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금없는 책 리뷰이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예전에 겪었던 일도 떠오르고 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책 소개부터......


책은 웹소설 작법서는 아니고, 예술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추스리는 법, 그리고 완전히 망가진 창작자로부터 해방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래서 자기가 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그 과정에서 타인의 잘못된 영향력으로부터 어떻게 놓여날 것인지' 찾아내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자 줄리아 카메론 역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인데, 이 여자 전 남편이 영화감독 마틴 스콜셰지 감독입니다. 두 사람의 공동 작업물 중 하나가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으로 알려져 있고요. 


하지만 결혼 생활은 무척 짧았고 두 사람은 이혼하고 맙니다. 카메론은 그 전부터 알콜중독에 빠져 살았는데 그 이후로는 더 심각해졌고요. 왜 그렇게 술에 빠져 살았느냐면, 그랬더니 글을 더 잘 쓰는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카메론은 결국 고갈되어버렸지만, 어떻게든 예술가로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고 '이렇게 했더니 되더라' 라는 걸 제시한 게 바로 이 책입니다.


책은 주간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어서 따라하기 쉽게 되어 있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전부 다 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아래는 왜 제가 이 책을 이 시점에 추천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막 쓰기 시작하던 무렵에 우연히 창작자 모임에 들어간 적 있었습니다. 저 책으로 진행하는 과정이었는데, 대략 20명 정도의 참가자들 전부 공통점이 있었어요(진행하시는 분 포함하여)


전부 하나같이 어딘가 막히거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기 활동에 좌절한 예술가 지망생 모임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 번 혹은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뭔가 잘 되지 않아서 모인 사람들이었어요. 글 쓰시는 분도 물론 있고, 화가, 사진가, 발레, 영화...분야도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그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방해꾼'의 존재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그 분들 모두 그런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아픔을 겪은 분들이더라고요.


그런데 방해꾼은, 사실 누구나 될 수 있어요. 이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사실은 방해꾼이었는데,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거지요. 


어떤 분은 자기 지도교수가 방해꾼이었고, 어떤 분은 공연 예술팀의 팀장, 또 어떤 분은 담당 PD...예술대학을 나오신 분들은, 선배와 동기 혹은 후배.


방해꾼들의 공통점은, 악플러마냥 '나 생또라이다.' 라고 말하고 오지 않아요. 본인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있었던, 그런 사람들입니다. 지도교수가 방해꾼이라고 누가 상상하겠어요? 담당 PD가 자기를 고로시할거라고 누가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합니까.


그런데 그러더라고요. 저 자신도 저런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기엔 너무 사적이라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런데 방해꾼이 다른 장애물보다 더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를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주제에 그들은 '누가 나 믿으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라고 뻔뻔하게 나오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아, 저 새끼를 믿은 내가 병신이지.' 라고 책임을 자기에게 돌려버리거든요. 결국 모든 건 내 잘못이지, 로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아, 내가 병신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죠. 명쾌해지니까요. 


하지만 그러면 결국 아무 글도 못 쓰는 슬럼프에 빠져요. 누구나 다 그렇지만 예술가는 결국 자기 안의 있는 걸 꺼내 놓는 사람인데, 자기가 자기를 '난 병신에 사람 보는 눈이 없었어.' 라고 생각해버리면, 끊임없이 자기를 의심하고 뜯어먹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펜을 놓아버리죠.


<아뇨. 그건 그냥 실수였고, 당신은 잘못되지 않았어요.>


이 책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그리고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건 바로 그런 지점입니다.


잘못된 말에 귀를 기울였던 자신을, 수렁에서 건져 올리는 과정.


사기꾼을 100% 막을 수는 없어요. 맘 먹고 담장 뛰어드는 놈을 무슨 재주로 막습니까. 다만 회복은 우리 스스로도 할 수 있죠.


더운 여름날이지만,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 저는 평범한 4년제 졸업생이지만, 나름대로 예술대학 졸업한 분들과 꽤...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연령대 분들과도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습니다. 현업에 있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학생 때 유독 가시돋힌 감평하는 새끼치고, 제대로 된 놈 별로 없다고요. 


왜 그런가요? 물었더니, "그 새끼들은 지한테 없는 장점이 남한테서 보이면 발작부터 하거든요. 그런데 그 새끼들 말이 그럴싸하게 들리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약한 부분을 툭툭 건드려서 그럽니다. 이거 못 쓴거 아닐까? 이거 망한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지점을 아주 교묘하게 파고들어요.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라고 하면 그냥 대가리를 따버리세요. 좆도 모르는 새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