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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금 21일차.


정의의 마법소녀 유스티챠는 인간 거주지 뒷골목에 내려왔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사라지고, 마법소녀 협회가 몰락한 지금 마법소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아직도 인간들의 나라가 부활하기 바라는, 


그런 의미 없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득시글거리는 장소.


그곳이 바로 그녀의 사냥터였다. 


힘에 취해 쓰지 인간 주제에 말아야 할 마법을 사용하는 쓰레기 같은 년들.


그 '쓰레기 같은 년들'에서 자신과 닉스를 제외했다는 모순은 이미 유스티챠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쉬익-


그녀는 다 쓰러져가는 건물 하나를 썰어 버렸다. 


이곳에 저항 세력 마법소녀들이 숨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으니 확실할 터.


저항 세력 마법소녀라 해도 관리자의 계시를 받지 못하고 인공적으로 힘을 받은 ‘양산형 마법소녀’들의 모임일 뿐이다.


한 마디로 반푼이 마법소녀.


‘진짜 마법소녀’인 자신은 그런 반푼이들 따위는 백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었다.


그녀의 검이 건물을 두부 썰 듯 썰자, 대충 발라둔 시멘트와 부실한 뼈대가 부러졌다. 


“꺄아아악!”


“들켰다!”


“다른 지부에 연락해!”


마법소녀들이 튀어 나왔다. 


살충제를 뿌리면 튀어나오는 바퀴벌레마냥.


건물이 무너지며 깔려 죽은 마법소녀들도 있었다. 


푸욱-


유스티챠는 마법소녀들의 시체를 칼로 찌르며 확인사살 했다. 


“제, 제발 살려 주세요!”


그러다 건물 파편에 다리가 깔린 마법소녀 하나가 목숨을 구걸했다. 


“양산형이군. 그래도 마법소녀는 마법소녀. 네년은 마법소녀 주제에 왜 살기를 바라나?”


문답무용.


유스티챠는 거침없이 마법소녀를 베어 버렸다. 


촤악-


“끄윽...”


마법소녀의 단말마와 함께 그녀의 피가 무너진 건물 위에 뿌려졌다. 


제국의 마력을 받아 귀족이 되었다면, 마법소녀들을 죽여도 타락하지 않는다.


타락 마법소녀와 다를 바 없는 상태.


허나 정의를 위해서는 타락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었다. 


유스티챠가 바라는 유토피아는 바로 마법소녀가 사라진 세상.


그 세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허나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평소 마법소녀들을 죽일 때보다 마력 운용이 원활하지 않았다. 


‘힘이 줄어들었어. 얀붕인가.’


타락 마법소녀 덕인지 마법소녀 관리자 능력을 회복한 얀붕이 자신의 마력을 제한한 것이었다. 


피식.


유스티챠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 


그래봤자 오른팔이 잘려 제대로 된 기능을 못 쓰는 반쪽짜리 관리자.


악의 제국의 마력 덕분에 강해진 자신이 질 리 없었다. 


‘나는 바람 그 계집처럼 펑펑 놀기만 하지 않으니까.’


그때, 건물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왔다.


“누구냐!”


“웃음이 나와?”


“얀붕?”


그는 유스티챠를 본 척도 하지 않은 채 방금 그녀의 칼에 맞은 마법소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관...리...자...님...? 아아, 살아 계셨군요... 저는 이제 죽어도...”


“너는 오늘 죽지 않아.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우우웅-


그의 손에서 빛이 나더니 마법소녀의 상처가 줄어들었다. 


유스티챠는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대악당답게 잘도 정의의 마법소녀 앞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군.”


“악행? 네가 저지르는 짓이 악행 아니야? 멋대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물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려 했지.”


으득.


그녀가 이를 가는 소리가 뒷골목에 울려 퍼졌다. 


“사람? 마법소녀가 사람이야?”


유스티챠는 검을 들어 얀붕의 목을 노렸다. 


“당연히 사람이지.”


허나 그는 이미 없어진 왼손 대신 오른손으로 레이피어를 잡았다. 


‘얀붕은 오른손잡이였을 텐데!’


한 손으로 유스티챠의 검을 잡은 얀붕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상태창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관리자를 공격했습니다. 「심판의 저울」 마법의 사용이 1일간 정지됩니다.』


“이게 뭐야!”


“유스티챠, 악의 제국에 투항했다고 네 본질이 바뀔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더라도 저 대악당을 죽여야 했다. 


“닥쳐! 당신도 내 아버지를 죽인 마법소녀 년과 다를 바 없어! 죽어! 정의의 여신이시여! 악을 불사를 업화를!”


「정의의 업화」


화르륵-


그녀가 소환한 불길이 얀붕에게 다가가며 크기를 불려 나갔다.


화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마법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맞아. 정의의 여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어!’


유스티챠는 은은한 희열을 느끼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검을 잡고 얀붕의 목을 치려는 순간,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앗, 뜨거워라! 제정신 맞으신가요? 맞다. 미친년이니까 얀붕 관리자님을 죽이려 했지.”


타락 마법소녀가 손을 댄 곳의 모든 마법이 하나하나 없어지고 있었다. 


유스티챠는 다시 검을 바로 잡고 물었다.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마법을 사용하는 건가?”


“맞지만 하나 틀린 게 있네요.”


촤아악-


없어졌던 불길이 타락 마법소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불길을 피했다. 


허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오른팔이 데이고 말았다. 


조금만 삐끗했다면 오른팔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졌을 것이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답니다?”


허나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타락 마법소녀는 생긋 웃어 보였다. 


역시 마법소녀는 죄다 척살해야 했다.


특히나 저 타락 마법소녀는.


저런 악당 마법소녀가 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닌다면 자신과 닉스의 바라왔던 이상향이 멀어질 터였다. 


“정의의 여신이시여! 악에게 정의의 철퇴를!”


유스티챠가 레이피어를 메이스로 바꿔 타락 마법소녀의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타락 마법소녀는 몸을 살짝 비틀어 메이스를 피하고...


짜악-


역으로 유스티챠의 뺨을 후려쳤다. 


순식간에 고개가 반 바퀴 돌아갔다. 


타악-


들고 있던 메이스가 원래 형태인 레이피어로 돌아왔다.


“이, 이럴 리 없어.”


S급 마법소녀인 자신이 고작 타락 마법소녀에게 뺨을 맞다니.


유스티챠는 현실을 부정했지만, 타락 마법소녀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있잖아요, 유세은 씨. 마법소녀가 싫다면, 자살해서 후배 마법소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오늘도 피해자 코스프레 열심히 하시네요((´∀`*))ㅗ』


그녀의 말과 메시지가 겹쳐 머릿속에서 울렸다. 


「지 애비가 마법소녀한테 먼저 꼬리쳤는데 피해자 코스프레 오지네ㅋㅋㅋ」


「유세은, 너 같은 년은 그냥 자살하는 게 정의구현 아냐?」


어두웠던 그 날들.


아버지가 마법소녀에게 살해당한 후, 마법소녀 협회의 조작으로 오히려 누명을 쓴 자신.


그리고 끝없이 오는 메시지.


전 바람의 마법소녀는 뺨을 맞고 마법을 빼앗겼지만, 유스티챠 자신은 달랐다. 


그녀는 고통을 이기고 겨우 일어났다. 


“오, 일어나셨네요?”


“나를 전 바람의 마법소녀와 똑같이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의의 여신이시여.”


그녀의 심홍색 눈동자가 불길하게 빛났다.


“저 거악에게 지옥을 보이소서! 타르타로스!”


「심판의 저울」이 정지되었지만 아직 자신의 궁극기가 남아 있었다. 


아무리 강한 마법소녀라 해도 S급 마법소녀의 궁극기를 무효화시킬 수는 없을 터.


타르타로스는 대상자의 정신에 간섭해 대상이 최대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옥을 선사하는 것.


여기에 물리 공격을 더한다면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었다.


타락 마법소녀를 죽이고 타락 마법소녀가 되는 마법소녀는 없다.


자신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안 돼죠, 안 돼. 아무리 뒷골목이라지만 주거지 밀집 구역이잖아요.”


허나 타락 마법소녀는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 공간을 이동했다.


“...”


그것도 얀붕도 함께.


□□□□□


 인간 거주 지역.


악의 제국의 말로는 마력 충전기 밀집 구역.


아무리 악의 제국이 인간을 마력 충전기로 격하시켰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잔혹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주사기로 마력을 뽑아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만 한다면 악의 제국은 인간들을 지켜 준다.


유스티챠가 아는 대로였다면.


“꺄아악! 싫어!”


마법소녀가 되기 전의 유스티챠가 연상되는, 단발머리에 예쁘장한 소녀.


“에이, 마력만 주면 된다니까.”


중상급 마인이 그런 소녀를 잡고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이 마력 충전기 취급 받는 세상이 되었다 하더라도 법은 있었다. 


“멈춰라! 중상급 마인이 얻을 수 있는 마력의 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나?”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마인은 유스티챠의 말을 듣지도 않고 소녀의 얼굴을 핥았다.


“이 마력 충전기는 내 거니까 건드리지 마. 그렇다면 아무리 귀족이더라도...”


“꺄아악! 마법소녀 언니, 살려주세요!”


“이 새끼가! 조용히 안 해?”


“뭐 하는 짓이냐!”


푸욱-


마인의 혀가 날카롭게 변해 소녀의 허벅지를 찔렀다. 


“정의의 여신이여...”


유스티챠가 마법을 쓰려 한 순간,


쿠웅-


땅과 하늘이 뒤집히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얀붕에게 마법을 제한당한 후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살려줘요! 싫어!”


마인은 소녀를 끌고 가 마력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허나 유스티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력하게 누워 아이가 마인에게 마력을 빼앗기는 장면을 보는 것 뿐.


“이런 건 정의가 아니야. 닉스, 닉스는 뭘 하고 있는 거야! 황제가 되어 정의를 실현시키겠다고 약속했잖아!”


“나... 불렀어? 헤헤...”


그러자 닉스가 유스티챠의 눈 앞에 나타났다. 


“닉스! 얀붕과 타락 마법소녀 년에게 당했어. 그리고... 저 아이가 위험해! 도와줘!”


그녀는 닉스 앞으로 기어가 간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


반짝이는 금안이 유스티챠를 꿰뚫었다.


“내가 왜?”


“왜, 왜냐니! 이런 건 정의가 아니잖아!”


“정의는 개뿔... 진짜 정의를 믿었으면 병신처럼 내 거짓말에 속지 않았겠지...”


“닉스!”


유스티챠가 알고 있는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제국은 인간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착취할 뿐.


얀붕을 배신한 이후.


유스티챠는 닉스가 가져다주는 꿈같은 생활에 속아주고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