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자신을 평가해보면, 난 참 형편없는 남자다.


얼굴도 못생겼지, 능력도 부족하지, 그렇다고 여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말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지...(솔직히 요즘은 말솜씨도 별 의미가 없는 거 같음. 잘생긴 사람이라면 아재개그를 해도 여자들이 깔깔 웃어줄텐데...) 솔직히 내가 여자였어도 나 같은 남자한텐 매력 따윈 전혀 못 느꼈을 거다.




그러다보니 학창 생활부터 지금까지, 여자 손 한번 못잡아본채 나이만 들어가고 있다.(쪽팔려서 나이는 못 밝히지만 그냥 좀 먹었다고만 말해두겠음...)






주변에서 인싸 커플놈년들이 꽁냥꽁냥하는 걸 애써 무시하며 한심한 모솔 생활을 하면서, 마음 속으론 간절한 기다림이 있었지.



"언젠가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주지 않을까?"



이렇게 별볼일 없는 나와 사랑과 희망을 함께 해줄 천사가 언젠간 내려와줄거라는 믿음을 가진채 하루하루를 보냈지.





물론 천사들은 하늘에서 내려왔어. 단지 내가 아니라 다른 인싸놈들에게만 내려와줬다는게 사소한 문제일 뿐.


하염없는 기다림, 그리고 군대 시절 혹한기 훈련보다 몇배는 더 추운 외로움에 고통받다 보니, 점점 믿음도 옅어져가기 시작하더라.




이런 고통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미연시까지 해보기도 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지. 난 애니나 만화 좋아하는 씹덕인건 맞는데, 문제는 만화를 보건 애니를 보건 게임을 하건 주인공에게 전혀 감정이입을 안하는 성격이라는 거다. 미연시라는 건 결국 유저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야 기분 좋게 할 수 있는건데, 난 전혀 그러질 않으니까 모솔로서의 고통이 전혀 완화되지 않더라.






그렇게 모솔로서 어느덧 나이를 좀 먹다보니, 이제는 애인이 생겨봤자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모솔이기에, '처음의 두근거림' 에 대한 환상과 로망이 있다.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손 잡아보고, 처음으로 휴대폰으로 연락도 해보고, 처음으로 데이트도 해보고, 처음으로 같이 게임도 하는 등... 말 그대로 처음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지 너무나도 궁금하고 원하는 마음이 강렬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먹었고 하니, 내가 정말 천운이 따라줘서 처음으로 애인이 생긴다 해도 나와 비슷한 연령대, 그리고 연애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여자와 사귀게 될 확률이 높겠지. 그리고 그런 여자라면, 나의 '처음의 두근거림' 을 향한 갈망을 무시하거나, 혹은 비웃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나이에 연애 경험도 어느 정도 있다면, 연애의 낭만 따윈 사라진지 오래일테니까 말이지. 만약 여자쪽이 그런 언행을 한다면, 나는 매우 큰 상처를 받을 것 같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젊은 여자를 원한다던가, 나처럼 모솔인 여자를 원한다던가, 성 경험이 없는 여자를 원한다던가 그딴 소리 절대로 아니다... 저것들은 나에겐 아무런 필요 없는 조건들이다. 단지 내가 느끼고 싶은 '첫 사랑의 두근거림' 을 얻을 수 없을거라는 게 절망스럽다는 것 뿐이지...)







솔직히 말해서, 이젠 포기하려 한다.


애초부터 내가 연애 할 수 있는 확률은 0%에 한없이 가깝지만, 정말 천운이 따라줘서 모솔아다를 탈출한더라 하더라도 행복은 커녕 절망만 느낄 거 같거든.




나는 내 인생동안 언젠가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줄 거라며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지. 그리고 천사가 내려와준다면 엄청 잘해줄거라며, 행복해줄거라며 의미없는 다짐 또한 했었고.


하지만 이젠 알았어. 나의 하늘에는 천사는 없었다는 걸. 





이젠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지 않을 거다. 콧방귀만 뀌며 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천사를 아잰 더 이상 기다려도 되지 않는 다는 걸 깨달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