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아

스텔라

루시엘



[8편] https://arca.live/b/yandere/103245450

[7편] https://arca.live/b/yandere/101425224

[6편] https://arca.live/b/yandere/101093707








세삼 말하는 거지만.. 난 아논을 사랑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 단어만으로는 이 감정을 표현 할 수 없다.

그야 아논은 내 모든 것이니까.

어렸을 적, 자칫 모든걸 잃을 수도 있었던 절망적인 순간에 나타나준 구세주.

불안과 걱정의 늪에서 동앗줄을 내려준 구원자.


나는 운명 처럼 아논을 만났기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아마 아논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나 암울한 운명 속에 헤매다, 불품 없이 쓰러지고 말았겠지.

그렇기에 그는 내 존재의 이유와 삶의 목적이 되었다.

아주아주 먼 옛날 부터.

어느순간 아논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그야... 아논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남들은 실존하는지 조차 모르는 신을 향해, 기도를 드리며 근심과 걱정 속에 놓여져 있을 때.

나만의 신은 이미 내 곁에 있으니 그런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어 행복했다.

그저 만사에 두려움 없는 즐거운 나날.

그와 함께 하는 일상.












....... 그렇게 생각 할 때가 있었지.



나는... 언제까지고 이 평온이 이어지길 바랬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서서히 불길한 감정들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논의 곁엔 다른 여자 관계가 생겨나게 되었고,


점점 나의 존재감이 그에게서 작아져만 가는 것이 느껴졌다.



"....."


난 그게 너무나 싫었다.

참담했던 어릴적에 느꼈던 불안 보다도 더욱 아찔한 기분이 심장을 강타하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아논을 다른 이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다른 이에 대한 혐오와 질투가 치솟았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그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그들의 태도에 있었다.


스텔라와 루시엘 ㅡ

이 둘의 처음 모습을 난 똑똑히 기억한다.

두 명 모두 처음 아논에게 값진 도움을 받았었지.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어땠을까.

초면부터 그에게 값 진 도움을 받아놓고도 감사하기는 커녕 도망이나 경멸을 택한 어리석은 년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배은망덕한 년들에게 아논을 줘야 한다고?

내가 왜 그래야하지?

어째서 그런 괘씸한 여자들에게 이논을 양보해야되는 거야?





허나 아논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선한 마음씨는 차별이 없었다.


덕분에 자신들이 뻔뻔하지도 모르는 저 두 여우 년들이 아논의 선의를 이용해서 그를 홀릴려고 하는걸 지켜봐야만 했다.


용서 못해...


가장 먼저 그를 좋아했던 것도 나였고,

그에게 가장 순종적인 것도 난데.

점점 그를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린다.

왜 그런 여자들에게 조차 미소를 지어주는지, 아논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없어.



......



그래도... 아논을 미워 할 수는 없다....

그야 전에도 말했듯 그에게 잘못이 있다고 한다면 너무나 너그럽다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그 어떤 신자가 자신의 신을 원망하는가.

정작 문제는 자기 주제도 모르고 꼬리 치려는 저 여우들에게 있는데...


"...."

하지만 그럼에도 아논에게 섭섭한 감정을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왜 그런 년들에게 눈을 돌리는걸까.

한 때, 자신을 무시하고 경멸했던 년들이 뭐가 좋다고..

나라면 뭐든 해줄 텐데....



하지만 그런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난 버팀목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에게 최대한 내 채쥐를 남기고..

흡혈귀들만의 표식인 흡혈 자국을 남기는 등.

그래도 아직은 내가 우세하다며 스스로를 달래고 흔들리는 믿음을 붙잡으려고 했다.


허나 오늘.... 나는 보고야 말았다.

그런 내 믿음이 깨져버리는 광경을 ㅡ









"하아... 오늘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신상 파르페가 나왔다고 해서 같이 먹으려고 했것만.."

때는 오후 였다.

"모 처럼 쿠폰도 있겠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평소 처럼, 그에게 같이 점심을 먹자고 권유했었지만 무슨 일인지 선약이 있다고 거절 당했다.

"아~ 아쉽네.."

하지만 처음엔 이해하려고 했다.

"친구.. 라.."

그래, 가끔씩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라며.

"아쉽지만.. 오늘은 혼자서라도 갈까?"

마음 같아선 내가 독점하고 싶지만 아논은 그걸 원치 않을 테니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응? 카페 앞에 누가.."

허나.. 아쉬워하며 홀로 길을 걷던와중이었다.


"아논 이잖아? 친구랑 점심 먹는다더니.."

"어..? 그 앞에는.. 루.. 루시엘...?"

그가 나를 버리고 만난다던 친구가 바로 루시엘 이었다는 사실과 ㅡ


'둘이 지금 뭣.. 서로 먹여주고 있잖아?!'

그 둘이 연인 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본 그 순간..


"말도 안돼..."

나는 지금까지의 기대와 희망에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살아생전 느껴본적 없는 역겨운 기분이 피부를 타고 꿈틀거렸다.


"......"

동시에 내면의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져 버렸는데.

파도 처럼 밀려오는 악한 감정들이 나에게 속삭였다.

"이대로는 안돼.."

더 이상 인내해선 안된다고.

"정말.. 아논을 뺏기고 말거야..."

이대로 있다간 정말 아논이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르니 뭐라도 해야 한다고.


"..."

그래.. 그렇담 뭐라도 받아내겠어.

그를 넘겨주는건 죽어도 싫으니까 ㅡ








◇◇◇



"뭐...?"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 이리아는 모를 줄 알았던 사실을... 보란듯이 알고 있었으니까.


"으읏...."

그녀는 눈시울이 붉게 물들이며

거짓으로 답한 나에게 원망을 쏟아낸다.

"난...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는 거야....?"

대체 어떻게 루시엘을 만났던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 어떻게 그걸 ㅡ"

"내 질문에나 답해!!"

허나 알고 싶어도 지금 그런 상황이 되지 못했다.

배신감에 날카로워진 눈매가 가슴을 관통하는듯 했으니까.

"아논은... 나보다 다른 여자가 좋은 거야?"

"너에게 헌신하는 나 보다... 너를 매도하고 경멸하는 사람이 더 좋은 거냐고!"



"아냐, 그런건..."

나는 그녀의 질문에 무어라 답해야 좋을까.




실제로도, 딱히 루시엘을 치중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만약 고르라면 차라리 루시엘보단 이리아를 선택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럼 그건 뭐였던건데?!"

"똑똑히 봤어, 아논이 루시엘과 카페에서 오붓한 시간를 보낸걸..!"

하지만... 이리아가 내민 사실은 확실히 나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했다.

아무래도 이리아는 오늘 카페이 있었던 일을 목격한거 같았는데.

카페에서 루시엘과 보냈던 시간 중에는 연인으로 보일만한 행동도 확실히 해버렸기에 그녀의 입장으로선 오해가 생길 여지는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드는게 자연스럽겠지.

그러니 무엇을 말해도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

그렇다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게 아니야.."

난 분명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그럼 카페에서의 일은 뭐였냐고!"

상대가 그 말을 믿어주지 않으니, 대화가 쳇바퀴 돌아가듯 재자리 걸음만 내딛고 있었다.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에도 답답함이 한 몫 하겠지.


"......."

대체 어떻게 해명을 해야 그녀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내 머리로는 좀 처럼 떠오르지가 않았다.


"봐... 아무말도 못하잖아.."

"분명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어째서 루시엘과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하고 있잖아."

"나도 못해본걸 ㅡ"

그러는 사이, 이리아는 대답 없는 내 모습을 무언의 긍정이라 받아들였는지, 자신의 가슴을 움켜 잡으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역시..... 아논은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있구나?"

계속 침묵을 지키는 나에게,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는 어투로 계속 속삭이는데.

"그게 아니라니까?"

난 그걸 부정하려고 해도,

"그럼 아니라는 증명을 해보라고!!"

이미 이성을 잃은 그녀에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나에게 키스해줘!"

"그러면 분명 안심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지금의 자신을 달랠 하나의 요구만을 강요한다.


"이리아 진정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너무 흥분한 탓에 대화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의 넌 너무 흥분했어."

그래도 일단은 최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려고 했지만...

"이게 지금 진정할 상황이야?!"

괜한 자극에 상황만 더 악화 될 뿐 이었다.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남자가.. 남몰래 다른 여자와 어울리고 있는데....!!

말을 이어갈 수록 그녀의 감정은 격해지고,

"이게 지금 진정할 상황이냐고.."

흐르려는 눈물 자국이 더욱 선명해지는게 느껴진다.


"...."

안되겠다...

이 이상은 대화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말을 이어나가도, 괜한 감정만 주고 받을게 물보듯 뻔 했다.


"... 오늘은 이만하자.. 너무 흥분한 것 깉은데 나중에 이야기 하는 거야."

그래서 대화를 급하게 매듭을 지으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으읏.. 기다려!"

하지만 이리아는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듯, 내 옷깃을 잡아 당기며 땔려는 발걸음을 멈춰세운다.


"이리아?"

"더 이상은 싫어..!"

몸을 밀착해오며 숨결이 닿을 만큼 얼굴이 가까워지는데.

"더 이상 불안에 숨 죽이며 사는건 싫다고..!"

"확실히 내꺼라는 증거를 받을 거야!"

자신은 여기서 끝을 보겠다는듯 힘으로 밀어 붙히며 억지로라도 입술을 받아내려고 한다.

"윽... 진정해..!"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힘 일까.

"...?!!"

가녀린 소녀의 몸에서 비롯됐다고는 상상도 못할 괴력이 나를 덮쳐온다.

"싫어, 차라리 아논이 포기해..!"

물론 나 역시 전력을 다한다면 뿌리 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

만약... 그러다가 이리아가 다치기로 한다면?

"이리아?! 여기 아직 공공장소야..! 진정해!"

그런 망설임과 걱정들이 팔에 들어가는 힘을 억제해버린다.

"상관 없어! 오히려 목격적가 있으면 나에겐 좋은걸?!"

허나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윽.."

이대로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건 사양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리아를 상처 입힐 각오로 저항하는 것도 꺼림직했다.


"....."

어떡할까.

어떡해야 좋을까.

그 어느 때 보다도 망설여지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으읏...!"

그러는 순간, 

"...?! 이리 ㅡ"

이리아는 승부를 걸어오듯 전력을 다하여 나를 끌어안는다.


망설이는 틈을 노려, 이리아는 내게 입을 맞추려 했고.

"아논.."

서로의 입술이 포개지려는 그 순간.















쿵 ㅡㅡ!!




"아앗...?!"


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미안해, 이리아..."

결국엔 이리아를 밀쳐 낸다는 선택을 해버린 것이었다.

"아얏....!!"

전력으로 바닥에 내팽겨쳐진 이리아는 쓰라린 신음을 내뱉는다.

"....에..?"

곧 이어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더니,


"아..아...?"

이윽고 눈동자의 생기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어라..?"

그리곤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듯 횡하고 탁한 눈길로 허공을 바라보는데.

"하.. 하핫.. 아.. 아논..."

이내 상황을 이해한 그녀는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이름을 부른다.


"하... 하핫... 미.. 미안해 아논... 역시 내가 심했지?"

부자연스러운 웃음 소리와 함께 간절하게 모이는 그녀의 두 손.

"미안.. 정말 미안해.."

그 순간부터 이리아의 태도는 완전히 반전되고 말았다.

방금까지만해도 내게 짜증을 내며 난폭하게 나왔던 태도와는 다르게.

"내가 미쳤었지.. 아무리 그래도.. 아논이 싫어하는걸 강요하다니..."

이제는 재판대 위에 세워진 죄인 마냥 애원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했어.. 용서해줘, 나는 그저 아논을 좋아해서.."

"아냐 이리아... 내가.. 나도 모르게 그만.."

180도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 나는 적잖든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그녀를 과격하게 대한 것에 죄책감이 찾아온다.

"아니?! 내 잘 못이야...!! 아무리 그래도 너에게 그런 짓을 하면 안됐었는데..!!"

허나 이리아는.. 이런 나를 원망하는게 아닌 스스로를 질타한다.

"너에게 미움 받고 싶어서 그런건 절대 아니었어..."

그녀의 자존심이 끝을 모르고 깎여 내려갔고,

"나는 무능하고 쓰레기에 구제불능이라서.. 너 없으면 안돼....."

급기야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마.. 미워하지 말아줘..."

이리아는 마치 한기 속에 내몰린 것 처럼 몸을 파르르 떤다.

"난.. 너에게 미움 받는건 정말 못견뎌..."

그리고 끊어질듯한 동앗줄을 붙잡는 것 처럼 간절한 눈빛으로 나에게 애원 하는데.


"아니, 이리아..."

나는 이에, 그저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냐! 말하지마..!"

그러나... 이리아는 내가 결별을 말할 거라고 예상했던 건지 말을 끊어버린다.

"더 이상 말하지마.. 난... 그 말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아!"

"분명 내가 싫다고 말하려고 했지?! 그렇지..?! 그야 나 같은게 너에게 감히 화를 냈으니까...!"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이리아는 그런 말을 남긴체, 천천히 뒷 걸음질 친다.


"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옅고 나약한 숨을 내쉬었고,


".......!"

".. 이.. 이리아?!"

이내 어딘가로 도망쳐 버린다.


"어디가?!"

난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다.

"...."

하지만 어째서인지 발을 때기가 꺼려져 버렸고...

"하아...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됐는데.."

결국 이리아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




"하아.. 하아.. 하아....."


실수하고 말았다.

이성을 잃고 너무 흥분해버린 나머지..

"하아.. 하아.... 끄으.."

그릇된 판단으로 그와의 관계가 어긋나고 말았다.

"......."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센가 아논을 따돌리고 홀로 복도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난 바보야..."

난 차오르는 숨길을 고르며 내 자신을 꾸짖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히 나 따위가 아논에게 위협감을 드러내다니.."

왜 그랬을까.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너무 늦은 후회였다.

"..."

이제 어떻게 해야만 할까.


분명 나에게 많이 화났겠지?

날 온 힘으로 밀쳤던걸 생각하면 분명 그럴거야...

아까도 내가 말을 끊지 않았더라면 아논은 내게 절교를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현실에서 도망쳤을 뿐.. 바뀌는건 없을 것이다.

아마 그와 재회한다면 또 다시 내게 이별을 말하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아논과 화해 해야해...

방법이라 한다면... 떠오르는게 있기는 하지만...


"... 그래도 괜찮을까?"

만약.. 그러다가 아논이 더 싫어한다면?

"...."

아냐 그래도 해보는 거야.

이대로 아논과의 관계가 영영 틀어지는거보다는 백 배 천 배 나을 테니까.


"으..."


설득 할 수 있을진 장담 못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어.











◇◇◇





"하아..."


결국 그 뒤로도... 텅 빈 아카데미를 배회하며 이리아를 찾아다녔었지만 이리아와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어디로갔던거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먼저 저택으로 귀가하게 되었는데.

"....."

그렇게 된다면 내일 그녀와 다시 만날 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일단 평소 처럼 말을 건내긴 다소 어색한 분위기일 것이다.


"...."

물론 난 이리아의 행동에 화가 난건 아니었지만..

아마 이리아는 지금 내가 단단히 화가 나있다고 착각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일단 오해부터 풀어야 할 텐데.

"내일도 정신 없는 하루가 되겠어."
벌써부터 복잡해지는 머릿 속에 미래가 까마득한 느낌이들었다.

"으.. 지쳤어, 일단 잠시 쉴까?"

그래서 결국 과부하된 머리를 좀 식히고자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날린다.


"하아...."

창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노을 빛을 손등으로 가리먀 천천히 눈을 감는데.





".........."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윽.. 깜빡 잠이 들었나보네..."

다시 눈을 떴을 땐 까마득한 한밤중 이었다.

"....."

창문을 내다보니 하늘 위로 맑은 만월이 찬란히 떠있었는데.



똑똑똑 ㅡ


갑자기 방 안으로 울리는 노크 소리.


"응..? 누구지?"

생각지도 못한 방문객에 머리 위에 물음표 띄우게 된다.

"..."

대체 누굴까.

이 시간대에 손님이 올거라곤 생각되지 않고, 

남은건 고용인 들이나 가족들 뿐 일텐데.

똑똑똑 ㅡ

하지만 그렇다기엔 둘중 어느 쪽이든 내 방을 들어올 땐, 노크 후 바로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똑똑똑 ㅡ


허나 이번에는 그 어떠한 인기척도 없이 그저 노크 소리만 반복 될 뿐 이었는데.



"들어와."

나는 일단 방 밖에서 계속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에게 입실을 허락했다.


"아논, 들어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이리아 였다.


"이리아..?! 너가 왜....."

이번엔 어쩐 일로 이 야밤에 찾아온 걸까.

"그.. 저번 침대에 몰래 숨어들어갔을 때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정중하게 허락을 맡고 들아욌어."


"아논과 할 이야기가 많아서......"


그녀는 진중한 표정으로 나와 할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

그런 이유라면 사실 나도 바라던 바지...

"응."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 그래?"

"어... 알다싶이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야."

어렴풋이 예상한 목적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녀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준비를한다.

"아논..!"

하지만..


"윽..?"

이리아는 재빠르게 내 품에 뛰어들며 안겨들었고.

나는 다시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오늘 낮에는 미안했어.. 아무리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고 해도, 아논에게 그러면 안됐는데."

그러면서도 그녀는 기운 없는 말투로 내게 먼저 사죄의 말을 전하는데.

"아니야.. 애초에 난 화 안났어."

나는 그런 그녀를 다독여주며 오해를 풀어나간다.


"... 정말?"

"응,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안써, 그러니 괜찮아."

그녀가 상처 받지 않도록 최대한 다정한 어투로 그녀를 안심시키며 다독여준다.


"그러면 다행이야... 실은 나.. 아논과 결별해야 되는 줄 알고 두려웠었어."

순탄하게 풀려나가는 서로의 갈등.

"그렇지 않아, 난 별로 신경 안쓰니까 그러니 너무 마음쓰지 마."


그런데 그 때 ㅡ





.............




".......어..?"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어엇... 어라? 이.. 이리... ㅡ"

나는.. 그녀의 눈이 유난히 붉은 빛이 감돌고 있다는걸 눈치채게 되었다.


두근 ㅡ!


"....?!"

그런데 그 때.

'이 무슨?!'


그걸 눈치채게 되자,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몸을 덮쳐오기 시작한다.

"...?!!"

어째서인지 몸이 갑자기 굳어지는 것 마냥 자유를 빼앗기고 말았는데.

아니... 더 정확하게는 말하다면 통제권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

그것과 더불어 마치 리모컨에 작동되는 로봇 마냥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게 된다.

'어.. 이거 설마...?!"

그런데 그 순간 나의 뇌리를 따갑게 스치는 한 가지의 사실이 있었으니.

'이건 이리아의..!'

바로 그녀의 숨겨진 능력 ㅡ

'그럼 지금 난?!'

게임 속 후반부에서야 밝혀지는 이리아의 출생 스토리에서 이리아에겐 숨겨진 혈통이 존재한다 사실이 밝혀지는데.


모두가 알고 있다 싶이... 그녀의 종족은 얼핏 봤을 땐 그저 단순한 흡혈귀에 불과하지만..


실은 이리아에겐 절대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이리아 본인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이리아는 흡헐귀들의 시조, 뱀파이어 퀸의 먼 후손이었다.


그리고.. 그런 뱀파이어 퀸의 혈통들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 가지의 능력이 있었는데.


바로 '권속화'

자신이 피를 마신 존재에게 '절대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각성 능력이 존재한다.


'몸이.. 말을 안들어.....!'

그리고 지금의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아마 이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각성 능력 탓인 것 같았는데.


'큭.... 입도 뻥긋 못해서.. 말을 할 수도 없어....'

그렇다면 지금의 난... 그녀의 뚯 대로 행동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릴 방법도 없고...

그렇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거나 주인의 의식이 없어져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다.

"아, 그리고 아논, 실은 오늘 밤에 찾아온 이유가 있었는데."

그러던와중 이리아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뭐, 아논이 처음부터 오해가 풀려있는 상태여서 그렇지 사실은 아논이 단단히 토라졌을 때를 대비해, 이럴려고 했어."

다름 아닌 내가 보는 앞에서 천천히 자신의 옷을 거둬내기 시작한다.

"나... 말했다 싶이 아논을 싫어해서 낮에 그런 짓을 했던건 절대 아니야."

"오히려 난 아논을 사랑하고 있어."

"그야 아논은 내 삶을 구원해준 구원자니까."

"난 너 없이는 안된다는걸 증명하고 싶어."

그녀는 야릇한 홍조를 뺨에 물들이며...


"나... 아논이 상대라면 첫 키스도 첫 섹스도 바칠 수 있다고?"

수줍으면서도 대담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데...

"........."

..... 이거 무언가 잘 못되도 단단히 잘 못되어가고 있었다.










거의 한달만에 써보는데 늦어서 미안하다...

나 할고하면서 소설 쏘는게 하루 폰시간 3시30분은 너무 짧어..

그리고 내일 휴가 복귄데 졸라게 가기 싫다..

다음편은 아마도 19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