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sumanne.net/si/data/2021/06/02/7325166/

오역 의역 오타지적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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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트레이너어~]


[으응....아 미안 무슨일이야?]


[어라? 졸려?]


[어...조금... 아주 조금..]


하루가 끝나가고 부드러운 오렌지가 스며드는 트레이너의 방.

여름의 햇살도 조금은 온화해지고 일상의 번잡함도 사그러져가는 해질녘

평소처럼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이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나에게 있어 포상의 시간이고 옆에 앉아있는건 내 트레이너. 지금은 내 전용 어깨 대여점이지만.

그런 대여점 사장님은 사이드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눈싸움을 하고 있었지만

힐끗 봤을 때는 열심히 배를 젓고있었다. 아무래도 엄청 졸린 모양이다.


[어차피 어제도 열심히 했잖아~]


[아니아니 달라 어제는..] 


[으응 잘 알지~]


미소를 무너트리지 않고 단정하면 그는 수줍어 하면서 볼을 긁었다.


[. . . 꿰뚫어 본건가.. 스카이한텐]


[냐하하 그야 그 다크서클 엄청큰걸? 「안들켰어!」 이럴 수 없잖아?]


[뭐 그것도 그렇네]


[철야?]


[음.... 그런건 아니야 레이스 영상확인 했더니 3시가 넘어가서..]


[잔건 몇시간?]


[한 시간정도 쪽잠, 그리고 아침연습에..]


[바보네]


[시끄러. 달라]


[그럼 시간가는지도 몰랐던게 누구였더라?]


[. . . . 큭 . . 말싸움은 안되네...]


[으흥~ 나와 싸울려면 백년은 멀었어~]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스카이님..]


[훗후, 그 정돈 아니야. 아 그래 좋은생각 났어. 열심히 일한 트레이너에게 무슨 상이라도 줄까?]


[상이라니?]


당황하는 그에게 내가 줄 상.

남자라면 아마 좋아할 선물.

나는 상냥하게 웃으며 퐁퐁 거리며 내 무릎을 두드렸다.


[......하?]


[뭐어~ 여자아이한테 말하게 할 셈이야?]


[아니... 그건 뭐... 역시;;]


[못 당하는 김에 말야~ 나한테 응석부려보라구~]


여전히 늦깎이여서 당황하는 그를 그런 기분을 들게 하려고 눈을 뜨고 열심히 속삭여 본다.

발그레해지기 시작하는 뺨. 석양 탓에 알아보긴 힘들지만

눈의 검은 자가 엄청 헤엄치고있으니까 부끄러워하는건 다 걸렸다.


[그렇게 안부끄러워 해도 되는데 말야]


[그니까 그런게 아니라... 아니... 그..]


아~ 앞으로 조금만 더. 말이 막히자 템포좋게 트레이너의 말버릇이 나왔다.

좋아. 큰마음 먹고 하는거야. 눈치채면 안 되는 건 하나.

침대에 앉아 있으니 꼭 무릎 위에서 자야 하는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도 뭐 아마... 아니 트레이너는 그런 걸 알고있어. 침대가 뭐 때문에 있는건데.

잘거면 베개 쓰면 돼. 그런 엑스트라는 많아. 하지만 그런 촌스러운 짓은 시키지 않아.

몸을 바짝 움직여서 베개 옆에 내 엉덩이를 가져다 댄다. 베개는 뺏기지 않도록 등 뒤에 숨겼다.


[잠ㄲ..]


[스카이씨에게 도망칠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


[아니 그야... 스카이의 무릎에서.. 잘 수는 없잖아 그..]


「부끄럽고..」 라고 말하기 전에 트레이너의 머리를 움켜잡는다.


[뭐야~ 스카이씨의 무릎이 싫다는거?]


이쪽도 물러서지않는다. 이제와서 관두면 뭐라고 말할 정도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고

트레이너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 또한 거짓말이 아니다. 

허나 트레이너는 눈치없이 내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고 허리을 들을려고 한다.


[아ㄴ... 좀... 하아.. 알았다 알았어. 안잡니다. 제대로 잠 깰게. 밥도 만들어야하고 일어나보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물 마시고 올...]


도망칠려했던 트레이너의 옷 소매를 꽉 잡아당긴다.

들릴지 안들릴지 모를 정도의 크기로 「가지 마..」 라고 중얼거리자

그는 「참...」거리고 한숨을 섞으며 다시 앉았다.


[정말...]


[진짜 싫은거야?]


[그런건 아니고... 진짜 부끄럽단 말이야]


[으히히 순진하네 트레이너는]


[시끄럽다 했어]


[아아~ 이런 기회 두 번 다신 없을텐데에~]


[나원 참... 그럼 괜찮아? 진짜로 니 무릎 위에서 잔다?]


[예예~ 부디~]


[나중에 「비켜줘」라고 말해도 모른다]


[잠들면 잠꼬대밖에 말 못하잖아~ 알겠으니 스카이씨에게 맡겨둬~]


자, 잘자?


【어쩔 수 없지. 호의 받아주도록 할까....】


포기한듯한 그의 몸을 내쪽으로 끌어당긴다.


[으흐흐흐..]


[기분 좋아보이네....]


[그래? 그런가?]


[그래.. 그렇다..고..]


[기분 좋아?]


[응.... 부드러워서..]


[. . . 어라 벌써 잠든건가. 사실은 밤샌거겠지]


꽤나 피곤했나 보네. 두세마디 나눈 뒤 말이 없어지고 숨도 부드럽게 변한다.

맥박이 뛰는 그의 가슴은 리듬좋게 부풀었다 들어갔다를 반복하고 있다.

왜 그런걸까. 사랑스러운 걸 보면 뺨이 늘어진다.

이런 기능이 달려있다니 우리들은 역시 이상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자는 옆 얼굴을 들여다본다.


항상 내가 자고있었으니까 이렇게 자는 얼굴을 보는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감은 눈꺼풀을 물들이는 속눈썹. 약간 뼈가 앙상한 콧날. 턱이나 뼈가 으응- 거리고..

어라 이건 면도날자국인걸까? 거친 피부자국이 남아있는 구레나룻 밑을 바라보고 있으면

왜 일까.. 조금 부끄러워진다. 난 연인도 아닌데도 너무 간건가.

후우.. 뜨겁다 뜨거워. 손부채로 열기를 식힌다.


아- 그래도 부끄러워서 그런건 아니다. 그야 지금은 여름이니까. 세간으로썬 늦여름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마침 아직 일부 지역은 지독한 더위였다. 아니.. 늦더위였을 뿐이야.

딱히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절대 핑계가 아니야.


이 이상 같은 생각을 했더니 머리가 끓어오를 것만 같다. 타의는 없다. 분명

그래도 뭐 덥다.. 리모콘을 만져서 지구를 배려한 온도에서 여러가지 부담을 주는 온도로 바꾼다.

아까보다 차가운 바람이 내 피부를 쓰다듬는다.


기분좋아. 딱좋아. 기분 좋아진 김에 날 위해 열심히 힘써준 그를 더... 좀더 위로해 줘야지.

침대 시트를 구부리던 오른손을 들었다.

색색거리는 숨 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카락의 질감을 확인한다. 조금 거칠다.

여름이니 어쩔 수 없지. 싫은 느낌은 아니지만 일단 쓰다듬는 걸 그만하고 손을 코 앞에 가져간다.

킁. 맡은 냄새는 독특해서 이상하진 않지만 칭찬할 수도 없는 이상한 느낌을 줬다.


난 절호조인 그대로 눈썹과 눈썹 사이를 콕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를듯이 만지작거린다. 그는 불쾌한 듯이 눈썹을 닫은 채 자고있는데도 끄응거린다.

평소라면 절대 볼수없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뭔가..귀엽고 재밌어


다음 타겟은 귀다. 손끝을 스윽 미끄러트리고 귀에 도착하면 검지와 엄지로 귓볼을 집는다.

냉방의 색으로 물든 그곳은 너무 차갑고, 탱탱해서 마치 그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흐물흐물 남자의 일부인데도 실감나지 않는 촉감만이 손끝에 전해져온다.

흥이 올라 계속 굴리면 그를 깨울 것 같다. 아쉬움을 떨치고 오른손을 그의 어깨에 살짝 가져다댔다.


혹시 트레이너도 내 자는얼굴을 보고 여러 생각하지 않을까.

불순한 생각을 하면 왠지 속이 뜨거운 느낌이 든다.

기분탓이라 생각하고싶어 셔츠 위로 배를 만지니 그다지 개운하지 않은 미열을 띤 한숨이 나왔다.


[난 너무 욕심쟁이야...]


이런 평화로운 날이 계속되면 좋을텐데..

적당히 트레이닝하고 적당히 레이스에 나가 우승하고 칭찬받고 

가끔 밥도 먹으러 가고 가끔 트레이너의 방에서 같이 지내기도 하고...

지나간 일상을 되새길 때마다 얇고 반투명한 불안이 뺨을 타고 흐른다.

정말이라면 느낄 필요도 없는 감상이라는걸 알고있다.


그야 이건 우리들의 3년이라는 액자에 퍼즐조각을 맞추는 중이기에 가능한 거지

퍼즐이 그림으로 변하고 장식할 수 있게 되면 내 손에서 멀어져가는 그런거니까.

단지 그것이 그립고 슬프다.


예전에 트레이너가 말한 


「너라면 아직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어 나와 함께 힘내자」


진지한 시선과 그가 내놓은 손바닥


[으음.... 말할 수 없었지.....]


생각이 나서 조금 슬퍼져 무료했던 왼손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생각하게 해줘.」


하루이틀 미루고싶어서 애매하게 대답했더니 트레이너는 알았다는 말 밖에 안하고

그 이후로 재촉하지도 않아서 벌써 몇 달이 흘렀다.


달력은 8월의 말에 가있고 1년중의 플러스 알파의 날도 지나고 있다.

역산한 쪽이 빨리 셀 수 있는 날수 밖에

이 일상을 즐길 수 있는 틈이 남아있지 않다고 이해하고

역시 가슴이 메이는 정도..... 아니.. 조금. 아주 조금 슬퍼진다.


드림 트로피를 노리는 우마무스메라면 망설일 필요도 없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면서

트레이너의 팔을 껴안는데.

꿈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마주해야한다.

찾아올 미래의 풍경을


[어디로 가야 좋을려나... 난]


이대로 지내고싶어. 그런건 주제에 넘치는 소원인건 알고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무언가의 형태로 남기고싶다.

속박은 하고싶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만 아는 형태라도 좋으니 증명이 필요하다.


[아하하 아니야]


늘어놓은 말이라니, 응. 전부 허례야


[아아 그렇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너는 내꺼니까

내 마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내가 상상하는 것 뿐이라면 누구에게도 잘못이 되진 않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트레이너가 꿈속을 여행하는동안 그의 이마에 얕게 입맞춤을 했다.

딱딱해 보이는 살구색 이마는 딱딱하다. 하지마 그 딱딱함에 마음이 놓인다.


내가 한 일 따윈 모를꺼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마의 키스마크는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새겨져 닦이지 않고 그의 안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알지 못한다.


나밖에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자국을 남긴게 기쁘다.

내가 여기에 있단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아니 남겼다는 실감이

에어컨으로 차가워진 기분을 따뜻하게 해준다.


[에헤헤...]


모르는 성취감이 내 가슴을 채웠을 때,

여름의 황혼기가 형체를 잃어 간다. 잔디와 더트도 전부 색을 잃고

주변이 차가운 밤의 냄새로 가득 차오른다.

밤이 된다.

하루가 끝나간다.

올해의 여름이 저물어 간다.


그의 머리를 다시한번 부드럽게 쓰다듬고, 창밖으로 떠오른 달을 본다.

밤을 싫어하진 않는다 느긋히 잘 수도 있고 그리고 하늘도 예쁘니까.

아 그리고 지금만큼은 트레이너를 혼자서 독차지 해도 좋으니까...

좋아.

뭘까. 어쩌면 그것이 밤이 좋은 이유의 첫 번째 변명일지도 몰라서 왠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