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적은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글이 조금 깁니다.


~스포일러 있음~




본 글은 크로스 채널을 클리어한 사람을 대상으로,

크로스 채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굳이 철학적인 레퍼런스를 사용해서 해석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 글들은 이미 많이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크게 의미도 없고, 멋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게임을 하며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들과,

생각해볼만한 거리가 있는 부분들 위주로 적고자 합니다.


해설이라기보다는 되짚어보기 정도가 올바를 것 같습니다.




1. 플롯

먼저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일상 학원물처럼 시작합니다.


그 당시 흔한 미연시 주인공처럼 귀축스러운 성격을 가진 주인공이 

방송부원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내용인 것처럼 보이죠.


그러면서도 가끔씩 섬칫하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들과,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들이 나오며

뭔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어렴풋이 느끼게 합니다.


첫 장면부터 흔한 소꿉친구 캐릭터처럼 보이는 나나카의 등장으로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죠.



'''

타이치「어떻게 초면인데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

시선을 나나카에게 되돌린다.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



그리고 안테나를 완성함과 동시에 1장이 마무리되며,

텍스트로만 등장했던 요코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여러 의문거리를 남긴 채,


"살아있는 사람 있습니까?" 라는 말로 크게 반전의 임팩트를 주고 나서,

1장의 '해답편'이라고 할 수 있는 2장이 시작됩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바로 1장과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2장이 시작되며, 독자는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약간씩은 다른 내용들이 나오며 진실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게 되죠.


인류가 멸망했다는 것.

방송부원들끼리 다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

군청 학원은 신체나 정신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라는 것.


그렇게 1장과 똑같이 전개가 되는 것 같았으나, 2장의 결말은 1장의 그것과는 완전하게 다릅니다.


서로가 협력해서 방송을 완수했던 1장의 결말과는 다르게,

안테나가 부서지고 키리가 석궁을 들고 와 서로 싸우며 죽는 충격적인 전개가 됩니다.



'''

아니었다.
이런 것을 몽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어렴풋이 기대했던 것은.

시시한 부활동으로 좋았다.
어디서 잘못했을까.

그저 여덟 명이서.
서로 싸우고 미워하는가.

'''



독자는 어째서 프롤로그와 다르게 이렇게 된 건지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정말로 이 세계에 던져진 것처럼 똑같은 일상을 다시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며, 주인공의 상황에 점점 직접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

독자가 받아들이기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steam판과 fianl complete판에서는 일주일이 끝날 때

사당 배경그림과 함께 시계가 되감기는 연출을 보여주며 (콘솔 전연령 이식판에서부터 추가된 연출)

대놓고 루프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만,

이것은 조금 아쉽게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그 연출이 너무 싼마이(?) 하다는 것도 아쉬움을 더하는 요소입니다.


본작의 배경이 지나가며 축소되어 사라지는 연출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여기까지가 기승전결로 따지면 '기'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나나카를 만나 사당에 가서 세계의 진실을 알게되고,

키리 루트로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전개가 시작됩니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갈등의 시발점이 키리이기 때문에,

키리가 나올 때 전개가 어색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키리 루트에서는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키리 공략에 의해 갈등이 해소되며,

일부 성공적으로 방송을 마치게 됩니다.


그리고 '리셋'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

타이치 「…………」
감회가 솟아오른다.
언어화는 할 수 없다.
불가해한, 그러면서도 마음이 놓이는 그런 감각이다.
마음의 수위가 높아진 것 같다.
아주 조금.
타이치 「……땡큐」
하늘이 순간 하얘졌다.
타이치 「……!」
아아, 이 타이밍인가―――
갑자기 무서워진다.
하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키리를 껴안는다.
무릎을 꿇고 복부에 얼굴을 묻는다.

타이치 「힘이 풀렸어~! 위로해줘~!」
두렵다.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두렵다.
세이브는 토요일 밤이 마지막.
오늘의 이 기쁨도 참회도 아주 조금의 마음의 성장도, 모두 허사가 된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키리 「……선배……울어요?」
이명.
가슴에 묻은 눈의 구석, 세상이 하얘져간다.
하얘져간다―――
타이치 「……젠장할」
임종시의 말이 되었다.

'''



이렇게 빌드업을 하고 미키 루트로 들어가게 됩니다.


미키 루트에서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키가 등장해

전개가 절정으로 치닫으며 핵심적인 내용을 다뤄,

여러모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타이치「……그래서, 루프를 하고 있다고 해도, 왜 모두를 죽인 거야?」
미키「전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미키「……다음주가 되면 모두의 기억은 깨끗이 사라져요」
미키「그치만 그건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나는 거랑 똑같잖아요?」
미키「아무리 일기에 쓴다 한들, 리셋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다시 채울 길이 없잖아요?」
미키「매주 죽는다는 말이잖아요」
타이치「……」
미키「전 그런 건 싫어요」

미키「저라는 고유의 인간은, 쭉 같은 흐름 위에서 살아있고 싶어요」
미키「세계가 더 이상 전혀 진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 자각하지 못하는 반복 속에 있고 싶지 않아요」

미키「언젠가는 무리가 올 테니까, 리셋을 해야만 되겠지만」
미키「그건 이미……지금의 저하고는 다른 사람이니까요……」

타이치「무섭구나?」
미키「무서워요」
미키「스스로가 사라지는 게, 무서워요」

미키「……매주, 선배를 봐 왔어요」
미키「각각의 선배는 동일인물은 아니에요?」
타이치「그렇지」
미키「지금 살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 한 번 뿐인 자신이에요」

'''



'''

미키「그러니까……저……결심했어요」
미키「……모든 것을 잊기로요」
의연하게 말했다.
결의가 말을 고귀하게 만들고 있었다.
타이치「……미키는 좋은 아이야」
미키「망가져있어요……게다가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타이치「나보다는 좋은 아이야」
타이치「나 같은 쓸모없는 괴물이 되려면, 미키는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지」
미키「……」
언어로.
미키의 마음을 두드려 본다.
노크하듯이.
살며시.
타이치「미키한텐 재능이 없어」
미키「아하하……하하하……」
미키「그럴,까요……하하하……하……우으……」
울먹이며 웃는다.
타이치「……셋이서 데이트, 즐거웠어」
미키「네……」
타이치「외로워졌구나, 혼자서 사는 게?」
미키「……그렇지 않아요. 저, 제 자신이 제일 소중하니까요」
타이치「그것도 거짓말」
타이치「겨우……이해하게 됐는데」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고귀한 내가 되기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것이다.
미키 또한 그것을 한 것에 불과하다.
갑자기 미키가 존속해줬으면 싶어진다.
타이치「……사당에 가자. 차로 가면―――」
미키「이미 늦었어요」
그 때 돌연히.
하늘이 저물었다.
타이치「!?」
미키「시작했다……」
지금까지 유지해 온 미키가.
쌓아올려온 미키가.
리셋된다.
진정으로.
진정으로 세계가 되감아진다.
그것은……미키의 주관 시간의 삭제. 즉.
부분적인 소멸을 의미한다.
미키가 떨고 있다.
내 품 속에서.
공포.
그렇다.
미키의 공포는 나의 그것보다 클 것이다.
무서운 게 당연하다.
머리를 가슴에 눌러준다.
미키「무서워라― 쭉 안고 있어 주세요?」
타이치「안심해. 나도 제법 무서워」
미키「이렇게 대화한 기억도 전부 사라지고……」
안은 손으로 등을 두드린다.
타이치「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미키「우아아……」
타이치「어떤 식으로 사라지려나」
미키「저희 쪽도 미경험이므로」
타이치「그건 그렇네」
미키「사쿠라바 선배, 어떻게 됐을까요?」
타이치「그 녀석은 이미 죽었다는 설정이야. 내 안에서는」
미키「또 그런 애정없는 말을……」
타이치「네가 할 말이냐!」
미키「아하하하하」
마치 일상 회화였다.
타이치「정말이지, 단칼에 하란 말야. 세계 자식」
미키「있잖아요, 타이치 선배」
타이치「뭔가, 마이 걸」
미키「좋아해요」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되었다.

'''



이렇게 실존주의적인,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또 다시 리셋이 됩니다.



'''

미키「으아~~~~~~앙!!」
울고 있었다.
타이치「무슨 일이야!?」
내 가슴에 뛰어들어왔다.
받아들인다.
미키「선배, 선배선배선배애―――――!!」
흐느껴 운다.
미키「아무도 없어요~~~~~~! 이상해요~~~~~, 이런 건 절대로 이상해요~~~~~~!!」
약해!!
경험치가 없어서 그런가?

'''



리셋이 되고 나서 곧바로

경험치가 없는, 너무나도 약한 미키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그동안 미키가 쌓아왔던 세월의 무게를 역으로 가늠케 하는 연출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미키가 이제는 정말로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느끼게 하여

독자로 하여금 리셋이라는 현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미키 루트 다음부터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개가 됩니다.

주인공은 다같이 잘 지내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리셋되며 반복되는 이 세계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고서,

결국 모두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한명씩 차례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해당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가 나오며 각 캐릭터의 서사가 마무리되는,

계획된, 깔끔한 이야기 구성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요코 루트에서는

반전의 임팩트에 편승해 조금은 매끄럽지 못한 전개로 결말에 향하기도 합니다만,

큰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를 보내고 난 뒤,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자 핵심적인 생각,

'세상에 혼자 남게 된다면?' 이라는 물음에 대한 작가의 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

타이치가 혼자 남게 된 뒤의 이야기가 나오며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

「여기는 군청 학원 방송부」
비록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매달리며 살아간다.
힘차게 말을 내뱉었다.
「살아있는 사람,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들어주세요」
「지금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 모릅니다」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모든 사람에게, 저는 말합니다」
「……살아주세요」
「그저, 살아주세요」
「계속 있어 주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단순한 저의 부탁입니다」
「만약 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외톨이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듣고 있는 사람이 존재해주는 그 순간, 비록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저와 당신의 연결이 생길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서 태어나, 혼자서 죽습니다」
「누구와 사이좋게 지내더라도, 본질적으로는 혼자입니다」
「서로 마음이 통해도,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다는 것은, 외로운 일입니다」
「외로움을 어떻게 얼버무릴지는……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을 위해……타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누군가와의 추억이 있습니까?」
「그것은 귀중한 것입니다」
「결코 잊지 말아주세요」
「고독과 마주한 사람의 유일한 버팀목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것은, 가까이 있어주는 누군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당연함마저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전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거기에 있듯이」
눈을 감는다.
만감의 마음을 담아.
「여기는 군청 학원 방송부」
「살아있는 사람, 있습니까?」
기도했다―――
「그럼 다음주에 또 봅시다」
방송을 마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원을 끈다.
정리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사당에 가야 한다.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허무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말을 건다.
한때의 교차를 가슴에, 순간의 교차를 바라며.
수많은 일주일을 넘어서.
다음주에 또 보자고 말하기 위해.

'''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치밀한 이야기 구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반전과, 그 복선의 장치와, 그것을 회수하는 방식.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단계별로 배치할 것인지, 

그것을 히로인을 공략하며 진행하는 미연시의 포맷을 지키며,

미연시의 1인칭 진행 방식을 활용해 독자가 직접적으로 루프세계를 반복하게 하는 연출 사용.

정신이상자라는 특성 덕에 약간 어색한 전개도 이상하지 않음.

수미상관과 함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마무리.

등등


이 이야기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며 진행되는 방식은,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제작했다면

정말 천재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우연이 섞였다 하더라도

다시 나오기 어려운,


나스 키노코 씨의 말처럼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코「위를 목표로 하면 신에 도달해. 그리고 신이라는 존재는 현상이니까」

요코「따라서 신이 되기 위한 선택지는, 전지전능이라는 벡터에는 없어」
요코「현상화 할 수밖에 없다, 라는 것이 결론」

'''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괴물은,

인간성이 사라진 세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도 인간성을 요구하고,

결국 마지막에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모두를 구원하고,

현상화하여 열반에 들게 됩니다.


2. 매미 소리

프롤로그 부분에서는 서술 트릭을 사용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묘사한 다음,

사실 그 부분들은 회상이었다.

이런 식인데요.


이런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약간의 복선이 있습니다.



'''

매미도 울지 않는, 조용한 새학기였다.


매미가 시끄럽다. 이렇게 더운데. 저 녀석들은 언제든지 진심이다.


게다가 매미의 시끄러움은 더위를 증폭시킨다. 여름에만 활동하던 모 밴드 마냥 녀석들도 이 계절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얌전하던 매미들이 다시 맴맴 울기 시작한다.

'''



나나카와 만나는 첫 장면에서 매미가 울지 않는다는 서술을 넣어둔 다음,


회상 장면에서는 항상 매미가 울고 있습니다.



이것을 의식해서 엔딩 장면에서도 매미 소리가 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열린 결말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그에 대한 해석은 각자가 자신만의 결말을 가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3. 기타 복선 & 반전 요소

'''
타이치「잘라두고 싶었는데……」
다음에 누군가에게 잘라달라고 할까.


통학 도중에 편의점을 습격하지 않아도 된다.


타자키 식료는 요 며칠간 쭉 부재중이다.


타이치「경우에 따라서는 땡땡이 칠지도. 담임이 오면 대출 좀」
토오코「……대출? 무슨 웃기지도 않는 소릴」


타이치「수업시간인가」
종이 울리지 않아서 몰랐다.



파출소는……바로 근처에 있다.순찰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초에 불을 붙인다.독특한 빛이 실내를 밝힌다.


의기양양해하며, 받아놓은 물로 손을 씻는다.
'''


프롤로그에서의 인류가 멸망했다는 자잘한 복선들.


'''
신카와「근데 너하고는 오늘 처음 만난 것 같지가 않네」
타이치「나도, 너와는 언젠가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카와「받아주지」
'''


신카와 유타카와의 첫 만남 때의 대화.



'''
나나카「……하지만, 그렇네. 좋아할지도」
나나카「네가 생각하는 좋아한다는 것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지만 말이야」


나나카「넌 있잖아, 분명 어렸을때 엄마에게 야한 장난치는 타입이야」

나나카「그래도 말이야, 그런 건 엄마도 꽤 기쁠지도?」


나나카「청소시킨 뒤에 창틀을 손가락으로 닦고서 지적해 주겠어」
타이치「시어머니 같은 사고로군」
나나카「시어머니라……나쁘지 않네」

'''


나나카에 대한 복선. 이것 말고도 여러 번 나와서 알아차리기는 쉬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복도를 걷고 있는데 미키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내 손끝은 전광석화로 미키의 엉덩이를 노렸지만 스쳤을 뿐 실체를 잡을 수는 없었다. 
미키는 둔해서 지금까지 마음대로 만질 수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거의 없다고 생각했떤 그「판」에는……얕긴 하지만 확실한 감촉이.


약간의 위화감.미키가 이렇게 강했던가?
원래 소질은 있었던 것 같지만, 몰라볼 정도로 강인해진 것 같은.


미키 「선배, 피에는 약하죠?」
타이치 「어, 뭐 확실히 그렇긴 한데」
어떻게 알고 있지?



미키 「……죽여, 저 녀석을 죽여!」
미키 「지금 죽여야 돼!」


미키「키리찡, 안된다니까!」
미키가 등 뒤에서 키리를 껴안았다.


화살이 나갔다.
화살은 30센치 정도 옆을 스쳐갔다.

타이치「……미키, 도와준 건 고맙지만, 좀 더 조심스럽게……」 
'''


미키에 대한 복선.



그 외 기타 반전 요소를 짚어보겠습니다.


미키가 청소하는 이유 → 추가 시나리오에서도 나오지만, 다른 세계의 타이치에 의해 생긴 핏자국을 청소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성격 → 익살스러운 변태처럼 보이지만, 인간을 흉내내는 괴물에 가까움.

나나카 → 소꿉친구처럼 등장하나 바로 처음 만났다는 반전. 이후 신비롭게 등장하다 마지막에 정체가 밝혀짐.

방송부 → 합숙 장면으로 게임이 시작하며 친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퉈 사이가 좋지 않음.

히로인들 → 평범해 보이지만,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음.

요코 → 강인한 것처럼 보이나, 과거 약한 모습으로 타이치에게 트라우마를 심은 장본인.


4. 반전(反轉)적인 메시지

이처럼 여러 반전 요소가 많은 작품이지만, 다른 의미에서의 반전(反轉)적인 작가의 성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크로스 채널은 2003년 작품으로,


2001년 9.11 테러와, 2003년 이라크 전쟁 바로 이후에 나온 작품입니다.



'''

키리 「저희는, 독립합니다」
키리 「카미사카시의 단지 언덕에서 시청까지의 라인……여기가 저희 영토라는 겁니다」

사람이 멸망해, 사람과의 마찰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꼴은 뭐냐.
여덟 명이다.
고작 여덟 명이서.
서로 싸우고 미워하는가.


미키「인간은 왜 싸워야만 하는 겁니까!」


세계정의라는 강압적 개념과 함께 깨끗이 근절됐을 미국인처럼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타이치「더러운 일본군은 선전포고 전에 공격을 해서 진주만 공습(도라도라도라)을 성공시켰겠지만」


타이치「키리찡, 전수방위인데 군비 확장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닐까?」

'''



5. 개인적인 해석


 이 게임이 나오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작가의 생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가 황혼으로 가득 차 있으니, 흰색을 기조로 하는 실내는 저항 없이 종속되어,

태내에 품은 두 이물질을 제물이라는 듯 해질녘에 내놓을 것이었다.
저녁의 색은, 하루의 그 어떤 시간보다 인상에 강하다.
모든 것을 이세계로 바꾸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것.
멸망의 시간이다.
세계가 다중으로 보이는 시간.
가라앉고, 다음날 또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 태양이 어제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매일 한 번씩, 세계가 멸망하고 있다면.
다음날과 함께 소생되어, 오직 인간만이 그것을 모른다면.
확인할 방법은 없다.
실제 세계와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가 같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



하루에 한 번씩 세계가 멸망하고 있다면?


다시 말하자면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이누야시키'라는 만화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주인공 이누야시키는 외계인의 실수로 죽지만, 곧바로 그 전까지의 기억을 이어받은 로봇으로 완벽하게 대체됩니다.

본인도 자신이 죽은 이누야시키의 로봇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죠.

그렇다면 이누야시키는 살아있는 걸까요 죽은 걸까요?


크로스 채널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됩니다.



'''

주인공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죽으면 그것은 엄연한 죽음인 것이다.
다른 동료들은 도시로 돌아가, 사망자의 클론을 세이브포인트도 겸하는 시설에 요청한다.
직전 세이브 데이터 때의 주인공이 거기서 툭 생성된다.
그리고 아무도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고, 모험은 계속된다.
충격이었다.
세이브 이후 죽은 주인공의 고유 시간은 절대 돌이킬 수 없다.
같은 주인공인데,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플레이했다.

'''

('판타시스타 2'에 관한 내용)


하루에 한 번씩 세계가 멸망하고 있다면,


잠든 사이에 외계인의 기술력으로 나와 완전히 같은 로봇으로 대체된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그렇다면 애초에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살아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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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 「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많은 아기 고양이가 괴로워하며 죽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타이치 「남은 한마리는 어떻게 됐을까?」

타이치「……차에 치여 죽는 거야」
타이치「새끼 고양이라면 순식간에 납작이지」
타이치「괴로움도 없지만 의미도 없어」
타이치「의미도 없단 말야……」
타이치「그런 죽음이라고?」
타이치「그런 일이 지금까지 얼마나 반복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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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채널의 등장인물들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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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없는, 텅 빈 세계에서 아무리 살아도.
전부 다시 한다.
부활동을 열심히 해도, 식량을 조달해도, 도피해도.
일주일간.
그리고 백지화.
있는 힘껏 살아도―――
……의미가 있는 걸까.
공허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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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일주일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단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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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가 일어난 것을, 우리들은 본래 자각하지 못한다.
사당이라는 특수한 장소가 존재하지 않는 한.
현상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타이치「세계에는 원래 루프라는 현상이 예정되어 있었다? 인류의 황혼으로서?」

요코「……엄밀하게 말하면 우리는 이미 인간이 아닌 것 같아」
타이치「그럼 뭔데?」
요코「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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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단위로 루프가 걸리고,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크로스 채널은 인생을 일주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등장인물들을 인류로 비유할 수 있고,


일주일간을 한 세대로 빗대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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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 「생명은 계승되어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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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을 마치고 종말(루프)을 맞이하고,


다음 세대(다음주의 자신)에게 넘기는 것이죠.


하지만 사당이 있으면 그 연쇄고리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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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무서워요」
미키「스스로가 사라지는 게,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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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크로스 채널처럼 종말이 올 때 사당에 가서 인생 2회차를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크로스 채널처럼 일주일을 사는 것이 아니라, 훨씬 긴 세월을 삽니다.


분명 기간이 일주일이든, 일년이든, 백년이든, 우리는 만족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영원하면 그때서야 만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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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따분해서 미칠 것 같을 걸요?」


세계와 동일해진 자아는, 당신이 중심에 두던 자그마한 육체를 잊어버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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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가 혼자 남게 된 뒤의 세계가, 그 물음에 대한 작가의 대답을 어느 정도 나타내 주는 것 같습니다.


영원히, 무한히 지속되는 천국은 분명 지루한 곳일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약간 길지만 비슷한 주제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일부 내용을 가져오겠습니다.



"……이 전설은 천국에 대한 거야. 여기 자네들의 땅에 사상가 겸 철학자가 한 명 있었는데, '법이고 양심이고 신앙이고 모든 것을 다' '거부'했고 무엇보다도─'내세'를 '거부'했다더군. 그러다가 죽었는데 이제 곧 암흑과 죽음으로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인가─그의 앞에 내세가 떡하니 나타난 거야. 그는 너무 놀랍고 또 분개해서 '이건 내 신념에 위배되는 일이다.'라고 말했지. 어쨌건 이 때문에 그는 형을 받게 됐는데……다시 말해서 있잖나, 미안한 얘기지만 나도 들은 얘기를 전하는 것뿐이고 이건 그냥 전설에 불과한 얘기라서 말일세…… 어쨌거나 그가 받은 형이란 암흑 속에서 1000조 킬로미터를(우리 세계에서도 요즘은 미터법을 쓴다네.) 걸어가라는 것이었는데, 이 1000조 킬로미터를 다 걸으면 그때는 그를 향해 천국의 문이 열리고 모든 걸 용서받을 거라는 거였지……." 
"너희들의 저세상에는 1000조 킬로미터 말고 또 어떤 고문 법이 있지?" 이반이 어쩐지 이상하게 활기를 띠면서 말을 가로막았다.
"어떤 고문법이 있냐고? 아이고, 그런 건 묻지도 말게. 옛날에는 별의별 고문법이 다 있었지만, 요즘은 도덕적인 것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선 '양심의 가책'과 같은 헛소리들뿐이라네. 이것도 자네들 때문에, '자네들의 풍습의 완화'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라네. 뭐 그래 봤자 누가 득을 봤나, 득을 본 건 오로지 양심 없는 자들뿐이지. 원래 양심이란 게 없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낄 턱이 없잖나 말일세. 그 대신 아직 양심과 명예를 간직하고 있는 점잖은 사람들만 고생을 했지……. 거 보게, 준비가 되지 않은 토양에 개혁을 실시했으니, 그나마도 남의 제도를 보고 베꼈으니─그야말로 백해무익일 따름이었지! 차라리 고대의 화형이 더 나았을 거야. 자, 그래서 1000조 킬로미터 형을 받은 이자는 잠깐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다가 길을 가로막고 드러누워선 '가지 않겠어, 원칙 때문에 가지 않겠다!'라며 버텼지. 러시아의 계몽된 무신론자의 영혼과 고래 뱃속에서 사흘 낮 사흘 밤을 성내며 버텼던 예언자 요나의 영혼을 한데 뒤섞으면─바로 그게 이렇게 길바닥에 드러누운 사상가의 성격이 될 걸세."

"거기 길바닥에서 뭘 깔고 드러누웠나?"
"뭐, 저기, 뭐든 깔 게 있었겠지. 자네, 비웃는 건 아닐 테지?"
"장하다!" 이반은 여전히 그렇게 이상한 활기를 띄고 소리쳤다. 이제 그는 어쩐지 예상치 못한 호기심마저 보이며 상대의 말을 들었다. "그럼, 지금도 그렇게 누워 있나?"
"그게 말이지, 그렇지 않다네. 그렇게 거의 천 년을 드러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걸어가기 시작했지."
"저런 당나귀 같은 놈!" 이반은 이렇게 소리친 뒤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눈치였다. "영원히 누워 있거나 1000조 베르스타를 걷는 거나 똑같은 거 아닌가? 어차피 10억 년에 걸친 대장정이 될 텐데?"
"심지어 훨씬 더 오래 걸릴걸. 다만 연필과 종이가 없군, 있었으면 계산을 해 봤을 텐데. 어쨌거나 그는 이미 오래전에 다다랐고, 바로 거기서 일화가 시작되는 거라네."
"다다랐다니! 대체 어디서 10억 년을 구했을까?"
"거참, 자네는 여전히 지금의 우리 지구만 생각하나! 지금의 지구는 어쩌면 그 자체가 10억 번은 족히 반복되었을 거야. 뭐 살만큼 다 살고 얼어서 갈라지고 산산이 흩어져 애초의 구성 원소들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천공과 같은 물이 생기고 그 다음엔 다시 혜성이 생기고 다시 태양이 생기고 태양에서 다시 지구가 나오고─정말이지 이런 발전은 이미 무한하게 많이, 그것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모든 것이 똑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거라네. 어찌나 권태로운지 불쾌할 정도라니까……."

"그래, 그래, 다다랐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그를 향해 천국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리고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 초도 채 지나지 않아─이건 시계, 그의 시계에 따른 건데(하긴 그의 시계는 내 생각으론 길을 오는 동안 분명히 오래전에 그의 호주머니 속에서 애초의 구성 원소들로 분해됐을 것 같지만)─어쨌거나 이 초도 채 지나지 않아 소리쳤다네. 이 이 초를 위해서라면 1000조 킬로미터는 고사하고 1000조 킬로미터에 또다시 1000조 킬로미터를 곱하고 또 거기다가 1000조 킬로미터를 곱한 거리라도 걸을 수 있겠노라! 하고, 한마디로 '호산나'를 불렀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지나쳤으면 그곳의 다소 점잖은 사상을 가진 어떤 사람들은 초창기에는 심지어 그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꺼릴 정도였다네. 너무나 맹렬하게 보수주의자로 변해 버렸다는 거지. 한데 이거야말로 러시아적 천성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설일세. 그 물건을 사는 데 지불한 만큼의 돈만 받고 팔았다, 이 말이네. 그러니까 우리 세계에선 이런 유의 주제에 대해선 아직도 이런 개념들이 통용되고 있거든"


*출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민음사, 1880/2007)



결국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우리는 매 순간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거과 미래라는 개념은 만들어낸 가상의 개념일 뿐,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기도 하고요.


그 삶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작가가 내놓은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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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필요한 건, 뭐야?」
타이치「모르겠어」
요코「이해자,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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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하지 않으면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가 나의 존재를 관측해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으로 나의 실존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되고,


작가는 이 감정에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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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 「다들 관계를 원해」
타이치 「우리만 그런 게 아니야. 누구라도 갖고 싶어해」
타이치 「휴대폰, 인터넷, 편지, 친구」
타이치 「전부 다 관계잖아」
타이치 「그곳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말이나 정보나 전파를 발신하는 거 아닐까」
타이치 「나는 내가 접하는 상대가, 공허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타이치「통신이란 건,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기술이잖아?」
타이치「전화, 무선, 라디오, TV, 메일, 휴대폰, 대화, 편지」
타이치「상대와 하나가 될 수는 없어. 하지만 한순간이라면, 서로 교차하고 교감할 수 있어」
타이치「그게 인간이라는 것이겠지」
타이치「채널이 교차한다는 것. 그건……」
타이치「마음의 교류이기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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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영상 기술이 발달해 


개인방송의 시대가 열리며


수많은 채널들이 생겼습니다.


타이치는 개인방송 1세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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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이 있어 주기를 바란다.
보다 가깝게, 느끼고 싶어한다.
손을 뻗은 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심.
그것을 얻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람은 말을 건넨다.
전화로. 말로. 편지로. 태도로.
……무선으로.
어디선가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그렇게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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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글을, 어디선가 누군가가 봐 주기를 바라며 작성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는 2003년보다 통신 매체가 훨씬 발달했습니다만,


오히려 더욱 외로운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저야 2003년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크로스 채널은 지금 했을 때 그 의미가 더 뜻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크로스 채널 같은 작품들은 되려 읽히지 않게 되었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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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 「채널이 다르다고나 할까……교차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반경 30센치미터의 거리. 이것이 그녀의 성역이다.
소녀「……………………」
생각을 하다, 소녀는 나에게 도시락통을 내민다.

키리「……어떻게 한거죠?」
타이치「물물교환이 기본이거든. 저 애」
타이치「나머지는 자신의 세계만 있으면 만족. 그래서 반경 30센치미터 밖의 사건에는 관심이 적은거야」

키리「……그래서 저 사람은 행복한 건가요?」
타이치「당근」
타이치「행복의 형태가 남들과 다를 뿐이야」
키리「……그런 건 싫어요」
키리「악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런 건 싫어요」
키리「왜냐면……사람이 있는데……한 사람 한 사람이 외딴 섬처럼……닫혀서……」
키리「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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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외로움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파가 너무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파의 파도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채널을 닫고 자신만의 성역을 지키며 그 안에 들어오는 것들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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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치「하지만 이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합니다」
타이치「다툼 없이 기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이치「차라리 사람이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타이치「상처받을 때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타이치「……자신을 위해서라도 좋다」
타이치「자신을 위해, 남을 소중히 여겨도 상관없다」
타이치「내일……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타이치「저에겐 아직 동료들이 있습니다」
타이치「쌓아 올리는 것은, 마음을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타이치「괴롭기만 할 뿐, 아름답지 않은 일입니다」
타이치「하지만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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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반복해 온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변해도, 인간은 인간인 채, 근본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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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타인의 단 한마디가 해소해버린다.
그러기 위해, 사람은 서로 통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말로, 몸으로, 휴대폰으로.
……통신으로.
온갖 수단으로.
서로 접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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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일도 많은 사람들이 방송으로, 커뮤니티로, SNS로, 세계와 교차합니다.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무엇을 바라는지를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파의 파도 속에서, 자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였는지를 잊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