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노는 멍하니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방에 들어가니 사토노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내 침대 위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기다렸다면서 나에게 다가오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민감이 교차했다. 그가 했던 말이 사실이며, 최면이 사실이라는 것이 말이다.


 시험삼아서 방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했더니 그녀는 군말 없이 정말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최면이 제대로 걸렸는지 의심스러워서 몰래 따라갔는데 정확하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후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로 방을 나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앱을 실행시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고, 이번에는 매점에서 파는 초코빵을 아무거나 하나 사와서 가져오라는 말을 하니 정말로 빵을 사온 게 아닌가. 


 빵을 보여줄 쯤에 최면이 깨서, 자기가 뭘하고 있었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내가 피곤해보인다며 빵을 주려던 참이었다. 라고 거짓말을 했고, 사토노는 "아 그랬었죠?" 라면서 내 거짓말을 진담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내 방을 찾아와서 뭘 하려 했었는지도 잊어버린 것 같았는데, 오히려 나는 잘됐다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거 엄청 물건인데? 라면서 앱을 살펴보던 중, 느닷없이 타키온의 트레이너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내 말이 사실이지?"


 기쁘다 못해 감격스러운 앱에 대한 질문거리도 생길 찰나였다. 그에게 이 앱의 출처를 물어보자 그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히 소곤거렸다.


"타키온한테 부탁해서 제작한 앱이야."


 그게 말이 되는건가? 그녀의 전공은 둘째치더라도 이 앱의 용도를 생각해보면 타키온이 순수하게 해줄만한 애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너한테 최면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 라고 했더니 그걸 또 믿어주더라. 금방 앱을 만들어서는 나한테 보내줬고... 그 다음은 뭐 알아서 생각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다고는 예상되지 않았지만 이제 사토노에게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니 이보다 더 기쁠 수 있을까? 이것만 있으면 난 해방이 된다. 그 말도 안 되는 계약으로부터, 그 가증스러운 우마무스메로부터 풀려나게 된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그런 기쁨에 타키온의 트레이너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얼마동안 보이지 않더니, 이런 구원을 가지고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다. 비싼 거라도 사줘야 하나? 아니면 큰 돈이라도 줘야할까? 하다 못해 절이라도 해야하나? 아니나 다를까, 내 질문에 타키온의 트레이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퍼트려. 그 앱 퍼트려 줘. 너도 알다시피 정식 앱이 아니니까 몰래 퍼트려야 해. 우마무스메들은 알지 못하게, 오로지 트레이너끼리만 공유해."


 만약 이 어플이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유통된다면 부조리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다른 트레이너들을 구원할 수 있다. 그 빌어먹을 이사장년이 함구하던 일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늘어날테다.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리고 위험한 일이다. 잘못해서 조금이라도 이 일이 세어나가면 이 앱은 영영 안녕히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이 앱을 계속 공유 중이다. 그러니 너도 조심해서 트레이너들에게 알려줘."


 비밀작전을 펼치는 첩보원이라는 말인가. 갑작스럽게 중요한 역할을 하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어서 손에 땀을 쥐며 식은땀이 흐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모습이지만 타키온의 트레이너는 이미 다른 트레이너를 향해 앱에 대해서 말해주러갔고 나도 혼자서 일을 할 시간이었다.


 난 동기인 그라스 원더를 찾아갔다. 그 녀석도 얼마 전 자기 담당에게 우마뾰이를 당해서 힘들어하던 찰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을 의식해서 그에게 사정을 대충 설명했다. 


 사토노 때문에 힘들 때. 그에게도 이 상황을 말했었지만 별 다른 유용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사토노에게 우마뾰이 당한 사실을 말했었는데, 강제로 계약서를 쓴 게 아니라 자는 사이 몰래 지장을 찍어서라는 거짓말을 해서 그런건가? 나도 체면이 있어서 진실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에게 앱을 받게 하고, 다음날 효과가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기뻐했다. 처음에는 불법 아니냐면서 사용하길 꺼려하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사용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흡족스러웠다.


 이런 물건을 한 명한테만 공유할 수 없으니 트레이너들을 몰래 만나면서 앱을 공유했다. 나한테 처음 받는 트레이너나, 이미 타키온네 트레이너한테 받아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 담당과의 강제적인 우마뾰이에서 해방되기 위한 움직임이 트레센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물론, 나도 이 최면 앱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원치 않는 우마뾰이로 큰 일이 날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사토노가 모르는 것인지, 노리는 것인지 우마뾰이를 할 때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필수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보건 교육일환으로 그 정도의 성교육은 트레센에서도 필수적으로 진행할터인데, 역시 후자쪽인 모양이었다.


 그런 식의 우마뾰이로 인한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정말 돌이킬 수 없다. 그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이제 왠만한 트레이너들에게는 다 알려주었고 그 트레이너들도 자기들 안위를 걱정하니만큼 비밀유지를 하면서 내가 알려주지 못한 다른 트레이너들에게 알려주고 있을 것이다. 혹시 그 앱을 악용하는 트레이너들이 있지 않을까하고 걱정하지만 지기 책임을 자기들이 져야지 설마 나한테 돌아올리는 없다.


 이제 나도 일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다. 사토노에게 다시 최면을 걸어서 계약을 모두 파기하고 전속관계를 끊는 것 말이다.


 트레이너라는 꿈을 꾸기 위해 달려왔던 것에 회의감에서 찾아오는 그리운 고향 생각에 트레이너도 올바르게 은퇴해서 고향으로 돌아가 작은 일을 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집에만 가면 트레이너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돌아보지도 않을 거다. 여태 그것만 바라보며 살아서 전공도 그쪽인데 공부를 다시 할 생각하면 골치아프지만 적어도 여기 일 보다는 쉽겠지.


 내 숙소의 책상 위에 올려진 사직서를 내려다보면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쉰다. 돌아가면 가족들과 그녀를 어떤 표정으로 만나야 할까? 돌아가기 전날 전화를 주기는 할거지만 가족들과 그녀 기준으로 잘 지내고 있던 내가 갑자기 일 그만두고 돌아온다하면 누구라도 놀랄 것이다. 그녀와의 약속은 어기게 되는 거고 남자로서 체면도 안 서겠지. 


 그래도 그녀가 보고싶다.


 역시 무언가 결정하는 일에는 후에 따라오는 후폭풍이 제일 걱정이다. 사토노를 훈련시킬 때도 이런 선택이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사토노를 생각하면 당장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슬슬 사토노가 올텐데 이런 복잡하고 우울한 생각은 그만두고 희망찬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먹는다.


 문이 열렸다. 사토노인가?


 ...왜 정장 입은 놈들이 또 나타난건가?









 


 지난 번처럼 정장을 입은 위험해보이는 녀석들에게 끌려간다. 머리가 봉투 같은 걸로 가려져서는 숙소 건물 입구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에 태워저서 트레센을 나와서는 또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갔다.


 시야를 차단한 봉투가 벗겨졌고 한 어두운 장소에 도착해 눈 앞에 사복 차림의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마주쳤을 때는 심장이 철렁거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사실 도둑이 제 발 저린 법이다. 지금 엄청 쫄린다. 사토노가 부하들을 시켜서 이러는 것을 보면 들통난 모양이지만 일단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으음...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른 모양이네요."


 심기불편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우면서 혼자서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반응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뭔갈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트레이너씨. 제가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가요. 다른 선배분들이나 동기들은 모두 저마다 훌륭한 우마뾰이를 했다고 자랑하던데... 저는 그런 게 없었단 말이죠."

"...뭐?"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의자에 앉았다. 일부러 다리를 꼬으면서 잠깐 보인 노출에 눈이 갔었지만 나긋나긋했던 평소의 눈매에서 사토노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눈으로 날 내려다본다는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숙였다.


"분명히 트레이너도 남자지 그런 것에는 관심이 많을텐데... 트레이너씨 그거 아시나요? 트레이너씨는 눈치가 정말로 없어요. 저를 훈련시키시면서 부족한 점과 장점을 간파해서 실력을 올리는 그런 건 훌륭하시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눈치가 너무 없단 말이죠."


 사토노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어디서 본 스마트폰이다 싶었는데 내 눈 앞으로 그것을 툭 던졌다. 역시 내 스마트폰이었다. 어두운 곳이라 어둠 속에서 빛을 뿜어내는, 아귀가 먹이를 유혹시키기 위한 초롱불처럼 스마트폰의 화면속에서는 최면앱이 켜진 상태였다.


 ...분명히 사토노는 그 화면을 봤었다.


"사토노... 너...?"


 사토노가 던진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면서 팔짱을 끼우고 꼬은 다리 한쪽 발을 까딱거린다.


"이 앱을 받고 진짜 최면에 걸린 줄 알고 놀라워하면서 신나하셨던 트레이너씨의 표정은 정말 귀여웠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뿐이었죠. 타키온씨가 말한 특별한 체험은 하나도 없는 거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요?"


 ...알았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한다.


"타키온씨가 만든 이 가짜 최면앱에 걸린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사람의 예상이 저한테는 빗나가서 얼마나 화가 나는지 아시나요?"


 내가 속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트레이너씨에게 심한 짓을 당하는 걸 바라는 건 좀 선 넘은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저도 욕심 있는 우마무스메란 말이죠."

   

 농락 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타키온에게도, 사토노에게도.


"그... 그럼 타키온의 트레이너는..."

"그 분도 타키온 선배의 트레이너이시잖아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협박 당하셨거나 함락당하셨겠죠."


 뭔가 이상하다 생각은 했다. 하지만 해방이란 것에 눈이 멀어서 그를 의심해보고 조사해본다는 것을 하지 못했다. 그저 최면앱이라는 것에 대한 의심만 했을 뿐이다. 그 시점에서 부터 함정에 빠져들었다.


 나뿐만 아니다.


 내가 퍼트린 수많은 트레이너들이 그 가짜 최면앱을 사용하고 연기하는 우마무스메들을 보면서 진짜인 줄 착각하고 있거나 이미 늦었을테다. 웃기게도 그것에 대한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절망만 느껴질 뿐.


"트레이너씨."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목소리만 들려오지만, 가까이서 들리는 것을 보니 사토노가 가까이 다가온 모양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상도 되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엔 또 어떤 부조리한 말을 꺼낼까.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진짜를 경험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그녀가 내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힘을 주는 게 느껴졌고 고개가 올라갔다. 웃고 있는 사토노가 보였고 또 다른 빛이 보였다.


 아니, 잠깐.


"사토노 그룹이 어쩌다 대기업이 되었는지 아시나요? 솔직히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어두운 부분이 꼭 필요하다하셨죠. 좋은 행동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씁쓸한 부분이라고요. 저희 그룹의 기술력으로 만든 진짜 최면기계는 어떠신가요? 앱으로 나오는 화면보다는 효과가 확실하답니다. 단지, 평범한 사람한테만 효과가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트레이너씨는 평범한 사람이시잖아요? 아, 대답은 못 주시겠네요. 최면에는 확실히 걸리셨으니까요. 으음, 역시 최면까지 걸어서 하게 만든 건 제 취향은 아니지만 트레이너씨가 먼저 해주질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사랑하는 당신에게 우마뾰이 당한다는 걸 기대하고 있었지만 결국 제가 또 손을 쓰게 만들었으니. 죄송해요. 트레이너씨. 하지만 전부 사랑해서 그런거니까요. 그리고 트레이너씨한테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다른 우마무스메가 있다는 이야기 듣고 불안해져서요. 그런 거... 절대로 있을 수 없어요."








  


   


 


 




 아침 햇살이 떠오른 아침시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쭉 피면서 찌뿌둥한 몸을 풀어간다. 트레이너로써 몸을 쓸 일이 있다면 있지만 기본적으로 훈련을 시키는 입장이니 몸을 움직이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그래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미리 몸을  풀어주는 게 좋다면 좋은 것이니 깊은 생각하지 않고 체조를 한다.


"트레이너씨!"


 오전 트레이닝을 위해서 나를 찾아오는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사토노!"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린 후 손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이쪽을 향해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사랑스러운 나의 전속이 오는 것을 보고 기다리는 입장인데도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와 가깝다라고 생각이 들 무렵,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잡아 입을 맞춘다. 살짝 놀란 듯한 행동을 하면서도 나는 내 행동을 유지해갔다. 그녀도 저항의 기색 없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어울려왔고 아침부터 훈련하지도 않은 마당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트레이너씨, 아침부터 무슨 짓인가요."


 서로 입이 떨어지고 타액이 늘어지면서 따지는 듯한 사토노의 말이다. 전혀 싫은 기색이 아니며 웃음을 지어본이다.


"하루 중에서 맨 처음 자기 전속 우마무스메를 처음보면 딥키스를 나누는 건 기본 상식이잖아?"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인데 사토노는 장난꾸러기라면서 괜히 내 가슴팍을 툭쳤다. 제일 열심히였던 건 자기면서 귀여운 심통을 부릴 때마다 그 동안 해왔던 힘든 일들에 대한 걱정들이 사그리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전속 트레이너는 전속 우마무스메에게 최선을 다해서 훈련을 시키고 사랑, 특히 우마뾰이에 진심이어야 한다. 트레센의 모든 트레이너가 그래야 하고 나도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게 이상한 건가?


 오전 트레이닝 이후, 땀을 닦으면서 학원의 수업을 위해 들어갈 준비를 위해 숙소로 돌아가려는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보며 나도 다음 훈련을 준비하려고 했다. 최근 사토노의 스테미너가 늘어났으니 스피드도 좀 기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을 찰나 사토노가 다시 나에게 찾아온 것을 보았다.


"저, 트레이너씨. 조금 있으면 여름방학이잖아요."


 기숙사제 학원이지만 방학도 당연히 존재한때. 그때가 되면 학원은 거의 비어있고 트레이너나 선생들만이 남아서 방학 도중에 진행되는 업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물론, 교직원들에게도 여름휴가 시즌은 있다. 미쳤다고 일하다 죽으랴?


"그, 약혼 기념으로 트레이너씨의 부모님과 만나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말이에요. 아버지에게도 여쭤봤어요."


 그러고보니 우리 부모님들은 사토노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모르신다. 이름과 성격에 대해서 간략하게 전달은 해드렸지만 내가 지금 지내는 곳이 지내는 곳인 만큼 뵐만한 상태가 아니니 말이다. 화상전화라던가 그런 것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직접 대면해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음, 아버지 어머니도 너에 대해서 아는 게 좋겠지만, 비행기 타고 갈 돈이 나도 당장에는 없는 걸."

"그건 걱정마세요. 저희 그룹에서 아버지 개인 비행기를 빌려서 타면 되니 여권만 있으시면 될거에요." 


 맞다. 사토노네 집안은 그게 일상이었지.


"아무리 졸업후에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지만 그건 너무 민폐가 아닐까..."


 사토노의 아버지가 장인어르신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부탁드리는 건 역시 실례라고 생각한다. 내 부모님들이시지만 사토노쪽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생판모르는 남들을 위해서 큰 돈을 써야하니까 말이다. 비록 그녀의 요청이면 헬기가 날아오고 유원지에 전세를 내서 널널하게 놀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남자에게서는 너무 과분한 배려다.


 그렇다고 내 힘만으로 사토노의 비행기 티켓까지 구하자니 이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급여가 높은 편이라도 물가가 기본적으로 높은 일본에서 지내다보면 지출이 상당히 많다보니 쉽게 돈이 모이지 않는다.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으니 짧게 갔다온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트레이너씨가 말하셨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고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잡아주며 신장 차이 때문에 올려다보는 사토노를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토노가 그렇게 내 가족을 만나보고 싶었다는 건 의외지만 전용기까지 빌릴 정도로 중요한 사항은 아닐테다.


 그렇지만 모처럼 고향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뵐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굉장히 흔들렸다. 자존심 내새우는 게 아니라 사토노쪽에 정말 민폐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지만 사토노가 스스로 결정한 의지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도 약혼자로서 매너가 아니다.


"하하,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알았어. 휴가도 그때 내볼게."

"네! 트레이너씨!" 

 

 내 부모님을 뵈러가는 게 그렇게도 기쁜 것인지 나를 와락 끌어안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아이가 애교 부리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사토노를 보면서 한 번 더 입을 맞출까? 하고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예쁘고, 몸매 좋고, 재력도 받쳐주는 어마어마한 약혼자를 데리고 부모님들을 만난다면 매우 놀라시겠지?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이 벌써부터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안겨 있는 사토노에게 보답하듯이, 나도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 주변에 훈련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다른 우마무스메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이렇게 행복한데 그게 비웃음이던 부러움이던 무슨 상관일까.


"사랑해, 사토노 다이아몬드."


 포옹을 한 상태로 그녀의 기다란 귀를 통해 사랑을 속삭였다.


"후훗...네...저도 정말...정말 사랑해요. 트레이너씨."

   

   










다른 거를 쓰겠지만 다른 애도 이거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