지만, 정작 그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공감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함.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지식 앞에서, 우리의 감정, 심지어 우리의 존재가 무시 혹은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앞서게 되면, 새로운 지식을 가져온 신세대 앞에서 화를 내고, 묵살하는, "꼰대"가 되는 원인이 된다고 감히 주장.

그럼 이를 어찌하냐고? 

  • 일단, 우리의 감정 자체는 누가 뭐래도 우리의 진실된 경험임.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망상이 아닌 우리의 현실이며, 우리가 받아들이고 공감해주지 않으면 그에 동조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진짜 별로 없음.
  • 만약 우리가 우리의 무지나 우유부단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차세대에 의해 무시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면? 
    • 당장 그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급발진하지 말고, 지금 일단 자신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것. 우리의 생각은 공유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만은 그 진실성을 잃어버리지 않음. 괜찮음.
    • 그리고, 눈 앞의 사물에 초점을 또렷히 맞추려고 해 볼것.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이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상태에서는 정말로 눈 앞의 시야가 흐려지며, 우리의 인지 능력에 디버프를 먹임.
    •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그러한 생각을 자신에게 다시 한번 스스로 되뇌여보고, 자신에게 말이 되는지 한 번 물어볼 것. 
  • 만약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차세대로 하여금 정말로 우리를 무시하는 언행으로 되돌아온다면?
    • 당장 본인부터가 왜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 한다면, 주도권을 발휘하기 위한 테크닉을 효과적으로 쓰기 힘들 수 있음. 그렇기에, 주도권은 본인이 가진다고 일단 본인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함.
    • 테크닉 1: 그러한 언행을 일삼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상대가 제풀에 지칠 때 까지 그대로 그 상태를 유지할 것. 상대가 제풀에 지쳐서 멈추면, 역시나 침묵의 뜸을 한 5초 정도 들였다가, "협조해줘서 고맙다"고 일축할 것.
    • 테크닉 2:"우리는 지금 문제가 있음: 더 이상 진행 불가능한 대화를 강요하며 이으려 하고 있다는 것. 어떻게 할까?" 를 시전하고, 본인이 원하는 부류의 답이 나올 때 까지, 상대의 모든 답들에다가 대고 "그건 불가능함. 미안하지만 왜 그런지 나는 답해줄 수 없음."을 반복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