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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뒤를 따라 일에 몸을 맡겼을 당시의 하준은 몸도 마음도 고생이 많았다. 어긋난 성욕과 우울증이 그를 망가뜨렸고 마음을 주었던 소꿉친구는 더 이상 닿지 않을 곳으로 떠나버렸다.


“힘드냐? 우울증이 더 힘들테니 조금 더 고생하자. 따라와.”


우울증의 약과 일을 병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흔들리려 할때마다 하준은 그의 형에게 정신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이리 저리 끌려다니고 굴러다녔다.


산을 다닌다거나, 격렬한 운동을 한다거나, 언제나 하준의 곁에서 안준이 그의 뒤를 지탱했다. 

그것이 한달, 두달이 지날 무렵, 일에도 적응하기 시작하였으며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 상처를 보듬었다.


“아빠랑 안준이 오빠한테 이야기 들었어, 네가 하준이구나?”


그렇게 안준의 뒤를 따른지 삼 개월이 지날 무렵, 다니던 일 마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 좋은 아저씨 한명과 자주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때 하준은 그의 새로운 이성친구이자, 지금의 여자친구인 미영을 만나게 되었다.


일용직의 딸이라는 첫인상과 달리 미영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노력가였으며 말괄량이에 고집불통, 막무가내였던 수민과 달리 차분하고 사려깊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부족함을 도와주는 강단까지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초대를 받아 집으로 온 안준을 통해 하준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던 미영은 하준을 만날 때부터 어색함 없이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하준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만남을 가지다 이성을 향한 호감을 품고 그와 사귀게 되었다.


“표정이 별론데? 밥 먹긴 했어?”


“먹었으니까 걱정…아얏!”


“걱정말란 사람 표정이 그게 뭐야? 아빠 말로는 작업장 밥이 영 아니라고 했으니까.. 좋아, 나중에 아빠 몰래 도시락 싸줄게.”


미영은 안준의 배려를 통해 만든 기회를 노려 아버지의 눈을 피해 몰래 만든 도시락을 가져와 하준과 함께 먹었다. 이제까지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먹은 적이 없었던 하준은 어색함과 기쁜 마음 사이에서 여자친구와의 점심시간을 가졌다.


“닭튀김은 직접 만들어서 간이 맞을지.. 괜찮아?”


“…응, 엄마가 만든 것 보다 맛있어.”


끔찍했던 일을 겪고, 하준은 식사에서 비어버린 속이 무언가로 채워지는 것 이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마치 모래알으로 속을 채우는 것 같았지만, 미영이 가져온 도시락은 느끼지 못했던 맛과 따스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느껴지는 맛과 따스함에 미소를 지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하준의 모습에 미영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젓가락을 움직여 무쌈말이를 집어 하준의 입에 가져다 주었다.


“이 무쌈말이도 먹어봐.”


“내가 먹을테니까 너도 먹..”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주면 더 멋있을텐데.”


물론 이러한 애정표현에 서툴렀던 하준이 머뭇거리긴 하였으나,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는 미영의 앞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두려움과 거부감은 무의미했다.


뺨을 긁적이며 미영의 젓가락이 가져온 무쌈을 씹으면서 신맛 속에 은은한 단맛을 느꼈다. 


둘은 그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식사를 하고 공강과 휴일을 맞추며 데이트 가거나 밥을 만들어 먹고 휴학을 하게 된 그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공부도 바쁠텐데 과외까지 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뭔가 좀 미안한걸..”


“쉿, 그런 말은 금지. 하준이 넌 공부를 하고 나는 복습을 허는 거니까. 서로가 좋은 일이잖아. 그렇지?”


하준에게 있어 미영의 존재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운이었다. 혹시 모를 두려움에 수민의 경우와 같이 망설이던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형인 안준의 호된 질책과 미영의 솔직함과 과감한 애정표현 덕분에 하준의 끔찍했던 트라우마도 서서히 사라졌다.


미영과의 만남을 이어간지 한달이 지날 무렵, 마침내 하준은 여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졌다.


“나보다 긴장하면 어떡해.”


“…아, 아냐.. 그게 아니야.. 미영아, 난 괜찮아.”


하지만 수민이 만들어놓은 트라우마와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문제가 하준을 붙잡아 첫날밤을 실패로 몰고 갈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스럽게도, 미영은 안준을 통해 하준의 트라우마와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어째서 남자친구가 머뭇거리고 두려워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미영은 그의 손을 이끌어주었다.


“미, 미영아?!”


“이렇게 닿아있는 것 만으로도 기뻐…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잖아. 그걸 원한 거야?”


처음으로 만진 여자친구의 가슴의 감촉을 느낀 순간, 하준의 발과 손을 붙잡던 트라우마라는 사슬이 끊어졌다. 억눌렀던 욕구가 풀려나는 신호였다.


“너, 미영이랑 섹스하면 어쩔 거냐?”


“무슨소리 하는 거야?! 형, 미쳤어?!”


“그런 식이면 수민이처럼 된다. 병신아, 네가 주도해야 해. 머뭇거리지 말고 움직여.”


원래라면 아무것도 못하고 망설였을 상황이었지만 우울증 약과 더불어 형인 안준의 케어를 빙자한 운동과 폭력을 포함한 협박이 그를 바꿔놨다.


“…아…아앗…하준…아..”


여자친구의 가슴을 탐하면서, 그 봉우리를 손가락을 비비며 어루만질때 딱딱해져가는 변화와 언제나 차분했던 미영의 비음 섞인 신음에서 느껴지는 흥분은 수민의 잔혹한 희롱과 능욕따위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수민이 아닌 미영이라는 여자친구를 자신의 영혼에 새기기 위해, 하준은 미영의 목덜미를 비롯하여 가슴에 입술자국을 남겼다. 미영은 그러한 투박하면서도 집요한 남자친구의 욕망을 받아주었다.


그의 마음이 기뻤던 것과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상처가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준의 입술이 하복부에 닿는 순간, 미영은 이불을 붙잡고 떨었다.


“하, 하읏... 읏.. 우...!”


“미영아, 괜찮아?!”


“하, 아하.. 이게 절정인가봐..”


뺨을 가득 상기시킨 미영의 녹아내린 미소가 하준의 남아있던 실을 끊어버렸다. 능욕과 굴욕 속에서 치욕의 눈물을 흘렸던 자신의 손으로 여자친구를 절정시켰다는 사실이 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망설임을 말끔하게 날려버렸다.


그리하여 시작된 관계에서 수민이 허접소추라고 능욕했던 하준의 성기는 당당하게 미영의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기쁨을 안겨주었으며 미영 역시 따스한 그녀의 품으로 남자친구를 받아주고 서로의 마음과 절정을 나누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시간과 함께 더욱 가까워졌다.


그때부터 하준은 잃어버렸던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고 형을 따라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미영과 함께 하며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소꿉친구인 수민이 폐인이 되어 방안에 틀어박혀있을 동안, 여자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고, 시간을 맞춰 밤마다 몸을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불태웠다.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무렵, 거울 앞에 선 하준은 늘어지고 무력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남자다운 모습이 자신에게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르시즘이냐 새끼야?”


“아니, 조금 변한 거 같아서..”


“찌질이 병신이 사람이 됐으니 기적아니냐?”


“…그럴지도 모르겠네.”


사나운 것도 모자라 비속어로 가득한 형의 말 속에 즐거움이 있음을 알아차린 하준이 미소를 지으며 우쭐하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하준은 스스로의 나약함으로 쌓아왔던 고통과 후회로 가득했던 과거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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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