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그 소문 들었어?'

"뭔 소문?"

"최근 뒷산에 사람을 습격하는 기사가 나온다는 소문 말일세."

"허, 멸망한 제국의 기사인가?"


술집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찰나, 한 여인이 급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저씨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그..제국 말인가?"

"그거 말고요! 방금 무슨 소문이라면서요!"


"아, 비명기사 말인가."

"비명기사요?"

"그래, 키가 190이 넘는 장신의 기사가 뒷산에서 사람을 습격한다는 얘기일세, 헌데 특이하게도 쓰러진 모습을 보고선 머리를 부여잡고 미친듯이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네. 그러고선 조용하게 "아니야.."이렇게 말하고선 자리를 뜬다고 하더군"


"역시...고마워요. 알려줘서."

그렇게 말하고선 여인은 급히 자리를 떳다.

"고맙다니. 그냥 주워 들은 이야기일세, 딱히 가치있는 건 아니지....허, 사람 참 빠르구먼"


"...드디어 찾았어...."

"찾...는다."

"여보..나야, 아직도 모르겠어?"

"찾..았다."

"맞아 여보! 드디어 찾았어..."

기사는 눈앞에 여인에게 검을 휘둘렀다.

검은 지금이라도 여인을 참수할 기세로 휘둘렸지만, 여인은 그 쾌검을 피하면서 계속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제발....아직도 모르겠어 나야!"

"끝...이다."

기사의 검이 여인의 다리에 상처를 냈다. 그저 생채기에 불과했지만 여인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치 그 상처를 의도하기라도 했듯이

그러고선 기사의 검이 여인의 목을 향했다.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네? 아직도 모르겠어?"

"항..복..해라....으윽!...."

기사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ㅏㅏㅇ아아아ㅏ아ㅏㅏㅏㅏ악!!!!!!!"

"여보! 제발 떠올려줘...부탁할게..."


'끝이다, 용감한 여인이여. 그대의 전우들은 모두 도망쳤다. 이만 항복해라.'

'그래..결국 난 제국에 버려진 건가.'

'그러니 그대에게 묻겠다.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는가?'

'...뭐?! 방금까지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눈 자들끼리 결혼이라니, 당치도 않다!'


'아직도 모르겠나? 난 그대에게 진심이다. 다시한번 묻겠다.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는가?'

'...일단 연애부터...시작하자꾸나....'

'아싸!!! 해냈다!! 이 때를 위해 얼마나 연습했는지 진짜~'


'결혼한지 벌써 1달이 지났군. 전쟁은 아직도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에이~그래도 곧있음 끝이지 않슴까. 이 작전만 성공함 해방인검다~'

'그래...가자, 이 전쟁을 끝내러.'

'여부가 있겠슴까~'


'...제국놈들 아주 작정을 했군, 용까지 부르다니.'

기사는 시체들의 산 위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다, 너희들. 끝까지 지키지 못했구나.'

눈앞에 용이 매섭게 불을 뿜어댄다. 허나 기사는 쓰러지지 않았다.


쓰러지면 안됬다 죽은 전우들을 위해서라도.

'무슨일이 있어도, 쓰러트린다. 단 일격이라도 좋다. 저놈의 숨을 끊을 수 있다면!'

기사는 용의 숨결을 버티면서 조용히 힘을 모았다.

'모두 내어주마, 내 힘, 정신, 기억. 전부 이 일격에 건다!'


기사의 검은 마침내 용의 목을 베어냈다.

그리고 기사는 모든것을 잃었다.

행복했던 과거도.

행복해야 했을 미래도.


"......여보?"

"..바보같긴, 이제야 떠올렸어?"

"...여긴..어디야?"

"그런게 중요하겠어?"


"진짜 당신이야? 이거, 꿈이 아니지?"

"왜? 볼이라도 꼬집어줘?"

"여보....여보!"

기사는 여인을 품에 안았다.

기사와 여인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바보야...이제야 기억났어?"

"응...다 기억났어....전부....."

"그럼, 돌아가자...이때까지 못한거, 전부 하려면 오래 걸릴걸?"

"상관없어, 영원히 함께 할거니까..."


기사의 비명과 여인의 고독은 마침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