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리학이 철학이나 신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 오히려, 어른들이 사용할 지식을 만들어주고 교육하는 레벨로 가면, 저 둘은 굉장히 강력한 원자재가 되며, 저 둘은 섣불리 진단명이나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심리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심리학과 차별되는 셀링 포인트로 작용함. 


하지만, 어지간한 일선 교사, 경찰, 군인 등의 레벨에서는, 철학을 '몰라도 될 정도로', 심리학이 그만한 대체제로 등극했다는 생각도 듬: 철학 원전을 공부한 뒤, 보다 기계적이고, 일상적이고, 중립적이고, 문어적인 언어로, 중의성과 연역 논법을 버리고 직접적 견인력과 실험을 바탕으로 한 귀납적 검증을 추구한 되새김질 결과물이 오늘날 심리학이고, 그를 바탕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선 인력을 교육시킴.


예를 들어서, 니체의 노예 도덕 드립을 읽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극도로 심화되면, 자기 스스로 자기 탓 대신 장애물 탓을 하기 시작할 뿐 만 아니라, 아예 자기 스스로를 반드시 망치는 판을 짜기 시작한다" 는 빅픽쳐만 슬쩍 뽑아낸 뒤, 그를 바탕으로 "학습된 무기력함", "자기불구화", "고정된 마음가짐" 드립을 치는 식.


아리스토텔리스의 "맹인으로서의 상태는 볼 수 없다는 작용과는 구분된다", "선해지는 것이 가능하다" 드립, 니체의 위버멘시, 키에르케고르의 신앙의 기대 등의 드립을 가져다가 "성장은 우리의 약점이나 결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그를 위한 기계적 절차를 물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를 뽑아내서 "성장형 마음가짐" 드립을 치는 식.


니체의 '우리를 죽이지 못 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 드립을 바탕으로, "일시적으로 '죽을 만큼' 격한 감정이나 충동에 휩쓸림에도 그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를 뽑아낸 뒤, 그를 바탕으로 urge surfing과 EMDR 드립을 친다던지.


피히테의 '분석 및 합성 논리의 주체는 '나'이다' 드립을 바탕으로, '우리는 무의식중에 우리가, 혹은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고 자책하며 상대의 생각을 우리 위에 덮어씌운다; 그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생각을 우리의 기존 생각 옆에 의식적으로 덧붙여야 하며, 또 화자는 상대에게 내 생각을 기존 생각에 덧붙여 받아들이라고 일부러 주문해야 한다' 를 추론한 뒤, 그를 바탕으로 "변증행동치료" 드립을 치는 식.


파르메니데스, 플로티누스,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악은 없고 선의 결핍" 드립을 가져다가 "상대의 무능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상대의 의도와 행동이 어떻게 어긋났는지를 보자, 감정적으로 의지하지 못 할 사람에게는 의지하지 말고 이끌어오자" 드립을 친다던지.


감히 말하건데, 배후에서 인력을 교육하는 레벨이 아닌 일선 인력 레벨에서는 심리학만 갖고 더 이상 "바랄 것/원할 것이 없다" 는 점에서 "1차원적 인간 (마르쿠제)" 이 다루는 내용 중 하나인 심리학에 의한 주관/감정 지능의 대체가 이미 실현됨. 임상심리학의 화려한 성공은 새로운 의미의 실증주의를 낳았다고 감히 말함.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어지간한 어른들 머리꼭대기 위에서 노는 레벨로 간다면, 심리학적으로 녹여낸 것, 녹여내지 못 한 것, 녹여내지 못 할 것 등 모두를 총망라한 것들 (철학과 신학)이 여전히 그 강력함을 유지한다고 감히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