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도망친 곳이 겨우 여기라니..."


새빨간 눈빛의 키가 큰 여자는 천천히 땅에 내려오며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걸맞는 생기 없는 붉은 눈, 그리고 아름다운 흑발과 너무나도 완벽한 외모와 비율.

이 때문에 그녀는 사람같아 보이지 않았다.


달빛을 등지고 어떤 작은 마을을 찬찬히 살피는 이 여자는 바로 뱀파이어였다.

그리고 외출은 되도록이면 자제하는 그녀가 친히 이 보잘것 없는 마을까지 온 이유는,

바로 본인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자신만의 영원한 반려를 되찾기 위함이리라.


"정말... 정말 귀엽다니까아.."

"도망가도 어쩜... 내가 찾기 쉬운곳만 골라서....❤"

"찾으면 어떤 벌을 줄까나~♬ 저번처럼 오줌을 마시게 할까? 그때 얼굴 정말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는데... 쿡쿡.."


그녀는 본인의 창백한 피부를 상기된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천천히, 우아하게 오똑한 코를 통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못 맡은지 7시간 8분째가 된 본인의 소중한 반려의 향기를 찾아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향기인탓에 얼굴이 붉어질려는 찰나.

자신의 사랑스런 남편 주변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분위기에, 그녀는 눈빛을 바뀌었다.


한때 제국군을 전멸시켰던, 악귀의 서슬퍼런 눈빛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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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퍽!!


"..그,그만해.. 밤도 늦었잖아.."


내게 날아오는 돌들을 나는 피할 힘도 없어 애써 얼굴만 보호하며 맞고 있었다.

10대 후반이나 되어보이는 녀석들이 뱀파이어와 반려를 맺은 나를 질타하며 돌을 던지고 있었다.


"괴물이랑 결혼했으면 거기서 평생 살지, 왜 여기로 온 거냐고!"

" 크큭, 그 고귀하신 뱀파이어가 이 새끼에게 안 질릴리가 없지."


늦은 밤. 나는 마을 공터에서 나의 막둥이 동생 뻘 되는 아이들에게 구타 당하고 있었다.


그때.


내 피부와 살갖이 반응했다.


기가 막힌 위화감을 말이다.

너무나도 치명적이고 아름다우며.... 위험한 그 느낌을 말이다.




"우리 아기, 여기 있었구나..?"


경악한 표정으로 하늘을 내려보니 붉은 빛의 죽은 눈의 그녀가 천천히 히죽이며 땅에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장에 방금 전까지 나를 때리던 녀석들은 그녀의 미모에 홀린 듯 몸이 굳어 있었다.

뱀파이어의 실물을 살면서 볼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적고, 녀석들은 더욱이 뱀파이어의 아름다움을 모르기에 아예 넋이 나간듯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녀석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뱀파이어는 길쭉한 자신의 팔로 나를 감싸안더니, 내 얼굴을 본인의 거대한 흉부 사이로 압박했다.


"남편... 울애기.. 많이 아팠지..? 아내 말을 안 들으니까 이렇게 자꾸 다치는거야..

내가 울애기 다리를 왜 안자르는줄 알아? 자기가 이 세상 어디에 숨어도 나는 하루 안에 찾아낼 수 있어..

자기가 한달 걸려서 도망쳐도, 나는 반나절이면 찾고도 남는다고."


"그,그게.........."


"그래서, 오늘 산책은 재밌었어?"


"...저...."


"응응♥, 이번 외출은 재미없었나 보네에 ♥ 자기야. 집에 가서 호~ 해줄게?"

"그 전에."


이때까지 따뜻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매우 차갑게 얼어붙었다.


"내 남편을 건드린 벌레들을 벌 줄 필요가 있겠지..? 감히... 감히 내 남편을...."


"....아이들이니까.. 봐주셔도.."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녀가 말하는 벌은 죽음뿐이다. 그것도 아주 잔혹한.

아이들이 밉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잔혹한 죽음을 맞이할 이유는 하등 없다.


"어머, 자기. 이런 하등한 것들에게도 자비를 베푸라는거야? ...역시 상냥해♥"

"내가 그런 상냥함에 반해버렸거든."

"....그래서, 자기의 상냥함은 나만 받도록 할게??"


순식간이였다. 


그녀의 몸에서 새어나온 힘이 양아치들을 순식간에 해체해버렸다.

말 그대로, 해체.


몸이 수십, 수백조각으로 갈라졌고, 갈라진 피부 사이에서는 핏물과 장기들이 꾸물꾸물 튀어나왔다.

그런 광경에 내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쇼크를 받자, 뱀파이어는 나를 상냥히 그 차가운 손으로 안으며 속삭였다.


"잔인한 건 여전히 못보는구나 ♥ 귀여워 ♥♥"

"자기, 피곤했으니까 푹 자요? 내가 다시 푹신한 우리 집 침대에 눕혀줄테니까?"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에 최면이라도 걸린듯 나는 천천히 몰려오는 수마를 이기지 못한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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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쓴 소설이라 문맥적으로 이상한거나 오타는 다음에 검토해서 고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