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이제인 걸까.


이해하지 못했다.


"... 그야, 이제라도 잘 해보고 싶으니까."


".........."


나는 그리 말하는 그녀에게 옅은 웃음을 보였다.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는 나를 좋아했다.


세상은 괴물같은 것이 넘쳐흐르게 된지 오래였고.


나는 그중에서, 초창기에 열린 그 괴물들이 흘러넘치는 공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그녀도 마찬가지였고.


"하나야."


나는 그녀를 최대한 소중하게 불렀다.


아니, 정확하게는 지독한 내 무감정증만을 숨기기 위해서, 그때의 감정을 연기했다.


"어...? 응....?"


그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나에게서 보이는 그 감정의 편린을 붙잡으려는 듯이 움직였다.


"저기, 미안해."


"....어?"


나에게서 나온 의문의 말에,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움직였다. 


"왜... 왜?"


"나. 감정이 옅어."


"...... 어?"


그녀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네가 날 버리고 간날에 말이야. 겨우 버티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뇌의 어딘가가 망가졌다나 봐."


".......그- 그게 무슨 말이야?"


"... 아, 너무 갑작 스러웠나...? 미안. 다른 얘기 먼저 할 걸 그랬나?"


"........ 그, 그러니까. 너 지금...."


"응."


"......"


-중얼 중얼....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중얼거렸다.


"네가 뭘 바라는 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나랑 살려고 온 거면, 돌아가. 내 능력이 없어도 넌 알아서 먹고 살 수 있잖아?"


"아니, 그거-는...."


"왜? 아니야? 너가 나에게 해줬던 말은, 너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잖아."


".........."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돌아가겠지?


나를 떠났던 대부분의 동료가, 다시 돌아왔다가 저러고서는 돌아갔다.


그러니까, 그녀도 마찬가지일 터다.


"......... 미안해."


그녀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 곁에 머물렀다.


왜일까?


정말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와 그.


오래된 인연.


어릴적 부터 이어져 온 연은, 우리가 서로 결혼까지 할거라는 소리를 불러모았다.


나는 그것에 반대를 하는 입장이었지만.


별 상관없었다. 


그랑 같이 다니는 건 늘 즐거웠으니까.


나랑 가까운 친구라는 느낌으로 늘 같이 지냈다.


그러나. 우린 그날.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존의 극한을 달리는 나라가 되면서 변해 버렸다.


"..... 안돼. 그렇게 물자를 낭비하면-"


"안되긴 뭘 안돼! 난 씼을거야!"


그는 물자나, 우리의 생존환경을 고려해서 식료품과 옷, 전투를 고려했다.


마치 이러한 것에 익숙했던 사람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를 중심으로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발생했다.


우리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우리를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풀어주듯, 옭아맸다.


아니, 정확히는 "이럴 때는 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싫어했다.


그러다, 다른 무리를 만났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존을 해낸 무리였다.


"우리에게는 물품도 많으니까 마음대로 써도 돼."


그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고,

물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난 우리는 마음대로 물품을 쓰기 시작했다.


거기다, 그 괴물들을 처치하는 데에 있어서, 적어도 그의 지시하에 있으면 우리는 강했으니까.


실제로 개인 하나하나의 능력이 좋았다. 팀워크는 꽝이었지만.


다만, 그들이 물품이 많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우리 만큼의 능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팀워크도 좋았다.

거기에, 식료품을 판별하거나 하는 능력이 출중한 자도, 그 무리에 껴있었다.


"자."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인물이 껴있지 않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그 보다, 그쪽 무리에 어울려지냈다.


그는 별말 안했다.


"너희 원래 물자 마음대로 못 쓰는 거 싫어했잖아. 이번 기회에 마음대로 푸욱 써."


어느 날과 같이  그러한 말.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를 떠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의 길이 갈라지던 때.


"우린 이제 널 떠날 거야."


"뭐?"


"말 못 들었어? 우리는 이제 떠날 거라고."


"..... 아."


그는 그때 부터 어딘가 이상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우리에게는 모든 물자와 관련된 것들을 양보하면서 정작 자신을 챙기지 않은 시점에서 알아보아야 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이미 한계였다는 걸.


"어차피, 너는 우리가 없어도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거 잖아."


".... 그래. 알았어."


그는 그저 승낙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때 그 무리의 리더는 권유마저 했었다.


"그들은 널 기점으로 잘 돌아가는데, 차라리 너도 오는게..."


"아니야, 너라면 잘 이끌거야. 나는 혼자서 살아갈게."


결국 그렇게 그는 혼자서 살아갔다.


우리는 여러 이름을 떨쳤다. 이 나라를 지키는 무리로써의 이름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들려오던 소문은, 그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강해졌다.


누구보다도.


홀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을. 혼자서 잡아낼 정도로.


"...."


그 무렵의 우리는 어땠느냐고?


"제발, 우리 합 좀 맞추자."


"아니, 왜?"


그 무리와 우리는 늘 대립 상태였다.


"너희가 매번 혼자서 앞서 나가니까, 우리가 딸려가면서 너무 힘들다고."


괴물들을 막는 데에 있어서 우리는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팀워크가 맞지 않는 존재들이었고, 그런 우리를 이끌던 건...


그 였으니까.


"내가, 이래서 그 남자가 같이 오길 원한건데."


"뭐?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


홀로 우리보다도 강해진 것도 모자라, 우리를 떠난. 어찌보면, 우리에게 있어서 우리와 같이 있길 바래서 물었던 것인데

떠나갔던 그 남자.


우리는 그 남자를 좋게 여기고 있지 않았으니까.


혼자 강해질 방법을 알고 있었다고 여기기도 했고,

혼자 할 수 있으면서 우리라는 짐을 얹고 다녔다고 여기기도 했다.


고맙기도 했지만, 원망스럽기도 했다. 차라리 지켜 줄 거거나, 이끌어 줄 거면 와서 끝까지 이끌어주지.


그런 감정이었다.


"너희 몰랐구나? .... 그 남자가, 너희를 위해서 뭘 하는 지."


".... 뭐?"


"너희, 전투 시에 얼마나 멋대로 싸우는 지 모르지?"


"......"


"그 남자는 너희가 싸우는 템포에 맞춰서, 너희가 서로 영향을 받지 않게 하고 있었어. 알아?

최근엔 서로 막 부딪히지?

그리고, 말은 안했지만, 우리도 요즘엔 물자가 조금씩은 모자라지기 시작하고 있어.

아무래도 이제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곳으로도 가니까."


"....."


우리도 어렴풋이 느끼며 눈을 돌리던 것들을, 그 리더는 하나 하나 짚었다.


"솔직히 말할게. 너희는 강해.

근데, 그 남자가 없는 너희는, 잘 모르겠어."


"....."


우리도 부정하지 않았다.

현실이었고,


들을만한 말이었다.

싸우는 데에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내가 이렇게 너희와 대화하면서 어떻게든 잠재우려고 하고 있지만...."


"이 다음 부터는 모른다는 거네."


"그래."


이미 여론이 안좋아 지기 시작했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들으며, 우리는.... 그들에게 최대한 맞추려고 했다.


그러나.


"야!"


"이게 진짜...!"


오히려 우리는, 그들과 싸움을 빚어내기 일수였다.


전투중에 실수는 물론이요, 물자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싸우기도 했으니까.


".....미안해."


결국 그 리더는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 이제 우리랑 같이 못 갈 것 같아."


그렇게, 우리는 있을 곳을 잃었다.


우리 모두는 고민했다. 이 다음에 어떻게 할 지.


혼자 괴물을 사냥하러 다니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괴물이 강하기에.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대로 은퇴를 하겠다는 파와,

그를 찾아가서 다시 무리, 그러니까 파티를 꾸리겠다는 파로 갈렸다.

그 둘도 아닌 홀로 사냥을 한다는 파로 갈리기도 했다.


나는 염치가 있었기에 홀로 사냥을 한다는 쪽으로 갈렸다.


그렇게, 은퇴를 한 이들도 한 번씩 그를 찾아간 듯 했다.


아무래도 이제는 우리가 은퇴를 하니, 그를 보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렇게 들려오는 소문은. 없었다.


"....미안해, 하나야. 이건 내가 말 할 게 아닌 거 같아."


"너 모두에게 그런다며."


그들 모두가 공통되게 답했다.


"...... 하아...."


왜지? 뭔가 불안했다.


내가 아는 그는 이미 없고.


내가 모르는 그만 남아있는 건가?

정확히 모르겠다.


일단, 불안해서라도, 찾아가 봐야했다.


그렇게 본 그는, 감정을 잃어있었다.












내가 감정을 잃은 이유는 내 자신이 보더라도 별 게 아니었다.


몬스터의 사냥은 힘든 일이고,

그 힘든 일을 계속 하려고 하니 생기는 부작용 같은 스트레스가 날 계속 괴롭혔었던 것이다.


그 스트레스가, 내 뇌의 특정 부분을 건드리고 괴롭힌 것이었고.


그로 인해 나는.


이렇게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바보로 전락해 있던 것이다.


"... 물론, 그 트리거는 다른 거였지만...."


원인은 따지자면 그러했다.


"하암..."


다 귀찮고 졸리다. 의무감? 아니 정확히는 해야한다는 일전의 남겨놓은 나의 의지를 지키는 것 뿐이다.


그런 나를, 몇몇이 점점 따라온다.


그러다 옷이 찢어지면 그들은 눈치챈다.


섞여있는 자신들의 공격 몇 방,

괴물들의 공격, 

그 모든 흉터가 쌓이고 쌓여있는 것을.


그것을 보면, 그들은 그 날 전투 이후 운다.


왤까?


... 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우리는 그때 그를 버렸던 걸까.

왜. 우리는.

왜 나는.

모두가 하는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우리를 이끌어주는 그는 없다.


우리가 죽였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뭘 해야하는가.


적어도, 그 의무감. 일전에 자신이 남겨놓은 의무감을 지키려는 그를.


전력으로 서포트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왜? 라고 물으면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 그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제라도, 그의 곁을 지키고 싶어서.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미 망가진건 붙힌다고 해서 그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