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몸이다.


분명, 나는 그렇다.


다시 한 번, 


나는 죽어가는 몸이다.


병에 걸렸으니까 당연한 말이다.


"... 아 씨발."


지금 앞에서 욕을 하고 있는 저 아가씨를 모시는 일을 위해서는, 이것을 철저히 숨기어야만 한다.


"야, 너 이딴 간단한 것도 못해?"


".... 죄송합니다."


"됐어. 말 해 뭐해."


그녀와 이런 관계가 되어간 건, 사실 5년도 정도 되었다.


그녀에게 있던 가장 중요한 일을 망치고 나서였다.


사실 그때 쯤 부터 병의 시작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 내가 이런 애를 쫓아  내라고 하는 데, 아직도 아버지는...."


그녀는 그런 내가 못 마땅 한 듯 말을 하며 나갔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평생을 모시기로 결정한 분이 저분이었다.


"....."


-생긋.


보기만하더라도 웃음이 나오는 분이었으니까.


그런 분을 모시는데에, 즐거움이 들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 즐거움이랴.


그 정도로 내 인생은 그분에게 맹목적인 인생이었다.


누군가 후회하지 않느냐고 하냐면 당연히 후회는 있었다. 바라던 꿈을 쫓을 기회도 분명히 많았다.


기사나 모험가가 되는 일도 가능했다.


그러나 기사나 모험가가 되었다면 아가씨를 보지 못했으리라.


"윽..."


이런, 또 어지럼증이 도진 듯 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이러하니, 말을 다했지.


언제까지 버틸려나. 이 비루먹은 몸뚱아리. 


적어도 죽어가는 몸이면, 이 한몸 크게 바쳐서, 아가씨를 계속 보필하고 싶은데....


"크흐..."


"아, 센. 너 또-!"


"미안... 나 잠깐 나갔다가 올테니까, 아가씨가 찾으면 불러줘."


동료의 걱정이 뒤에서 들려왔으나, 그런 것을 신경쓸 때 가 아니었다.


일단, 지금 약이라도 먹어야 했다.


-달칵. 꿀꺽.


"후...."


약이 몸에 돌면서 드는 묘한 감각. 졸린 것과는 다른 소름끼치는 감각.


사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몸에 있는 기운? 같은 것이 꼬이는 묘한 병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 병에 걸리면 치유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건 체질적인 문제가 되는 병이었으니까.


몸이 마나가 역류하기 시작한 병.


그걸 고칠 방법은, 체질을 바꾸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센! 아가씨가 찾아!"


"아, 알았어. 고마워. 금방 갈게."


"..... 어휴 저거. 언제까지 저럴려 그러는 건지."


동기가 하는 소리를 뒤로 한채 나는 아가씨를 향해 달려갔다.












"너, 이것 좀 구해와."


"이것은.... 드래곤 하트 아닙니까?"


"그래, 너 드래곤 잡을정도로 강하긴 하잖아."


"....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니까, 갔다와."


아가씨는 내가 아픈 걸 모른다.


철저히 숨기고 있으니까.


사실, 그건 내가 바란 일이긴 하지만.


".... 알겠습니다."


솔직히 이번에도 살아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 크흐,...."


몸에 있는 마나가 전부다 꼬였다.


드래곤의 심장은 손에 넣었다.


"후우...."


-쿨럭.


피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날 따라온 게 하나 있었을 텐데.


"야.... 너 거기 있는 거 알아. 그림자."


가문의 그림자.


가문의 더러운 일을 하는 암살자.


암살자 정도의 실력이 되는 나에게, 항상 붙어 다니는 작은 꼬리.


"..... 머저리.이제 진짜 죽을 생각인가?"


"가져가.... 아가씨껜, 이거 전해드리고."


"..... 편지? ... 진짜 죽는 건가?"


"내가 지금- 쿨럭 장난 치는걸로 보이냐?"


"..... 그렇군."


그림자가 내게서 편지를 가져갔다.


그래, 이거면 된거지. 난 죽는다. 그걸로 끝이다.


그게, 내가 평생을 바라던 분의 곁에서 먼 죽음이라도.... 그분의 명에 죽는 것이니, 이또한- 영광이리라.









-쾅!


테이블을 쾅하고 내리치면서 성을 낸다.


"그 놈은 왜 아직도 안오는거야?"


돌아오지를 않는 내 명을 받고 떠난 집사가 못 마땅했으니까.


"쯧, 그건 연구에 필요한 건데!"


-똑똑똑.


"왜!"


문을 두들기는 소리.


그가 아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문을 두들기면서 바로 자신의 이름을 댄다.


이렇게 행동하는 건-


"빨리 말해! 그림자!"


"... 예, 드래곤 하트를 갖고 왔습니다."


".....뭐?"


내가 맞긴 드래곤 하트가 왜 저기서 나온단 말인가.


"네가 그걸 왜 들고와? 그 놈은?"


"사정이 있어-"


"사정은 무슨. 알았어. 한 동안 찾지 않을테니까, 내년까지는 돌아오라고 해."


"...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1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 얘 왜 안 와?"


1년 동안 없는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욕을 하긴 했어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춰 주는 남자는 그였다. 


그런 그가 없다는 건, 일상 생활에서 부터 더 많은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아니, 그럴리가. 혈색이고 뭐고 다 괜찮았었는데.


아버지라면 아실지도 모르니 찾아가 봐야겠다.






"... 언제까지 숨기실 작정이십니까. 센이 죽었다는 거요."


"가능하다면 끝까지. 그게 그 아이가 바라던 거니까."


".....?"


저게 무슨 말이지?


그 놈이 죽었다니?


죽어? 왜?


"아가씨를 섬기겠다고 마나가 꼬여가는 병을 앓고도 계속 곁에있던 자이긴 하나-"


잠깐만, 마나가 꼬이는 병....? 그건- 그건...

그게 무슨 말...


-콰앙!


"그게 무슨 말이야...!"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래서는 아니되었다.



그럴리가 없었다. 그 놈이 그러면 안된다.


계속 옆에 있겠다고 본인이 약속 했잖아!


".....그게 말이다, 아가-"


"..... 아냐. 안돼. 내가 찾을 거야."


"아가!"


"거짓말이야!!!"


-우웅.


마법을 발동시킨다.


그를 찾을 수 있는 마법을.


어떠한 방법이라도 좋으니, 그의 몸을 여기로 데리고 오는 마버-....


-투둑. 투둑.


".... 아."


뼈.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이럴리가 없어.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넌 언제고 내 옆에 있는 다며.


내가 왜 마법을 마음 놓고 배울 수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주변에게 당당했는데...! 마나가 있다고 모두가 싫어하던 나를 돌봐준 게 누구였는데...!


왜, 왜....!


"....... 아빠,"


"아가..."


"이거 거짓말이지...?"


"..... 아가야..."


"거짓말인거야. 그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돼."


생전의 모습을, 다 잃어버린 이런 모습으로, 날 찾아오다니.


최악의 남자잖아....


"........"


"그 그림자 어딨어?"


".... 그건-"


"그림자!!!"


내가 그를 아끼는 걸 알면서도, 너는- 나에게 그를 가져다 주지 않았지.


너는-

넌!


".... 예, 아가씨."


"왜 숨긴 거야?"


"... 그게 그가-"


"거짓말 말고, 넌 누구보다 가문을 여기잖아!"


그 누구보다 가문을 중요시 하는 그림자가, 이런 걸 숨길리가 없다.


"괘씸해서 그랬습니다."


그녀라면 그래야 하는-


"뭐...?"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문의 모두가 아끼는 이였습니다. 말년에는 쉬어도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


아는 이야기들을,


그녀는 늘어놓았다.


"너어...!"


"그림자 실격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감정을 가지면 안되는 검이 감정을 가졌으니, 마음대로 하시죠."


".....너-!!!"


"그만!!"


아버지의 큰 호령.


그 불 호령에, 우리는 행동을 멈추었다.


"돌아가라. 처분은-..."


"안 돼요. 센의 시체만이라도....!"


"..... 그건 마음대로 하려무나."


"....!"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후회한다. 그것을 주어서는 아니되었다고.












어느날에선가 부터. 디트리히 가의 한 정원에는 늘 마나가 가득하다고 알려진다.


그곳에서는, 한 남자가 움직인다고 전해진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남자의 몸과 목소리를 지닌.


무언가가.




"센. 나왔어."


"아, 오셨어요 아가씨?"


".... 응."


"저, 오늘도 전 여기서 못나가는 건가요?"


"절대 안 돼."




죽어서도, 백골이 되어서도, 넌 나를 사랑해야하니까. 안돼.



검은 욕망이, 죽어버린 옛 영혼을, 다시금 불러들였다. 




그렇게, 그 인형은.


그녀가 죽을 때 까지 살아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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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사실 여기까지 쓰고, 저 마법으로 인해 나라가 다 뒤집히고 모두가 죽는 그런 결말도 생각했는데, 그건 세계관이 설정이 안되있다 보니 너무 멀리 간듯해서....


그냥 여기서 끊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