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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럽다. 그것이 미영이 본 하준과 우성의 모습이다.

방금전까지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며 미소지었던 남자친구의 어색함이 역력했다.

머리 속에서 우성이라는 이름의 뜻을 떠올리는 순간, 미영은 지금 하준이 마주한 상황을 파악했다.


“죄송합니다. 저흰 술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보다 하준이를 놓아 주시겠어요?”


“허?”


“약속이 있으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가자, 하준아.”


차가운 표정과 함께 우성에게 끌려갈 것 같은 하준을 끌어당겨 품에 안은 미영은 사무적인 말을 마지막으로 하준과 함께 떠났다.


잘생기고 매력 넘치는 남자의 첫인상을 주려했던 우성이 착각한 것이 있었으니 미영과 하준을 주선한 사람이 그의 형 안준이며 이미 미영은 하준의 과거와 우성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자친구의 표정에서 묻어나오는 어색함을 보자마자 이 남자가 그 사람이라 인식하는 순간, 생길 수 있을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뀌어버렸다.


“…미영아. 미안, 나..”


“쉬잇, 다 알고 있으니까 방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사라졌다, 벗어났다 여겼던 트라우마를 다시 마주한 것처럼 주눅이 든 하준이었지만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마를 맞대는 미영의 미소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었던 미영은 조금 더 대담하게 나아가 그에게 입맞춤을 했다. 입술에 바른 보호제의 과일향과 그녀의 숨결 앞에 어두워지려던 하준의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기억해, 내가 좋아하는 건 하준이, 너 뿐이야.”


“…응..”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망설임 없이 마음을 드러내고 고백하는 미영과 미소를 되찾은 하준의 모습을 본 우성의 입가에서 날카로운 미소가 드러났다.


‘하, 튕긴다고? 좋아.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든다.’


미영의 손을 잡고 함께 떠나는 하준의 뒷모습에 우성은 첫패배의 쓴물을 마신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반드시 미영을 손에 넣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개새끼가 정신을 못차렸네. 에이즈 창녀 만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젠 미영이를? ㅋㅋㅋㅋㅋㅋ”


물론, 그날의 일은 안준의 귀에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안준이 미영의 메세지를 확인하고 자세한 상황을 듣자마자 미친듯이 웃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이런 새끼는 지독하게 끈질겨서 어지간한 방법으론 떼어낼 수 없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냥 감방 몇년 가는거 셈치고 술 마신 다음에 쳐 죽일까..”


살인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가지고 배운 사람들이라면 감히 떠올릴 수 없는 단어, 하지만 안준은 학교를 버리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살아왔다.


앞으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남들에 비해 많지 않다. 하지만, 동생은 대학을 갔고 자신과 다른 미래를 살아야 했다. 적어도 이런 병신남창새끼가 들러붙어 인생이 망가지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 새끼가 병신 짓을 해서 자폭을 할 수도 있으니 손을 써야겠다..”


하지만 살인자 형을 가진 동생이라는 타이틀도 좋지 않다.

생각에 잠긴 안준은 짐을 싸고 집으로 올라갔다.


“우옷! 오옷! 오오오혹! 아극! 우성! 우성아! 사랑해!!♡”


아니나 다를까, 미영에게 멋지게 박살이 나버린 우성이 향한 장소는 부모가 자리를 비워버린 수민의 집이었다. 오늘을 대비하기 위해 복용했던 약물의 뒷처리를 위해 수민을 다시 찾아간 것이다.


문을 열자마자 웃으며 반기는 수민을 끌어안고 옷을 벗기며 거친 손길로 곳곳을 만지자마자 수민은 흥분과 욕망이라는 취기에 달아올라버렸다.


별다른 애무와 키스 없이도 망가져버릴대로 망가진 수민은 우성을 받아들였다.


“오윽, 오오옷! 하앙! 아, 아아아앙!!♡”


“꽉 조여, 확실하게 보내줄테니까!!”


그것은 우성에게 사랑이 아닌 욕망의 해소를 위한 단순한 자위행위였지만 수민에게 있어 사랑이자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너무나 선명한 흔적을 치우느라 애를 먹어도 그 순간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녀에게 커다란 행복을 안겨다주었다.


서로가 다르게 보는 행위가 두시간에 이르러 끝을 맞이하자 우성의 품에 안긴 수민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우성아, 나 정말 행복해.. 네가 곁에 있어준 덕분이야.”


“…나도 그래, 나한텐 수민이 밖에 없다니까.”


거짓으로 가득한 말에 수민의 뺨에 행복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있기에 채워질 것 같지 않았던 마음이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해졌다고, 믿고 있다.


개처럼 엎드려 그에게 뒤를 내어주고 헐떡이는 동안, 우성의 입가에 분노가 섞인 신음과 짜증으로 가득한 표정이 있었다는 사실 따윈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주인을 따르는 개처럼 우성에게 미소를 지었다.

 

“수민아, 우리도 슬슬 외출을 해보는게 어떨까?”


“외, 외출?”


“맞아. 에이즈가 무슨 대수야? 누가 알겠어? 수민이는 이렇게 이쁘잖아. 함께 나가서 밥도 먹고 놀자.”


“…우성…아, 고마워.. 정말.. 흐윽...”


그의 혀 사이로 흘러나오는 독을 꿀처럼 마시며 행복에 도취된 수민, 그가 어떤 목적으로 외출을 제안한 건지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행복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이 남자를 따라 간다면 모든 일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움직일 뿐이었다.


그의 품에 안겨 하룻밤을 보낸 뒤, 부모가 돌아오기 전에 옷장에 버리듯 쌓은 옷과 화장품을 꺼내 치장을 하며 그의 손에 몸을 맡기듯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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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취방으로 돌아온 하준과 미영은 아침의 식사를 마친 뒤의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릇 좀 줄래?”


“응, 여기 있어. 근데 내가 설거지 한다니까 굳이..”


“아침을 준비한 건 하준이 너잖아. 그러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 해.”


지난 밤은 하준에게 있어 또 다른 기쁨의 시간이 되었다. 우성이라는 트라우마 같은 남자를 만나 다시 어두운 악몽으로 끌려갈 뻔했던 것을 미영이 끌어내 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자취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 순간, 인식할 틈도 없이 자신을 향해 격렬한 사랑을 고백하고 함께 몸을 나누었다.


수민과 우성이라는 악몽 따윈 이미 부끄러웠던 실패작이라는 한장의 종이에 불과했다.


“그러고보니, 안준이 오빠가 올라온데.”


“형한테 말한거야..?”


“응, 아무래도 조금 걱정되잖아?”


미영은 이 사실을 안준에게 말했다는 말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다시 느낀 하준의 뺨을 잡아당기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아야아아아..”


“하준이 너만 그런 게 아냐, 다른 사람들이라도 같은 반응이었을 거야. 그러니까 부끄러워 하지마. 지금처럼 당당한 내 남자친구였으면 좋겠어.”


“그래..”


“대답이 이상한데? 내 남자친구 하준이의 힘찬 대답은 어디로 갔을까나~?”


“고마워!!”


거짓 없는 사랑에 조금 섞인 장난이 하준에게 힘을 주었다.

기운찬 대답을 외치는 그의 모습에 미영이 설거지를 마무리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의 대답이 변하면 화낼테니까 각오해, 알겠지? 그럼 학교 갔다올게.”


“저녁에 찾아갈게. 휴우, 나도 힘을 내야.. 응?”


아침의 식사와 애정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마친 미영이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떠나는 것을 배웅한 하준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형?”


“야, 우성이란 새끼 웃긴 새낀데.. 잘하면 보내버릴 수 있겠다.”


“응..?”


전화 너머로 안준의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성을 보내버릴 수 있다? 생각치도 못한 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준의 안색은 점점 굳어지고 주먹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형의 입으로 흘러나온 이야기가 하준에게 확고한 목적을 부여했다.


“오늘의 수업도 이걸로 마무리..”


그리고 시간이 흘러 수업이 끝나고 교실의 문을 나선 미영은 기다리고 있을 하준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무엇으로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행복을 나눌지를 생각하며 교문을 넘어선 미영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미영 씨, 저 기억하죠? 어제 만난 우성이라고..”


“제대로 인사를 못했으니까 다시 할게. 난 하준이의 소꿉친구이자 우성이의 여친 수민이라고 해.”


어젯밤에 보았던 그 남자. 우성과 하준을 망가뜨리고 비참하게 매달려 울부짖던 소꿉친구 수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수수하게 입고 나온 자신과 달리 이목을 끌 정도로 꾸며 입은 상태였다.


“…저를 찾아온 건가요? 어째서?”


“하준이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좋은 장소가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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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