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윽!" 


그녀는 그 직후 나를 붙잡아 이불 위로 내동댕이쳤다. 


하필이면 골절된 오른팔을 붙잡힌 것도 있었고, 그녀가 이성을 잃은 것처럼 강경하게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잠시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니 곧 희미한 미소를 띄며 내 위에 올라탄 그녀의 얼굴이 내 코앞에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밝고 부드럽던 얀순의 태도가 180도 바뀌자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공포감이 떠올라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얀붕아. 나가지말라고 했잖아, 내가."

"..."

"그냥 가만히 있어."

"...어, 응."


위협적인 그녀의 협박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행히도 아까와는 다르게 그녀의 말을 따라 얌전해지자 그제서야 얀순은 아까처럼 밝게 미소를 띄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우리 얀붕이 너무 착해~♡"


그렇게 얀순은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그대로 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녀는 남의 옷을 편하다며 뺏어 입은 것도 부족해 냉장고 안 깊숙이 숨겨져있던 캔맥주까지 꺼내 마시는 꼴이 그야말로 좀도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지, 협박까지 해서 나를 앉혀 놓았으니 인질을 붙잡은 강도라고 해야 맞겠다.         



이제 그녀는 취기가 슬쩍 올랐는지 얼굴을 붉히며 아까 전의 위협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얀붕아~♡ 나 졸려어~, 헤헤."

"...이불 깔아놨으니까 거기서 ㅈ..."

"같이 자자~?" 


하지만 이중적인 그녀의 모습을 본 나는 조금만 그녀가 명령조로 말을 해도 몸이 움찔거렸다. 정작 그녀는 그런 나의 모습을 되려 귀엽다며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며 놀렸다.   


그녀의 변덕스러운 언행에 한바탕 개고생을 치른 나는 어쩔 수 없이 한 이불 옆에 그녀를 눕혀두고 불을 껐다. 

혹여나 내가 자는 사이에 그녀가 어떤 짓을 할 지 몰라 망설이긴 했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 몸이었기에 반쯤 포기한 심정이었다. 


"후후,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할 거야. 안심해~♡" 


불을 끄자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져 몸서리를 쳤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또다시 싱글벙글 웃었다. 진짜 미친년이 따로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 때 그녀를 이상형으로 삼고, 화보집을 보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가며 손주까지 보는 개꿈까지 꾸는 걸로도 모자라 남자 하나 쯤은 가볍게 다루는 미친년을 집 안에 들이고 한 이불에 재우는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

.

.

.

.


그가 잠든 새벽의 단칸방, 옆에서 곤히 자던 그녀가 슬며시 눈을 떴다. 


조심스럽게 몸을 세워 일어났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너무나 피곤했던 건지 전혀 낌새를 깨닫지 못하고 잠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일어나는가 싶다가 편안한 표정으로 잠든 그의 표정을 보고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깊은 잠에 빠진 그를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이제는 과감하게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으흥흥~♡"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체온과 함께 남성 특유의 시큰한 체취에 얀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 비해 체력이나 완력에서 뒤쳐지는 얀붕이었지만, 체격과 신장이 커서 그녀는 껴안았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얀순은 그렇게 한참을 껴안은 채로 얼굴을 파묻고 비비적대다가 무심결에 머리맡에 있던 그의 핸드폰에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별 고민없이 자기 품안으로 가져온 얀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폰의 화면을 켰다. 

그녀의 입장에선 다행히도, 그의 입장에선 재수없게도 폰에 아무런 보안이 걸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그녀는 그만의 비밀스런 사생활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그의 폰에는 온갖 그렇고 그런 사이트들과 미처 지우지 못한 검색기록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원래라면 불같이 화를 내며 그를 깨우고 지적해야할 사항일지도 모르겠으나 아직 그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경황이 없었다는 점과, 얀순을 생각하며 사용(?)했는 지 유독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배우가 남성의 음경에 박힌 채 앙앙대는 동영상이 기록에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 정상참작되어 "으이그~♡"를 동반한 볼뽀뽀 형이라는 기존보다 훨씬 낮아진 형량을 선고받았다.     


그렇게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 그녀가 다시 폰을 원래 자리로 갖다놓으려던 순간, 그의 폰이 징징 울리며 장문의 DM이 알림창에 떴다.


"응?"


얀붕의 부모님이나 친구에게서 온 평범한 메시지라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낯선 사람에게서 온 그 메시지는 첫 줄에서부터 살벌함이 느껴지는 메시지인지라 조심스럽게 그의 인스타를 접속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익명이라는 가면에 숨어 그에게 혐오스런 사진들을 보내면서 저급한 욕설들을 내뱉는 악질적인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미성년자 시절부터 시작된 대중들의 관심에 익숙해져 이런 광기어린 악플에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았지만, 일반인인 얀붕에게 악질 팬들의 날선 욕설들은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얀순은 그저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악플들에 시달리는 그에게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말로만 들었지 이런 무분별한 비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직접 보게 되니 더욱 그에게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얀붕아..."


그녀는 잠시 괴로운 현실을 잊고 곤히 잠든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에게 구애하던 유명 인사들에 비해 그닥 잘난 점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이 키도 그렇게 크지 않고, 여성을 리드하거나 마음을 얻는 것에도 무척 서투른, 객관적으로 보자면 센스없고 평범한 남성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 분명 그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고작 3초 정도 잠든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 것만으로도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으니 더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부담스러워하는 그를 위해 한발 물러서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녀는 되려 이것을 계기로 더욱 그에 대한 집착심이 불타올랐다. 

어떻게 하면 그를 이런 저급한 관심들에서 벗어나 자신만 바라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녀는 잠든 그를 바라보며 한참이나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

.

.

.

.


눈을 뜨자 이미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가 있었던 흔적도 온데간데 없이 싹 사라져 있었다. 

대신 얀순이가 조촐한 아침상과 짧은 메모를 남겨놓은 덕분에 어제 일이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얀붕아♡ 아침 차려놨으니까 꼭 먹어♡ 원래 일어나는 거까지 보고 가려고 했는데 스케줄이 있네ㅠㅠㅠ >﹏< 담에 또 놀러갈게!'


쌓여있던 집안일을 마무리해준 걸로도 모자라 이렇게 아침까지 차려놓고 떠난 걸 보고 있자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반강제적으로 집에 들어와 폭력을 휘두르기 일보직전까지 가다가도 이렇게 헌신적인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니 변덕스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녀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그대로 다시 이불로 드러누워 폰을 켰다.


혹여나 그녀가 아침밥에 무언가 수작을 부려놓은게 아닐까 걱정하긴 했지만 다행히 입에 가져다대고 나서 시간이 지나도 별 반응은 없었다. 그것보다 아직까지 그녀가 거세게 붙잡은 오른팔이 계속 욱씬거리고 있었다. 


"...씨발, 또 왔네."


쓴 약 때문인지, 아니면 악의에 찬 메시지들을 받아서인지 얼굴이 찌푸려졌다. 충격적인 김얀순의 연애 선언 이후 아직도 많은 그녀의 팬들이 나에게 살의가 섞인 메시지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바탕 고소의 피바람이 불어닥친 후 그 양은 부쩍 줄어들었지만 고소가 두렵지도 않고 잃을 것도 없는 새끼들은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나에게 DM을 보내고 있었다.


어제 그녀의 조언대로 인스타를 비공개로 돌리긴 했지만 그동안 충분한 시간동안 열려있었기 때문에 내 팔로워의 수는 5천 명을 넘기고 있었다. 물론 팔로워 100이면 99는 나에게 욕을 박기 위해 팔로잉했겠지만.


최친구 : 야 김얀붕

최친구 : 지금 뭐하냐

나 : 뭐 시발아 

나 : 깁스하고 누워있지


때마침 방이 적적해질 쯤에 친구놈이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한동안 연락도 없이 잠적한 터라 한번쯤은 이렇게 연락이 올 줄은 알았다.

김얀순 일도 그렇고 여러모로 그나마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인지라 가끔 연락이 귀찮았던 지난날과 달리 오히려 그의 카톡이 반갑게 느껴졌다. 


최친구 : 야 근데 

최친구 : 니네방 저번에 놀러갔었잖아 내가

나 : ?

나 : 왜  


녀석의 뜬금없는 카톡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친구놈이 잠시 잠잠하더니만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사실 사진 자체는 뭐 그닥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식탁 사진이었지만 문제는 이것이 어디에 업로드되었냐는 것이다. 잠시 그 사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부록처럼 사진 옆에 써져 있던 글자들을 보자 힘이 빠져 폰을 흘리고 말았다.  


kYA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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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ANs 아침밥 만들었당ㅋㅋ 

맛있게 먹구 빨리 나아야돼 ლ(╹◡╹ლ) @hyojayanbunbun   

댓글 36,429개 모두 보기 

discos98 ❤❤❤

imjessy 얀수니 남친집 놀러간구야!?😲

kYANs @imjessy 엉ㅋㅋ🤣



"..."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벌러덩 자리에 누웠다. 

이렇게 그녀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굴어도 나는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해봐야 변덕스런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최친구 : 야ㅅㅂ 진짜 김얀순이 거기 간 거냐??? 

최친구 : 아니 

최친구 : 대답점  

   

친구의 카톡을 씹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쩌면 나는 엄마의 말대로 당장 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김얀순의 남자친구라는 오해가 박힌 상황에서,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만 같았다. 결국 그 날은 머리가 지끈거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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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글쓸 짬이 없네 미안해 


것보다 얀순이가 얀데레끼가 별로 안나네 

더 집착하는 얀순이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