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여기서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리뷰입니다.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 문피아 연재방 (munpia.com)

원래, 이 작품을 리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탑 매니지먼트>를 리뷰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였는데요, 내 기억 속에 이 작품은 연중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리뷰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변을 하려고 문피아에서 이 작품의 화수를 확인했는데…… 웬걸, 완결이 나 있더라고요?

보통 연중을 하게 되면 작가가 그 작품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게 정상인데, 특이한 케이스라서 한번 들고 와봤습니다.


'일상이 변해야 한다.' 판타지 소설을 쓸 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소설 속의 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는 달라야 하고, 그러한 왜곡된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특별해야 하며, 우리의 삶에서 일상이 될 수 없는 사건들이 그들에게는 일어나야 합니다.

제가 감평이나 첨삭을 할 때, 정말 이상하게 느껴지는 걸 제하고는 '말도 안 된다.'라는 단어를 잘 안 쓰는 이유입니다. 설령 일상물에서 흰긴수염고래 그림이 그려진 흰 팬티를 즐겨 입는, 자기가 예쁘고 똑똑한 줄 모르는 예의바른 히키코모리 금수저가 히로인이더라도 저는 태클 안 걸어요.


조금 비현실적인 예시였습니다. 다시 본 작품으로 돌아와 보죠.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는 일종의 아포칼립스물, 갑자기 현실에 재앙이 닥쳤다는 걸 전제로 하는 장르입니다. 게다가 헌터물이죠.

뭔가 익숙한 구린내가 날 것 같다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흔한 아포칼립스 먼치킨 헌터가 별 이상한 기연을 획득해서 개이득! 개이득! 같은 소리를 하며 펫 만들고 트로피 히로인 만들고…… 하는 이야기가 제 머릿속에서도 떠오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한 문장을 덧붙여 봅시다. '이건 정치물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아포칼립스 #헌터물 #장애인 주인공 #능력 복제자 #정치인 주인공……. 태그로 정리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까 더 어지럽네요.


소설의 배경도 그만큼 어지럽습니다.

보통의 헌터물이 헌터가 사회에 안착한,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상을 배경으로 삼는다면, 이 소설은 그런 류 소설에서 한 줄로 치워버리고 지나가는, '게이트가 열리고 사람들이 각성하며 사회에 혼란이 찾아온' 시대상을 배경으로 삼습니다.


주인공 한승문은 어린 정치인입니다. 우연과 노력이 겹쳐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에 앉게 됩니다.


'앞으로 펼쳐질 꽃길에 손끝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금뱃지를 손에 쥔 한승문의 감상이었죠.

하지만, 그의 승리감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합니다.


"끼에에엑!"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 바람에 근처에 있던 의원 하나가 골로 가거든요.

제목 그대로,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려버리면서, 이 작품이 '아포칼립스물'이자, 국회의원 주인공이라는 '정치물'이라는 걸 우리에게 각인시킵니다.


앞에서 장르적 이야기를 조금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헌터물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재앙을 맞이한 한승문은 이내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각성자를 만나게 되고, 이윽고 자기 자신 역시 각성자임을 알게 됩니다.

보통은 이런 배경이 나오면 '각성자'가 주인공인, 정치는 곁다리인 헌터물로 드리프트를 하는 일이 잦은데, 이 소설은 정치를 중심으로 각성자와 게이트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에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초점을 맞춘 채 이야기를 진행하죠.


대가리가 갑자기 사라진 세상의 권력을 잡으려 지랄발광하는 인간군상들이 등장하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차근차근 정치력을 키워가는 주인공.

초능력에 의존한 정적의 처리가 아닌, 상황과 계략을 맞물리게 하는 다양한 정치적 해법들.

사이다물을 기대하신 분에게는 실망이 있을 순 있겠습니다. 이 소설은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 장면은 적으니까요.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가볍게 읽기엔 무거운 소설입니다. 때론 이해하기 버겁고, '이게 뭔 소리야.'라는 감상을 품게 하는 장면들도 종종 나옵니다.

정신병이라는 소재에 심취한 건지 뒤로 가면 캐릭터들이 시도때도없이 눈물을 짜냅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소설이 재미있다고 자신하겠습니다. 읽고 후회하진 않으실 거에요.

장기연중이 가장 큰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는데, 이제 이 소설을 처음 펼치실 분들에게는 해당 없는 단점일 테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차 리뷰신청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