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들 한다지?



 통감하는 바이다. 아무리 노력한들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았으니까. 당장 나부터가 그렇다.



 그야말로 천성적인 우유부단함이었다. 어려서부터 나는 늘 선택하는 데 약했다. 결정장애라고 해야할까? 좋게 말해 심사숙고였지 무엇을 하든 늘 느린 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리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선택이 느린만큼 한 번 정하고나면 끝까지 밀어붙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신중한 편이니 경박한 것보다는 괜찮을 거라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생각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변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딴에는 장차 미래를 함께할 인연을 고르는 일이니만큼 더 확실히 한답시고 늘 주저하고 머뭇거렸다. 



 그게 소중한 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지 모르는 채.



 그리고 남의 마음에 입힌 상처는 언젠가 곱절로 되돌아오리라는 것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그래.... 이렇게 보니 결국 전부 업보인 셈이었다.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우리 당분간 거리를 좀 두지 않을래? 솔직히 이젠 네가 좀 거북하거든...."



 어린 시절에는 치기어린 결혼약속까지 했던 사이인, 긴 세월 동안 항상 단짝처럼 붙어다니던 내 소꿉친구가 떠나가며 내게 남긴 말이다.



 그녀는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낸 일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금태양의 고백을 받아들이며 그의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보진 않았었는데 결국 선을 넘었구나. ....실망했다. 이제부턴 부실에 올 필요는 없어."



 내게 검도의 근간은 품성의 수행이 실력을 쌓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알려준 선배 부장이 내게 퇴부를 통보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녀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이 급성장한 금태양에게 집중 지도를 하면서 서로 내밀한 관계가 되어 이미 연인이 있던 그에게 집착하게 되었다.



 "하, 너도 결국 다른 놈들과 별 다를 게 없던 새끼였네.... 꺼져. 앞으로 내 눈에 띄기만 해 봐?"



 성별 차이를 넘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순수한 우정을 쌓은 사이라 여겼던 여사친이 나에게 진절머리를 내며 쏘아붙인 말이다.



 그녀는 취향을 빌미로 자꾸 꼬이고 귀찮게 굴던 남자들을 단번에 쫓아낸 금태양에게 한 눈에 반해 그를 자기 것으로 삼겠노라고 선전포고했다.



 "한 때는 우리 엄마가 왜 하필 아버지와 재혼한 건지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이유로 원망스럽네. 부끄러우니까 아는 척 하지 마."



 나에게 남매 이상의 감정을 품은 듯해 곤란하게 만들던 의붓 여동생이 예전에 보이던 친밀감이 역전된 듯한 차가운 경멸을 담아 던진 말이다.



 그녀는 갈수록 불량하게 굴며 밖으로 나돌던 중, 우연히 금태양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법적인 오빠보다 더 오빠같은 그에게 심취하게 되었다.



 "병신, 그 따위로 눈치없고 우유부단하게 구니 다 뺏기는 거라고."



 양다리를 넘어 네 명이나 되는 여자들과의 관계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그녀들 모두를 독차지하는 데 성공했단 사실을 통보하던 자리에서 금태양이 폭소와 함께 날 조롱한 말이다.



 "....그렇겠지."



 그래, 네 말대로 결국 내가 병신인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비참한 꼴이 되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꼬락서니가 될 리가 없을 테니까....



 고작 2차선 넓이의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눈길을 옮긴다.


 금태양의 품에서 서로 투닥거리는 그녀들의, 사랑을 다투면서도 행복해보이는 그 모습.



 그와 정 반대로 후줄근한 차림을 한 채,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제라도 다른 길로 돌아서 가야하나 따윌 고민하는 찌질하기 짝이 없는 나의 꼬락서니.



 "...."



 그럼에도 아직도 떨쳐내지 못 한 한조각 미련과 바뀐 신호에 떠밀리듯 나아간 발걸음과, 그런 나와 눈을 마주친 네 소녀들이 아주 찰나간 보인, 방금 전까지의 기쁜 미소와는 거리가 먼 떨떠름한 표정과 불편한 침묵....



 그토록 가까이 알고 지낸 인연들임에도 결국 그들 모두가 그 흔한 인사조차 하나 없이 스치듯 내 곁을 지나친다.



 비참함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려든다. 서러움에 행여 눈물이라도 터질까 다시 발길을 재촉하려던 내가 본 건, 비웃는 티가 역력한 금태양이 보이는 승자의 얼굴이었다.



 패배감에 젖어들던 것도 모자라 이젠 완전히 승복한 걸까? 의기양양한 그 얼굴을 보면서도 이젠 일말의 오기나 분함 따위조차 일지 않았다.



 방금 그녀들이 녀석의 곁에서 보여준 미소야말로 모든 것을 말해주었으니까.


 저 녀석은....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나와 다르게 그녀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남자다.



 그러니 아무리 느리다한들 이제는 받아들여야겠지.



 놈에 비해 나 같은 건 이미 지나간 인연.... 잊고 싶은 과거의 찌꺼기 정도로 전락해 버렸다는 걸.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그녀들의 인생에서 없어지는 게....



 빵! 빵빠앙ㅡ!!!



 순간, 갑작스레 귓가를 파고드는 경적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너무 오래 생각에 잠겼나 하며 고개를 돌린 난, 나 때문에 진로가 막힌 성난 운전자들 대신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해오는 트럭의 모습을 보곤 일순 굳어버리고 말았다.



 다급해보이는 운전수의 표정. 고장이라던가 급발진이라던가 아무튼 비상 상황임이 분명해보이는 가운데, 정면의 날 보고 경악한 그가 황급히 핸들을 꺾는 광경이 들어온다.



 어쨌든 살았다는 감상은 찰나에 불과했다.

 


 방향을 꺾어 내 뒷쪽으로 향하는 트럭, 그리고 그 방향에 있는 이들의 존재에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머리로 하는 판단보다도 멈춰있던 내 발이 먼저 반사적으로 움직였으니까.



 나보다도 한 타이밍 늦게 상황을 알아챈, 자신들을 덮쳐드는 커다란 트럭의 그림자와 비명을 내지르는 운전수의 얼굴에 시시각각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가던 소녀들을 향해서.



 몸을 날려 그녀들을 밀쳐낸 그 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불을 깜빡이듯 끊긴 의식이 되돌아오자 시야에 들어온 건, 바닥에 뻗어있는 날 둥글게 둘러싼 채 웅성거리던 인파의 벽.



 분명 눈을 뜨고 있음에도 점차로 어두워지는 시야에 나는 인생의 끝이 다가옴을 무의식적으로 느꼈다.



 "...."



 돌이켜 볼 것도 없이 정말 아쉬움이 많은 삶이었다.



 허나 그 아쉬움의 원인이 모두 우유부단하고 눈치없는 나 자신 때문이니 누굴 원망하거나 할 필요도 없다.



 너희 역시 분명 내 이런 면에 답답해하거나 어쩌면 가슴앓이까지 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다만 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라는 게 있노라면.



 '너희가 행복하길 바래.'


 

 금태양 그 녀석과의 사이에서는 부디 나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그런 일은 없길....



 그야 여럿이서 사랑을 공유하는 건 남들이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이니까.

 


 서로가 의심없이 굳이 말로 안해도 진심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



 그나저나 말이지....


 

 "나.... 이번에는 늦지 않았다....?

 


 흐려질대로 흐려진 시야 끝에 문득 보인 것만 같은 그녀들의 얼굴. 그게 비록 착각에 불과할 지라도 끝끝내 입을 열어 건넨 말을 끝으로.



 그렇게 내 의식은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겨들었다.

 



 *   *   *




"패배자 새끼 따위가...."


 

삽시간에 벌어진 사고에 경악함도 잠시, 황급히 자신의 연인들을 향하던 금태양은 결국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참지 못했다.



돌진해오던 트럭으로부터 그녀들을 구해낸 건 그가 아닌 다름아닌 김후붕, 원래대로라면 이 세계의 주인공이었을 놈이었으니까.



물론 그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건 자신 쪽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아무리 그라 할 지라도 달려드는 트럭을 향해 몸을 던진다는 선택지 앞에선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독차지한 이 아름답고 완벽한 세상에서 다시 현실로 튕겨져나갈 위험을 감수하긴 싫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사람인 이상 그런 상황에서 주저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래, 당연한 거다. 분명 당연한 것일텐데.... 금태양은 왠지 모르게 드는 패배감을 겨우 떨쳐내고서 그녀들을 감싸며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영웅 행세를 하려 했나 본데, 정작 그녀들이 이 사실만 모르게 한다면 뭐 일은 간단하지.'



물론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겠지만 일단 사고에 놀란 마음을 추스리게 하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김후붕의 부고소식에도 그닥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적 거리를 벌려놓은 직후라면....



"자, 잠깐만, 태양아...."



하지만 그녀들을 이끌고서 막 자리를 뜨려던 순간, 그 전까지 멍하니 있던 주인공의 소꿉친구 히로인 후순이 내 손을 뿌리쳤다.



"후순아, 진정해!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서...."


"-아, 아니에요. 태양 오빠, 분명 누군가가 우릴 감싸고 대신 치였어!"


"맞아요, 선배! 밀치는 감각이 아직도 생생한 걸...."


"그래, 태양.... 이대로 은인을 놔두고 떠날 수는 없다."



그에게는 젠장맞게도 후순을 시작으로 다른 히로인들까지 앞다투어 사고 현장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하, 이렇게 된다면 후붕이 그 새끼의 인상이 그녀들의 뇌리에 남을 텐데....'



 자신의 여자들에게 그 놈의 존재를 티끌 하나라도 남기기 싫었던 그는 서둘러 그녀들을 뒤따르려 했다. 상대가 죽었던 말던 상관않는 가학적인 본성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이미 끝나버린 인간 주제에 발악하지 말라고...."



-띠링!



하지만 다음 순간,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눈앞에 뜬 시스템창. 자신이 이 세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 준 근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시스템 변동 발생!]



[주인공 캐릭터 김후붕의 신변 이상 및 심리 변화의 감지로 그에게 주어졌던 '주인공의 운명'을 당신에게 재부여합니다. 중요도에서 보다 상위의 역할이 부여되었으므로, 자연히 이전까지 활성화되었던 '금태양의 길'은 박탈됩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주인공? 이 어느 루트를 가도 연애에 실패하는, 미연시를 가장한 병신 똥겜의 줘도 안 가질 주인공 자리라고?'



관계를 강탈할 때마다 확보한 특전들이 송두리째 날아갈 위기에 그는 황급히 시스템을 확인하려 했으나....



[새로운 특전 활성화!]



[이심전심 : 이제부터 이 세계관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당신에게, 원래의 주인공이던 김후붕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에 느낀 후회에 기반해 남기고 간 선물입니다. 그녀들과 진실된 마음을 나누고 오래도록 사랑을 이어가세요!]



[효과 :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그녀들에게 당신의 진심이 전해집니다. 또한 당신이 그녀들을 쟁취하기 위해 행했던 모든 노력과 활약상, 또한 거기에 담긴 당신의 의지가 가감없이 그녀들에게 전해집니다.]



'내 모든 행적과 의지라고....?'



"씨발...."




*   *   *




"....거짓말이지?"



한 편, 이유모를 불안감에 인파를 헤쳐나간 소꿉친구 소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낯익은 소년의 얼굴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남자친구가 생긴 자신에게 계속해서 집착을 내보이고 남친과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바람에 결국 끊어냈지만, 한 때는 분명 누구보다 가까웠던 소꿉친구의 얼굴.



트럭으로부터 자신을 구한 게 그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그가 저지른 행적에 관계없이 막연한 죄책감이 밀려들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그래도 같이 지내온 세월이 얼만데 너무 매정했었다고, 조금 더 부드럽게 정리할 방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후회함도 잠시....



[특전 '이심전심' 부가효과 발동!]



[당신의 남자친구는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당신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그가 당신을 차지하기 위해 행한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방해꾼에 불과한 당신의 소꿉친구를 치워버리기 위한 그의 활약상을 보니 사랑이 더 깊어지는 걸 느끼시나요?]



기묘한 알림음과 함께 띄워진 메시지. 



거기에 채 의문을 표하기도 전, 그녀의 뇌리로 믿어 의심치않던 그녀의 남자친구, 금태양이 소꿉친구를 고립시키려 한 모든 수작들이 하나둘씩 펼쳐지기 시작하고....



"꺄아아아악ㅡㅡ!!!!!"



마침내, 해수욕장에선 사람을 시켜 자신이 물에 빠지게끔 유도하며 몰래 지켜보는 시점에 와선 소름이 끼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다른 히로인들도 별다를 건 없었다.



[당신의 남자친구이자 사랑스런 후배는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그가 행한 모든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게임의 특전으로 얻은 실력으로 우직하기만 한 또 다른 후배를 손쉽게 압도하는 모습은 어떤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무도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사랑하시죠?]



"이, 이게 무슨.... 태양이 정말 그랬다고? 그럼 그때 후붕은.... 아...."



히로인들의 공략을 위해 뒷사정과 본망을 들여다보듯 미리 알고서 접근한 사실도....



[당신의 남자친구이자 귀여운 선배는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남자를 불신하는 당신을 함락시키기 위해 그가 행한 모든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겉으론 젠틀한 척 하지만 당신의 소중한 친구들한테, 심지어 언니나 어머니에게마저 언젠가 자빠뜨리겠단 흑심을 품은 그의 갭을 느껴보세요. 뭐, 어때요? 이것이야말로 성인의 유머감각인걸요.]



"아냐아냐아냐아냐!!! 선배가 그랬을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다고...."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여성들을 언젠가 자기 밑에 깔아뭉갤 성처리도구 정도로 인식하는 저열하기 짝이 없는 속내도....



[당신의 남자친구이자 믿음직한 오빠는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의붓 오빠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던 당신을 손에 넣기 위한 그의 노력들을 살펴보세요! 뒤틀린 건 사실 당신이지만 아무 잘못 없던 당신의 '오빠'를 대신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그의 수완에 감탄하세요. 전부 당신을 위해서니까!]



"날 위해서.... 후붕 오빠를....? 아아.... 아아아악ㅡㅡ!!!!"



뺏어가는 것도 모자라 굳이 관계를 파탄낼 목적으로 후붕을 쓰레기로 만든 혐오스런 인성까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들 모두의 남자친구는 이 세상에 떨어진 이방인입니다. 고작 당신들 한 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그의 원대한 욕망과 자신감을 살펴보세요!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것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당신들 모두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순간을요. 서로 간의 합의가 있기도 전에, 아예 처음부터 바람을 피웠던 사실 정도는 봐 주세요. 그는 단지 부지런한 것 뿐이랍니다?]



"하, 하하.... 처음부터 그랬었다고?"


"내게 후순 언니를 설득해달라 그래 놓고선.... 거짓말쟁이...."



정작 쓰레기는 그녀들에게 공인받기 훨씬 전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던 금태양 쪽이었단 사실에 그녀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런 쓰레기에게 넘어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소년을 버렸다는 허탈감에....


 

심지어 그냥 선택을 잘못한 것도 아닌, 금태양의 유도에 말려들어 그를 철저히 부수는 데 일조했단 죄책감에 휩싸인 채....



그녀들은 그저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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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과 비슷한 제목의 NTL(주인공이 빼앗는 류) 소설이 ㄴㅂㅍㅇ에 연재 중이죠....


꽤나 인기가 많지만 저는 주인공이 너무 혐성인 데다 원작 주인공을 필요 이상으로 망가뜨리고자 하는 거 같아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여복은 많지만 우유부단해서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이 일본 만화나 라노벨 러브코미디 감성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답답하죠. 때론 욕도 나올 정도란 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요새 득세하는 빙의물들을 보면 거의 인격 말살 수준으로 비참하게 만드는 게 대부분이고, 저는 그런 게 '욕 먹을 짓 했다고 바로 칼을 꽂아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써 봤습니다.


빙의자 금태양에게 모든 걸 빼앗고 비참해졌지만, 선한 심성만큼은 끝까지 간직한 채 주인공답게 히로인을 구하고 떠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네요.


게임이나 소설 내용 봐서 다 아는 거면서 정당하게 쟁취한 것처럼 구는 여타 혐성 빙의자와, 업보는 그리 심하지 않지만 놈과 붙어먹은 죄로 고통받고 후회하는 히로인들.... 어떻습니까?


그 숱한 원작 주인공들도 기껏 욕먹거나 맞을 정도 잘못으로 죽거나 그보다 더한 꼴이 되었으니 뭐 상관없나 싶습니다만....


어쨌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