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예전부터 돌리던 후회물이긴 한데 한 번 찌끄려봄


후붕이는 1남 1녀중 장남이야
여동생 후진이와는 4살 차이정도 나고 말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족이겠지만
으레 그렇듯 형제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편애라는 게 존재할 수 있고

후붕이 집안은 부모 둘 다 딸바보라 딸을 더 좋아하는 편애가 존재했어


장남인 후붕쿤...당연히 자기보다 어린 여동생에게 사랑이 더 많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나름 철든 아이였어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겪어왔기에 그닥 신경쓰지 않고 삐뚤어지지도 않고 너무나도 잘 성장해줬어


하지만 가면 갈 수록 편애는 점점 심해지고 여동생 후진이도 이런 분위기속에 후붕이를 무시하기 시작했어

후붕이 방에 무대뽀로 쳐들어 오는 건 양반이지
부모님이 맞벌이 하고 계시는데 집안일이란 집안일은 다 짬때려 놓고선 뭐 해달라 뭐 해달라 요구사항만 잔뜩 늘어놓고...그걸 제대로 안 해주면 심한 말을 하는 등 사실상 자기 친오빠를 노예 미만잡으로 생각하는 거야

그런 후진이가 미웠지만 그래도 어리고 가족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참는 후붕쿤...하지만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마는데...


후붕이는 비상금을 모아두고 있었어
후붕이도 남자다 보니 당연히 친구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였고 나름 게임기를 사기 위해 대학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모으고 있었던 거야

모아온 돈만 1년 넘게 일해 90만원대를 이뤘고 목표치인 110만원까지도 두세달만 더 일하면 되는 거였지

그런데...그 비상금이 통째로 사라진거야
나중에 알아보니 여동생 후진이가 후붕이 방에 들어왔다가 비상금을 발견한거야

처음에 후진이는 발뺌하다가 결국 그 돈을 전부 단 하루만에 친구들과 노는 데 다 쏟아부었다고 고백해
하지만 후진이는 적반하장 격으로 비상금을 잘 못 숨긴 후붕이 탓으로 몰기 시작한 거야

거기에 가세해 부모님도 후진이 편만 들자 결국 인내심에 한계에 달한 후붕이는 그대로 간단히 짐만 싸서 가출을 해버려

가출한 후붕이는 친구 자취방에서 잠시 실례를 구하고 얹혀 살며 군 입대를 준비했어

그렇게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조용히 군대로 도망친거야

후붕이가 가출하자 처음에 셋은 후붕이 저러다 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기어이 한 달이 넘어가자 후붕의 부모는 그제서야 뭔가 잘못 된 걸 안 거야

하지만 후붕이의 전화번호는 바뀌었고 연락도 안 닿으니 애가 탈 노릇이지

그와중에 후진이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친구들에게 자기 친오빠 뒷담화에 바빴지만...



후붕이는 군대가 천직이었어
선임들에겐 이쁨받고 후임들에겐 리더쉽 넘치는 선임이었기에 간부들은 어느날 후붕이를 불러다 전문하사를 해볼생각이 없냐 물었어

거지같은 집구석 따위 다시 기어들어가기 싫었던 후붕쿤은 전문하사 지원서에 서명했고 그렇게 전문하사 - 단기하사 - 장기 부사관 루트를 걷게 돼

한 편...후붕이가 2년 넘게 들어오지 않자 후붕이 가족은 말 그대로 개판이 나버려

부모님은 각각 회사에서 진급하며 일이 더 바빠지고 출장도 잦아지며 가정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기에 집안일도 제대로 안 되가는 실정에서 후진이는 그제야 후붕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알게 되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돼

그러던 어느 휴일 후진이는 라면을 먹으며  티비를 틀었는데 TV 뉴스에서 속보로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다루고 있었어

남북간에 갈등이 심화되다가 결국 다시금 포격전으로 번지며 양측 다 사상자가 나온 참사였지

그런데 후진이는 놀라서 라면을 집던 젓가락을 떨어트리고 말았어

남측 전사자의 사진에 자신의 친오빠 후붕이가 있는 거야

물론 이 소식은 워낙 파장이 커 출장중이던 후붕의 부모님도 보게 되고 부모님은 급히 출장을 중지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는 집에 도착해 기사가 잘못 되지 않음을 알자 그대로 혼절해 쓰러지고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멍 때리듯 티비만 바라볼 뿐이었어


영결식 날..
그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임에도 어둡다고 느껴질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만이 영결식장을 메웠서

전사 4명에 부상 20명

전사 4명에 후붕이가 들어가있는거야

보통 사람이 죽으면 염을 해야하는데 후붕이는 자주포 안에서 포반 지휘를 하다 적군의 눈 먼 포탄이 포탑 상부에 직격하면서 폭발해 탄약이 유폭되어서 포반인원들과 함께 운명을 달리했고

시신은 커녕 그가 차고있던 장구류와 군번줄도 겨우 찾았다고 해

그 사실을 알자 어머니는 다시 혼절하고 아버지와 후진이는 오열을 하는거야

그렇게 영결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
후진이는 그간 자신의 행동을 속죄하고 싶었지만

이제 후붕이는 없어

정확힌 이 세상에 이제 없는거야

그렇게 속죄의 늪에 빠지며 피폐해지는 가족 후회물 써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