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림의 초대를 받고 탑으로 오게되었다.



"교주… 왔군요."


"무슨 일이야 림? 이렇게 먼저 연락을 다 하고 말이야."


"새로운 개그를 발견해서… 교주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개그라고…?"

'개그'라는 말을 듣자마자 어째선지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번엔 무슨 아재개그를 쳐서 썰렁하게 만드려는걸까…?



"네. 누가 생각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재밌는 개그였어요."


"그, 그래..?"

벌써부터 림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지만, 너무나도 즐거워하는 표정이었기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자, 그럼 시작이에요."


림의 비장한 선언과 함께 주위가 조용해졌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조금 긴장이 되었으나 그래도 ㄱ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아하니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 다행인 듯 했다.


"교주."


"으..응?"



"나는 지금 '마취'됐어요."


"뭐? 진짜? 괜찮은 거 맞…"


"아이러브유쏘 '마취'."


"아."



"풉..푸흐흑."


"…림, 잠깐만."


싸늘하다.

순식간에 방안의 난로가 차게 식어 꺼져버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음이에요."


순간 우리 부장님도 안 칠법한 멘트에 정신이 날아갈 뻔 했으나,

림은 말릴 새도없이 다음 개그로 넘어가버렸다.



"교주… 교주는 항상 이런식이에요."


"…야 설마. 설마, 아니지..?"


"나랑 결혼식..!"



"풉..푸흑..히힉..키히히…!"


"이런…ㅆ!"


과연, '누가 생각해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을때 알아차려야 했을까…

설마하는 마음에 방을 둘러보자 구석에선 정말로 다크넷에 접속된 컴퓨터를 한대 발견할 수 있었다.


젠장… 시온한테 다음부턴 림의 탑은 접속을 차단시켜두라고 해야겠다.

림이 내게 정말로 작업을 친 것은 아닐테지만, 이런 저질 개그를 계속 듣다가는 수명이 줄어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그래 재밌었어. 근데 림, 혹시 그 개그들이 무슨 뜻인지는 아는거야..?"



"네…? 당연하죠. 그런식의 '식'이 다시 결혼식의 '식'으로 반복돼서…"


역시나..

괜히 유령 늪까지 온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교단의 업무를 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어! 갑자기 잊고 있었던 수양록이..! 미안, 림. 잘있어! 나중에 봐~"


"엇. 교, 교주…?"


교주는 순식간에 탑을 내려가더니 곧 다시 잡을 틈도 없이 늪의 안개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유령 늪의 서늘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활짝 열려버린 문.

림은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크넷의 연결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고나서야 겨우 다시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우으으… ㄱ, 아무래도 이번 고백도 결국 실패한것 같아요."


그렇게 이번에도 교주에게 써먹을 개그를 찾아나서는 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