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화려하고 도도해보이는 아름다운 외면과 어울리지 않게 덜덜 떨고 불안해하는 의존증 아이돌 얀순이를 보고 싶다.


무대 앞에서는 전혀 떨지 않은 척 고고하게 무대를 마치지만, 실상은 내 앞에서는 나를 껴안으면서 오늘은 어떤점이 무서웠고 떨렸는지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하얀손으로 자기에게 집중하라는 듯 내 소매나 손목을 잡고 살짝씩 흔드는 얀순이를 보고 싶다.


최근 극성 사생팬이 생겼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는 얀순이를 보고 나만 믿으라며 있는 근육, 없는 근육 다 모아서 오버하자, 웃음을 푸흡하고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얀순이가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날, 얀순이 숙소까지 따라온 사생팬을 보고 얀순이가 벌벌 떨며 두려워하자, 사생팬을 쫓아내려고 할때 사생팬이 발악하면서 칼을 휘두르는걸 보고 싶다.


차라리 같이 죽자며 얀순이에게 뛰어드는걸 내가 얀순이 대신 칼에 찔리자, 막상 사람을 찌르고 놀란 사생팬은 도망가고 멍하니 벌벌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얀순이가 보고 싶다.


곧 항상 아름다운 노래와 목소리만 내뱉던 얀순이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나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경찰을 불러달라고 울부짖으며 내가 칼에 찔린 부위를 지혈하고자 깨끗하고 가느다란 섬섬옥수를 벌벌 떨며 가져다대는걸 보고 싶다.


그렇게 의식이 흐려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얀순이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의사를 데려오겠다고 뛰쳐나가는걸 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얀순이 옆에 있던 소속사 사장이 정말 다행이라며, 근데 큰 일이 생겼다고 말하는걸 듣고 싶다.


들어보니 소속사 수익의 절대 다수를 벌어오는 슈퍼스타 얀순이가 내가 칼을 맞은 날,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소속사 사장에겐 내가 완벽히 쾌유할때까지 복귀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월드투어가 2주 뒤인데 제발 얀순이를 설득시켜달라는 말을 하고 병실에서 나가는 사장을 보고 곧 이어 들어온 얀순이와 의사들을 보고 진지한 생각을 하고 싶다.


얀순이에게 나는 괜찮으니 2주 뒤 월드투어에 참여해보라는 말에, 얀순이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미친듯 저으며 나를 두고 어디로도 못 간다고 말하는걸 보고 싶다.


이젠 자신이 나를 지켜줄때라며, 나 없이는 자기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이니 평생 자기 곁에 있어달라며 빛이 없는 눈으로 중얼거리는 얀순이를 보고 뭐라 말하려는 순간, 얀순이의 나풀거리는 팔 소매 속에 선명하게 칼로 그어진 여러개의 상처와 멍들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고 싶다.


내가 근처에 없으면 살 이유가 일절 없다며 내 품 속으로 파고드는 얀순이를 가만히 지켜보며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싶다.





얀붕이, 얀숭이가 쌍둥이 부모가 되기 11달 22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