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채널이 있는 줄은 몰랐네

어제 오자마자 100페이지치 념글은 전부 정독한듯 ㅋㅋㅋ

보기만 하는 것도 뭐하니까, 오늘은 내 얘기를 한번 써 보려고 함

이 아래부터는 썰 푸는 것처럼, 음슴체로 작성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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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북 어딘가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수능 1주일 전까지 기숙사 생활을 했고, 그러면서 정말 다채로운 사건사고들을 겪어 왔다.

오늘은 일련의 흥미로운 사건들 중 제일 무서웠고, 나와 친구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이미 쇠락한 구도심의 중심지에 있었다.

시청과 매우 가깝기는 하지만, 그것이 끝이다.

오후 9시만 돼도 근처 대기업 건물과 바로 옆의 낙후된 아파트 1단지, 그리고 그 앞에서 불을 밝히는 편의점을 제외하면 어두컴컴해지는 곳이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10시가 지나면, 불을 밝히고 있는 건물은 두 동의 기숙사 건물 말고는 없고 그마저도 12시 20분이 지나면 모든 불이 꺼진다.

요약하자면, 그때부터는 구도심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합쳐서 상당히 무서워진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를 떠나지 않는 기숙사생의 특성상 그런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일은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없었다.


그것을 처음 목격한 시기는 똑똑히 기억한다.

고등학교 1학년 3분기, 2학기 중간고사 시험기간.

새벽 2시까지 연등을 하느라 기진맥진해진 나와 친구는, 함께 선배들이 모두 외박을 한 방을 찾아 들어가 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잠들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기숙사생의 사소한 일탈이니까.

운 좋게, B의 방이 비어 셋이어 라면에 물을 올리고 밖을 바라보며 신세 한탄이나 하기 시작했다.

(※주: 처음부터 같이 있던 친구를 A, 찾아 들어간 방의 주인을 B라고 칭하겠다.)


아마 그때 우리는 꽤나 지쳐 있었던 것 같다.

나, A, B 모두 그 당시 1학년 전교권이었기에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했고, 그 압박감으로 인해 3시 30분에 자서 6시 30분에 일어나는 일정을 2주째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셋 다 심신이 쇠약해져 시험 직전까지 갖가지 이상증상을 호소했다.

복도에서 쓰러지거나, 학년부장 선생님이 부르는 환청을 듣거나, 서로 얼굴을 보고 이유도 없이 낄낄거리는 등.

속칭 '무수면 스쿼드'의 4인 중 3명이었던 우리는 누가 봐도 피폐해져 있었다.

(※주: '무수면 스쿼드'의 남은 1명은 이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 입 열었다 하면 웃긴 새끼고, 기숙사생이긴 한데 이상현상을 못 봐서.)


그렇게 심적으로 지친 우리는 창밖을 멍하니 보면서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공부, 건강, 인간관계를 거쳐 쏟아지는 잠을 빌려 점점 철학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당연히 심령이나 귀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분 뒤에 있을 사건은 짐작도 못 하고, 우리는 서로를 '귀신 같은 건 안 믿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다, 라면이 다 익을 시간이 되자 우리는 라면을 손에 들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세 명이 이상현상을 목격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야, 저거 왜 깜빡거리냐?"

B가 손으로 4층짜리 자습동 건물의 3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습동 복도 벽에 붙어 있는 화재 시 대피 안내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그때까지 17년을 살면서, 꺼지거나 파손된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등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도 그 때와 이어지는 경험들 몇 번을 제외하면 없다.

처음에는 하나의 깜빡임이었던 등은 점점 옆으로 번져 가 1분 정도 뒤에는 3층 전체가 깜빡였고, 머지않아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3층과 4층 전체의 등이 미친 듯이 빠르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우리는 라면을 손에 들고 벙 쪄 있었다.


"...시발, 저게 뭐냐?"

A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현상에 경악하며 말했다.

물론 나와 B도 마찬가지였다.


"전기 맛 갔겠지, 임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건물 전체가 깜빡이는 게 말이 돼?"

"오히려 그러니까 저렇게 깜빡이지. 병신아..."

나는 계속 무서워하는 A에게 면박을 주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무서움과 기괴함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

점점 불고 있는 라면을 먹으며 자습동을 응시하니,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등이 동시에 딱 하고 꺼졌다.

그리고, 우리의 말소리도 동시에. 

무거운 적막을 깬 것은, B의 목소리였다.


"...전기 맛 간 거 맞잖아. 병신들아."


그 말을 마치자마자 등이 동시에 화악 켜지고 형광등까지 켜지면서, 3층과 4층 안이 훤히 밝아졌다.

그리고, 3층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주: B가 저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전기가 맛이 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셋 중에 제일 겁이 많은데 티는 안 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도 없고, 애초에 진짜 사람인지도 구분하기 힘든 형체.

사실, 저게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예전에 자습동에 사람이 남아 있다가 큰 사고를 친 적이 있어서, 야자가 끝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무도 남아 있지 못하게 하고 문을 잠근다.

야자 감독교사와 당직교사가 얼마나 확실하게 확인하는지 안다면, 저게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그 형체는 계속 미동도 없이, 3층의 창문에서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모든 불이 확 꺼졌다가 대피 안내등만이 다시 켜졌다.

그리고 그 인간의 형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시발."

나, A, B 할 것 없이 "시발" 로 끝나지는 않는 온갖 욕지거리들을 내뱉으며 침대로 드러누웠다.

이 시점까지 와서 불어터진 라면은 우리 관심사에서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셋이 같이 자려 했지만 잠을 이루기는 무리였고, 이미 다 불어터진 라면을 쑤셔넣으며 애써 다른 얘기를 했다.

한창 진행 중이던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 정치 이슈, 이번 분기의 애니 등 별 얘기를 다 했는데도 시간은 야속하게도 느리게 지났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이야기를 하고서야 우리는 제정신을 차리고 각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사감, 학교 선생님, 친구들 등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무수면 스쿼드'의 헛소리로 치부될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깟 귀신보다 우리 몰골과 퀭한 눈이 더 호러였기에.

이 이야기에 대해 선배들, 심지어 졸업생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자습동이나 그 터에서 귀신을 봤거나 이상현상을 관측했다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2학년 때 그것을 다시 관측하기 전까지, '무수면 스쿼드'는 그 이야기를 암묵적으로 절대 밖에 내지 않았다.

이렇게 첫 번째 목격담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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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무섭진 않네 

필력도 안 좋고, 썰 소재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 미안

2편은 조금 더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해

모바일이라 긴 글을 쓰기는 힘들어서, 일단 끊을게

질문은 언제든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