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되돌아본다.


내가 왜 여기있는가.


다리와 팔이 조각난 채로 감옥 안에서,

홀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죽지도 못하는 비루한 몸뚱이를 가지고.


"..."


과거는 분명 찬란하였고,

그 찬란한 과거의 미래가 나였다.


마왕이 나타날 거란 예견과 그의 특징은, 나와 유사했다.


나란 존재가, 악으로 규정되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존재에서, 제일 낮은 악으로.


황제였다면 차라리 명으로 복식이라도 시켰을 지언정,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황태자- 도 아닌. 황자였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황태자는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가장 아껴 마지않는.


나의 첫째 형이었다.


가족은 아끼는 사람이 맞았지만, 공과 사는 철저한 사람이었으며 안에서는 몰라도 밖에서 황족으로써의 예를. 한 순간이라도 갖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밖에 나가는 게 한동안 금지 당하는 수준이었으니까.


"... 흐흐."


이제와서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이미 감옥에 있는데.


물론, 최근 간수들이 이상한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


".... 그거 들었어? 마왕을 잡았다는 소식..."


내가 마왕이라 여기있는 건데, 마왕을 잡았다니.


"그럼, 저것은 어떻게 해...?"


".... 글...쎄.... 폐하가 정하지 않으실까?"


뭔가 고민을 하는 듯 하였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밥을 안 먹어도 그닥 신경쓰지 않는 그들이었고,

팔과 다리는 이미 제구실을 못하는 지 오래였다.


몇날 며칠 밤이 지나도, 즐거운 기억들은 빛을 잃지 않고 빛이 났으나.


그랬기에 나 자신의 빛은 한 없이 초라하고 작으며 없다고 느껴지는 수준으로 점점 꺼져만 갔다.


그렇게,


다시 또. 나는 이곳에서 며칠을 보냈다.









".... 그게 무슨 말이요...."


"... 죄송합니다, 폐하. 마왕은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는단 답을... 방금, 신께서..."


"그럼, 그 아인!"


"..."


신관은 나의 호통에 눈을 돌리었다.


...그 아이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고 시인하는 꼴이었다.


"아-안그래도 사정을 전부 들으신 신께서, 아이를 저의 품으로, 그러니까, 신전으로 보내신다면, 어릴 적의 모습으로..."


"그게!!!! 후우.... 말이 된다 여기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미숙함이니  자신이 잘 돌보시겠다-"


"닥치게." 


저 치도 안다. 내가 그 아이를 가둬야 한다는 의견을 얼마나 미뤄왔던가.


결국 미루고 미루다 모든 수도의 귀족들의 탄원서에 결국 마지 못해 밀어넣었는데.


".... 그것들을 다 교수형을 처해야하나?"


"... 폐-폐하,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들도 다 나라를 걱정해서 한 일-"


"닥쳐라. 결국에 내가 옳았다. 너흰 틀렸고."


-까드득. 이가 갈린다. 자식들에겐, 그걸 가장 반대했던 황후에게는.


내 뭐라 말을......


또, 그 아이는 어떻게..... 마주 해야만..........


"나가라."


"예...? 하-하오나, 어떠한 답도..."


"내가 그대들의 신전을 전부 부수길 원하는 건가? 아이를 만나면 안된다는 그대들과 귀족들의 탄원에, 나는 보고 싶은 감옥에 갇힌 내 자식을 간수들에게 최대한 잘 돌보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할 수도 없었어. 하물며 내 자식들도 그러했지. 그런데. 뭐?"


".... 폐-폐하아...."


"한 번 돌이켜 곱씹어 보게. 그대. 내가 그대들에게 황족에게 향한 그동안의 월권을 대륙의 중대사라고 얼마나 봐주었는 지."


"......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 귀족들을 전부 불러."


내 심장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걸 거부했다.









아무런 말없이 노려보는 검은 제복의 남자. 


벌써 이렇게 있는 지도 10분이 넘어간 시간이었다.


".... 폐하, 저-저희도 소식을 전부... 들었습니다... 그....."


"...그대들은 내가 우스운가 봐."


한 번도 귀족에게 살기를 보인적이 없던 인자한 군주가, 처음으로 이빨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가? 난 의제를 꺼낸 적도, 발언권을 준적도 없는데."


".....!!"


황제의 서슬퍼런 말.


"내 그대들에게 단 한번도 이를 들어낸 적도, 부당한 처사를 한적도 없지. 허나-. 이제부터는 그러고 싶어졌네."


".... ㅍ-폐하...!"


"왜 그러나, 그대들이 내 아이에게 한 그러한 처사는 합당한 처사이고, 내가 그대들에게 행하는 처사는 불합당한 처사인가?"


"...."


분명 할 말이 없었다. 할말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무어라도 말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은 이 이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분명했다.


"폐하께서는 지금 제정신이 아-아닙니다...!"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하.... 그거 참 재밌는 말이군."


".....예-예...! 예전의 폐하라면 절대 하지 않으실 말과 행동들 입니다,...!"


"그대들이 이렇게 바꾸었지. 내가 가장 소중히 지키려고 했던 건 나라와 내 가족들 뿐이었는데, 그대들이 내가 반대하던걸 자행했잖은가.  거기에 모자라. 불확실한 일로 그 아이를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둬두어야만 했다!!! 내가, 이러고도 그대들의 인자한 군주로 남아있어야 하는가?!"


"...."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도 잘 아는 이야기였다. 자신들의 군주는 누구나 늘 만족할 답을 항상 내놓았었다.


누구의 의견도 치우치지 않게 듣던게 그였다.


그러나. 자식들의 관해서는 손을 데려하면 불같이 반대하던것이 늘 그였다.


그런그의 반대를 무릅쓰고 했던 일이다.


이런 반동은 예상을 해야했다.


그러나, 예상을 한 것과, 실제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럼 그대들이 그리도 원하는 본제를 꺼내도록 하지."


이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의 유일한 안건은, 그 아이의 대한 처우다."


"ㅇ-예?!"


"뭘 그리 놀라지? 오늘이 국정 회의일인가?"


"하-하오나...."


"닥쳐라.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 자는 이제부터 한 명씩 감옥에 보내겠다."


"...."


그 말에 아무도 그어떠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황제는 그렇게 아이의 대한 모든 준비를 마쳐갔다. 










"..... 그 아이가 결국에는, 그게 아니라고 판명이 난거야?"


".... 예, 황녀님."


아이와 가장 친했다고 여겨졌던 황녀와,


".... 그래. 드디어 말이구나."


황궁에서 황제 다음으로 높다는 황태자에게 그 소식들은 전해져 내려갔다.


"..... 당장 그 아이를 보러가야겠어."


그리고, 그 둘 동시에 그 아이를 보러갔다.













".... 전하, 이것 좀 드셔보시래도요..."


간수들은 당황을 하고 있었다.


원래도 잘 돌보라는 이야기는 종종 있었기에, 항상 온돌 같은 것이나 기본적인 식사는 늘 꼬박 꼬박 챙기고, 꼴에 황족이었으니 욕도 하지 않으며 죄수의 이름으로 만 들어오는 이 감옥에 있을 수 없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이 자가, 정녕. 아무런 죄가 없었는 지를. 그저 특징만으로 여기에 잡혀온 게 아니라, 죄가 있다 여기었다.


그래서 극진히 보살핀다는 특례를 주지 않았었는데....


"..... 전-전하아...."


일정을 진행한 것만으로, 이렇게 까지 망가져 버릴 줄은 몰랐다.


자신들의 말에는 하나도 반응하지 않았다.


간혹, 밥이 입에 들이대 지면.


".... 아. 음... 고마워. 먹을게."


그것이 이틀에 한 번이면 그나마 괜찮은 점이었지만...


"저, 근데 왜 안 걸으시는 겁니까...?"


"감각이 없어."


"ㅇ-예?!"


"말했었는데, 안 듣길래."


"ㄴ-네?! 그-그게... 무 아. 으 어... 그...."


"괜찮아. 무런 느낌  는."


그의 그런 째진 목소리는. 그들에게 하여금, 정신이 아득하게 만들었다.


자신들도 아는 황자. 항상 자신들에게 늘 살갑게 대해주던 그가.

이제는 완전히.


"... 죄송...합니다...."


죄가 있어 들어왔을 것이라는 그 알량한 생각을 버렸더라면, 이 어린 황자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어도 분명-...


"방금... 그게 무슨 말.... 이야....?"


"...?!"


어느새 여기까지 다가온. 두 남녀에게 들켜버렸다.


"..."











황궁은 그 일 이후로 완벽히 뒤엎어 졌다.


"... 다른 의사든 신관이든 아이를 고칠 이를 데려와."


"하- 하오나 폐하! 이건 그 누가 오더라도-"


"닥쳐!!! 안된다면 신의 기적이라도 갖고와라.... 그게, 너희들 모두가 여기 있는 이유 아닌가?!"


아비인 황제는 왜인지 모르게 계속 역정을 내고 있었다.


어미라고 불리우던 황후는 기절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저는 괜찮은데요."


"...!"


황제의 눈이 일순간 나를 향했다. 


"아... 아가, 그런 말 말아라, 팔과 다리가 멀쩡히 움직이지 않는데, 어찌 그게-"


"... 진짠데. 딱히 안 아파요."


"....."


무언가 심히 뒤틀리고 괴로운 표정이었다. 왜지. 자신이 가둔 사람이 난데.


"... 아. 그, 그러면, 아가.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드는 건 어떠니...?"


".... 음.... 배도 딱히 안 고픈데...."


"아-아니 되십니다, 지금 식사를 거르시면... 몸이 더..."


"저 보렴, 먹어야 된다지 않니."


"... 상관없어요."


"그래..."


그 말에 황제는 안도의 한 숨을 뱉어냈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먹는 걸 좋아하긴 했던 것 같긴하다. 관리를 받긴 했지만.


".... 스프 먹는 거죠?"


"그럼, 그래야지... 주방장에게 이르거라. 당장.... 수프를 준비하라고."


".... 예, 폐하."


그렇게, 나는... 며칠을 이런 식으로 보냈던 것 같다.









"... 그아이가, 너무.... 텅 비었어."


"..."


그 말에 반박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두 남녀.


"솔이 예전에는 나만 보면 웃어주었었는데, 요즘은 굳어있어. 움직이질 못해서 그런 걸까...?"


황녀는 어떻게 해서든 과거의 그를 보고 싶어 하였다.


허나 황자는 칼같이 말했다.


".... 그 애가 저리 변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고 우리가 그 애를 끌고 다니기에는 몸이 안 좋은 것도 맞고."


"하지만...."


"하지만 이고 자시고. 일단 그 애가 몸 부터 회복하는 게 먼저야."


".... 알았어."


승낙은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한 그녀였다.


황태자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답답했다. 

늘자신에게 달려들면서 놀아달라고 하던게 아직도 엊그제 같은데.


또래보다 왜소한 체형으로 변한 그 몸으로, 아이는 아직도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하였으니까.


"... 하."


힘들었다.


그도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다. 


'.... 이렇게 만든 것들이 전부다 죽었으면.'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아이는 여전히 낫지 않았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 귀족들은 죽어나가는 소리를 내었다.


물론, 그러한 소릴 밖으로 낼 수도 없던 것이.


그들도 봤다. 그가 아파서 누워있는 모습을, 결국에는 친분이 있던 귀족들이 병문안으로 보면서 상태가 퍼져버렸으니까.


그에 대한 죄책감을 그들이 못 느낄리가 없었다.


물론, 신관들의 보고에 대주교 또한 꿈틀거리는 건 예삿일이었다.


"... 그 아이가 여전히 그렇다고 합니다."


신전을 떠나서 늘 하계를 보고있는 그들의 신은, 마왕에게 눈을 돌려놓는 것이 아니었다며 한탄을 하면서도 아이를 찾아가는 것이 겁이 났다.


지금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슴이 미어터지는데.


그 아이가 바라는 게 없다는 걸, 그 아이의 입으로 직접 듣는 순간.


아이의 앞에서 황제와 다른 자들처럼,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신은 그럴 수 없었다. 세상을 돌보아야 하고, 한 사람만 바라본다는 건 있어서는 안된다.


".... 아이에게 축복을...."


주고 싶었으나, 줄 수도 없었다. 과한 축복은, 세상의 불균형을 다시금  초래할 테니까.


-까득.


이를 갈면서, 신은 자신의 업무를 다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인간이 마왕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려주었더라면, 이렇게 흘러가지 않았을 것임을 알고있었음에도.


전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아이는 그렇게 죽을 때 까지, 남들에게 다시 미소를 띄우는 일이 없었다.


마치, 자신은 원래 이랬다는 것 처럼 말이다.


팔 다리를 고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은 아니었으나. 그 탓이라고 여기던 이들도 많았다.


이전 처럼 뛰질 못해서 그런다 여기는 이들도 많았기에.


그들은 늘 아이을 업고 다녔다.


"....."


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시큰둥 하였지만.


"솔, 저거 봐."


모두가 아이를 부르며 아이에게  잘 해주어도, 아인.


다시는 웃지 않았다.












어느날의 하늘.


"... 날 때려라."


"씨발."


이유를 알게 된 황제와, 때리길 종용하는 신.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지도,

또 탓하지도 못하는.


그런 관계로.


전락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