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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금 14일차.

   

타락 마법소녀는 새로운 취미를 붙였다.

   

얀붕이 정의의 마법소녀, 유스티챠를 다음 복수 타깃으로 결정한 뒤로 생긴 소소한 취미.

   

유스티챠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몰래 카메라를 찍는 것은 취향이 아니었지만, 얀붕의 행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자신의 취미이자 특기다.

   

그래서 타락 마법소녀는 기꺼이 정의의 마법소녀 추적을 취미라고 할 수 있었다.

   

토독, 톡.

   

“정의의 히어로 코스프레 잘 봤습니다.”

   

그녀는 오늘도 사진을 찍은 후 유스티챠를 조롱하는 내용의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

   

물론 발신자는 ‘발신자 표시제한’이었다.

   

뒷조사를 시작한 뒤로 꽤 많은 수확이 있었다. 

   

얀붕이 모르는 비밀 방에 그녀의 정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으니까.

   

잠의 마법소녀의 정보를 걸어놓는 벽에는 텅텅 빈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수확이 있겠지!’

   

물론 얀붕에게는 관리자로서 모은 마법소녀들의 정보들이 있겠지만,

   

그는 정의의 마법소녀에게는 신념을 박살내는 식으로 복수하고 싶다 말했다. 

   

그녀의 인생 목표는 얀붕이 행복해 지는 것.

   

완벽한 복수도 그의 행복에 포함되었을 터였다. 

   

타락 마법소녀는 그동안 수집한 프로필을 점검했다. 

   

“정의의 마법소녀 유스티챠. 본명은 유세은. 뭐, 과거는 알고 있으니 넘어가고. 

   

투항 마법소녀 서열은 2위, 취미는 악의 제국 저항 세력 마법소녀 박살내기.

   

흐음, 마지막에 재미있는 제보가 들어왔네?”

   

그녀는 프로필의 마지막 줄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아하하하! 한 달 동안 물만 먹고 산 보람이 있었어!”

   

타락 마법소녀는 한참을 웃다가 누워서 중얼거렸다.

   

“신념이고 자시고... 잠의 마법소녀. 그년한테 홀려서 관리자님을 배신했다 이거지?”

   

그녀는 유스티챠와 밤의 마법소녀, 닉스가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임을 증명하는 사진들을 들고 비밀 방에서 나갔다. 

   

□□□□□

   

 감금 20일차.

   

얀붕은 오랜만에 관리자 시스템을 불렀다. 

   

마력이 역류해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만 했다.

   

“마법소녀 관리자 시스템에 접속한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자님. 마법소녀 관리 시스템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기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지금 내가 관리하는 마법소녀들의 목록을 보여 줘.”

   

『현재 관리하고 계시는 마법소녀 목록입니다.

   

1. 잠의 마법소녀 닉스(주여울)

2. 정의의 마법소녀 유스티챠(유세은)

   

어떤 마법소녀를 관리하시겠습니까?』

   

“유스티챠의 마법 출력을 최대한 줄여줘.”

   

『현재 관리자님의 마력으로서는 마법 출력의 5에서 6할 정도 남기는 것이 최대입니다.

   

그래도 줄이시겠습니까?』

   

“최선을 다해 줘.”

   

『선택하신 마법소녀, ‘유스티챠’의 마법 출력을 줄이는 중입니다.』

   

시스템이 로딩 창을 띄웠다. 

   

배신당하기 전처럼 마음대로 시스템을 쓸 수는 없었지만, 타락 마법소녀 덕분에 감옥에 있을 때보다는 사용이 원활했다.

   

‘그나저나 세은이가 여울이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니.’

   

잠의 마법소녀, 주여울은 마법소녀가 되기 어떤 목적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완전히 빠졌다 생각한 유스티챠에게만 그 목적을 알렸을 지도 모르겠다.

   

「관리자님을 넘긴다면... 귀족 자리를 준다고 하지 뭐예요...? 있잖아요, 관리자님... 저는 악의 제국의 황제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당신의 적이에요... 안녕.」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유스티챠’의 마법 출력 제한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때 마법 출력 제한 완료 알림창이 눈 앞에 나타났다. 

   

얀붕은 관리자 창을 끄고 수련장에 갔다.

   

그래 봤자 관리자 시절에 쓰던 작은 체육관이었지만.

   

말이 감금이지, 타락 마법소녀는 그녀에게 자유를 보장했다. 

   

위치를 밝히기만 한다면, 그녀는 얀붕이 어디를 가도 간섭하지 않았다.

   

“이왕 감금당한 거 좀 더 구속해 줬으면 하는데...”

   

그는 수련장 앞에서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얀붕 관리자님!」

   

그와 동시에 타락 마법소녀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짝-

   

갑자기 부끄러워진 얀붕은 양 뺨을 때렸다. 

   

“아니야. 감금은 범죄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그는 수련장 문을 열고 옷을 갈아입었다. 

   

마법소녀만큼은 아니어도 관리자가 받는 신체 능력 버프 덕분에 전성기 시절의 체력을 절반쯤 회복할 수 있었다. 

   

수감 시절 빈약한 식사 덕분에 아사 직전까지 갔던 그였다. 

   

잘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근육이 올라오고 있었다.

   

‘복수가 끝이 아니다. 나는 더 강해져야 해. 강해져서... 

   

다른 마법소녀들을 돕고 악의 제국 놈들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얀붕을 제외한 다른 관리자들은 악의 제국을 배반한 마법소녀들에게 살해당하거나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지구상의 마지막 관리자로서 마법소녀 협회를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마법소녀들이 모여야 악의 제국에게 복수를 할 수 있으니까.

   

“일단 유산소부터.”

   

그는 운동 체크리스트를 확인한 후 체육관을 돌기 위해 스트레칭을 했다. 

   

쿵- 쿵-

   

그때, 누군가가 수련장 문을 두드렸다.

   

‘설마 들켰나?’

   

타락 마법소녀는 곁에 없었고, 자신은 아직 능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 했다. 

   

귀족은 힘들어도 중상급 마인까지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다. 

   

얀붕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사물함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냈다. 

   

죽은 사람들의 번호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연락처가 타락 마법소녀의 것이었다.

   

현재 그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타락 마법소녀밖에 없었으니까.

   

얀붕은 발소리를 줄이고 얇은 쇠문에 귀를 댔다.

   

“거기 있다는 거 알아요! 

   

얀붕 관리자님! 정말 죄송해요!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세요!”

   

“김다현?”

   

그는 무심코 전 바람의 마법소녀, 아네모이의 인간 이름을 불렀다. 

   

“맞아요! 저, 김다현이에요! 뭐든지 할게요! 제발 한 번만 들여보내 주세요!”

   

‘열어줘야 하나?’

   

얀붕은 입술을 깨물었다. 

   

앞장서서 자신을 배신한 주제에 마법소녀의 힘을 빼앗기니 이제야 용서해 달라니.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허나 유스티챠의 힘을 완전히 빼앗을 수 없는 지금.

   

전 마법소녀라는 존재는 의외로 써먹을 데가 많았다.

   

얀붕은 다시 시스템 창을 불렀다. 

   

“현재 부여할 수 있는 마법소녀의 힘을 보여줘.”

   

『바람, 복수, 바다, 화로, 대지, 아름다움, 꽃, 전쟁, 변신』

   

그는 김다현에게 부여할 권능을 정한 뒤 수련장 문을 열어 주었다.

   

“들어 와.”

   

“과, 관리자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참했다. 

   

씻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했고, 손톱은 깨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한 움큼 뽑혀 있었다. 

   

옷이 너덜너덜해져 시퍼런 멍이 든 맨살이 보여 그대로 보고 있기 불편했다. 

   

아무리 얀붕 자신을 배싢나 원수라도 사정을 묻고 싶을 법 했다.

   

물론 그녀를 용서해 줘야겠다는 생각이나 동정심 따위는 들지 않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김다현은 마법을 빼앗기고 며칠 동안 있었던 이유를 주절주절 떠들어 댔다.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도.

   

대충 마법을 빼앗기고 유스티챠와 닉스에게 버림받은 후 악의 귀족 시민들에게 린치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제게는 관리자님밖에 없어요... 제발 받아주세요! 그동안 좋은 일도 많았잖아요!”

   

얀붕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랑 네가 좋은 일 운운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배, 배신한 건 정말 잘못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럼 거기 가만히 있어. 네 처우는 수련을 끝내고 결정할 거야.”

   

얀붕은 김다현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 두고 수련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수련이 끝난 후 타락 마법소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꺄아악! 관리자님이 전화를 걸어 주셨어! 무슨 일인가요? 혹시 저를 보고 싶은 건가요?」

   

“김다현, 그러니까 전 바람의 마법소녀가 날 찾아왔어.”

   

「네?」

   

방금까지 아이돌을 만난 소녀 팬처럼 격양되어 있던 목소리가 한 순간에 가라앉았다. 

   

순간적으로 바뀐 태도에 혀가 굳을 뻔했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얀붕은 김다현을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히고, 그녀의 쓰임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 그렇구나. 유스티챠 년이 닉스 년을 좋아하는 것을 이용하는데 변신 마법을 쓴 김다현을 써먹겠다, 이거죠?

   

그거 재밌네요. 관리자님, 혹시 천재 아니신가요?」

   

과도하게 얀붕을 띄워주는 타락 마법소녀.

   

그는 부담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괜찮아? 너는 그 애들을 싫어하잖아.”

   

「알면서도 그년을 써먹겠다니, 뻔뻔하기도 하셔라.」

   

“미안해. 너야말로 그녀들을 제일 싫어할 텐데.”

   

「농담이에요! 저야말로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관리자님 자존심 꺾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그럼 이따 봐요!」

   

‘전투광만 아니었다면 좋은 여자친구나 아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나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타락 마법소녀가 자신의 말을 경청해 준다는 것 자체로 얀붕의 마음이 치유되었다.

   

   



마법소녀들 이름 정했다


잠의 마법소녀 : 주여울(닉스)

정의의 마법소녀 : 유세은(유스티챠)

전 바람의 마법소녀 : 김다현(아네모이)


쟤들도 이름이 있는데 얀붕이는 왜 얀붕이냐고 묻는다면 갑자기 이름 바꾸면 헷갈릴 것 같아서ㅇㅇ


일단 얀붕이 이름은 '여한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