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벨피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여기에 무협 파트가 잠깐 등장하는데, 거기서 특이한 게 하나 나옴. 바로 글 제목의 제왕검형.


흔히 무협지, 무협물에서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은 패검(覇劍)의 일종으로 해석됨. 이 패검이라는 게 뭔지에 대한 설명은 또 작품마다 갈리는데... 대체로 검기로 상대를 직접 베는 게 아니라 일종의 살기 내지는 압박감 내지는 존재감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묘사되지? 마음의 힘이 물리적 영향을 가지는 무협지 장르 특성상 이건 전혀 이상하지 않음.


이때 위 웹소설에 등장한 제왕검형은 특이하게 설명됨; 바로 유사 디도스 효과로 일으키는 광역 디버프.


풀어 말하자면 모든 투로의 가능성을 상대에게 강제로 인식시켜서 인지능력 과부화를 일으키는 능력.


써놓고 보면 위의 패검 하고 그다지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설명이지만, 이렇게 "정보계 디버프 능력"이라는 식으로 새로운 용어를 써서 미묘하게 다른 작동원리를 표현해서 결국에는 동일한 결과를 일으킨다고 설정한 게 흥미로웠음. (참고; 이 소설 장르는 일단 판타지)


(비슷하게, 무협에 흔히 나오는 "하늘을 벤다"라는 것도, 하늘 그 자체를 검으로 벤다는 게 아니라 "하늘 그 자체를 검으로써 휘두른다"라고 해석됨. 여기서 위의 정보 과부화 메커니즘이 등장한 것.)


물론 이 제왕검형은 (그리고 그에 선행된 "하늘베기 원리" 해석은)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 한 명의 해석에 불과하고, 작중 이런저런 설정상 완벽히 같은 깨달음을 다른 방식으로 체현할 수도 있으며 또 반대로 전혀 다른 깨달음이 동일한 효과로 구현될 수 있기는 한데, 서술상 적어도 이 소설 내 세계에서는 저 제왕검형이 정배인 거로 독자들에게 인식됨.


써놓고 보니 그냥 내 할 말만 한 것 같은데... 아무튼 이렇게 무협 클리셰가 非무협 세계의 맥락에서 설명된 게 (그러면서도 원본은 잘 반영된 게) 흥미로워서 소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