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붕이는 후돌이가 싫었다


그가 후붕이보다 잘생겼기 때문에

그가 후붕이보다 돈이 많기 때문에

그가 후붕이보다 유쾌하기 때문에

그가 후붕이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런 이유라면 1년 선배인 후철 선배도 싫어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후붕이도 열등감보다 동경심을 지향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면, 왜 그렇느냐 하면

후돌이가 후붕이의 오랜 친구였기 때문이고

후붕이의 오랜 짝사랑인 후순이를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다


후순이는 후붕이와 후돌이와 오래 지냈다

후붕이하고 더 오래 지내긴 했지만 후철이와도 거의 10년지기였다

같은 동네를 뛰어다니고

같은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장난을 치다 어른들에게 꾸중을 듣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직장에 취직했다


후붕이가 직장에 들어간 것은 절반이 후돌이의 공이었다

자신의 공부를 마치고 후붕이를 가르쳐주었다

배움이 느린 후붕이의 수준보다 훨씬 높은 기업에 당당히 입사하게 해주었다


후순이는 기뻤다

여전히 셋은 함께라는 생각에

그리고 본래부터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진정한 소꿉친구라 생각하는 후돌이를 마음에 두게 되었다


그렇다

후붕이는 후순이에게 있어 '진정한 소꿉친구'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

내 인생에 배경같은 사람

후돌이의 뛰어남을 돋보이게 하는 인간

후순이에게 후붕이는 이런 정도였다

어수룩하고 못난 친구였다

그러나 익숙하고 어쩌면 후돌이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친구기도 했다

후돌이는 이상하게 후붕이를 잘 챙겨주었으니까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후돌이가 얼마나 뛰어난지 체감시켜주는 중요한 역할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후순이는 후붕이가 좋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돌이와 함께 있는' 후붕이가 좋았다


그런데 여기서 후돌이의 입장은 애매하다

후붕이가 생각하는대로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후순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후돌이는 진심으로 후붕이도 좋아한다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도 후붕이를 좋아한다


그것은 후붕이가 가지고 있는 두가지의 우월성 때문이었다

후붕이와 후순이는 잘 모르겠지만 후돌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후붕이보다 못한 두 가지를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후붕이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것을


첫번째는 용기였다

물론 담력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후돌이가 더 나았다

후붕이는 공포영화나 롤러코스터를 싫어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용기

예를 들어 후돌이의 집에 불이 났을 때

안에 있던 후돌이의 여동생 후희를 아무도 구할 생각을 안하고

후돌이마저 얼어붙고 있었을 때

후붕이는 그대로 들어가서 후희를 구해냈다

후돌이는 후희를 들고 나오는 후붕이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어떻게 저러지?

죽음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지?


그리고 여기서 두번째가 대범함이다

이 부분에서 후돌이는 후붕이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후돌이의 집은 외딴 데에 있었기 때문에

불이 났어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었다

기껏해야 10명 남짓


그 중에서 남자들은 후희를 무시하고 물을 길러 갔다

물을 길러 간다는 핑계로 후희에 대한 죄책감을 지우려 한 것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대부분 혼절하거나 도망친 상황이었다

즉 불타는 집을 보고 있는 건 후돌이와 후붕이 단 둘

그리고 후붕이가 멋지게 후희를 구하고 

후희를 내려놓았을 때쯤 어른들이 돌아온 것이다


어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후돌이를 칭찬했다

"어쩜 이렇게 용감할까?"

후붕이에게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너가 구했니라는 질문, 아니 말 자체를 걸지 않았다

후돌이는 매우 부당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후붕이쪽을 돌아보았다

당장 말하겠노라고

자신에게 잘못 향하고 있는 이 칭찬을 후붕이에게 바로 전해주겠노라고


그러나 후붕이는 생긋 웃어보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맞다는 듯이

여동생을 구한 오빠라는 게 세상에 맞는 이치라는 듯이

후돌이는 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하나뿐인 동생을 오빠인 자신이 아닌 한낱 남이 구한 것을 알았을 때 어른들이 어떻게 자신을 볼지 두려웠다

지금까지 지켜온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까봐

그래서 어른들이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나 때문에 다시 이사를 가야 할까봐


그러나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돌이는 자신이 멋진 사람이고 싶었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후붕이가 입을 열었다


"후돌이가 아니었으면 큰일났을 거에요"

후돌이의 눈물로 당황했던 어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후돌이를 안았다

"무서웠겠구나"

제 일을 다 한 후붕이는 다시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버려졌지만 후돌이는 마을의 영웅이 되었다


그렇다

후돌이는 여동생을 지킨 오빠로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자신 스스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멋진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오직 후붕이의 희생으로


후돌이는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리고 개운해진 마음에 죄책감이 강하게 내려앉았다

그것은 빼낼 수도 없어서 후붕이에 대한 짐으로 남았다


후붕이에게 공부를 가르쳐줘도

좋은 기업에 들어가도록 지도해줘도

후희가 가끔 비아냥거리면서 '영웅'이라고 경멸할때마다 그는 연신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그가 후순이를 좋아하면서 사귀지 않는 것도

후붕이가 후순이를 사랑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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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


후순이 또한 후붕이에게 빚이 있다(후돌이와는 무관)

-> 후붕이의 공부가 느렸던 이유(가정사)


후붕이가 어떻게 후순이에게 어필했는지

그리고 후순이가 어떻게 후붕이를 거부했는지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진 후붕이와

뒤늦은 진실을 알게 된 후순이 그러나 죄책감을 안고 후돌이와 결합


여기서 중대한 사건이 터지고 후순이 손절당함

후붕이에게 돌아갈 수 없어 후회하는 패턴


1편은 등장인물 소개같은 느낌으로 썼어요

첫 소설인데 못써서 미안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