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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사건이 마무리 되고 3개월이 흘렀다.

하준과 미영은 이전보다 더욱 가까워졌으며 서로의 사랑도 깊어졌다.


혹시 모를 일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었지만 하준이 미영의 곁에 붙어지낸 덕분에 그때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뒤에서 안준이 지켜봐준 덕분이기도 했다.


수민의 상황은 더욱 비참해졌다. 일련의 사건을 지켜본 하준이 결론을 내리고 그간의 정보 일부를 그녀가 다니는 대학 커뮤니티에 폭로하여 학교에 다닐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걸린 병.

자신의 선택으로 무너져 되돌릴 수 없는 관계.

그 과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방에 틀어박혀 버렸다.



수민은 밀려오는 그리움과 후회를 끌어안으며 밤마다 흐느끼기만 했다. 남아있는 사진 중에 그나마 온전했던 고교 시절의 프로필 사진을 찾아내 그것을 부여잡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제 그만 방에서 나와, 언제까지 그럴 거야?”


“…신경 꺼, 엄마 아빠는 일이나 해. 어차피 난 필요도 없잖아..?”


“정신차려라. 너보다 심하게 다친 하준이도 다시 일어났..”


“하준이는 하준이고 나는 나야! 시끄러우니까 내버려 둬!”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그녀의 부모마저 최소한의 조언이 전부였을 뿐,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는 그녀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루기 위해 일을 하는 것 뿐이었다.



“…읏…응…하준…아아…앙…하…준아…하준…아…보…고싶…어…”



즐거웠던 가족의 식사도 사라졌다. 이웃이었던 하준의 가족과 함께했던 외식도 사라졌다.

혼자만의 공간인 그녀의 방에 빛이 사라졌으며 눅진하고 신내가 가득한 노처녀의 방으로 전락했다.


한편, 경찰을 바톤을 넘겨받은 검찰의 구속영장이 발부가 되어 서울 구치소에 들어간 우성에게 면회가 들어왔다.



“어우, 강간마 새끼 면상이 반반하네, 구치소 밥이 급식보단 낫겠어. 그렇지?”


“…닥쳐, 조롱하려고 온 거면 꺼져.”


“어이구, 무서워라~ 알파남이 분노하면 씨부럴 세상이 무너지겠어.ㅋㅋㅋㅋ”



바로 하준의 형 안준이었다. 그는 마약과 성범죄에 관한 재판 기록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 뒤, 곧바로 면회를 신청하여 이곳으로 왔다.. 가장 중요한 경고를 하기 위해서.


안준의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우성은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뻔했지만, 교도관의 눈이 있었기에 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이를 갈기만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미영도 자신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야 울고불고 하겠지만 암컷인 이상, 자신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러했으니까.


다만, 우성에게 실수가 있다면 하준에게서 수민을 빼앗는 선에서 끝을 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어우, 잘나고 잘난 대학의 킹카가 될 뻔한 성범죄자. 네 실수가 뭔지 알아? 수민이를 낚은 건 괜찮았는데 내 동생한테 가스라이팅 걸고 트로피 진열대 삼으려 한 거야.”


“…………”


“걱정 마, 어차피 초범이고 판사 병신새끼들한테 반성문을 한 백장만 넘겨주면 양형받아서 집행유예 뜰테니까. 내가 조사 좀 해봤거든, 너 시궁창까진 아냐.”


“…말하는 이유가 뭔데?”



생각치 못한 안준의 조언에 우성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저 남자가 자신에게 조언을 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얼마못가 그 조언에 독이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너랑 수민이 년이 했던 짓 일부를 누군가 느그 대학 커뮤니티에 풀었어. 그 말이 뭔지 알아? 넌 대학을 돌아가려 해도 퇴학처분을 받을 예정이란 거야. ㅋㅋㅋㅋㅋ”


“…뭐라고?”


“그리고 하나 더, 네가 출소한 이후부터, 뒤를 조심하는 게 좋아. 내 불쌍한 동생 새끼의 인생을 쪼개려 했던 거 만치. 어디에 있든 상관없어, 너랑 다르게 난 시간이 남는데다 아쉬운 게 없거든. 그리고 내 동생 인생에 다시 손을 대려 한다면, 법보다 내가 먼저 갈테니 기억해둬라.


“…………”


“그럼 잘있어라, 자칭 알파남. 출소할 때 두부 챙겨주마. ㅋㅋㅋㅋ”



대학에 모든 소문이 퍼졌다는 말에 우성의 눈앞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그 말인 즉슨,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이요, 돌아가 봤자 최소 자퇴권고라는 이야기다.


구속기간이 만료되고 출소가 되어도 기나 긴 법정공방에 휘말린 이상,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뿐더러, 이미 모든 사실이 퍼졌으니 여자와 접촉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거기다 소름끼치는 미소와 동시에 흘러나온 뒤를 조심하라는 말이 우성의 목을 졸랐다. 주체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을 끝으로 안준은 시원하게 웃으며 구치소를 떠났다.



“뭐, 저 새끼 판이면 호빠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거기도 성범죄자 새낀 길게 못가니까. ㅋㅋㅋㅋ”



그날의 해가 저무는 저녁, 일상과 다름없이 대학의 문을 나선 미영의 앞에 하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났어?”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


“응, 집으로 가자.”



교문 앞에서 미소짓는 하준을 보는 순간, 미영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거리가 가까워 지는 순간, 주저없이 몸을 날려 하준의 품에 안겼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지만, 그날의 일을 이후로, 미영은 만날 때마다 웃으며 달려와 품에 안겼다.


평상시의 하준이라면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했겠지만, 그 역시 지난 번의 일을 통해 성장했다. 품에 안기는 미영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대신하는 키스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럼, 집으로 가자.”



저무는 석양의 빛이 손을 잡고 천천히 대학가를 벗어나는 하준과 미영의 뒤를 비추었다.

마치 두 사람의 사랑이 그늘이 드리우는 저녁에도 빛나기를 응원하는 것처럼.



“오늘의 저녁은 어제 준비했던 돈까스야.”


“헤에~ 그러고보니, 하준이 요리 실력이 늘어난 거 같은데?”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운 덕분이지.”



일상이 되었다.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하준의 품에 기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안준의 주선으로 양가의 부모가 아는 관계가 되었다.

하준의 부모는 미영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미영의 부모에게 있어 하준도 마찬가지였다.


빛 하나 없는 방 안에서 몸을 섞고 감정을 나눌 때마다,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껴안고 잘 때마다 깊어지는 마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오늘 과제발표는 어땠어?”


“성실한 만큼의 결과가 나왔어. 바라는 만큼. 하준아, 곧 일하러 돌아간다고 했지?”


“응, 다시 일하러 가야지.”


“그럼, 다시 도시락을 준비해야겠네.”


“기대할.. 응? 이건...”


“누구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도착한 집앞에서 하준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발신자 : 수민]


“후우..”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준은 휴대전화를 미영에게 보여주었다. 미소를 짓고 있던 미영도 발신자 명함을 마주한 순간,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피할 순 없겠지..”


“하준아, 내 생각.. 들어볼래?”


“…정말 괜찮겠어?”


“응, 그게 좋을 거 같아.”



생각이 있다는 미영이 귓속말로 뭔가를 말하는 순간, 놀란 하준이 눈을 크게 뜨곤 미영의 의사를 다시 물었다. 미영이 말한대로 할 순 있겠지만, 어찌보면 그녀에게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는 미영에게 망설임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이 순간을 지난 몇개월 동안 생각했던 것처럼. 오히려 확신으로 가득찬 진지함까지 보였다.


이에 여자친구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결정한 하준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ㅅ...”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하준아하준아하준하준아미안해제발나를제발날제발!!”



인사를 하기도 전에 스피커 너머로 비통한 수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비웃던 남자에게 매달려 울부짖는 소꿉친구에게 동정심 따윈 하준에게 남아있지 않다.



“술마셨으면 다른 곳에 말해. 끊는다.”


“안 돼! 안돼안돼안돼! 제발 한번만 만나줘!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나쁜거야! 제발 만나줘! 나랑 이야기를 해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제발! 제발!”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오는 비통한 수민의 목소리는 미영에게도 들릴 정도였지만, 하준은 물론이고 미영도 굳은 표정을 짓기만 했다. 어차피 할말은 정해져 있다.



“주소를 알려줄테니 내 방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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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이 마지막 화가 될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