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여기서 신청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 문피아 연재방 (munpia.com)


단언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 웹소설판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이 취향에 맞으실 분에게는 소소한 유감을 전합니다.



이런 작품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장면을 골라봤습니다.

혹자가 보기엔 '거품이 끼었다.'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네요.

2020년 당시 제가 다른 작가들에게 이 작품에 대해 물어봤을 때 가장 자주 들은 말이 '웹소설답지 않다.'였을 정도니까요.

현 웹소설에선 이런 장면을 넣으려고 하지 않고, 웬만해선 이렇게 문장을 쓰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일부러 유치하게 쓰는 것'은 아니며, 그저 필요하지 않기에 쓰지 않는 것입니다.


웹소설은 독자에게 만족을 제공하는 상품입니다. 상상력을 건드려, 상황을 상상토록 한 뒤, 독자에게 한 순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웹소설은 주인공에게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독자'와 '주인공'을 분리해버릴 수도 있는 긴 문장이나 심오한 철학놀음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액자식 구성이라거나,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거나, 2인칭 화자같은 소설의 '틀'을 가지고 부리는 기교도 거의 안 쓰죠.


하지만, 이 소설은 제가 하지 말라고 하는 짓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가 막힌 게 하나 있는데, 이 소설이 나한테 재밌어요.

이 소설은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라는 제목에서 보다시피 회빙환 들어간 러브크래프트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군인 출신 지식인이고, 미녀 메이드도 나오고, 4차원 제자도 나오며, 소꿉친구가 집착도 합니다.


위의 문장을 읽으셨다면 조금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거 라노벨 설정이잖아요.

<기어와라! 냐루코 양> 같은 게 떠오르네요.

하지만 조금 더 추가해봅시다. 주인공은 21세기 출신 40대 꼰대 환생자이며, 동시에 런던을 배경으로 한 가상역사 소설입니다.


이제 제 리뷰는 열도 라이트노벨의 영역을 넘어 미친 작자의 개소리로 발전했습니다.


이 소설에선 마리 퀴리도 나오고, 뉴턴도 나오고, 셜록 홈즈는 물론이요 지킬과 하이드까지 등장합니다.

런던의 지하엔 거대한 묘지가 있다거나, 사실 소꿉친구가 늙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덤이에요. 덤.

그딴 설정을 가진 개소리 집합체가 무슨 장르냐고 물으실 분이 있을 것 같아 대답해드리는데, 이건 매우 시리어스한 공포 소설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원전을 존중하는 선에서, 무지와 기지에 의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한 명의 인간의 서사시입니다.


웹소설의 특성을 살린 연출이 등장하는가 하면, 주인공의 상태에 따라 작품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독자에게 무거운 충격을 선사합니다.


한 화 한 화가 묵직하지만 사건 전개를 빠르게 하는 것으로 갈음하고, 정주행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이 어느 미지의 지구-315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은 환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서서히 미쳐가는 주인공,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기현상, 당장이라도 목숨을 끊으려 달려드는 인외의 괴물, 오성의 영역 바깥에 있는 형용할 수 없는 존재들.


흔히들 코스믹 호러라고 말하는 장르에서 갖춰야 할 것을 전부 갖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대로 된 작품이 거의 없는 장르라 아직까지도 이 소설을 열독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의 가장 큰 단점이 드러납니다.


정주행을 할 때까진 괜찮아요. 문제는 다음 편이 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죠.

연재를 시작한 이후로 2년이 넘게 흘렀는데, 아직 이 소설의 화수는 242화에 불과합니다.


보름에 한 편 올리는 제 취미작도 읽는 사람이 없는데, 이만하면 거의 연중에 가까운 연재주기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제가 이 소설은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했죠? 열심히 읽다 보면 사람이 미칩니다.

<탑 매니지먼트>는 포기라도 할 수 있었지, 이 소설은 화나게도 간간히 회차를 올려서 제 지갑을 털어먹어요.


아주 괘씸한 소설입니다. 나만 당할 순 없으니 여러분도 이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짧지 않은 글줄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벌써 리뷰가 10번을 달았습니다. 다음 리뷰는 번외 리뷰를 하나 진행할까 싶습니다.
저번 번외 리뷰가 <해를 품은 달>이라는 화석픽이었다면, 이번엔 한번 매니악한 작품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