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sumanne.net/si/data/2021/04/21/7227927/

원문 주소

오역 오타 의역 지적 환영

전편 주소. https://arca.live/b/umamusume4/24790668


후편도 나왔길래 핫산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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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나오는것도 이걸로 다섯번째. 책상과 팔꿈치로 만들어낸 삼각형에 머리를 파 묻고 다시한번 신음했다. 오늘 아침에는 더 심하게 신음소리를 냈고, 게다가 침대 위에서 몇번이고 몸부림을 쳤기 때문에 다소 냉정한 반응 일지도 모른다. 

아니.. 거짓말..

오프 라고 말했는데 방 안에 박혀서 두시간동안 머리를 감싸고 있으니까.


[어째서 그런 짓을...?]


생각하면 뺨과 함께 몸이 뜨거워진다. 감기를 걸렸을때와는 다른 부웅뜬 느낌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분명 그런 호언장담이 실제로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위닝 라이브는 엉망이였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조차 안나고  다음 동작, 다음 스텝 여기서 브레스를 넣고 노래를 끝낸다. 는 모든 순서는 트레이너를 생각하는 걸로

전부 바뀌어 버렸다. 내 집중력은 엉망진창 흐트러져 있었다. 라고 말했는데.

다음날 신문에는 『나이스 네이쳐, 드디어 소원 달성! 감정을 담은 최고의 위닝 라이브!』 이라는 기사가 났으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ㅡㅡㅡ


결국 그건 뭐였을까. '모르겠다 모르겠어' 뿐이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트레이너의 특기인 기행이 무엇인지를. 겉멋? 술김에? 나를 놀릴려고?

아니. 달라. 그런 짓을 할 트레이너가 아니라는건 내가 알고있어. 그렇다면 역시 설마..설마.....


[나를....]


좋아한..다?

키스를 했다는건 말야.. 역시 그런 뜻.. 일까나?

아니아니아니, 트레이너가 미성년자 음행으로 붙잡혀버린다구.. 설마하는 그런건 있을리가 없지.

역시 그런건 아닐까나.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 처음..을...


[으으으으아아아...]


생각하고 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고 높아져만 가는 열기에 도망치고 싶어서 삼각형을 풀고 책상에 엎드렸다. 온도조절로 적절한 온도인 방 안에 있어도 책상은 마이 페이스대로 은근한 차가움을 유지했지만 그것도 잠시, 몸은 식지도 않는 주제에 책상의 온도와 콤마의 속도로 상승. 에어컨에게도 지지않는 책상 주제에 나에게는 바로 지다니. 한심한 책상..


열이 있는 듯하고 몹시 피곤해 보이며 정체를 모르는 한숨이 새어나온다. 내 고집불통. 트레이너의 해소가 부족하다. 좀더 강하게 껴안았다면 간단히 나을텐데. 

생각해보면 생각하는 만큼 말이 안 되는 것도 있는거 같다. 우물우물 입을 굴려 내뱉었더니 어느정도 정신이 되돌아왔다.


그 레이스 몇주 전, 출전을 정했을 때 나는 어떤 부탁을 트레이너에게 했다.


[저기 트레이너.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다음 레이스에서 일등을 한다면... 하나라도 좋으니까 말한거 들어주지 않을래.....?]


[좋아! 그래서 말할게 뭔데?]


[나를 말이야. 트레이너의 첫번째로..]


[응? 첫번째라면 이미......]


[다른거야!! 다른....거..]


시들시들해져만 가는 나의 귀와 동시에, 트레이너도 생각하는 구석은 있었던 것 같다. 약간 당황한 기색이 있었지만 바로 평소의 트레이너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음을 먹은 듯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아ㅡ! 아냐아냐! 아무것도 없어! 네이쳐는 아무것도 말 안했으니까! 미안 트레이너. 진짜 아무것도 아니니까! 잊어줘 응? 제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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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으으으...!!'


안되겠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미칠것만 같다. 그때 나는 어떻게 돼 있었다. 이미 끝난 뒤지만 내 말엔 책임을 질려고 한다.


겨울이지만 너무 덥다. 리본으로 묶지 않아서 일까 목 주변이 너무 뜨겁다. 원인은 아마 그것뿐만이 아니겠지만, 적당히 괜찮다. 너무 생각하면 폭발할것 같으니. 물리적으로..

왜 그런 부끄런운걸 말했을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스마트폰의 진동같은 비명이 올라오면서 엎드린 채 손과 발을 휘적거린다. 룸메이트가 외출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런 꼴을 보여진다 하면 당연히 살아갈 수 없다.


[하아....]


적어도 트레이너의 마음 속 에선 내가 1등으로 있고싶다. 상상뿐이라면 누구도 손해가 아니라고 믿는다.

엄청 어린애같은 내 소원. 이루어지는게 좋은 걸까 아니면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걸까? 

때마침 나타난 눈 앞의 행복. 과연 손을 뻗어서 좋은걸까 끝도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똑똑똑' 거리며 정중한 노크가 문을 두드린다. 


[네이쳐 괜찮아?]


[ㄴ....녜!]


문을 넘어서 들려온건 트레이너의 목소리였다. 허둥지둥대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왜 트레이너가 숙소에 들어온거지? 애초에 오늘은 할 일도 있다 말했는데?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스친다.


[미안해. 들어가도 괜찮아?]


[아아아 잠깐 기달려주세요!]


빠르게 파운데이션을 하고 최소한의 준비를 한다. 리본을 묶을 시간은 없으니 부스스한 머리는 가볍게 빗는다.


[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엇. 뭔가 신선하네. 머리카락 안 묶고 내리는것도. 둘다 어울리는데? 좋은 느낌이야]


나한테 준 부끄러움의 데미지는 신경쓰지도 않고 거침없이 말을 연발한다.


[참..뭐야! 날 놀릴려고 여기 온거야?!]


[아니 달라.] 라면서 트레이너는 미소 짓는다.


[그럼 대체 뭐하러 온거야?]


[실은 전하려고 하던걸 까먹었다가 생각나서. 중요한 걸 말이야]


[지금이 아님 안돼는 거야....?]


[그래. 지금이 아니면. 전해지지않아.]


어제의 승리를 축하하는, 예쁜 금색 종이 접기 트로피를 내 손에 내밀면서.


[좋아- 해. 사랑해. 네이쳐]


라면서 기쁜듯이 말했다.


뺨을 긁적긁적 긁으며 트레이너는 부끄러운 듯이 웃는다. 트레이너의 머리는 삶은 낙지보다도 빨갛다.

입을 작게 열고 닫았다를 반복했다. 이런건....


[ . . . 반칙.. 왜냐면 이런거... 치사하잖아..]


나는 졌다. 이런 정직한 마음을 부딪혀 오다니.. 설령 자세를 취한다고 해도 당해낼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진거 같아서 진정되지 않는다. 

무언가 역습 할 수는 없을까.... 아, 그러고 보니. 마블러스가 막히면 물어보라고 했던 화제가 있었네.

받은 트로피를 빙글빙글 확인하면서 헛기침을 한번 하고 트레이너를 향한다.


[저기, 트레이너. 행복의 형태는 뭐라고 생각해?]


행복의 형태인가... 트레이너는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며 턱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몇번인가 [음..] [응] 소리를 내며 생각났다는 듯이 나를 본다.


[나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 행복의 형태야]


[흐ㅡ음....]


[너도 만났고]


[잠ㄲ....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 부끄럽잖아....!]


[하하하. 귀엽구나 네이쳐는]


[으으...... 시끄러 시끄러워!!]


그 기쁜듯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분해졌다. 나는 항의의 시선과 함께 트레이너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의외로 이게 내가 바라는 행복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자, 나가자 네이쳐. 어디 가고싶어? 특별히 없으면 유원지로 갈 생각인데]


[괜찮아요~ 유원지로. 앗! 좋은게 생각났다! 트레이너. 제안이 있는데...]


[제안?]


[히히.. 응 제안. 어제의 상자 아직 가지고있어?]


[그야 당연히. 미련한 남자니까.]


[관람차 탄 다음! 그때 받아줄게!]


[그렇다면.....!]


[응!]


있잖아. 마음 속 옛날의 나. 보고있을까? 명품 조연이던 난, 어제부터 틀림없는 일등성으로 바뀌었어.

에헤헤.. 대단하지? 상상할 수도 없을려나? 그래도 정말이야. 정말로 행복해.

약지에 꼭 맞는 은색 반지에 행복한 상상을 품으면서

나는 트레이너의 손에 이끌려 꿈만같은 최고의 미래로 한 발짝 내밀었어.


[오늘부터 잘 부탁해.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