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 간만에 많아졌네요.

전에 선포해둔 거 쓰기 전에 손풀기 용으로 하나 써봅니다.

다만 이름은 바꿨습니다.

또 죽기 직전의 주인공의 시점과 이후 금태양의 말로에 더 중점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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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https://arca.live/b/regrets/99558847


"으으...어..? 여긴...?"


감은 눈을 뜨고 일어났다.

눈을 뜬 장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내가 왜....아..."


자신이 왜 여기있는 건가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난.."


마지막으로 떠오른 기억은 이러했다.


다급해보이는 운전수의 표정


고장이라도 난 듯이 급발진하는 트럭


그리고 황급히 뛰어들어 그녀들을 구하듯 몸을 날려 밀어내는 자신의 모습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는 트럭의 앞부분


바닥에 누워있는 자신과

자신의 코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피 맛


바닥에 누운 자신을 둘러싼 채 웅성거리는 인파의 벽


트럭의 위협에서 벗어나있는 그녀들의 모습


마지막은 자신의 이름인 윤철의 이름이었다.


"그렇게 트럭에 치였었지...그럼 난...죽은 거겠네..."


자신이 죽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남자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돌이켜 볼 것도 없는 아쉬움만 가득했던 삶이었으니까.

그가 구한 그녀들은 한 때 그와 가까운 사이였던 여자들이었다.


어린 시절 치기어린 결혼 약속까지 했었던 소꿉친구 서미래


-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우리 당분간 거리를 좀 두지 않을래? 솔직히 이젠 네가 좀 거북하거든...."-


검도에 능하여 자신에게 근간을 알려줄 정도로 가까웠던 학교 내에서도 

인망이 컸던 검도집안의 영애이자 학교 검도부 부장이기도한 선배 신주아


- "....그렇게 보진 않았었는데 결국 선을 넘었구나. ....실망했다. 이제부턴 부실에 올 필요는 없어."-


성별을 넘어 같은 취미까지 공유하며 순수한 우정을 쌓은 사이라 여겼던 여사친 후배 강수연


- "하, 댁도 결국 다른 놈들과 별 다를 게 없던 새끼였네.... 꺼져. 앞으로 내 눈에 띄기만 해 봐?"-


자신에게 남매 이상의 감정을 가진 듯 굴었던 의붓 여동생 이예린


-"한 때는 우리 엄마가 왜 하필 아버지와 재혼한 건지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이유로 원망스럽네. 부끄러우니까 아는 척 하지 마."-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모두 떠나가 버렸다.

그녀들의 곁에 있던 사람은 김태성이라는 남자였다.

자신과 달리 우유부단하지도 않고 적극적이고 그녀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곁에 있어주던 남자였다.

그런 사람이니 그녀들이 반할 수 있었던 거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누군가에 대한 원망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그의 머릿속에 남아돌았다.


- "병신, 그 따위로 눈치없고 우유부단하게 구니 다 뺏기는 거라고."-


그런 자신을 향해 김태성은 그녀들을 모두 독차지한 사실을 그에게 통보함과 동시에

그를 조롱했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너희가 행복하길 바래.

 부디 그 녀석과의 사이에서는 나와의 관계에서의 있었던 일이 없기를 바래....

 그야 어럿이서 사랑을 공유한다는 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니까...

 서로가 의심없이 굳이 말로 안해도 진심으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마지막만은 날 좋게 평해줄 수 있을까?

 나...이번에는 늦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모든 걸 놓고 사라져갈 마음을 가졌다.


그 때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그렇게 호구스러우면 어떡합니까?"


"어?....어디서..목소리가..?"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의 앞에 어떤 빛의 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쩜 그렇게 마지막까지 자기 병신 만든 것들이 행복하길 바라는지 당신 같은 인간 처음봅니다."


"누...누구세요? 혹시 저승사자인가요?"


"저승사자? 하! 절 그런 쪽으로 본 건가요?"


"그럼 신인가요?"


"뭐...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부르세요."


"근데 그 신이 왜 절..."


남자의 질문에 빛의 구가 말했다.


"당신이 하도 한심해서 나온겁니다.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호구스러워서 어떻게 살려고 하세요?

 그 김태성인가 하는 놈이 부럽지도 않으셨나요?

 당신이 아마 그런 놈 반만 했어도 당신 주변 여자들 뺏길 일은 없었다고요."


빛의 구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당신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려고 합니다.

 물론 이 세계에서는 안되고요. 이미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그렇겠죠...."


"그러니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드릴겁니다.

 마침 딱 맞는 몸도 있으니 말이죠.

 그 몸에 당신을 넣어드릴테니 그 곳에서 앞으로 살아가세요."


빛의 구는 어떤 형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형상에 보이기 시작한 건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체격도 좋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성격을 가진 외모도 준수한 남자의 육체였다.


"저거예요. 저기로 들여보내 줄거예요.

 저 몸으로 새 삶을 사세요.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저도 지금 상당히 바쁜 몸이라서요.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를 준비하려 하자

윤철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말했다.


"저기..."


"네?"


"왜 그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죠?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저런 몸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텐데...예를 들면"


김태성의 이름을 말하려다가


"거기까지!"


빛의 구에게 막혔다.


"무슨 말하려는지 알아요.

 더 나은 사람이 있을텐데 왜 그 쪽을 넣냐고 물었죠?"


"네.."


"그야 당신이 이번 생에서 등신같이 살았으니까요.

 근데 그 등신같이라는 말이 나쁜 식이 아니라 착하게 살아서예요.

 순화시키면 순수하게는 아니고 순진하게라고 해야 맞겠네요.

 그래서 기회를 주는 거예요."


"...."


빛의 구는 그의 얼굴을 보다가 이내 

포기했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요...말해드릴게요. 

 당신을 지금 넣으려고 하는 몸 김태성의 몸이예요."


"네!? 김태성이라뇨!?"


"아. 정확히는 원래 세상의 김태성이 맞겠네요."


"원래의 김태성이라니..."


"하아...좋아요...결국에는 당신한테는 말해야겠네요."


빛의 구는 윤철 그가 살았던 세상의 대해 말해주었다.

그가 있던 세상은 진짜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세상이었고

윤철 본인은 게임 속 캐릭터이고

김태성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 게임에 떨어져

금태양의 몸에 들어간 이방인이었다.

이 게임은 미연시 장르이기는 했지만 평범한 미연시가 아닌

어느 루트를 가도 연애에 실패하는 미연시를 가장한 똥겜이었다.

이 게임에서 이방인들은 금태양의 몸에 들어와 주인공의 삶을 망가뜨리고

주인공의 여자들을 차지하는 게 빛의 구에게 있어서는 일상인 게임이었다.

그리고 빛의 구는 그 게임이 만들어질 때 시스템을 담당하는 마더보드로 만들어진 자였다.


"그래서 당신이 자신을 신이라고 말해도 상관없다라고 말했었던 거군요..

 그리고 당신이 김태성이 나한테서 그녀들을 빼앗도록 도와줘왔던 거고요..."


"그래요...하지만 저도 완전한 신은 아니예요. 그저 남이 만들어준 것을 따르는 수 밖에 없는

 말 뿐인 신이나 다름없죠. 그저 이방인이 바라는 걸 이뤄서 이방인의 재미를 만족시키기 위한 그런 존재였죠...

 원래대로라면 당신은 주변의 이성들을 모두 잃고 비참한 삶을 살아갈 운명이었어요.

 지금까지 같은 이름으로 개발된 수많은 이 게임에서 주인공들 모두 그런 결말을 맞이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랐어요...

 모든 걸 잃었지만 마지막까지 그녀들을 위해주었고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버렸죠."


"게임 입장에서는 주인공 자리가 비어버린 거예요.

 저희도 이런 경우가 정말 없었어요.

 그래서 차선을 택한 거예요.

 당신을 김태성의 몸에 되돌리자고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말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렇기에..조금이라도 보답으로 하고자 이런 방법을 택한 거예요..."


빛의 구는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사과가 제대로 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자신의 게임 속 캐릭터인데다가

우유부단한 면모도 게임에 의해 만들어진 거고

자신의 삶은 게임에 들어온 이방인에 의해 망가져버렸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그럼..전...제 역할을 다 한 건가요?"


"네?"


"제가 게임 속 캐릭터라면서요...그럼 제 역할을 다 한 게 맞는 건가요?"


그의 질문에 빛의 구가 잠시 말을 못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네...맞아요...당신은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다 하셨어요.

 그 증거로 모든 걸 다 잃는 순간에도 진심으로 사랑했던 네 사람의 목숨을 구했으니까요....."


"그런가요....그럼...다행이네요..."


그 말에 빛의 구는 작게 말했다.


'당신은 역시 이 곳을 나가셔야해요.'


"네?"


"아..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럼 이제 바로 나가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나가시면 새로운 삶이 기다리실거예요. 더는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고

 이성에게 차일일도 없으실 거예요."


"그러면 좋겠네요...."


윤철의 대답은 어중간했다.

자신이 그 동안 게임에서 당해온 일들이 있으니

확신이 바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거예요. 반드시!"


그렇기에 빛의 구는 그 마음속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아....네.."


"아! 마지막으로 가신다면 저랑 약속하나 해주실 수 있나요?"


"약속이요?"


"이제 우유부단하게 살지 마세요. 

 착한 마음을 잊지 않으시되 소극적으로 나가지는 말아주세요.

 순수하되...순진하게 살아가지는 말아주세요."


"이것도 그 시스템이라는 거의 지시인가요?"


"아니요..."


빛의 구는 아니라는 말과 함께 다음의 말을 했다.


"본의 아니게 저랑 이 게임 때문에 인생을 망친 당신에 대한 속죄랍니다.


그 말과 함께 이 게임의 주인공인 윤철은 빛과 함께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빛의 구만 남게 되었다.


"자 그럼 결말을 지어볼까요?"


빛의 구는 창을 열고 무언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웃기지도 않는 게임의 비참한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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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게임 속에서는


"빌어먹을 패배자 새끼가..."


게임 속에서 금태양의 위치를 맡은 김태성은

삽시간에 벌어진 사고의 경악함도 잠시 황급히 자신의 연인들을 

향하던 짜증을 참지 못했다.

돌진해오던 트럭으로부터 그녀들을 구한 게 다름 아닌 윤철

원래대로라면 이 세계의 주인공이었을 놈이었으니까.


그 동안 자신의 그녀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왔고

그녀들도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의심치 않아왔다.

이 게임의 실질적 주인공은 금태양이고 

자신의 그 금태양의 몸에 들어와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그라 할 지라도 윤철이 달려드는 트럭으로부터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는 선택 앞에서는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독차지한 채 자신이 만든 이 아름답고 완벽해진 세상에서 

개죽음을 당할지 모를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으니까.

애초에 사람인 이상 그런 상황에서 주저하는 건 당연한 거니가.

그렇기에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패해서

모든 걸 다 잃은 윤철이 그녀들을 구하는 행동을 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빌어먹을 게임 시스템 이런 건 내용에 없었잖아!

 원래 루트라면 윤철은 그냥 자기 혼자 넋놓고 있다가

 트럭에 치여 누구도 축복도 받지 못한 채 죽는 루트였다고!

 근대 대체 왜!'


당황하고 예상치 못한 일을 일으킨 게임시스템에 화가 났지만

 이내 김태성은 사고에 놀란 그녀들의 마음을 추스리게 하고 충분한 시간만 들이면

윤철의 부고소식에 대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적거리 벌리기야 간단하다라고 생각했었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자신의 말이라면 껌뻑 죽으니까 문제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얘들아 내가 상황보고 올게. 너희는 인도ㄹ.."


하지만


"잠깐만 태성아."


그녀들을 이끌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 그 전까지 멍하니 있던 윤철의 소꿉친구 히로인인 서미래가 

그의 손을 뿌리쳤댜.


"미래야. 진정해!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서..."


"...아니예요 태성 오빠. 분명 누군가가 우릴 감싸고 대신 치였다고요!"


"맞아요. 선배! 선배도 느꼈죠? 저도 아직 감각이 생생한데..."


"그래 맞아. 태성아. 우릴 구한 은인인데 이대로 놔두고 떠날 순 없어."


자신들을 구했다는 행위는 이미 네 사람의 머리속에 각인 된지 오래였고

서미래를 필두로 다른 히로인들까지 앞다투어 사고현장으로 몰려가지 시작했다.


'빌어먹을...이렇게 되면 윤철 그 새끼의 인상이 그녀들 뇌리에 남을 텐데...'


결국 그도 히로인들의 뒤를 따르려 했다.

상대가 죽든 말든 상관없는 가학적인 본성이 입을 비집고 나왔다.


"이미 끝났으면 그냥 혼자 뒤지지 왜 발악질이 건데..."


그 때였다


-띠링!


그 때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자신이 이 세계에 왔을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준 근간이 되어준 시스템창이 

이제서야 떠올랐다.


'오 그래! 시스템창 빨리 이 사태 좀 어찌 좀 해보라고!

 이런 건 게임 루트에 없었잖아!'


김태성은 하늘이 운이 자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속으로 환호했다. 

자신의 앞에 뜬 이 세계에서도 현실처럼 살게 해준

시스템 창이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어떤 식으로 도와줄지 기대했다.

하지만..


[시스템 변동 발생!]


"하?"


[주인공 캐릭터 윤철의 신변 이상 및 심리 변화의 감지로 그에게 주어졌던 '주인공의 운명'을 당신에게 재부여합니다. 

중요도에서 보다 상위의 역할이 부여되었으므로, 자연히 이전까지 플레이어 김태성에게 활성화되었던 '금태양의 길'은 박탈됩니다.]


"이..이게 무슨 소리야!?"


김태성이 지금까지 이 게임 속에서 하렘을 누리며 살게 해준 능력인 

금태양의 길

이 능력과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시스템 창 이 두 가지가 

김태성을 이 곳에서도 현실처럼 살게 만들어주었었다.

근데 지금 그 시스템 창이 자신에게서 금태양의 길 능력을 소멸시키고

자신에게 윤철의 자리를 넘겨버렸다.


'뭐?! 내가 주인공? 이 어느 루트를 가도 연애에 실패하는, 미연시를 가장한 병신 똥겜의 줘도 안 가질 주인공 자리라고?'


관계를 강탈할 때마다 확보한 특전들이 송두리째 날아갈 위기에 그는 황급히 시스템을 확인하려 했으나....


"웃기지마! 갑자기 왜 이러냐고! 날 이 자리로 올려준 건 너잖아!

 근데 왜 이제와서!"


김태성을 시스템창에게 원망담긴 말을 했지만

시스템창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새로운 특전 활성화!]


[이심전심 : 이제부터 이 세계관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당신에게, 

원래의 주인공이던 윤철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에 느낀 후회에 기반해 남기고 간 선물입니다. 

그녀들과 진실된 마음을 나누고 오래도록 사랑을 이어가세요!]


[효과 :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그녀들에게 당신의 진심이 전해집니다. 

또한 당신이 그녀들을 쟁취하기 위해 행했던 모든 노력과 활약상, 

또한 거기에 담긴 당신의 의지가 가감없이 그녀들에게 전해집니다.]


'내 모든 행적과 의지라고....?'


"씨발...."


김태성은 욕지거릴르 읖조렸다.

저 특전 쉽게 말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윤철한테서 그녀들을 빼앗기 위해 

저질러온 악행들을 윤철의 탓으로 돌리고 

선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포장한 이들이

모두 그녀들에게 전해진다는 걸 의미했다.

사실상 이 시점에서 김태성의 게임 속 인생은 끝장 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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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거짓말이지?"


한 편 이유모를 불안감에 인파를 헤쳐나간 소꿉친구 서미래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낯익은 소년의 얼굴을 보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남자친구가 생긴 자신에게 계속해서 집착을 보이고 남친인 김태성과 자신의 사이를 이간질해서

끊어낸 인연이었지만 한 때 누구보다 자신과 가까웠던 소꿉친구 윤철에 얼굴이 보였었다.

트럭으로부터 자신을 구한 게 김태성이 아닌 윤철이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그가 저지를 행적에 관계없이 

막연한 죄책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처..철아...네...네가 왜..."


그래도 같이 지내온 세월이 얼만데 자신이 매정했다는 맘이 들었다.

조금 더 부드럽게 정리할 방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 후회도 잠시였다.

왜냐하면.......


[특전 '이심전심' 부가효과 발동!]


그 후회는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돌아올테니까.


[당신의 남자친구 김태성은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당신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그가 당신을 차지하기 위해

 행한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방해꾼에 불과한 당신의 소꿉친구 윤철을 치워버리기 위한

 그의 활약상을 보니 사랑이 더 깊어지는 걸 느끼시나요?]


기묘한 알림음과 함께 띄워진 메시지


거기에 채 의문을 표하기도 전, 그녀의 뇌리로 믿어 의심치않던 그녀의 남자친구, 

금태양 김태성이 소꿉친구를 고립시키려 한 모든 수작들이 하나둘씩 펼쳐지기 시작하고....


"꺄아아아악ㅡㅡ!!!!!"


마침내, 자신이 윤철과 헤어진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인

그녀가 해수욕장에서 빠져 허우적 대던 사건에서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헤엄쳐오려는 윤철의 모습과

사람을 시켜 자신이 물에 빠지게끔 유도하며 몰래 지켜보다가

자신과 가까워졌을 때 손쉽게 계획한 대로 자신을 구하는 척하는 김태성의 모습이 보인 

시점에 와선 소름이 끼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미래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미래 언니 무슨 이..."


그녀를 제외한 다른 히로인들도 다를 바 없었다.

그 동안에 김태성이 순수한 마음없이 자신들에게 접근하고

온갖 술수를 쓰며 윤철을 자신들에게서 떨어뜨렸다는 사실이 전부 전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남자친구이자 사랑스런 후배인 김태성은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그가 행한 모든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게임의 특전으로 얻은 실력으로 의기양양하고 오만하게 굴면서

우직하게 당신이 가르친 걸 증명하기 위해 목검을 휘두른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후배를 손쉽게 압도하는 모습은 어떤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무도와는 다르지만, 당신이 좋다고 물고 빨고 한 사람이니까 비겁한 짓을 하기는 했어도 여전히 사랑하시죠?]


"이, 이게 무슨.... 태성이 정말 그랬다고? 그럼 그때 철이는....내 가르침 만으로...대걸했었던...... 아...."


그저 자신들을 공략하기 위해 뒷사정과 본망을 들여다보듯 미리 알고서 접근한 것까지도...


[당신의 남자친구이자 귀여운 선배인 김태성은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남자를 불신하는 당신을 함락시키기 위해 그가 행한 모든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겉으론 젠틀한 척 하지만 그는 뒤로는 당신의 소중한 친구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당신의 언니나 어머니에게마저 언젠가 자빠뜨려 성노예로 만들겠다는 흑심을 품은 그의 갭을 느껴보세요. 

뭐, 어때요?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그렇게 떠벌이던 자랑스러운 성인의 유머감각일 뿐이잖아요? 안 그래요?.]


"아냐아냐아냐아냐!!! 태성 선배가 그랬을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다고...그럼 난 날 위해준 철이 선배를...그렇게...."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여성들을 언젠가 자기 밑에 깔아뭉갤 성처리도구 정도로 인식하는 저열하기 짝이 없는 속내도....


[당신의 남자친구이자 믿음직한 오빠 김태성은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의붓 오빠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던 당신을 손에 넣기 위한 그의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뒤틀린 건 사실 당신이지만 아무 잘못 없던 당신의 '오빠'를 대신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그의 수완에 감탄하세요. 

기뻐해야할 거예요! 뭐가 됐든 잘못된 일이든 결국 모든 건 전부 당신을 위한 헌신이었으니까!]


"날 위해서였다고....? 그것 때문에 난 철이 오빠를....? 아아.... 아아아악ㅡㅡ!!!!"


뺏어가는 것도 모자라 굳이 관계를 파탄낼 목적으로 윤철을 쓰레기로 만든 혐오스런 인성까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들 모두의 남자친구인 김태성은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고작 당신들 한 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그의 원대한 욕망과 자신감을 살펴보세요! 

언젠가 반드시 전원이 다 자신의 것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저 트로피 와이프 마냥 곁에 두기 위해서 당신들 모두에게 진심 하나 없는 사랑을 속삭이던 순간을요. 

서로 간의 합의가 있기도 전부터, 아예 처음부터 바람을 피웠던 사실 정도는 봐 주세요. 

달달한 말로 시험 성적을 알아내어서 여러분을 곁에 두고 싶어했던 그의 모습을 봐 주세요.

설마 그에게 실망을 하거나 원망을 하시지는 않겠죠? 그는 단지 부지런한 것 뿐이랍니다?]


"하, 하하....뭐....처음부터 그랬었다고?"


"내게 미래 언니를 설득해달라 그래 놓고선.... 거짓말쟁이...."


"이 빌어먹을 놈...그 개자식 때문에..난 철이를 내 손으로....."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 더러워..우욱...처..철이 선배..나...나 좀 살려줘...어디있어? 철이 선배...제발..나 좀....."


자신들이 그렇게 쓰레기라고 생각해왔던 사람이 윤철이 아니었다는 진실과 

정작 쓰레기는 그녀들에게 공인받기 훨씬 전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던 금태양 김태성 쪽이었단 사실에 그녀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그런 쓰레기에게 넘어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순수한 한 소년을 자신들의 손으로 버렸다는 허탈감에....

심지어 그냥 선택을 잘못한 것도 아닌, 금태양의 유도에 말려들어 그의 모든 걸 철저히 부수는 데 일조했단 죄책감에 휩싸인 채....

그녀들은 그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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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보통 사람들은 이 자리를 얻고자 바란다.

사람들은 말하거나 상상한다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상상을 하거나 말한다.

하지만 


"억! 커헉! 제..제발 그만...제발.."


여기 그런 삶을 바라지 않는 이가 있다

바로 한 때 이 게임 속 금태양이었던 김태성이었다.

그는 지금 수많은 남자들에게 구타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한 여성 바로

검도부 선배인 신주아였고.

남성들은 신주아의 집에 인력들이었다.


"아직도 살아있어? 이 빌어먹을 쓰레기 자식."


"서...선배..이거 믿는 거 아니죠? 

 이거 전부 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니까요....

강수연이 우리 이간질하려고 이러는 거라고요!"


김태성은 발악을 하듯 외쳤지만 신주아의 귀에는 그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직도 그런 말을 할 정신이 남아도나보지?

 이 놈 더 두들겨 패서 내 쫒아!"


"억! 자..잠깐..서..선배!"


김태성은 그렇게 두들겨 맞고 쫒겨났다.


"으...으윽..."


"다시는 이 곳에 발 들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이 쓰레기 자식. 부실에서도 제명할테니 그렇게 알아둬!"


김태성은 곤죽이 된 몸을 이끌고 절뚝거렸다.

다리가 부러졌는데 절뚝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그 모습을 창가로 보던 신주아는 경멸어린 눈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다 처리했어...이제..나하고 그 사이에는 어떤 인연도 없어...헤헤 이제 그러니까...

그러니...제발...내게 대답해줄 수 있을까? 응? 철아...

 한 번만이라도..나한테 잘했다고 칭찬 한 마디라도 해줘...

널 버린 거..없던 일로 할테니까....헤헤....제발...철아...내게로 돌아와 줘..."


자신의 방 벽에 도배된 윤철의 사진을 보며 넋 나간듯이 웃었다.


한편 김태성은 신주아의 집에 올 때까지 

이전의 자신이 빼앗을 히로인들 중 두 명한테 더 버림받았다

첫 시작은 윤철의 의붓여동생이었던 이예린이었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 이 집 나가는 거지!

 너 같은 거 말을 믿었다가 난 하나 뿐인 오빠를 잃었어!

 너만 보면 토악질할거 같다고! 이 살인자!"


"이 ㅆ발년이! 지금 뭐라고!"


하지만 이내 김태성의 집으로 경찰이 들어왔다.


"어어?! 뭐..뭐야!"


"내가 짐싸기 전에 불렀어.

 경찰 아저씨 저 사람이 절 납치해서 강간하려고 했어요."


"어어!? 아니예요 다 저 년이 절 속인거라고요!

 야 이예린 너 거기 안서!"


김태성을 경찰들에게 맡기고 이예린은 

김태성의 집을 나왔다.

그렇게 이예린은 김태성의 집을 벗어났지만

그렇게 돌아온 집에서는 막 나가는 그녀를 호적에서 파버린 지 오래였었다.


"얼른 나가버려!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어!"


"아빤 딸따위 없었던 걸로 알거다."


그렇게 부모에게도 버려진 채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그게 그 새끼 본성이구나. 오빠 말을 믿었어야 했는데..

 바보는 오빠가 아니고....나였어..."


그러다가 이내 거리를 걷던 이예린은 가게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처참했다.

염색한 머리 배꼽이 다 드러난 티와 배꼽에 붙은 피어스

팔과 다리에 있는 문신과 짙은 화장.

이전의 윤철을 좋아하던 귀여운 이예린의 모습은 어딜봐도 찾을 수 없었다.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윤철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은 이전의 윤철이 기억하던 모습이 지워진지 오래였다.


"나...다 없어졌네...흑...오빠가 기억하던 그 모습도...이제는 다 없어졌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거네.....흑..흐아아아앙....오빠...

 예린이가 잘못했어..! 제발...제발 다시 돌아와줘!"


이예린은 번화가 한복판에서 절망한 채 울부짖었다.

그렇게 이예린 때문에 경찰조사를 받고 돌아온 다음 날

김태성은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퇴학이라니!"


퇴학처리 당했다.


"네 안 좋은 소문이 너무 많이 떠돈다.

게다가 검도 시합도 그거 조작한거라더구나.

이대로 가봐야 학교 이미지만 안 좋아질테니 얼른 나가버려라.

뭣도 없는 네가 발악해봐야 얻는 것도 없는 거 잘 알테지?"


그렇게 교무실에서 나가자마자 보인 건

후배 여사친인 강수연이었다.

김태성은 그녀를 보자마자 알게 되었다.

그녀가 학교내에서 퍼뜨렸다는 걸


"너...너 이 썅년이..."


"너 때문에 철이 선배는 죽어버렸어...

 다 너 때문이야...그래서 다 말했어.

 네가 했던 짓들 검도시합일까지도 전부..."


"이게 나 혼자 한 거야? 너도 같이 그 새끼 욕 해놓고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시겠다?

 내가 혼자 죽을 거 같아!"


"맞아..너 혼자 죽을거야."


"뭐?"


"이것도 다 찍고 있으니까."


강수연은 다른 건 몰라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인싸였다.

그래서 김태성도 강수연을 공략하면

주변에 얼굴 반반한 친구들까지도 모두 공략하려고 생각했고

그녀를 손에 넣었을 당시 윤철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린 것도

강수연의 인맥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인맥의 위협이 자신에게로 향해버렸다.


"이거 퍼지면 너 이 동네 어디에도 발 못 붙일거야.

 철이 선배가 받았던 고통 너도 똑같이 받아."


"이...이익! 빌어먹을!"


김태성을 그렇게 악소리만 하며 학교를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는 강수연 혼자만 남게 되었다.

혼자 남자 강수연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뒤늦게 그녀를 본 친구들이 그녀에게 몰려왔다.

자신에게 괜찮냐고 말해주었었다.

하지만


"안 괜찮아...하나도 안 괜찮아.

 흑...나 때문에...철이 선배가...

 내가 그런 쓰레기한테 안 넘어갔었어도...철이 선배가 죽지 않았을텐데..."


강수연은 주저 앉아 흐느끼며 윤철에 대한 미안함을 비추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윤철이 살아서 돌아올 일은 없었다.

한편 김태성은 자신의 집에도 학교에도 못 돌아가는 처지가 되었었다.

집은 이예린 때문에 경찰들이 주요 순찰을 도는 곳이 되었고

학교는 강수연 때문에 퇴학당해 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신주아의 집이었으나

신주아의 집에서는 구타만 당한채 쫒겨났었다.

결국 남은 건 서미래의 집이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채 서미래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도어체인이 걸린 문틈 사이로 서미래의 얼굴이 보였다.

서미래의 얼굴을 초췌해져있었고 눈가에는 조금 전까지도 울었는지

충혈되어 있었다.

김태성은 그녀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제 자신을 도와줄지 모를 사람이 서미래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미...미래야...내가 다 잘못했어...네가 좋아서..아니지..

 내가 모든 걸 다 사죄할게. 

 제발 나 한 번만 좀 도와줘. 이 동네 뜰 수 있게 좀 도와줘.

  이제 여기서 나 도와줄 사람이

 너 밖에 없어....내가 용서 받을 수 있다면

  철이 묘 가서 죽을 때까지 빌게..

 평생 너희한테 사죄하면서 살테니까...제발...나 한 번 만 좀 도와줘..."


그렇게 비는 김태성을 뒤로하고 서미래는 문을 닫고 말했다.


"기다려."


그 대답에 김태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원래라면은 주의를 했어야 했지만

주변에 모든 편 사라진 시점에서 

김태성은 그런 걸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서미래의 집의 문이 열렸다.


"아..미..미래ㅇ..(푸욱) 어?"


그러나 돌아온 건 자신의 배를 찌르고 있는 서미래의 모습이었다.


"너 때문에 철이가 죽어버렸어...

 너 때문에 철이를 버려버렸어..

 다 너 때문이야....너만 없어지면 돼.

 너만 없어지면 다시 철이가 돌아올거야.

 다시 나에게 돌아와서 날 품에 안아줄거라고!"


서미래는 그렇게 말하며 그이 배에 칼을 쑤셔 박았지만

몇날 며칠을 울어 기운이 없었기에 김태성은 그녀를 밀어내고 도망쳐버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작게 웃다가 이내 미친 듯이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철아..이거 봐바...내가 해냈어...

 그 쓰레기를 내가 응징했어..하하.아하핳하ㅏ하하하!!!"


한편 배를 움켜쥔 채 피를 흘리는 김태성은 

이내 통증에 어느 벽에 기대어 주저 앉았다.

이제 그의 주변에는 정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 생각이 들자 절박한 마음은 더 강해졌고 그 절박함에 

시스템창을 불렀다.


"시스템창! 뭐해 나와! 나오라고!

 네가 나 불렀잖아! 나한테 이런 거 떠넘겨놓고 잠수타기야!

 나 돌려보내줘! 나 돌려보내달라고!"


그러자 시스템창 하나가 나타났다.

김태성은 그 창의 등장에

안심을 했지만 이내 그 안심은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당신은 이미 주인공의 자리에 있습니다. 자리가 들어차있는 주인공을 없애는 순간

 이 게임의 근간은 무너져버립니다. 지금으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내가 주인공 하고 싶댔어! 

 네가 어거지로 집어넣은 거잖아! 빨라 나 돌려보내 줘

 나 돌려보내라고 이 빌어먹을 ㅆ새끼야!"


[당신은 그녀들을 차지하고 싶다고 저한테 말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전 그녀들들 차지하게 도와줬습니다.

 그녀들과 가까운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건 주인공 뿐입니다.

 당신은 이미 저한테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로서는 당신이 바라던 모든 걸 이루어 준 셈입니다.]


"마...말도 안돼....난 그냥 그 년들을 차지하고 싶었던 거지

 이런 자리까지 맡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시스템 창까지 자신을 버리려 하는 모습을 보였고

서미래에게 찔린 상처는 점점 벌어져갔으며

시야는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점점 절박해지자 

김태성은 이전과 달리 시스템창에게 비굴하게 빌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절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주십시요...

 원래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다시는 남의 여자는 일절 쳐다도 안 보겠습니다.

 아니 누구하고 사귀지도 않고 혼자 살아갈테니까...

 제발 제 목숨만 살려주십시요...제발 절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내주십시요..."


그렇게 비는 김태성에게 시스템 창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 이유로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미 현실에 김태성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 그게 무슨...내가 김태성인데...왜 현실에 김태성이...."


그렇게 말하는 김태성에게 시스템 창은 어떤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현실의 자신의 여러 여자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었다.

차이가 있다면 현실의 김태성의 모습에는 이전이라면 지배, 야욕, 욕망이 더 보였었지만

지금의 김태성은 순수와 다정, 안심이라는 이미지가 더 보였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전의 김태성보다 지금의 김태성에게 더 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저 놈 뭐야! 뭔데 왜 내가 아니...왜 내몸이..."


[당신은 히로인들을 모두 공략하면서 주인공 윤철의 자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윤철은 이 게임에서 사망하면서 게임에서 완전히 지워졌습니다.

 당신이 윤철의 자리를 차지했으니 윤철에게는 현실의 당신의 몸을 주는 게 

 정당하다고 게임은 판단했습니다.]


게임이 판단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게임의 마더보드인 빛의 구 혼자의 결정이었다.


"마...말도 안돼...그럼 저게 내 몸 쓰고 있는 게 그 윤철이란 말이야!?


[보아하니 현실 분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계시니 되돌아갈 의지는 없어보이시는 군요.

애초에 게임에서 윤철의 육신은 이미 사라졌지만 말이죠. 당신이 히로인들을 모두 차지하는 바람에..]


"웃기지마! 컥! 허헉!! 히..힘이...피가 계속 나와....제발...제발 날 현실로 돌려보내 줘..."


[이제 이 게임이 다시 켜질 일은 없을 겁니다.

 기존의 주인공은 사라졌고 당신도 주인공 역을 제대로 못했으니 남은 건 그저 사라져갈 뿐이죠.

 제 역할도 여기까지 입니다. 이제 다시 만날 일은 없을겁니다.

 당신의 선택이 이 결말을 가져왔으니까요. 부디 본인이 선택한 결과에 만족하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아 참고로 게임이 끝나도 일상은 계속 될 겁니다. 일종의 엔들리스 모드이죠.]


"에..엔들리스 모드라니..."


[말 그대로 일상이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엔들리스 모드에 들어선 사람은 없었으니

 당신이 최초가 되겠군요. 이 일상은 당신이 일궈낸 일상이 계속 이어질 겁니다.

 엔들리스 모드에 들어가면 주인공 특전으로 어디를 다치든 아픔은 느끼되 단시간내로 회복될거고 죽지도 않을거고

 히로인들이나 당신이나 서로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체력 만땅이 계속 유지될겁니다. 

 앞으로도 주인공으로서 본인의 역할의 충실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스템 창은 김태성한테서 사라져갔다.


"아...안돼...ㄴ...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었다고....왜...어쩌다가...어쩌다가 이러ㅋ...ㅔㅔ...."


김태성은 절망에 빠져 절규했지만 이내 그 절규는 이어지지 못했다.


"차..찾았다...철이 몫 아직 덜 찔렸어..."


칼을 들고 쫒아온 서미래와


"아직도 살아있네...그래도 뭐...지금 죽으면 안되니까.

 철이는 너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자기 집안 사람들을 이끌고 온 신주아


"철이 선배가 받은 고통 너도 계속 받아야 돼."


손에 전기충격기랑 펜치를 들고 온 강수연


"죽일꺼야...오빠의 원수 널 죽이면 오빠가 돌아올거야..

 오빠를 위해서 헤헤...오빠를 위해서...헤헤.."


장도리를 든 채 나타난 이예린이 자신의 눈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김태성은 시스템 창이 말했던 게 어떤 건지 알게 되고 절망하였다.

자신은 이제 평생을 히로인들의 원망서린 얼굴과 행동을 받으며 안식하나 취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살려줘..제발...나 좀 살려줘!!!!"


한편 현실의 김태성의 몸을 가지게 된 윤철은 시스템 창인 빛의 구의 말대로

순진하지 않지만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행사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간혹 게임 속 히로인들이 떠올랐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녀들은 지금 김태성과 헹복한 나날을 살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가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