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리뷰신청 받습니다. - 웹소설 연재 채널 (arca.live) 


위 게시물에서 추천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100% 사비로 리뷰하는 거에요.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 웹소설 | 카카오페이지 (kakao.com) 


떠올려봅시다. <소설 속 엑스트라>와 <과학고 천재가 되었다> 이후 아카데미류 소설의 현주소를.

소위 '아카데미물'이라 묶이는 소설들이 떠오르셨을 겁니다. 힘을 숨기고, 지식치트를 쓰고, 플래그를 꽂고, 재능을 뽐내고…… 아카데미를 다닌다는 느낌보다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이야기들이죠.


그런 아카데미물은 뭔가 망상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때론 아카데미물 작가님들의 침대와 이불은 무사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지만, 실제로 만났던 모 작가분한테 입을 놀렸다가 쪼인트를 까였습니다. 과연 대단한 각법을 연마하셨더라고요.

여기서만 몰래 이야기하는 건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강이가 얼얼하네요.


지금 소개하는 소설 역시 파란만장한 사건으로 가득한 아카데미물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조금 특이합니다. 현재의 트렌드와 과거의 향수가 섞여있습니다. <해리 포터>에서나 보고 웹소에선 못 볼 거라 생각했던 '자세한 설정을 곁들인 탄탄한 학교생활'이 나오면서도, 정작 주인공은 요즘 웹소설에서 보듯 성장형 먼치킨이거든요.


학교생활에 초점을 맞췄던 소설이고, 주인공은 성장형 먼치킨이라고 하면 <무한의 마법사> 역시 떠오르지만, 각 소설의 작중 배경인 '키젠'과 '알페아스 마법학교'의 분위기가 크게 다른 탓에 두 소설은 비슷하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무한의 마법사는 스케일을 끝도 없이 키워갔다면,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는 주어진 틀 안에서 느릿하게 전개를 이어간다는 차이도 있네요.


소설의 시작은 담백합니다. 변방 시골의 '시몬 폴렌티아'는 범상치 않은 출신성분을 지니고 있고, 갑작스레 루비우스 해그리드…… 아니, '네프티스 아크볼드'라는 전설적 네크로맨서에게 입학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무려 네크로맨서들의 본거지인 키젠으로요.


참고로 이 세계에선 마법사나 마법기사는 전부 퇴물 취급이고, 네크로맨서가 그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세상의 절반을 지배하는 미치고 팔짝 뛸 만한 설정이 있습니다.

나머지 반은 뭐냐고요? 프리스트래요. 이 소설 속 대륙은 시체놀음과 광신의 각축장입니다.


어지러운 세계관 설정에서 눈을 돌리고 나면 또 다른 특징이 하나 눈에 띕니다.


'저주학', '칠흑역학', '소환학', '사령학', '혈류학', '맹독학', '마투학', '신성방어학', '초급 흑마법'.


'일반 마법', '변환 마법', '마법 생명체 돌보기', '점술', '마법약', '약초학', '천문학', '어둠의 마법 방어법', '마법의 역사'.


위는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과목명이고, 아래는 <해리 포터>에서 등장한 과목명입니다.

설정에 대한 작가의 집착이 돋보이죠. 이 어지러운 세계관을 납득시키기 위해 이 소설의 작가는 커리큘럼의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각 과목을 착실히 계단 밟듯 배워가면서, 주인공의 재능을 돋보이게 하고 자연스레 다른 캐릭터와 연결점을 만드는 솜씨에 홀리다 보면 어느새 느린 템포에도 재밌어하며 다음 화를 넘기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맘같아서는 캐릭터도 쫙 소개하고 싶은데, 아무리 써봐도 스포일러 투성이라 용비어천가는 이쯤하겠습니다.


무작정 '읽어라' 하며 추천하기엔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첫째로, 작가의 기복이 심합니다.


느린 템포의 소설인 만큼 글이 늘어지거나 설정이 엉킬 경우 몰입감이 확 떨어지는데, 1학년 내용으로만 몇백화를 쓴 만큼 2학년 내용부터는 글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장기연재의 어쩔 수 없는 폐해라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돈 주고 사 읽을 때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어요.


둘째로, 캐릭터의 비중분배가 미묘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 소설은 <소설 속 엑스트라>를 위시한 현 아카데미물이 아닌, <해리 포터>같은 고전 왕도물과 방향이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건 웹소설이죠. 시점을 옮기는 게 자유롭지 않습니다. 서브 주인공도 없는 탓에 서사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타고났습니다. 결국 몇몇 주연들을 제외하면 존재감이 되게 흐리거나, 단편적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분명 잘 쓴 소설입니다. 보기 드문 아카데미물이고, 이만큼 읽기 편한 소설도 많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이번 리뷰에는 단점까지 적어놓은 이유가, 저번 리뷰가 칭찬일색이었던 탓에 '이 사람이 뭘 잘못 먹었나'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까 싶어서거든요. 이 리뷰를 보고 작은 흥미라도 생기셨다면, 한 번쯤은 정독해서 읽을 만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리뷰신청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