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화해서 생각해보자. 살인자와 피살자 중 누가 살아남는가? 살인자다. 후손을 남기는 것은 생존자와 사망자 중 누구인가? 생존자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살인자의 후손이다. 당신의 삶이 행복하다면 당신의 살인자 조상들에게 감사해라. 당신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태초부터 당신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시간 동안 당신의  조상들이 죽느냐 죽이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죽이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선택을 잘못했다면 당신은 태어날 수 없다.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허다한 살육의 증거다.


라수 규리하, 피를 마시는 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