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이 글애서 '나코' 라는 유저랑 댓글로 주고받은 것에서 영감을 얻음:
https://arca.live/b/singbung/54873856

이과 계열 중상류층 계급의 비극이라면, 돈을 벌 줄 아는 능력에 비해서 돈을 지키는 능력이 모자람: 어느 정도 이상의 자원을 모으고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상대의 불만을 무마시킬 줄 아는 언변이 필수적인데, 이과 계열 중상류층 계급은 그러한 지식을 따로 배울 기회가 별로 없거나 (의사), 있더라도 사람 상대로는 잘 못 써먹음 (I/T, 엔지니어). 그래서, 특별하고 전문적인 일을 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반드시 필요한 지원과 댓가마저 제대로 못 챙기는 경우가 생김. 지금 한반도는 물론이고, 신대륙 개척이 막 진행될 무렵에도 왠지 당시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욕심이 아닌 진심으로 그러한 마찰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듬.

따라서, 미국이 "기회의 땅"인 이유는, 돈을 벌 줄만 알지 지킬 재주는 없는 자들에게, 그러한 재주가 없더라도 자기가 번 돈을 자기가 쉽게 지킬 수 있다는 약속을 하기 때문이라고도 한 번 생각해봄. 하지만, 돈을 지킬 재주가 없더라도 돈을 쉽게 지킬 수 있다는 말인 즉슨 그만큼 공공 인프라가 열악하며, 자기한테 생기는 문제에 대한 자력 부담이 커지며, 이것은 역설적으로 "기회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잘하는 것만 계속 잘하려 들며, 새로운 변수 앞에서 무엇보다도 자신이 입을 해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는, 요컨데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을 띠게 되는 원인이라고도 진단하겠음.

그렇다면 돈을 지킬 재주는 무엇이냐? 나는, 그것이 바로 감정 지능의 영역이라고 말하겠음.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내 머릿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더라도,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련의 행위는 그거 나름대로 일부러 따로 연습이 필요함. 우리의 사고나 기분은 칼라처럼 공유되지 않음을 파악하는 것, 우리의 감정을 우리 스스로 작위적인 합리/불합리의 기준을 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상대의 불만을 가장 빨리 꺼뜨리기 위해서는 상대의 불만에 일단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 나는 상대가 내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그 인식을 내가 수동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상대는 내 모든 것을 최악의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것- 이 중 어느 하나도 "저절로", "스스로" 깨우쳐지는 것이 없음; 오히려 사랑은 증오보다 훨씬 더 힘들고, 심지어 사랑도 연습이 필요함.

특히, 마치 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를 보듯이, 돈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무의식적 각인 효과가 있음. 심지어는 돈에 대해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 온갖 반사회적 생각들을 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음. 저러한 무의식적 각인 효과를 인식하고 맞서려면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인식할 줄 아는 능력, 즉 감정 지능이 필요함. 자신에 의한 자신의 감정을 궤뚫어보지 못 하는 사람은 자신의 돈을 지킬 수 없음.

상대의 불만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돈을 지키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 그들은 결코 대중의 불만을 이해할 수 없는 만큼, 자신의 돈을 뺏기는 것이 상대 탓임. 문제는, 사람들은 무책임한 사람이 힘을 갖도록 결코 놔두지를 않음: 오히려 무책임한 사람은 그의 책임감에 비해 과분한 모든 특권을 빼앗기지.

돈을 벌 줄만 알지 지킬 줄은 모르는 자들은, 일부러 저런 짓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쁨". 다른 곳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성장기라면 몰라도, 성인이 되어서도 저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결코 자랑거리가 못 된다고 생각함: 본인이 쓴 다른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인간 사회는 감정 지능 순서대로, 그리고 동급의 감정지능을 가졌을 때에는 실행 지능 순서대로, 그 위계 질서가 정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