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왔어!"
"또 오면 안되지!!"
내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이 소녀는 자살했다.
이유도 시시하다.
'우연히 본 저승사자님께 반해서.'
덕분에 나는 상부에서 엄청나게 깨졌다.
"제발, 명부를 지켜줘. 너는 죽으면 안된다고. 숭고한 목표가 있는 영혼인데.."
"그럼 저승사자님이 내 옆에 있어줄거야?"
"나는 수석 차사라 많이 바빠..."
"그러니 내 앞에 나오는 실수를 했겠지!"
"얀순아, 부탁이다.."
"흠.. 그러면 이름을 알려주면 살아날게! 나만 모르는건 불공평하잖아?"
"저승에서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그러냐? 귀신들은 자기의 이름을 찾기 위해 떠돈다고..."
"아, 내가 알바야? 안가르쳐주면 안 살아나. 숭고한 목표든 이뤄야할 희생이든! 아무것도 안할거야!"
내 앞에 뒹그러미 누워서 발버둥을 치는 그녀를 나는 살려야한다.
"얀붕이다. 얀붕이. 알려줬으니깐 좀 살아나.."
"응! 그럼 내일보자!"
"죽지말라고!! 애초에 죽으면 안무서워? 안아파?"
"당연히 무섭고 아프지! 여자한테 할 질문이야? 얀붕이 보려고 하는거지♡"
"너 때문에 쓴 시말서가 산을 이룬다. 산을.."
"흐흥♡ 내 눈에 띈 얀붕이 잘못♡"
애교를 잔뜩 섞어 말하며 귀여운 척 하는 그녀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다신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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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또 왔어!"
"오지말라고!!!"
"아, 이번엔 염산을 먹었는데 너무 오래걸리더라. 얀붕이 보고 싶어서 녹아내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다음앤 그냥 뛰어내려서 죽어야겠어."
"인과를 하나하나 수정하는 내 기분도 알아줘!! 제발!!"
"사랑해!!"
"이제 살아날 시간이야.."
"흥, 이번엔 뭘 요구해볼까?"
"네 이놈! 삶과 죽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구나!"
"꺄하하- 그럼 죽여서 평생~ 곁에 있게 해줘!"
"흑흑 나 너무 힘들어.."
"얀붕이 힘들어요? 누나가 곁에 있어줄까요?"
"난 몇천년을 살았다고!! 누가 누나야!!"
"아, 얀붕이 기운났다♡"
"빨리 살아나!!"
"이번엔 찐~하게 안아줘♡"
"난 사자들의 왕이라고!"
"난 그런 사람의 아내고!"
"아니야!"
"어? 안아주지 않을거야? 자꾸 이렇게 나오면 곤란해?"
"곤란한건 나고!"
"소리만 지르면 금방 지쳐. 나이도 많은데 조심해야지"
"누구때문에 그러는데!"
"자 - 안겨"
"진짜 미치겠다"
두 팔을 벌리고 팔딱팔딱 뛰는 그녀를 안는다.
"꺄아아아악- 너무 좋아! 잘 죽었어! 또 봐!"
그녀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며 소리지른다.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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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 또 보네!"
"흑흑.."
"이번엔 교통사고 났어. 운전자한테 참 미안한거 있지? 어차피 없던 과거로 할거라 상관 없으려나?"
"흑흑.. 수정해야할 인과가 두배..."
"울기만 할거야? 나 삐진다?"
"한번만 봐주라.."
"그러게 왜 내 앞에 모습을 들어냈어? 날 유혹했잖아!!"
"너는 신계에서 아끼는 아이라 악귀한테서 구해주려했지.."
"그게 유혹이지 뭐."
"시말서가 두장.."
"오늘은 뭐할래!"
"돌아가.."
"이름 알려주기, 손잡기, 안아주기 참 많이도 했다! 그치?"
"이제 그만할때도 됐지."
"땡! 소방차는 멈추지 않아! 이번엔!! 두그두그듀그.. 키스!"
"나랑 키스하면 혼 빼간다."
"헐, 얀붕이에게 소유당하는 나, 좀 꼴릴지도.."
"어쩌다 인류의 미래가 이 지경이.."
"잠깐만! 립글로즈 좀 바르고.. 아! 안가져왔다. 살려줘 살려줘"
"이런걸로 살려달라해서 살아나는건 너 혼자일거야."
"빨리, 빨리! 중요한거란 말이야. 첫키스는 평생 기억에 남는데."
"에휴.. 살아나라"
그녀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며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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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 어 넌 누구야?"
"수석 차사님의 부하 1이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얀붕이는 어딨어?"
"대장님의 성함을 아시는겁까? 꽤 친한가보군요"
"응! 우리는 백년가약, 아니지 죽었으니깐 평생 가약하기로 했으니깐!"
"그런것 치고는 대장님이 거의 도망가다싶이 제게 일을 떠맞겨서.."
"얀붕이 다시 보는 방법은 없을까?"
"뭐.. 워낙 높으신 자리에 있는 분이라 잘 나서질 않습니다. 이번이 특별 예외여서.."
"인류의 희망?"
"그것까지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특별관리 대상한테 도망가다니, 대장님도 참 웃겨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만나는데?"
"천계나 저승에서 그만한 자리에 올라가는게 정석이죠?"
"우회로는?"
"대장자리라 조금 힘들지도.."
"안돌아오면 자살만 할거라고 전해줘. 빨리 나 다시 살려내!"
"살리는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얀붕이는 잘만 살리더만.. 치.. 어차피 나 안살아나면 큰일난다며"
"아, 알겠습니다!"
.....
"이번에도 없네?"
"꽁꽁 숨으셔서..."
"살려줘!"
......
"꼭 꼭 숨어라~ 안나오면 죽어버린다!"
"하하.."
"살려내!"
.....
"인류가 멸망하는게 옳지 않을까?"
"네?"
"막 내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면 오지 않을까?"
"하아.."
"살려내!"
.....
"아직도 안나타나? 누가 포기하나 보자 이거지? 걱정마, 끊임없이 죽어줄테니까!"
"대장님이 저 너무 쫍니다.. 살려주세요.."
"살리는건 나지! 살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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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심했구나!"
밝게 웃는 그녀를 한 대 치고 싶다.
"얀붕아! 그렇게 내 키스가 무서웠어? 괜찮아~ 안잡아먹어! 자 우웅~~♡♡"
문어처럼 입을 잔쯕 오므린채 나를 쫓아오는 안순이.
"제발 날 그대로 놔줘!!
"발만 빨라서는, 매일 도전할거니 입술을 잘 사수하도록해!"
"아니, 애초에 나랑 접촉할 수 없다니까? 난 사자라고, 사자! 영화보면 사자 손만 닿아도 죽잖아!"
"하지만 안아줬는걸?"
"그정도는 괜찮으니까!"
"힝.. 그럼 안아줘..♡"
잠깐 서로 안은 뒤 떨어진 얀순이가 말을 했다.
"이제.. 살려줘.."
"오지마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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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얀순이가 오지 않았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느낌.
하지만 차사의 일은 워낙 바빠, 어느새 그녀를 잊게 되었다.
"짠!"
"??"
"나 기억해?"
"내가 겨우 몇십년을 까먹으면 구울이지, 사자겠냐?"
"역시~ 얀붕이는 날 기억해줄꺼라 믿었어!"
"또 죽은거야?"
"응!"
"에휴.. 살려야겠네.. 어디보자 명부가.. 응?"
그녀가 명부에서도 이름이 사라졌다.
그 말은 완전히 죽었다는 것.
살려낼 수 없다.
"날 보러 온거야?"
"당연한걸 왜 물어! 첫키스도 남겨뒀잖아.♡"
"하지만, 하지만, 너 이제 살아날 수.."
"알아-"
"그, 그렇지만"
"바보 얀붕아! 내 뒤를 봐봐!"
그러고는 빙글빙글 도는 그녀의 등엔 새하얀 날개가 두 장 자라나 있었다.
"인류를 바이러스로부터 구한 얀순이 박사! 죽자마자 대천사가 되다! 사명을 완수한 보상은.. 단 하나!"
"에? 전 인류급이면 보상 엄청 불러도 뭐라 안하는데 아깝다."
"보상 궁금하지?"
"엄청. 하나로 퉁친거야? 뭐 세계라도 요청했어?"
"응."
"헐, 삼천세계 중 하나를 받았다고? 말이 돼?"
"아니, 나의 세계."
"뭐?"
"나의 세계, 얀붕이♡"
"엥?"
"얀붕이, 넌 내 꺼야♡"
"엥?"
"그럼 못다한 키스를 하자?♡"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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