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위 글에서 신청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21세기 반로환동전,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도 고민해봤는데…… 좋아하는 소설이 딱 올라왔길래.

급하게 읽은 소설의 리뷰보단 여러 번 읽은 소설을 리뷰하는 편이 낫겠더라고요.



약먹는 천재마법사 « 문피아 연재방 (munpia.com) 


웹소설 작가로서 판타지 소설을 쓸 때 개인적으로 부러운 부류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돈 잘 버는 소설이고, 두 번째는 오래 사랑받는 소설이며, 세 번째는 전투씬 잘 쓴 소설입니다.

다른 건 어떻게든 해봤는데, 전투씬 잘 썼다는 평가는 내가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은 반쯤 자포자기했고.


그런 과거를 가진 입장에서 보면 <약먹는 천재마법사>라는 소설은 무슨 백마 탄 초인이 쓴건가 싶었습니다.

이 소설, 전투씬을 엄청 맛깔나게 쓰고 앉았습니다. 중간중간에 좀 오글거리는 게 없지는 않은데, 그걸 감안해도 깔끔합니다.

특히 주인공 레녹이 자성영역을 처음 전개하던 장면이 기억에 강하게 남네요. 스포일러를 할 순 없으니 감상만 남기자면, 그 순간 제 6만원의 처우가 결정되었습니다.


장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소설의 내용을 한번 파고들어 봅시다.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천재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두는 SF 배경 소설입니다.

SF라고 하면 조금 이상할까요? 사이버펑크, 조금 더 세분화해서 아케인펑크 혹은 스펠펑크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클리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마법에 한해서는 넣을 수 있는 재능을 전부 꼴아박은 대신, 몸은 극도로 병약해지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게임 캐릭터가 나오죠.

이게 그냥 게임 캐릭터면 그냥 한 판 즐기고 끝일 텐데,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게임 판타지답게 이건 빙의물입니다.


노예로서 공장에서 깨어난 레녹은 이윽고 깨닫습니다. 이거 제대로 X됐다고.

몸도 가누기 힘든 마당이라 앞날이 막막한데, 어떤 물건 하나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당연하게도, 마약이지요. 모르핀을 처음 만난 사람마냥 아픈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결국 약빨과 마법재능으로 공장을 탈출하고, 돈을 벌기 위해 '반'이라는 신분으로 용병 노릇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죽음이 예고된 반송장이라는 현실을 극복하는 거죠.

시한부 인생을 극복하려고 하고, 전투씬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연재되었던 <시한부 천재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소설이 떠오르지만, 무협과 사이버펑크라는 두 소설의 배경이 너무 크게 다른 탓에 각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게 재밌는 점입니다.


먼치킨 소설인 탓에 나중 가면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마냥 소설이 공허해지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우유부단하지 않고, 소설에 등장하는 빌런은 약하지 않고, 세계관이 점차 좁아진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판짜기를 통해 싸움을 이겨나가는 것과, 남들과는 다른 시원시원한 성장이 원패턴으로 반복됨에도 여전히 재밌죠.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나 혼자 레벨업>마냥 캐릭터가 단순하냐 물으면 그것도 아닙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자칫 딱딱하게 굳어버릴 수 있는 서사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는 악마의 속삭임이 입가를 간질이는데, 아무리 써봐도 이건 그냥 대놓고 스포하는 거라 한 줄만 적겠습니다.

이거 무자각 하렘물이에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해요.

블리치를 만들어낸 쿠보 선생은 아이젠 소스케라는 캐릭터의 입을 빌려 '너무 강한 말은 오히려 약하게 보인다'라고 신랄하게 자기비판을 하셨었는데, 이 소설도 그러한 격언이 필요하지 않나…… 싶을 때가 좀 많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취향에서 아쉬운 거라, 흘려들으셔도 무방합니다.


취향상 조금 걸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솔직히 단점이 없다시피한, 깔끔하게 잘 쓴 소설입니다.

이번 리뷰는 사담을 쓸 게 적어서 내용 위주로 한번 슥 읊어봤는데, 잡설이 있는 게 좋을지 없는 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럼 다음 리뷰신청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