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미소녀 도적이야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사실인걸 헤헤…


우리는 마왕을 무찌르러 북쪽 대륙으로 향하고 있어.


파티는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용사님과 소꿉친구인 전사와 여행 도중에 만난 마법사, 총 4명이야.


전사 녀석은 어릴때부터 봐왔지만 애가 참 믿음직스럽지 못해


누가 괴롭히면 바보같이 참기만 하더라니깐?


한번은 물어봤었어.


"억울하지도 않아? 자존심도 없어? 너도 때리지 그래?"


"날 위해서 폭력을 쓰고싶진않아"


바보같이 웃으면서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고있어.


내가 괴롭힘 당했을땐 눈 돌아간 미노타우스르처럼 죄다 패고 다닌 주제에.


"아 그러셔"


이런거엔 바보같을정도로 완고하다니깐?







용사님이 동료를 찾으러 우리 마을에 왔었어


잘생기고, 착해보이고, 목소리도 아름다워서 완전 내 취향이였지.


용사님은 다른 세계에서 왔으며, 우리 세계의 지리를 잘 모르겠다고 했어.


좋은 인연을 만들겸 가이드를 자청했지.


그리고 바보가 따라오겠다는거야


아 귀찮아. 얜 눈치도 없나?


"야, 넌 왜 따라온단거야?"


"네가 다치면 안 돼"


멍청하긴, 그러면 누가 좋아할거 같냐?


그냥 심부름꾼 하나 생겼다고 쳐야지.







"붕대 좀 주면 안될까?"


바보가 날 덮치려는 마물들을 썰어버리고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저런 말을 하네?


내가 언제 너보고 지켜달라고 했어?


난 용사님에게 지켜지고 싶다고


"그정도면 괜찮겠네? 침이나 바르던지."


"엑? 내 침은 냄새가 심하다구!!"


또 바보같이 웃고있어


"도적, 전사를 치료해줬으면 해"


"네에~♡"


용사님은 참 자상하셔라


바보에게 붕대를 감아주려고 하는데


"이정도는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괜찮아."


"시끄러워"


"엑? 그치만 피묻을텐데"


이 멍청이는 용사님의 자상함을 왜 못닮는걸까?


닮아도 평생 관심없겠지만.








"전사님은 뭘 좋아해요?"


마법사가 나에게 물어봤어.


"모르겠는데?"


"소꿉친구라면서요, 좀 알려주세요."


"쟨 아무거나 잘 먹었으니 여물이나 먹이던가"


사실대로 말해주니깐 마법사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짓더라고.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뭐야, 너 쟤 좋아하기라도 해?"


"…네"


저런 바보가 뭐가 좋다는거야?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예쁜 애인데


저렇게 수수하게 생긴 바보가 좋다고?


고마워! 이제 용사님은 내거야!!


널 내 평생의 친구로 삼을게!!


"무우국이야"


"에~"







"도적, 전사에게 좀 잘해줬으면 좋겠어"


내 짐까지 메고다니는 바보를 보니깐 용사님이 좀 화나신거같아.


"죄송해요~♡

 어릴때부터 같이 지낸 친한 친구라서~"


"너무하다 싶은걸 몇번 봐서 하는 말이야.

 지금은 나도 전사의 동료이고 친구야.

 난 그가 상처받는걸 보고싶지 않아."


던전을 탐험하다 용사님을 지킬려고 바보를 함정에 밀어버린 일 떄문에 그런건가?


"앞으로 주의할게요…"


"…….…"


바보녀석 때문에 용사님이 화났잖아!


"하하, 용사. 우린 어릴때부터 이러고 놀았어.

 도적은 공주님을 맡았고, 나는 병사를 맡았거든.

 그게 버릇되다보니 이렇게 된건가봐."


이젠 저 바보가 있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한다.


"…그래?"


"그래, 도적은 나쁜 녀석이 아니니깐 오해는 하지말아달라구?"


또 바보같이 웃으면서 내 변호를 하고있다.


"…미안, 내가 괜한 말을 한거같아"


용사님이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


"이러지마세요! 오해를 사게 한 제가 잘못한거에요!"


흥, 감히 끼어든게 건방지지만 이번은 특별히 용서해줄게.


그 후로 이런저런 있고 용사님과 사이가 좋아진건 비밀♡







"야, 왜 네가 온거야?"


재수없게 사천왕 중 하나에게 납치당해버리는 일이 생겼었다.


용사님이 날 구하러오는걸 기다렸는데 이 바보가 내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해버렸어!


"엑? 그치만 흩어져서 찾기로 한거였는데!"


이 바보는 내 속도 모르고 멋대로 입을 놀리고있다.


"난 너보단 용사님께 구해지고 싶었다고!!"


용사님과 마법사가 들었으면 엄청 화냈을거같지만


없으니깐 아무려면 어때.


"……하하, 그렇구나. 미안"


또 바보같이 웃는다.


"용사를 불러올게"


"야, 잠깐"


평소엔 내가 뭐라고 하면 시키는대로 하더니 내 말을 무시하고 나가버렸다.


건방진 녀석같으니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얼굴을 빼꼼 내민다.


그럼 그렇지, 네가 내 말을 안들을리 없어


"저기, 엘프마을에서 받아온 치료약 줄 수 있어?"


얜 내가 자기 엄마로 보이나?


달라면 줘야해?


"하나밖에 못받았잖아?

 용사님에게 줄거야. 넌 침이나 바르던지."


"하하, 그래"








최근 마법사와 바보가 많이 친해진거같다


보자니 괜히 짜증난다


내가 바보에게 뭘 시킬려고하면 마법사가 바로 말리는게 짜증난다


요즘 바보가 절면서 걷는게 짜증난다.


밥 먹는 양도 줄어버린게 짜증난다.


기분이 좋아서 잘먹던거 차려줬는데, 반도 안먹고 그만 먹겠다고 하는건데?


예전에 마법사가 똑같이 해준건 잘도 먹더니








마왕을 쓰러트리고 귀환하는 길


난 용사님과 별하늘을 보고 있어.


용사님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있던 일,  모험중에 있던 일


이런 얘기를 서로 했었어.


그러다보니 분위기가 좋아진거 같아서 내 마음을 전했지


심장이 터지는줄 알았어.


그리고 용사님은 


"네 마음은 정말로 기쁘지만, 난 대답할 수 없어"


에?


"난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야.

 사명을 마치면 원래 있던곳으로 돌아가야해"


머리속에 안개가 낀거같아


"내가 이 세계에 남으면 내 부모님이 슬퍼할거야.

 난 그분들께 빨리 돌아가고싶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다음날 용사님은 사라져버렸다.


정말이지 최악의 작별인사다.








기분이 안좋다


하루 종일 우울하다


뭘해도 짜증이 나고 뭘봐도 짜증이 난다


내 앞에서 절뚝거리며 걷는 바보를 보니 짜증 폭발 직전이다


"야, 너 왜 자꾸 절뚝거리면서 걸어?"


"엥? 쥐가 나서 그랭!!"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고있다.


게다가 혀를 꼬면서 말하니깐 완벽하게 바보같다.


마법사는 바보가 한심한지 한숨을 쉬고있다.


그런데 왜 날 째려보는데?


눈이 드래곤보다 무섭잖아








"이만 헤어지죠"


자기가 살던 탑에 온 마법사는 파티의 해산을 선언했어.


좀 더 같이 있자고 권유했는데, 급하게 연구할게 있다며 거절하는데


말하는게 너무 매정하네?


그럼 나보고 저 바보하고 둘이서 돌아가라고?


실연해서 기분도 안좋은데, 저런 놈하고 같이 있으면 더 안좋아질거같아


"전사님은 약속한대로 여기에 남아주세요."


"………"


답지않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있네


"제발요"


바보가 날 마을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오겠다며 고집을 부리길래 마법사가 난처해보였어


"난 됐으니 그냥 여기 있지 그래?"


마법사 녀석, 저 바보가 좋다면서?


둘이 있게 해줘야지 헤헤…


친구야, 너는 나같은 상처 입지말렴


"엑? 그치만 너희 엄마와 아빠에게 무사히 데려다준다고 약속했는뎅!"


또 내 마음을 몰라주네


계속 고집부리길래 잠드는 약을 먹여버리고 도망갔어.









집에 도착하니 엄마와 아빠가 엉엉 울면서 날 맞이해줬어


촌장님도, 바보의 부모님도, 친구들도, 다들 수고했다고 해줬어.


바보의 부모님이 자기 아들이 어딨냐고 물어보길래


여행하다 만난 여친하고 같이 집에 있다고 말하니깐 막 웃으시더라고.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와서 다행이구나"


"그 녀석, 널 무사히 데려온다고 한 주제에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고?"



생각해보니 그러네?


내가 다칠뻔할때나 위험할때나 달려와준건 항상 그 녀석이였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랬었어


…왜 항상 날 지켜준 애보다 용사에게 마음이 끌렸던걸까?


돌아오면 좋아했던 무우국을 끓여줘야겠다.









마법사가 방문했어


평소엔 안하는 목걸이를 하고 있길래


전사가 사준거냐고 물어봤는데 대답도 안하고 말없이 날 쳐다보더라구


"사줄려면 반지를 사줘야지 이게 뭐야?"


"역시 안되겠네요"


짝!!!!!!!!


뺨이 얼얼했어


아픈것보다 당황스러운게 먼저였고


날 쳐다보는 마법사의 눈이 매우 차가웠어


세상이 밉다던 마왕의 눈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대체 왜?


전사가 내 욕이라도 했었나?


그럴 애가 아닌데


"전사님은 얘기하지 말라고했지만, 안될거같아요.

 당신이 싫어요 

 …네가 정말 미워"


어?


"너만 아니였으면 전사님은 안죽었을거야

 네가 치료약만 줬더라도 전사님은 안죽었을거야

 너 때문에 상처입은 사람을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내버려둔거야?"


뭐…라는거지?


"몰라? 네가 잡혀갔을때 기억 안나?

 그때 전사님이 왜 제일 먼저 너에게 달려간건지 몰라?

 네가 있던 방으로 가는 길 말야, 매우 센 저주가 걸려있던거 모르지?

 나와 용사가 말리기도전에 그 사람이 널 구해야한다며 뛰어갔단다?"

 

머리가 아파


"겨우 저주를 풀고 너한테 가보니

 문 앞에서 그 사람은 저주에 침식되서 매우 고통스러워 했었어

 그리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엘프의 약은 효과가 없대."


아냐 그럴리 없어


"용사에게 울면서 안기던 널 보는 그 사람이 얼마나 불쌍했는지 모르지?

 그리고 엘프의 약을 용사에게 주던 널 보고 내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

 아, 얜 거짓말쟁이구나. 라는 생각부터 들었단다?"


……….


"그 사람 결국은 고통스럽게 갔어.

 어떻게든 저주를 풀려도해도 못풀었어.

 그래도 끝까지 네 걱정만 하더라?"


…………….


"자기 죽은건 알려주지말래.

 고향에 있는 사람들이 슬프게 생각할거라며 알리지 말래.

 그냥 여행하러 간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


"그런데 네가 아무런 일도 없다는듯이 있는걸보니 안되겠더라고.

 난 네가 고통스러워하는걸 보고싶었나봐.

 이거 뭔지 궁금하다고 했지?"


내 눈 앞에서 목걸이를 흔들고있다.


"듣고싶지않아"


"들어."


"듣고싶지않다고!!"


짝!!!!!!


또 맞았다.


"들으라고"


마법사의 눈이 칠흑처럼 시꺼멓게 느껴진다


그런 눈으로 나에게 원망의 말을 하며 쳐다보니


무서워서


너무나도 무서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골이야.

 아, 너한테 주진 않을거란다?

 넌 받을 자격이 없으니깐"


"거짓말…"


"마음대로 생각해"


짝!!!!!!!!!!


"창부같은 년"


그 말을 끝으로 마법사는 나가버렸다.


머리가 멍해서


너무나도 멍했지만


마법사가 울고있는 소리는 확실하게 들렸다.


"미안…"


놀려도 환하게 웃으며 받아주던 그가 그립다


내가 위험하면 항상 달려오던 그가 그립다


난 언제부터 그런 그를 우습게 봤던건가


내가 여행을 나간다고 하지만 않았으면


내가 그에게 조금만 더 신경써줬으면


내가 그에게 마음을 더 향했으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미안…"











"넌 꿈이 뭐야?"


"엑?! 그런건 아직 안정했는데?"


"난 어른이 되면 전 세계의 보물을 찾아다니는 트레져 헌터가 되고싶어"


"오우! 그럼 난 널 지키는 전사가 되겠어!"


"아니면 용사와 같이 여행하며 마왕을 물리치는 도적이 된다던가!"


"오우! 그럼 난 널 지키는 전사가 되겠어!"


"부끄러운 말 좀 그만해줄래? 무우국 맵게 해버린다?"


"네가 하는거라면 뭐든지 먹을수있어"


"바보같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