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도(나기나타)를 배웠어."


 담당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힘쓰는 트레이너씨와 함께 녹차를 마시며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새로운 흥미를 이끌 법한 주제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트레이너씨께서 치도를 배운다는 것이 그렇게 흥미로운 일이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저도 그렇지만 트레이너씨도 일본인은 아니니까요. 바로 옆나라에서 오셔서 트레센의 트레이너이자 저의 전속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십니다. 


 두 나라의 관계를 생각하면 좀 오묘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서로의 문화를 즐기니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신 세대의 문화가 아닌 전통문화를 즐긴다는 게 흥미로웠을 뿐이죠.


"신기하네요. 트레이너씨께서 치도를 배웠다니."

"뭐, 누군가에게 배운 게 아니라 자력으로 습득한 거...라고 할 수 있네."


 그건 또 무슨 말인지 오묘하네요. 


 어떤 것이든 휘두르면 위험한 무기로 돌변하는 건 당연한 사실. 치도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전문가가 있고 보통은 그 아래에서 배우기 마련입니다. 저도 치도를 배울 때 인간이신 선생님 아래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대련은 같은 우마무스메와 했지만요. 아무리 전문가라도 힘으로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기는 건 불가능할테니까요.


"트레이너씨가 의외로 재능이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런가? 아무튼, 내가 이런 부탁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도 이걸 좀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거든. 갑자기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너한테 부탁해도 될 까"


 차를 한 모금 마시려던 손이 멈췄습니다.


 트레이너씨가 저한테 치도 연수를 부탁하다니.


"저 말인가요? 하지만 트레이너씨는..."

"알아,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건 네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잖아? 서로 좋아하는 걸 하는 만큼 스트레스도 풀릴 거라 생각하고."


 담당의 멘탈 관리는 훈련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였죠. 지속되는 훈련은 받는 입장, 주는 입장에서도 스트레스였으니 말이에요. 그나마 우마무스메들은 훈련만 끝나면 나름대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하지만, 트레이너들은 그조차도 쉽지 않으니 우마무스메보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겠죠.


 지금 이렇게 저와 어울리는 것도 그의 쉬는 시간을 쪼개서 나온 거니까요. 저는 나름대로 휴식을 위해 녹차를 준비한 거지만...


 트레이너씨는 저의 멘탈관리를 포함해 자신도 휴식을 가지고자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달리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하지만 트레이너씨가 저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 때 느낀 생각은 '기쁘다'보다는 '음흉한 생각'이었습니다. 


 전부 트레이너씨가 나쁜 거니까요.


"...좋아요. 다만, 트레이너씨가 어디까지 배웠는지 궁금하니 대련을 먼저 해봐도 될 까요?"

"갑자기? 너랑?"


 대련을 하자는 말에 거부감이 드신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우마무스메와의 힘에 대한 차이를 두려워한 것이겠죠. 물론, 저는 그걸 노렸습니다. 트레이너씨가 거절할지 승낙할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거절해도 다음을 노리면 되고, 승낙하면 저야 좋죠.


"좀 위험하지 않을까?"

"장비와 도구 모두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은 마세요. 그리고 훈련이 엄격해야 실력이 늘어나는 법이니까요."

"일리가 있네."


 트레이너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하지는 못하겠다는 표정이었기에 나쁘지는 않을 '미끼'를 투척합니다. 


"네, 그리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걸로요."


 사실 승리는 제가 이겨놓은 당상이나 다름 없지만 트레이너씨라면 어떤 요구를 해올까요?

  

"으음, 만약 내가 이긴다면 주말 하루 나한테 터치하지 않기로 해줄 수 있겠지? 만들려고 사둔 프라모델 여태 못 만들고 있어서."


 그것도 트레이너씨가 쉰다면 쉬는 거겠죠. 물론, 그게 소원이라면 건드리지 않겠지만, 이길 가능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물론, 당연하죠."

"그러면 그라스, 너는?"


 트레이너님께서 궁금하신 표정으로 저에게 질문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저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저는... 이기고 나면 알려드릴게요."

"하하, 참 재밌는 요구 사항이네. 뭐 이상한 건 아니겠지."

"승낙하신 걸로 알게요. 중요한 계약이니 잊어버리시거나 거절하시면 곤란해요?"


 이상한 건 아니죠. 단지, 저와 트레이너씨간의 관계가 깊어질 뿐. 만약에 그 요구를 거절한다면 어떤 처벌을 내려줄지 고민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대련을 기대하시는 트레이너씨의 표정이 보기 좋았습니다.


 대련 시간은 언제 잡는 게 좋을까요? 오늘 저녁에 대련장에서 만나는 게 가장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무술 같은 것에 관심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훈련하러 오는 장소로, 저도 치도를 훈련하면서 자주 들리는 장소였으니까요. 우마무스메와 인간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볼 거리로 주변에 관심이 쏠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여기 말고는 할 곳도 없습니다.


"아 맞다. 그라스, 내 장비는 내가 준비해도 될까?"


 순간 트레이너씨가 개인 장비 이야기를 꺼낸 부분은 놀랐습니다. 치도를 위해서 개인장비까기 두룰 정도로 진심이었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최상의 상태롤 유지하려는 모양인데, 딱히 안 될 이유는 없고 그만큼 저의 수고가 덜어서 수락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하더로다 트레이너씨가 저한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요.










"...트레이너씨?"


 약속대로 트레이너씨와 함께 대련을 위해 만났지만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는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련이지만 따로 정해진 도복이 아니라 츄리닝을 입고 훈련을 하는 저이기에 평소처럼 츄리닝을 입고 왔지만 트레이너씨는 무언가... 무언가 잘못 되었습니다.


"그라스."


 트레이너씨의 신장이 확실히 큰편이기 했습니다. 저보다도 머리 하나 정도 더 크시니 말이죠. 평소에도 크다라고 느끼셨지만...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중세시대의 갑옷을 입고 나타난 것 때문에더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은 트레이너씨가 들고 있는 '치도'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는 흉악한 무기였죠.


 보통 치도는 긴 장대의 베기 좋은 날을 끝에 붙여서 만듭니다만 저 치도는 다른 끝에도 날이 붙여 있습니다. 날의 색깔도 마치 피를 머금은 것마냥 붉은 색을 띠운 것이 보기만해도 섬뜩했습니다.


 정석적인 치도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해서 이 부분에 이야기하려 했습니다만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부디 전력을 다해 덤벼라."


 그 한 마디를 하면서도 무기를 드는 것을 보고 저의 의욕은 절호조에서 절부조로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트레이너보다 공격도 하는 트레이너도 좋더라

아래는 그라스가 본 담당 트레이너의 모습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