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를 시작한지 2년차가 되어가는 20대 후반 커플 후붕후순.


두 사람의 연애는 당장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만 같은 달달한 것이었다.


연인을 구속하지도 않고, 착하고 배려심이 있는 편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후붕이.


키만 조금 클 뿐 얼굴은 평범한 그를 학창시절엔 딱히 거들떠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그가 다른 남자보다 더 좋았다.


정말 이 남자 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함께 나아갈 미래를 꿈꾸는 후순이.


다만, 최근엔 별 진전없는 관계에 다소 답답함을 느낀다.


귀여운 아기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아이도 이렇게 귀여울까?‘같은 노골적인 멘트를 쳐도 후붕은 심드렁한 반응 뿐.


결코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는 후붕이에게 초조함을 느끼는 후순이가, 결국 자존심을 꺾고 직설적으로 묻는 걸 보고싶다.


“후붕아, 너랑 결혼할 생각은 있는거야? 언제쯤엔 할 생각이 있다던가.. 그런 계획이 있다고 말이라도 해줘!”


“결혼? 왜?“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한 후붕의 말에 정수리에 벼락이라도 내리꽂힌 듯 표정이 일그러진 후순이.


”왜냐니! 너나 나나 곧 결혼적령기고, 같이 미래를 생각해야지! 부모님 노후도 준비되어있고, 넌 따로 저축도 해놓고 있다면서-“


”아니, 잠깐만. 후순아. 너 나랑 결혼하고 싶었어?“


”뭐..? 당연한 거 아냐?“


”근데 내가 처음도 아니었잖아, 너.”


상상치도 못한 남자친구의 대답에 얼굴이 백지처럼 새하얗게 질려버린 후순이가 보고싶다.


물론 그의 말대로 후순이는 후붕이와 만나기 전에 서너명 정도 거쳐온 남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끝난 관계였고, 지금까지 자신의 연애력을 부끄러워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요즘엔 이 정도는.. 평범한 수준이니까?


”너, 너 진짜.. 찌질하고 이기적이다!! 너도 내가 처음 아니었잖아?!”


“으음, 그랬지. 근데 모두 같은 조건이어야지만 상대에게 같은걸 요구할 수 있는거야? 네 월급은 내 반절 조금 넘는 수준에, 학력도 내가 더 좋고, 키는 20센티는 차이나지. 이런 식으로 서로 요구되는 조건이 다른건 당연한거잖아?”


무덤덤하게 말하는 후붕이의 말에 후순이는 점점 언어능력이 퇴화된다.


얼이 빠진 듯 말을 하지못하는 후순에게 후붕이가 차분차분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고싶다.


”결혼이란 제도는 말이지, 수컷이 자원을 물어다주면 육아를 맡은 암컷이 새끼를 돌보는 형태잖아. 수컷이 주는 노동의 댓가로 암컷은 부계불일치(탁란) 문제를 순결로 안심시켜주는.. 사전적 정의가 그래. 그래서 암컷이 수컷에게 순결을 요구하는 일이 굉장히 적은거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후붕이.


자신이 알던 평소의 남자친구와 같으면서도 다른 이질적인 그 모습에 절망적인 괴리감을 느끼는 후순이.


눈시울이 뜨겁고 시야가 흐려져만 갔지만, 슬슬 기능을 회복한 뇌는 후순이의 입을 움직여 욕을 쏟아낸다.


”아니, 이런 씨발, 이 나이 되서까지 처녀인 여자가 어딨어, 요즘 세상에?! 후붕이 개새끼야, 양심이 있어, 없어?!”


”..남들이 그렇다고해서 자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건 어린애 같다고 생각해.


남들이 다 하니까. 자유연애라니까 연애는 연애대로 즐기고, 결혼의 안정감은 안정감대로 챙기고 싶었어? 그게 더 이기적인거 아닌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그에 맞게 몸을 지켰어야지. 그게 내신이나 수능 준비는 하나도 안해놓고 명문대는 가고싶다는 어린 학생이랑 뭐가 달라?”


“너, 너..! 흐흑!“


이젠 울음인지 말인지 모를 괴상한 소리만 흘리는 후순이를 침착하게 달래는 후붕이도 보고싶다.


“나도 물론 후순이 널 사랑해. 하지만 난 네게 결혼상대로써 책임감을 느낄 수가 없어. 지금같은 연애관계라면 이대로 좋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싫다면 강요할 수는 없지. 후순이 네가 결혼상대를 원한다면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사람을 찾자. 그래도 너와 있던 2년동안 정말 즐거웠어.“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정나미가 떨어질 거 같은 남자친구였지만, 그럼에도 그를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도 진심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후순이가 보고싶다.

과거를 후회하는 마음도 있고, 이런 놈을 왜.. 라며 후회하기도 하는 아픈 여자를 보고싶다.



대충 이런 쌉유니콘 후나지 붕크스와 비처녀 후순이 소재로 소설 써줄 사람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