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 짹-


....................


능선 위로 아침 해가 밝아 오며 따스한 햇살이 창가를 비추었다.

몸을 타고 점점 올라가는 햇빛이 얼굴에 닿자, 소녀는 천천히 눈꺼풀과 긴 속눈썹을 들어 올렸다.


....................


정말 오랜만에 잠을 푹 잔 그녀는, 부스스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


....................


....................


....................??


그녀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주변을 살펴봤다.

잘 정돈 된 자신의 옷과 신발, 어제 가져온 짐들, 목욕탕 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김...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찾고 있는 건 따로 있었다.


"알버트."


아직 베개에 남아 있는 그의 온기... 그녀는 베개를 들고 목욕탕 문을 열었다.


....................


그러나 그녀의 눈 앞엔 미리 욕조 안에 받아 놓은 따뜻한 물만 보일 뿐,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알버트..."


소녀는 다시 침대 위에 걸터앉아 베개를 껴안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나는...)


....................


(혼자가 될 수 밖에 없나...)


....................


잠시 사색에 빠진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서 주변을 살펴봤다.


(짐은 아직 그대로...)


....................


(그럼 아닐지도 몰라...)


....................


....................


"알버트..."


레아는 베개를 꼬옥 껴안으며 얼굴을 파 묻었다.


-------------------------(마을 시장터)


"우유도 한 병만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나는 레아보다 일찍 일어나서 미리 목욕물을 받아두고, 아침 거리를 사러 나왔다.

깨워서 같이 나올까 생각도 해봤지만, 워낙 곤히 자고 있는지라 차마 깨울 순 없었다.


"유독 우유를 잘 먹는단 말이지. 이제 돌아가 볼까."


나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관으로 발을 돌렸다.

다행히 시장과 거리가 꽤 가까운 위치라서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역시 신선한 식품은 아침 일찍 가야 구할 수 있지~♪"


나는 종이 봉투를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문을 열었다.


철컥-


"응? 깨어 있었구나."


....................


침대 위엔 레아가 베개를 끌어안은 채로 앉아 있었다.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아저씨가 깨울 수가 없었..."


....................


(설마... 말도 없이 자리를 비워서 화났나...?)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그녀였지만, 묘하게 화가 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레아...? 아저씨가 뭐 잘못한 거라도..."


"어디 갔었어?"


"윽..."


....................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나는 순간, 뜨끔했다. 딱히 잘못할만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게... 여기서 나가기 전에 같이 아침 식사라도 하면 좋을 거 같아서..."


....................


"그래서, 아저씨가 시장에서 이것저것 좀 사왔어."


....................


"이것 봐. 여기 우유도 있다?"


....................


계속 이어지는 침묵. 역시 아무래도 그녀가 화난 이유는...


"미안해 레아."


......??


"앞으론 말도 없이 다른 데로 가버리지 않을게."


....................


"만약 가더라도, 적어도 쪽지라도 남겨두고 갈 테니까..."


....................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녀의 표정이 살짝 풀리는 게 보였다.


"꼭 약속할게."


"알았어."


(어...??)


생각보다 내 사과가 빨리 접수되자, 나는 당황스러웠다.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수건을 들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씻는 동안, 내가 아침 식사 준비해둘..."


쾅-!


(그래, 아직 다 풀린 건 아니군...)


그녀가 씻고 있는 동안, 나는 서둘러 불을 피워 식사를 준비했다.

곧 식탁 위에는 토스트와 잼, 계란과 소시지, 구운 치즈랑 우유가 한가득 차려졌다.


"좋아, 다 됐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목욕탕 문 쪽을 바라봤다.


(역시 사춘기 때의 여자애란... 앞으론 더 조심히 대해야겠어)


커피를 반 정도 들이켰을 때 쯤, 목욕탕 문이 열리며 레아가 나왔다.


"다 씻었어?"


....끄덕....


"그럼, 자리에 앉으렴. 식기 전에 먹자."


....................


나는 어제처럼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집어줬다.


"자, 아~"


....................


레아는 잠깐 내 포크를 흘겨보더니, 본인이 직접 식기를 들어 음식을 썰었다.


"어... 직접 할 줄 아는구나...?"


우물... 우물...


"그것도... 엄청 잘 하네...?"


나는 레아의 우아한 나이프 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제와는 완전히 딴판인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유... 따라줄까?"


끄덕...


나는 그녀의 잔에 우유를 채워주며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얘한테 귀족 느낌이 물씬 난단 말이지...)


우물... 우물...


(에이...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이제 혼자서도 잘 먹으니까 오히려 다행인 걸)


나는 그녀의 식사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알버트."


"어?"


"당신은 안 먹어?"


"나는 레아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네."


....................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니."


"아...."


나는 그녀의 단호박 같은 말투에, 괜히 뻘쭘해졌다.

참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하나. 어제는 몰랐지만, 자신의 의사를 참 칼같이 표현하는 아이였다.


"저기... 레아..."


....................??


"어제는 너무 정신 없어서, 내가 미처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


"그러니까... 그게..."


....................


"아저씨가 레아의 새 가족이 되어도 괜찮을까?"


....................//


"절대 강요하는 건 아니고, 오로지 네 선택이니까."


....................///


"레아...?"


그녀는 갑자기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푸른색 눈동자를 크게 치켜 올렸다.


"알버트."


"응...?"


"원히 함께야?"


"음...."


....................


무언가를 상당히 기대하는 눈빛. 어차피 나에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연하지 레아. 가족은 죽을 때까지 함께야."


"죽을 때까지..."


달그락


그녀는 우아하게 식기를 내려놓고, 새하얀 손을 내밀었다.


"영원히 함께야 알버트."


"그래, 잘 부탁해 레아."


나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얼음장같이 차갑던 어제와는 달리, 따뜻하고 포근한 감촉이었다.


방긋-


레아는 나한테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마저 식사를 이어갔다.


우물... 우물...


(이 애... 웃는 모습이 참 이쁘구나)


나는 가슴 속 깊이 마음 한켠이 푸근해지는 걸 느끼며 그녀를 쳐다봤다.


"근데, 알버트."


"응?"


"스스로 아저씨라고 하는 건 그만 둬."


"아..."


---------------------------(마을 광장 지역)


"저기 마차 보이지? 저걸 타고 같이 집에 갈 거야."


끄덕...


나무 앞에 세워둔 마차 옆엔 마부 아저씨가 파이프를 물고 서 있었다.


"아, 오셨군. 응? 옆에 그 꼬마 아가씨는 누구요?"


"제 새로운 가족입니다. 앞으로 같이 살려고요."


마부는 잠시 나와 레아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허허... 참으로 장한 일이오. 이렇게 힘든 시국에 다른 아이까지 챙기다니..."


"별 거 아닙니다."


"내 특별히 그 아가씨 몫은 받지 않으리다.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군."


"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우리 꼬마 아가씨는 정말 좋겠구나? 이렇게 듬직하고 멋있는 아빠가 생겨..."


"아빠 아닌데."


그녀가 내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어 음... 그래...? 하긴, 아빠 치곤 너무 젊긴 하지...?"


....................


갑자기 어색해진 상황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죄송합니다. 애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아, 아니오. 힘든 일들을 겪었으면 그럴 만도 하지. 오히려 내가 섬세하지 못했구려."


다행히 넉살 좋은 마부는 개의치 않고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겼다.


"자자~ 갈 길이 머니까, 어서들 타시오. 이러다가 검문소까지 늦겠소."


"네 알겠습니다. 레아, 이제 가볼까?"


끄덕...


나는 그녀를 들어서 마차 위에 올려준 다음, 바로 뒤따라서 올라갔다.


"그럼, 출발하겠소."


"혹시 멀미가 심하면 바로 말해줘. 천천히 쉬었다 가도 되니까."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


마차가 움직이자, 순간적으로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레아는 다소곳한 자세로 전혀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사소한 몸짓부터 나는 그녀에 대해서 궁금한 게 정말 많았다.

단지, 내 질문으로 인해 그녀가 안 좋은 기억들을 떠올릴까봐 걱정스러웠다.


"레아?"


......?


"레아는 고향이 어디야?"


....................


(역시 괜히 질문했나...)


나는 마음속 깊이, 스스로 호기심을 참지 못한 걸 후회했다.


"폴스가르."


"폴스가르라고...? 수도 안 쪽에서 살았어?"


"응."


폴스가르. 수도 지역 중에서도 제일 가는 명문 귀족들과 부자들이 모여 사는 초 상류층 도시. 

아마 나를 포함해서 그 곳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만약 레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삶은 말도 안될 정도로 추락한 것일 터.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어떻게서든 그녀를 다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알버트."


"어?"


"알버트는 고향이 어딘데?"


"아, 그렇고 보니 말을 안 해 줬구나."


....................


"나는 에버츠 출신이야. 엄청 넓진 않지만, 살기에 굉장히 좋은 곳이지."


"에버츠..."


"그래,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알버트."


"으응?"


"그 곳에 대해서 좀 더 말해줄 수 있어?"


레아가 나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일단, 마을 가운데 길을 따라서 큰 강이 하나 있는데...."


나는 열과 성의를 다해서 레아에게 마을에 대한 모든 걸 빠짐없이 소개 시켜줬다.

다행히 그녀도 매우 흥미를 갖고 경청한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틀 후)


"도착이오. 생각보다 빨리 왔군."


"감사합니다 선생님. 여기 삯입니다."


"응? 이건 너무 많은데... 내가 저 아이의 몫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소."


"저희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신 몫입니다. 사양 말고, 받으시죠."


"흠.... 그렇다면야... 그럼, 두 사람 다 몸 건강하시오."


"선생님의 삶에도 풍요가 깃들기를."


나는 마부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언덕 아래로 넓게 펼쳐진 마을을 내려다보는 레아의 모습이 보였다.


"어때, 엄청 예쁘지? 여기는 내륙 제일 안쪽이라서 전쟁 피해도 거의 없는 거 같애."


"예쁘네..."


그녀는 마을 주변에 핀 꽃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좀만 기다리면, 더 많은 꽃들이 피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


마을을 내려다 보는 그녀의 표정은 굉장히 아련해 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


(여기가... 나랑 알버트가 살아갈 곳...)


경치를 즐기고 있는 그녀를 방해하긴 싫었지만, 오늘은 할 일이 너무 쌓여 있었다.


"레아? 이제 같이 내려가 볼까?"


"그래..."


---------------------------(마을 회관)


"안녕하세요~ 다들 오랜만이네요."


"아, 알버트?"


"알버트다!!"


"이보게, 알버트가 돌아왔어!"


회관 안에 있는 정겨운 어른들의 얼굴. 10년 이상의 세월과 자식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그들은 예전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정말 반갑구나..."


"세상에... 신에게 감사 할 따름이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온 마을 어른들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죄송합니다. 저 혼자만 살아 돌아와서..."


"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너도 똑같이 우리들의 소중한 아들이니까."


"그래, 우리는 너라도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너무 기쁘구나..."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중얼거렸다.


"아, 그런데 한 명 더 있을텐데?"


"네?"


"전역자들 중에서 말야. 우리 마을에서 너 말고도, 돌아오는 아이가 한 명 더 있단다."


"정말요? 그게 누구죠?"


"우물가 근처에 사는 스토프씨네 벌목소 있잖니. 그 집 딸도 돌아온다고 하더구나."


"벌목소...? 한나... 한나 맞죠?!"


"그렇단다."


한나 스토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 온 동네 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 나랑 그녀는 굉장히 친해서, 서로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저녁엔 뭘 먹을 건지 전부 다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 그녀가 살아서 돌아오다니...


"아... 진짜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다..."


"나중에 만나면, 서로 인사라도 나누거라. 마을의 귀중한 젊은이들끼리..."


"네, 꼭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뒤에 앉아 있는 저 아가씨는 누구니?"


"아, 저 아이는..."


대충 분위기가 정리되자, 어른들의 시선에 레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나무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묘하게 심통 난 얼굴로...


"제가 새 가족으로 맞이한 아이입니다. 레아, 어른들한테 인사 드려볼까?"


....................


"세상에~ 너무 예쁜 애를 데려왔구나. 어쩜... 피부가 이리도 고운지..."


"꼭 다른 나라 공주님 같이 생겼구나."


어른들의 부담스러운 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마치 자기가 예쁜 걸 잘 알고 있기라도 한 듯.


"폴스가르에서 왔어요. 지금은 사정 때문에 저랑 같이 살게 됐지만."


"폴스가르? 역시, 귀족 느낌이 나더라니..."


"힘든 일을 많이 겪었나 보구나. 아가야... 나중에 할미 집에 놀러 오거라. 맛있는 거라도 해줄테니."


"레아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윈델씨! 여기 서류에 설명 드려야 할 부분이 있으니까, 잠시 와 보실래요?"


내가 어른들에게 레아를 소개하고 있을 때, 행정부 여직원이 나를 불렀다.


"간단하게 설명해드릴 테니까, 잘 듣고 사인만 해주시면 되요."


"네 알겠습니다."


"윈델씨는 대전쟁 무사 전역자로서 여러가지 혜택을 누리실 수 있어요. 일단은, 4년간 세금을 면제 받으실 거고, 앞으로 10년 동안 재산 규모와 상관없이 국가에서 생활 지원금이 매달 나올 거에요.


"와... 너무 좋네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윈델 씨는 앞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에 취직하실 때, 1순위로 발탁 될 거고, 복무도 10년 이상 하셨으니까 전쟁영웅 혜택까지 더해서 앞서 말씀 드렸던 지원금이 총 3배로 지급 될 거에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우리를 위해 싸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젊은 여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여서 인사하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 아...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저도 그냥 강제로 끌려갔다가, 운 좋게 살아남았을 뿐이니까요."


"그렇다 해도, 자네는 영웅이야.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라고."


"당연하지.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거라. 손이 닿는 데까지 도와 줄테니."


"가,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직원을 쳐다봤다.


"저기... 또 하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네, 무엇이든 말해주세요."


"뒤에 저 아이. 부모를 잃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윈델씨네 호적에 등록하고 싶다는 얘기시죠? 좀만 기다리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척 하면 알아듣는 그녀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이런 인재가 마을 안에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여기 밑에 사인하시고, 여기랑... 여기랑... 얘, 꼬마야~ 너도 잠깐 이리 와볼래?"


여직원이 레아에게 웃으며 손짓했다.

그녀는 이미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선물 공세를 당하고 있었다.


"여기 비어있는 칸 보이지? 여기다 사인하면, 너는 윈델씨의 딸이 되는거야~"


.......(꾸깆)


딸이라는 말에, 살짝 얼굴을 찡그린 그녀. 역시 죽은 부모님의 얼굴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 거겠지...


"그래, 거기다가... 옳지~ 글씨도 얼굴처럼 예쁘게 쓰는구나?"


....................


"다 됐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딸을 입양하신 걸 축하 드려요~♪"


"하하... 아직 그런 관계까진 아니지만... 이제, 저희 집 열쇠 좀 받아도 될까요?"


"네 여기 있습니다. 나머지 유산은 상속 수수료를 제외하고, 이번 주 내로 우편으로 발송 될 거에요."


"감사합니다."


나는 봉투 안에 담겨진 열쇠를 받아 들고, 레아의 손을 잡았다.


"그럼, 이제 우리 집으로 가볼까?"


"응."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의 성씨를 받고 싶진 않았지만..."


"응?"


"지금은 이걸로 만족할게."


"어, 그래... (이런 방식이라는 게 뭐지?)"


나는 의아함을 뒤로 하고, 그녀와 함께 예전에 살던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길 가다 마주친 이웃들과 전부 인사를 나누느라, 거의 3시가 다 되서야 도착 할 수 있었다.


"휴... 겨우 다 왔네. 여기가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이야."


....................


집 안의 상태는 매우 깔끔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군 복무자 유산 관리 부서에서 관리인들을 직접 파견 시켜줬기 때문이었다.


"알버트."


"응?"


"알버트는 혼자야...?"


"어... 그게..."


갑자기 무거운 얘기를 꺼내는 그녀였지만, 어차피 언젠가 알아야 될 사실.


"어머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어. 그리고 아버지는..."


....................


"작년 겨울에, 달리는 말에 치이셨지..."


....................


"집 정리가 끝나면, 내일 나랑 같이 인사나 드리러 가볼래? 아마 두분 다 살아 계셨다면, 레아를 아주 좋아 하셨을텐데."


....................


"뭐... 네가 공동묘지에 가기 싫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


"아니, 가고 싶어."


"그, 그래?"


"응.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 부모님이잖아. 가서 인사 드리고 싶어."


"레아..."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아무래도 우리는 서로의 빈 자리를 잘 채워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닉변했음

시른대요 --> 뒤틀리다


1화는 검색해서 봐도 되고 얼마 안떨어진 거리에 올라와있음

많은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