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uJUImeQW-As


후우, 성가신 일이 하나 끝났군. 애는 상당히 먹었지만 썩 나쁘지 않은 결과야.

이로서 시장에 나온 건 전부 회수한 셈이 되었어.


당시 무어 녀석들을 설득하지 못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 

그래도 『불과 물』을 무어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되사는 데에 560만 달러는 뼈아픈 지출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그 그림을 손에 넣어 두지 않는다면.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쿠사나기 나오야의 빚은 공중분해될 거야.

그 정도의 기세가 지금의 녀석에게는 있으니까.


아무튼, 

녀석이 죽기 전 짜낸 아이디어가 나오야를 이렇게까지 내달리게 할 수 있었을 줄이야.

끝까지 일류 사기꾼이야, 너는.

그런 즉흥적인 속임수를 실행에 옮긴 혼마 레이지로도 어지간하다만.

그렇게 나오자면 거기에 가담한 나도 동류이기는 하군.


그러고 보니 오늘은 녀석의 기일이었지. 

세계 최고의 사기꾼이 죽은 날.

그건 새로운 사기의 시작이기도 했어.


나오야도 아직까지 네 손 안에서 놀아나고 있을 줄은 모르겠지.

참 나. 너는. 정말로, 예술가인지 사기꾼인지 모를 남자야.


오늘은 녀석의 기일이자, 그리고 쿠사나기 나오야의 그림을 모두 되사들인 날이기도 해.

녀석이 마지막 날에 건넨 걸 열기 알맞은 날이군.


Impressive Cask 글렌리벳 16년 1964.

지금은 얼마를 호가할지 모르는 위스키군. 

1964년, 이 나라에서 최초로 올림픽이 열린 해.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공모전 무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지. 


1964년.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로 무어는 역사가 짧은 공모전이야.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모전에까지 발전했어.

그 발자취 속에서 너의 존재는 정말로 거대해, 켄이치로.

네가 없었다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겠지.


화가로서의 사기꾼. 큐레이터로서의 사기꾼. 

너와 나는 함께 미술의 세계를 바꿔 왔어.

미술의 변혁이라는 정신은 그 뒤로도 많은 일본인 화가에게 계승되었다. 

네가 없었다면 정말로 이 나라는 예술의 불모지로 끝났을 테지.


오늘 밤은 이 술을 열도록 하지, 켄이치로. 이 정도로 고급스러운 술을 따를 기회는 좀처럼 없으니까.

짙은 호박색. 환상적인 색이야, 켄이치로.

너와 보스턴에서 만났을 적에는 같이 싸구려 버번을 마셨었지.

마치 아스팔트 같은 향기의 술도 마셨어. 

맛없는 술이었지.

그래도, 그런 술을 마시고 기분 좋게 취했었어.

그러니 너와 쌓은 기억은 굳이 따지자면 싸구려 술 같은 이미지야. 


이런 술을 너와 마실 기회는 끝까지 없었군.

너는, 너무 일찍 죽었어. 내게 많은 일만 남기고 말이지.


훗, 팔자에도 없는 소릴. 

켄이치로, 새로운 예술가들에게 건배다.

네가 밝혔던 길을 녀석도 나아가고 있어. 오늘 밤은 그 축배야.

네가 자신의 기일에 열어 달라 했던 술이잖나. 그 축배에 어울리는 날 아닌가.

축배. 나와 너만의 말이야.


푸흡!


이건 뭐냐? 

위스키가 시큼해? 단맛도 강해.

아니, 이건.


킁킁.


켄이치로, 이 자식. 이딴 하찮은 짓을.

플럼 리큐르. 매실주로군, 이건.

이 자식, 정성스레 빈 병에 매실주를 담고서 봉인까지 붙였나. 

본인의 기일에나 마셔 달라 그랬더니만. 

기일? 

아, 그 자식! 4월 1일에 죽을 줄 알았던 건가!

만우절 장난으로 마시게 하려고, 일부러 그 날에 죽었다?


하, 하, 하하하!

그딴 건 말도 안 되지만, 말도 안 된다만.

어째서냐.

어째선가 너 정도쯤 되는 사기꾼이라면 그 정도는 해낼 것 같기도 하군.

수 년 후나 수십 년 후 4월 1일에 내가 속아넘어가도록 꾀를 부려 놨다고.


훗.

정말로 너는, 세계에서 날 속일 수 있는 사기꾼은 너 정도밖에 없을 거다, 켄이치로.


더럽게 달군, 이 술.

하지만 가끔은 달달한 술도 나쁘지 않아.


Fuck you.

Kenichiro Kusanagi.


Shit.

Go sleep.

It's don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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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오빠 두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