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인가 고등학생 시절
자주 가던 동네 뒷산에서 겪었던 일이야.
언덕같은 작은 동산은 아니고 400m 정도 돼.
원래 점심에 일찍 갔다 오는데
빈둥거리면서 늑장 부리다가 오후 3시에 갔어.
산 중턱까진 쉬운 루트로 금방 오르고
그 위부터 가파른 길이니 천천히 올라갔지.
거의 다 올라와서 보니 시간이 5시쯤 됐나
그때까진 나무 사이로 빛이 스며나와서 밝았어.
그런데 여기 봉우리가 공군부대가 있는 곳이거든.
앞은 철조망으로 막아뒀고 옆으로 빠지면 능선따라
다른 봉우리로 갈 수 있음.
그래서 평소엔 철조망까지 찍고 하산하는데
그 날은 꼭대기 풍경을 보고 싶더라고.
푯말에 건너편 봉우리까지 2km 적혀있는데
왜 거기까지 갈 생각을 했을까 싶음.
철조망 너머는 한 두번만 가봐서 익숙한 길도 아니었어.
그렇게 능선타고 가는데 6시 넘어가니까 갑자기 주위가 시퍼렇게 어두워지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서 급하게 돌아가는데
어느 순간 길이 안보이는거야
보통 등산할 때 돌이나 나무 뿌리가 발판처럼 되있거나 길이 닦여있으면 여기로 다니는구나 하잖아?
그런데 능선쪽 오니까 그런 구분이 모호해지고 어디가 길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음.
분명 여기로 왔던 것 같은데 가다가 길이 끊키는거야.
결국 주변 돌면서 길 찾다가 포기하고
119 전화할까 여기서 잘까 고민했지.
고민하다가 우리 동네 방향으로 직선으로 뚫고 내려가기로 결정했어.
실족 위험도 있고 등산로에서 크게 벗어나는데
정상적인 판단은 아니지.
그 땐 홀린듯이 길이 안 보이니까 당황한 것도 있고
무서워서 거기 있기 싫었음.
폰은 배터리가 거의 없어서 손전등도 못 킨 채로
달빛에 의지해서 내려가기 시작했어.
나무 붙잡고 길도 없는 경사면을 내려가는데
가파르니까 정면으로 못 걷고 게처럼 옆으로 내려왔음.
내려오면서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게 제일 무섭더라.
여기 산이 위로 올라올수록 소음이 사라지는데
밤 되니까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산짐승, 새, 벌레소리 아무 것도 안 들리고
내 발소리랑 바람에 나무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니까
내려오는 내내 등에서 식은 땀이 났었음.
정신 부여잡고 한참을 내려가다가
사람 안 다니는 외진 오솔길이 나오고
사람 안 다니는 야외운동기구들을 지나쳐서
겨우 산에서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까 9시~10시였던 걸로 기억해.
길도 없는 곳으로 1시간 넘게 내려왔고
그나마 오솔길이라고 지나온 곳이 이런 느낌이었음.
그 때 내려왔던 오솔길은 지금도 어떻게 가는지 몰라.
길 중간에 잡초가 솟아있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어.
으스스했는데 산 위쪽에 비하면 탁 트인 길이 있는게
감사했지..
하여간 야간 산행은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