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https://arca.live/b/regrets/98181540



자취방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지 하루가 지나, 저녁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하준은 겪어왔던 모든 일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았고 이를 들은 아버지는 가슴을 치며 분통해하였고 어머니는 서럽게 흐느꼈다.


반면, 모든 이야기를 마친 이후, 안준은 이 병신같은 상황의 근본에는 너의 지분도 있으니 두들겨 맞고 정신차리라는 이유를 들고 부모의 눈앞에서 동생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만 둬!”


“안준아, 하준이를 놔 줘!”


“끼어들지 마셔, 이 지랄에 엄마 아빠 지분도 있거든? 그러니까 닥쳐! 오냐오냐 하고 키우면서 대학보내면 다 될거 같았어? 이걸 보라고! 둘이 이 새끼한테 관심이 있었으면 애초부터 이럴 일도 없었지. 안 그래? 씨발, 소꿉친구란 년한테 어떤 짓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옆 자취방까지 가도록 방치를 한 게 누구야? 엄마랑 아빠잖아!”


학생의 삶을 벗어나 일탈을 선택하고 반항적이었지만 부모에게 소리를 지른 적 없었던 아들이었다. 안준의 분노 앞에 부모 역시 할말을 잃어버렸다. 하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도 느꼈던 것이다.


자신들의 관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이었는지, 아들이 망가져 갈떄까지, 양아치의 여자가 되어 망가진 소꿉친구의 노리개가 되어가고 있음을 상상도 못했다는 사실이 부모의 발을 붙잡았다.


“넌 새끼야, 정 글렀으면 나한테 연락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씨발아, 그 씹년이 보지를 벌려주지 않았는데 그 새끼들 지갑이라도 되줄 생각이었냐?”


폭언으로 가득한 형의 구타 속에서, 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슬픔보다도 자신을 향한 분노와 부끄러움이 그를 짓눌렀다. 형의 말이 옳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오분이 지나자, 안준이 손을 털고 한숨을 내쉬며 늘어진 동생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아직 멀었어. 나중에 또 맞을 줄 알아라. 그리고, 휴대폰 내놔. 그 씹년이 수작질 부릴게 훤... 하, 씨발..”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그 사이에 수민의 메신저가 온 상태였다.

휴대전화를 누르며 내용을 확인하는 안준의 입가에 미소와 더불어 이가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이 창녀가.. 정신 못차렸네.”


“무, 무슨 내용이니?”


“무슨 내용이겠어? 한번 봐.”


안준이 내민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는 순간, 부모는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 하준아, 엄마한테 이번 일은 사고라고 말해 줘, 그럼 나중에 대딸 한번 해줄게! ♡ 』


“우읍.. 우웩!!”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던 부모는 아들이 보여주는 수민의 메세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시작했고 아버지는 이마에 핏대가 오를 정도로 분노했다.


메세지의 내용은 안준이 전한 소식의 일부를 전해들은 수민의 부모가 그녀에게 연락하여 호통을 친 결과,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리개에게 소꿉친구 놀이를 해주겠다 것과 다름 없는 메세지였다.


“이 새끼.. 이렇게까지 좋아했으면 진작에 고백이나 할 일이지, 왜 이제와서 이 지랄이야..”


안준은 동생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사진을 살피다 욕설을 내뱉으며 부모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예전 수민의 카톡 배경과 지금의 배경 사진이다.




학교에서 하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메인으로 삼았던 과거의 메신저와 달리


옷을 벗고 다른 남자의 품에서 손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지금의 메인의 사진이 안준과 부모에게 더 끔찍한 상처를 만들었다.


“봐, 옛날의 하준이랑 붙어 다니던 그 꼬마는 이제 없어. 저 새끼랑 몸이나 흔드는 창녀가 된 거라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터지려는 분노를 겨우 억누른 아버지가 방안을 묻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준이 답을 내놓았다.


“하준이 휴학시켜, 가능하면 자퇴를 시키던지 해. 이 일을 끝내고 당분간 나랑 다녀야겠어. 차라리 일을 하면서 사회 물좀 먹다가 군대 갔다오는게 나을 거야. 우울증 약도 먹여야 해. 그리고, 그 집에 돈을 좀 받아야 겠어. 우울증 치료에 돈이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까지 해야겠냐?”


“아빠, 지금 와서 착한척 해봤자 호구 병신일 뿐이야. 진짜 모르는 거야?”


“…알았다.”


안준의 답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아버지는 고개를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두 시간이 흐른 밤, 겨우 정신을 차린 하준과 함께 가족 모두가 수민의 집을 향했다.


“또 흔들리면 내 손에 죽는다.”


“…알았어.”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순간, 안준이 동생에게 섬뜩한 경고를 보냈다. 정신을 차린 하준이 그 이후에 들어온 메신저를 확인하는 순간, 또 다시 그 지옥같은 자취방으로 돌아갔다는 느낌에 흔들리려 했기 때문이다.


“하준아,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수민이 달려와 하준의 품에 안겼다. 마치 기다리던 연인을 반기는 것처럼, 수민은 하준의 품에 안기며 그의 가슴에 뺨을 비볐다.


그의 형과 부모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있음을 상상조차 못한 상태로.. 


“…뭐하는 거야?”


“흐흥, 이런 거 한두번이야? 세삼스럽게♡”


얼어붙은 하준의 입에서 나온 의심에도 수민은 자연스럽게 능청을 부리며 그의 가슴에 검지 손가락을 굴리며 교태를 부렸다. 이것이 하준을 흔들 수도 있었겠지만 수민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안준과 부모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곤 분노와 증오 뿐이었다.


“자, 자! 어서 들어가자. 엄마랑 아빠도 기다리고 있어! 안준이 오빠랑, 아줌마, 아저씨도 들어오세요!”


이러한 후안무치의 태도와 언변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그 옛날 순수한 장난꾸러기였던 수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안준의 눈짓을 본 부모는 억지 미소와 함께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민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죠?”


“이렇게 좋은 날인데, 한잔 하시죠.”


하준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안방에서 상과 음식을 준비한 수민의 부모였다.

어디서 어떻게 무슨 거짓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수민의 부모는 환한 얼굴로 하준의 가족을 환영했다.

이 어이없는 상황 앞을 표현할 방법조차 없었던 하준의 부모는 인사를 받아들이며 자리에 앉았다.


“아저씨, 제가 한잔 드릴게요.”


“……고맙구나.”


하준의 아버지가 자리에 앉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의 옆으로 수민이 다가와 술을 따랐다.

마치 시아버지에게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정성스러워 보이는 그 모습이 하준의 부친에게 역함과 분노를 일으켰지만, 애써 참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했다.


“하준이 덕분에 우리 수민이 대학생활에 걱정이 없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안준이도 오랜만에 왔으니까 많이 먹어.”


“맞아 맞아, 안준 오빠도 좀 먹어. 얼굴이 많이 야윈 거 같아. 수염도 좀 깎으면 좋겠어 ㅎㅎ..”


“너 이 씨발, 어떻게 구워 삶았냐?”


“에?”


수민의 어머니가 상황을 아는 제 3자가 들었다면 웃음을 터뜨렸을 말을 하며 안준에게 음식을 권하는 순간, 수민이 능청스럽게 끼어들어 그의 얼굴을 평가하고 수염을 깎으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던졌다.


그것이 돌아올 수 있을 마지막 지점을 벗어나는 행위라는 것도 모른 채..


“아줌마, 아저씨. 길게 말 안할거고 우리 여기서 밥도 안 먹을 겁니다. 하준이는 이제 저년이랑 끝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우리 수민이가 하준이를 얼마나 아끼는데..”


“맞아, 내가 하준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빠가 알기나 해?!”


“하하하하하하하하. 씨발, 뭐? 좋아해? 하하하하하.”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안준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왜..”


“하준이 엄마, 안준이가 왜 저래? 무슨...”


대체 어디까지 가야 저렇게 뻔뻔해 질 수 있을까, 안준이 실성한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수민을 비웃었다. 그 모습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수민의 부모가 안준의 부모를 바라보았지만, 안준의 부모 역시 싸늘한 눈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민아, 혹시 무슨 일 있었니?”


“아냐, 몰라! 그보다.. 안준 오빠 왜 저래? 무서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수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수민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스스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수민은 능청스럽게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안준을 매도하려 했다.


그러나...


“자지! 조아, 앙, 아앙! 우성아! 너무 조아!”


“수민아, 저기 누워서 패배 딸이나 치는 하준이한테 반찬을 주자. ㅋㅋㅋ.”


안준이 꺼낸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안방의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여기서 떡치는 네년이 좋아하는 남자는 우성이란 새낀데 왜 하준이한테 찝적대냐?”


“…어? 아니, 그게..”


안준의 감흥없는 질문사이로 흘러나오는 수민의 교성소리와 안준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알지못하는 우성이라는 남자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괴로워 하는 하준의 신음소리가 안방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게 대체.. 이건 누구 목소리.. 수민이 너 이게 무슨..”


“아, 아니야! 이건 안준 오빠가 장난친거야. 내가 하준이랑 얼마나 사이 좋은지 다들 알잖아! 봐!”


그 사이에 녹음을 했으리라는 생각도 못했던 수민이 다급하게 하준의 품에 안겨 그에게 키스를 했지만, 그녀의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우욱, 우웩!!”


“하, 하준아. 왜 그래? 우리 항상하던..”


“잘하고 있네, 한번 더 지랄해 봐.”


그 이중적이고 뻔뻔한 행동의 동기를 알아차린 하준이 감당하지 못하고 구역질하다 화장실로 달려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수민은 하준을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그의 뒤를 쫓아가려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그것도 안준에 말에 실패로 돌아갔지만..


“저기.. 아줌마, 아저씨.. 하준이 왜 저래..? 무슨일 있어..? 그보다 왜 그런 표정을...”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수민이 눈물을 글썽이며 하준의 부모에게 호소를 해보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침묵 뿐이었다.


안준은 동생의 메신저를 통해 그 동안에 있었던 내용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짠~~♡ 이번 딸감! 허접자지에게 특별히 줄게♡”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아줌마랑 아저씨 딸이 하준이한테 보낸 거야. 잘 봐.”


“아,. 안 돼! 엄마, 아빠 보지마! 그거 전부 가.. 꺅!”


“수민아!”


안준의 폭로가 시작되는 순간, 능청스러웠던 수민의 표정이 일순간 돌변했다. 불안과 다급함을 숨기지 못하고 안준에게 달려가 그의 손에 쥐어진 하준의 휴대전화를 뺏으려 했지만, 결국, 하준의 손바닥에 뺨을 맞고 나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안준이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아저씨, 이거 보고 화를 내던가 해요. 솔직히 쳐죽이고 싶은 거 참는 중이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냐, 뭐가 됐든 간에 이런 폭력은... 폭력은...”


안준에게 화를 내려던 수민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메신저의 내용을 마주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모든 내용이 사랑하는 딸이 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외간 남자와 몸을 섞고 교태하는 사진을 보내며 좋아한다는 소꿉친구에게 성희롱이 섞인 메세지로 보내며 능욕을 하는 증거였다.


“…수민이 너…대체 뭘 하고 다니는거냐?”


“아니야, 아빠 그런거 아니야! 다 안준이 오빠가 조작..”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해?!”


최후의 보루인 부모에게 매달려보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버지의 추궁과 어머니의 분노가 담긴 따귀뿐이었다.  두 사람은 마주하고 있는 하준 일가에게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딸이 소꿉친구를 철저하게 무너뜨렸음을 이제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수민의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만들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그 이야기는 필요 없어요. 우리 엄마 아빠도 상처가 크거든요. 가기 전에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혹시 또 무슨 일이..?”


“하준이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해서, 아주머니랑 아저씨가 치료비를 좀 주셨으면 해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이것을 두고 하는 소리인가, 올바른 대학 생활과 청춘을 누리고 있는 딸을 믿고 함께해준 이웃에게 마련한 감사의 자리가 파탄의 자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준이 병원비를 왜 우리 엄마 아빠가 내야 해?”


그 상황에서, 모든 것이 발각된 상황 속에서, 수민은 해선 안되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녀에게 있어 하준의 정신병은 모두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


허접자지라 능욕당하면서도 좋아했던 것도 그였고, 매도하고 욕을 해도 개처럼 돌아온 것도 그였다. 모든 것이 한심한 그의 책임이지, 어째서 자신의 책임이란 말인가.


“오, 그래? 그럼 이 모든 내용으로 고소해줄게.”


“…뭐?”


결국, 수민의 끝을 알 수 없는 뻔뻔함에 질려버린 안준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너랑 네 허벌 남친새끼가 했던 짓은 말이야, 성범죄야. 이렇게 증거도 수북해. 이 좆같은 나라 법이 여자한테 관대해도 말야, 이 정도 증거가 차고 넘치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 치료비를 낼 생각이 없다면 내가 직접 변호사를 사서 고발이랑 민사소송을 진행할 거야. 내가 몇년 간 모은 돈 전부를 쏟으면 괜찮은 변호사 두명 정도는 뽑거든? 그걸로 시간을 들여서 네 인생을 박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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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이야기가 또 늘어났습니다.

이번에도 뒷맛을 위해 다음 편에서 끝을 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