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덜 되었지만 증발할 뻔해갖고 식겁해서 작성


1. 반개념

 "개념"은 일종의 추상화·일반화된 보편적인 생각/관념적 단위임. 이는 그 개념의 "특성", 즉 그것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들로써 "정의"됨. 그렇다면 "반개념"이란 개념화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 항밈학과 연작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개념의 구조를 생각해볼 때 그 구성요소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구성요소들의 조합을 방해하는 방식일 듯.


예시1)

개념 "사과"에는 "초록색, 노란색, 혹은 빨간색 껍질", "하얀 과육", "장미목 장미과 사과나무속 사과나무종", "―의 열매", "식물성 과일", "사과 냄새" 등의 정보가 특성이 되어 정의됨.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보고도 "사과"라는 개념을 떠올릴 수 없다면, 혹은 "사과"를 "배"나 "귤" 등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정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것을 제대로 혹은 전혀 인식하지 못할 것임.


2. 반개념 vs. 항밈

 반개념과와 항밈학과는 똑같이 항밈적인 것을 다루지만 방법론의 차이가 있고 그래서 얻는 바가 서로 다른 것 같음. "반개념"은 위에서 보았듯 대상의 특성을 결합하여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임. 반면, 항밈은 그 대상의 입력이나 출력을 방해하고 저장된 것은 휘발시키는 것임.

 반개념과 자체가 다루기 까다로운지 항밈학과보다도 덜 다뤄진 느낌이지만, 아마 항밈학과 연작이었던가? 연표였던가 다른 설명글이었던가 항밈학과와 반개념과 각각의 처지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 방식의 차이점과 장단점을 보여주는 것 같음. 항밈학과가 "심연을 들여다 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 보지만, 그래도 나는 발버둥쳐 보겠다."라면, 반개념과는 "심연도 나를 들여다 본다는데, 내가 볼 수 있으면 쟤한테도 보이는 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못 보면 쟤도 날 못 보지 않을까?"라는 발상이지 않을까?


예시2)

반개념과 → 자기들 스스로 3125를 개념화하지 못하도록 함. 그 결과 3125와 조우할 일은 없어졌지만 자기들도 항밈 대응력이 떨어져서 자기네 외 인간들이 3125를 포함한 항밈 독립체들한테 썰려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음. 혹은 "그조차 못 보거나". 방풍안경과 이어플러그를 끼고 방공호에 숨은 셈.

항밈학과 → 역격리 공간을 활용해서 전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조정하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은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함. 그 과정에서 인원을 갈아넣어 힘겨운 소모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감수하기로 함. 위장복을 입고 참호로 숨어 다니는 셈.


3. 물질적/비물질적 밈/항밈 vs. 물리적/비물리적 밈/항밈[1]

 실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밈이나 항밈 그 자체는 정보로서 비물질이지만, 그러한 정보를 보유하는 물질(신체, 사물 등)이 있을 수 있음. 전자는 "비물질적 밈/항밈", 후자는 "물질적 밈/항밈".

 작용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밈이나 항밈 그 자체는 인식재해나 정보재해처럼 입력이나 출력 과정에 간섭하지만, 일단 그 자체는 가능한데 물리적인 작용 탓에 결과적으로는 복제되거나 복제되지 않게 하는 경우가 있음. 전자는 "비물리적 밈/항밈", 후자는 "물리적 밈/항밈".

 그래서 설령 항밈이나 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재단이나 재단 외 존재가 종종 이렇게 물질적이지만 비물리적으로 작용하는 "항밈 필터"나 "인지 필터", "밈 살해인자" 등을 쓰는 묘사가 가능할 것임.

 다만, 존재학적으로 보다 보니까 이게 생각보다 별 유효한 분류는 아닌 거 같기도 함. 굳이 실체/작용 각각으로 나누기보다는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나을 듯.


예시3)[2]

SCP-096의 안면 → 물질적 항밈/물리적 항밈.[3]

SCP-6579-D → (아마도) 비물질적 항밈/물리적 항밈.[4]

SCP-055 → 물질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2256 → 물질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3878 → 물질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프라하의 디보쉬 공동체가 사회적 은둔용으로 사용한다는 항밈적 상징 → 물질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3125 → 비물질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2828 → 물질적 과밈/물리적 과밈.


SCP-6363 → 물질적 밈/물리적 밈. 

SCP-1730에서 초반부에 웬 독립체가 벽에다가 끄적이고 다니던 문양 → 물질적 밈/비물질적 밈.

SCP-503-KO → 물질적 밈/비물리적 밈.

SCP-1839 → 물질적 밈/비물리적 밈.

SCP-779-KO → 물질적 밈/비물리적 밈.


3. 실존적 밈/항밈 vs. 비실존적 밈/항밈; 물리적 밈/항밈 vs. 비물리적 밈/항밈[1]

 실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밈이나 항밈 그 자체는 정보로서 비물질이지만, 그러한 정보를 보유하는 물질(신체, 사물 등)이거나 물리적 현상으로서 국한되어 있을 수 있음. 전자는 "비물리적 밈/항밈", 후자는 "물리적 밈/항밈". 전자는 "비실존적 밈/항밈", 후자는 "실존적 밈/항밈". 둘 중 무엇이라 하기 어렵다면 그건 "중첩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설령 항밈이나 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재단이나 재단 외 존재가 종종 이렇게 물질적이지만 비물리적으로 작용하는 "항밈 필터"나 "인지 필터", "밈 살해인자" 등을 쓰는 묘사가 가능할 것임.

 밈이나 항밈이 입력이나 출력 과정에 간섭할 때 인식재해나 정보재해가 발생하는데, 통상 정보적이고 변칙적으로 도약성/휘발성을 보이지만 개중 몇몇은 좀 많이 고전적이고 물리적인 방식이라도 결과적으로는 복제되거나 복제되지 않게 하므로 밈/항밈이라 할 수 있음. 실체보다는 작용을 가지고서 구분할까 생각했었지만, 애초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이건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 할 듯.. 조금 머리 식히고 생각해보니 "물질"이랑 "물리"라서 혼동할 것 같거든 아예 존재학에서 용어를 빌려다가 쓰는 것도 좋을 듯. 여기서는 전자를 "비물리적 밈/항밈", 후자를 "물리적 밈/항밈"이라고 하겠음. 만약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건 "복합적"인 게지. 당장 인식재해랑 정보재해도 복합적으로 나타나고는 하는데, 이건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입·출력장치와 연산장치, 저장장치는 완벽하게 구분되지는 않아서일 듯? 대표적으로 "뇌"는 언제나 연산과 기억, 입출력을 병행하고 있고.


예시3)[2]

SCP-096의 안면 → 실존적 항밈/물리적 항밈.[3]

SCP-6579-D → (아마도) 비실존적 항밈/물리적 항밈.[4]

SCP-055 → 실존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2256 → 실존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3878 → 실존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프라하의 디보쉬 공동체가 사회적 은둔용으로 사용한다는 항밈적 상징 → 실존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3125 → 비실존적 항밈/비물리적 항밈.


SCP-2828 → 실존적 과밈/물리적 과밈.


SCP-6363 → 실존적 밈/물리적 밈.

SCP-1730에서 초반부에 웬 독립체가 벽에다가 끄적이고 다니던 문양 → 실존적 밈/비물리적 밈.

SCP-503-KO → 실존적 밈/비물리적 밈.

SCP-1839 → 실존적 밈/비물리적 밈.

SCP-779-KO → 실존적 밈/비물리적 밈.

밈 찾고 분류하다 지쳐서 존재학으로 넘어감


4. 존재학적 관점에서의 밈/항밈

 존재학부에서는 대상을 "실존"(물질)과 "비실존"(비물질), "무"(無)로 나누고, 구성 3요소(물질, 과정, 개념)를 얼마나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서 분류함. 여기에 따르면 일단 비물질적 밈/항밈은 물질이 없으니 비실존/비물질일 것임. 하위 세 학과의 경우, 비교해볼만한 곳은 초월개념 존재학과랑 정보유물 존재학과라고 볼 수 있음.[5]


 초월개념과에서는 이데아와 현실계 각각에 존재하는 개념 간의 상호작용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데아의 개념(베리타스)가 존재할 때 재단 차원에 제대로 영향을 주고 인지되면 실존,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면 비실존, 베리타스가 없거나 있어도 영향을 못 주면 무니까, 기본적으로 현실계는 이데아의 모방이라는 점에서 모든 베리타스는 밈/항밈이라고 볼 수도? 여기서 통상적인 물리주의적 예상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비실존-변칙성 밈/항밈이 되는 것이고, 3125나 2747 같은 놈들은 현현하기 이전 대부분의 경우는 무라고 볼 수 있을 듯? 베리타스는 손 댈 수 없어도 현실 차원 쪽에서 대응되는 개념을 변화시킬 수는 있는 것을 응용하면 변칙성 밈/항밈 무력화가 가능할까?


 정보유물과에서는 "정보"와 "질료"를 가지고서 존재를 분류해서 둘 다 있으면 물체, 정보만 있으면 비물질(비실존), 질료만 있으면 순질료, 둘 다 없으면 무존재인데, 정보는 비물질이고 정보와 질료(물질)가 서로 분리될 수도 있고 결합될 수도 있는 시점에서 그 정보가 밈/항밈이라면 물질적 실체(질료)와 결합한 시점에서 물질적 밈/항밈이 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음. 그에 따라 해당 물체는 그게 사물이든 인격체든 그 효과를 누리는 거고.

 다만, 밈이나 항밈은 정보나 개념으로서 비물질이기는 하지만 보통 추상적이고 일반적, 보편적으로 정의되니까 그러한 특성을 지닌 무언가가 있다면 특수한 개체(독립체)가 아니어도 사실상 질료를 지닌 셈이라고 볼 수 있고,[6] 혹은 일종의 영질료(zero matter?)라고[7] 볼 수도 있을 듯? 그래서 정보유물과에서 다루는 비물질과는 달리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거나 인과성-정체성과에서의 비실존과는 달리 정체성 따위를 흡수하지 않는 것이고. 흥미로운 점은 변칙성 비물질 SCP의 예제로 패턴 스크리머를 꼽는 점인데, 오직 정보만이 있고 접근 물체를 자기처럼 비물질로 만드는 지점이라는 점에서는 이걸 "물리적 밈"으로 취급할 수 있지 않을까?[8]

머리 터지겠네




[1.1] 이렇게까지 분류해야 할까 싶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재단 세계관 내에서의 밈/항밈에 대해 최대한 사고를 확장하고 고찰해보고자 이런 분류를 해보았음.
[1.2][2.1] 의외로 밈이 항밈보다 헷갈리고 분류하기 더 힘들다. 더불어 비물질적 밈 찾기도 힘든 듯? 대부분 물질적이거나 일단은 물질로도 존재해서.
[2.2][3.1] 생각해보면 이 녀석, 압축성이나 항밈소 간의 결합성이 기가 막히게 좋은 놈인 듯? SCRAMBLE 헬멧이 화상을 뒤섞어서 원래 얼굴 형태와 달라지다 못해 알아보기 힘들어졌는데도 096한테 썰렸다는 것은 그게 관찰자에게 원래 항밈 정보와 일치하는 형태로 복제/전달되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3.2]
[4.1] 모든 정보를 다 보여주지 않아서 확신하기 어렵지만, 마지막 녹음기록으로 추측해볼 때, 물질적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발현하는 것 같음. 작용은 변칙적으로 물리적인 방식이었고. 아마 기특대 등 다른 사망자들도 캠브리지 박사랑 같은 발상에 이르면서 "항밈"당했겠지? 
[4.2][5] 인과성-정체성 존재학과도 과다한 비실존처럼 부분적으로 연결지어 볼만한 개념도 있지만, 개념상 그리 잘 엮이지는 않는 듯...? 아니면 아직 내 발상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6] 예컨대 "사과"의 경우 낱개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과 열매나 사과나무 등을 질료로 가진다고 볼 수 있음.
[7] 이건 영변화·영파생, 영형태에서 착안하여 붙여봤음.
[8] 왜냐하면 "공간"(위치)은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