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디 낡은 공연장.


저렴한 사람들이 하는 공연장.


그런 공연장에, 나이가 한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그런 그에게, 어떠한 한 남자가 인사를 했다.


그는 그 남자를 보면서 말 했다.


"존대는 되었네. 난 존경받을 위인이 아니거든."


"아니 그래도 웃어른데 제가 어떻게..."


"아 되었데도."


"... 아... 응... 알겠어, 아저씨."


남자는 중년에게 결국 반말을 놓았다.


그런 남자는 중년에게 한가지 질문을 했다.


"아저씨는 왜 여기있는 거야?"


"나? 별 이야기 아니지. 그냥 흔한 여기로 떨어진 떨거지 일 뿐이야."


"에이 나이 많은 사람은 보통 뭔가 크게 하고 온 사람들이던데. 이야기 좀 한 번 풀어봐! 나 그런 거 좋아해."


남자는 끈질기게 중년의 사연을 물었고, 중년으 그에 질렸다는 듯이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 그렇게나 듣고 싶나?"


"응. 해줘. 난 너 처음 보거든."


"음.... 어디부터 이야길 해줄까.... 피아노의 첫시작? 아니야. 그건 너무 재미가 없군. 그냥 내가 여기 왜 떨어졌는 지를 말해주는 게 좋겠지.


너무 진지하게 듣지는 말게나."


"걱정마. 그런 선은 잘 지키니까."


"그래, 그럼 어디. 시작해보지."













나는 흔한 거리 공연사였어. 적어도, 20대 까지는 그랬지.


그런 나는, 어느 여자 지휘자의 눈에 들어서, 높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을 했어.


그녀에게 있어서, 내 연주가 표현력이 좋다고 했던가?


내가 연주를 하면, 어떠한 장소에 와있는 것 같다고. 그 곡의 느낌이 난다고.


그러한 말을 하더군.


그래서 나는 그녀와 여러 공연을 다녔지.


30대 후반 까지는 말이지.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았네.


난 최선의 연주를 했고, 그녀에게 최대한 부합한 연주를 해주었지.


그녀가 원하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연습을 엄청나게 했거든.


아, 누군지는 묻지 말게. 말한다고 답 해주진 않을 거거든.


아무튼 그때와 비슷하게 늘 열심히 연습을 하던 그 때 였네.


내가 나이가 이제 30을 넘기고 있으니까... 이제 내 제자를 슬슬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나는 알겠다고 했네.


그때 나는, 인간의 형태를 한 메트로놈을 만났어. 이 놈에게 나와 비슷한 걸 보았네.


나한테는 박자감이 이놈보다는 부족했지만, 나만큼의 표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그런 아이였지.


나는 그녀와 함께 이 아이를 열심히 가르쳤고.


결국. 그 아이는.


연출력에서는 모자라도, 연주 하나 만큼은 나보다는 잘하는 그런 피아니스트가 된거지.


그 시점.


그녀는 내게 말했네.


"이제, 다른 곳을 알아보는 건 어때? 네 실력이면, 여기보다 더 좋은데를 갈 수 있을거야."


"... 뭐어?"


나는 그녀에게 뼈를 묻어버릴 생각이었기에, 그녀의 곁에 남을 생각이었으나...


"... 뭐, 안 나가도 돼. 저 아이를 가르치는 거에만 만족한다면."


연주를 그녀와 함께 못 할 바에야, 다른 곳에서 연주를 하는 게 낫다고 여기며 다른 곳으로 갈려고 했지.


하지만,


"자네는 우리와는 색이 너무 안 맞아."


내가 만난 유명한 이들은, 내 표현력을 감당해내지 못했네.


외려, 내... 능력을 살려 솔로 피아노 공연을 하는 게 나을 거라고 했지.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네. 그래서 수 많은 시도를 했고.


그 시도들은 다 망했지.


그래서 나는 피아니스트로써의 이름도 먹칠을 했고.


"... 제발, 싸도 좋으니 써주게."


라고 부탁해도 써주는 곳은... 이런 곳 밖에 없더군.


그게, 내가 여기있는 이야기 일세.


"....... 아저씨."


"구라네."


"...뭐어?"


"구라라고.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면, 그 여자는 이미 논란에 휩싸였어. 하지만, 내가 듣기론 그러한 논란은 이제껏 한번도 없었네. 자네도 생각해보게. 정상급 중에 그러한 지휘자가 있던가?"


"...... 없던 거 같긴한데..."


"내 그래서 진지하게 듣지 말라 했지 않나."


"아 뭐야 진짜. 진짜 이유는 말 안 해줄 거야?"


남자는 실망한 듯 바라보았다.


"후후. 어차피 이제 다음은 내 차례네. 피아노 연주자는 피아노로 말한다. 알지 않나?"


"... 아니 그건 실력 얘-"


"최석봉씨, 차롑니다."


"아, 이런 이미 부르는 군. 다음에 보세."


"최석봉...? 어디서 들어본 이- 아...!!! 미친!! 현 피아노 거장 한진우가 말하는 최고의 피아노 표현자...! 씨발, 미쳤... 아니 잠깐,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여기에...?"


남자의 그러한 의심이 무색하게.


-♩♫♪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냈다.

















"하아...."


한 숨을 짙게 뱉는 한 여인.


여인은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대체 왜. 뭐가 이렇게 모자란 거 같지?"


자신이 준비한 그 파츠들은 완벽했다.


분명 그녀가 준비한 파츠들은 완벽 그자체였다. 그러나 무언가가 빠진 듯했다.


특히. 피아노가.


'적어도, 그놈이 있을 때엔 완벽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다.


그러다.


".....?"


그 여자는, 익숙한 연주법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곡.


그러면서 동시에, 원곡을 철저히 지키는.


".... 이건..."


그녀가 그리 찾고, 만들려고 했던. 그 아이의 완성형.


-뚜벅 뚜벅.


그녀는 길을 걸었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들어갔다.


거기서 본건.


"... 최... 석봉...?"


그였다.


.... 자신이 버린 그는, 한층 더. 최고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다만.


문제는.


-촤르륵.


보여지는 이미지였다.


-"자, 우리 이제 이 단조 연습해보자!"


한 여자와, 한 남자와, 한 아이. 


셋이서.


"... 연습..."

연습 하는 그림.


그때에 대한 감정이 짙게 묻어 나온다.


그립다. 즐겁다. 항상 곁에 있고 싶다.


".... 아...."


이런 이미지를 보고, 뭘 할 수 있는가.


그저, 조용히. 감상.


다만 그녀에겐.


-주륵.


".... 석봉...아...."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연주를 같이하자고 할까?'


그녀에게 드는 생각은 이거 한 가지였다.


자신이 바라는 완성형.


자신이 감당가능한 천재.


자신이... 늘 쓰고파 했던 피아노.


"....."


연주가 끝나길 기다린다.


-♪.


연주의 마침표가 찍히자마자, 그녀는 백스테이지로 향한다.


"연주자님...! 아니 왜 숨기셨어요...!"


"숨기다니 뭘."


"최석봉 연주자님이라는 걸요! 다들 인정하는 그 최고!"


"난 그런 사람 아닐세."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비켰다.


"... 그리고, 자넨, 약속을 참 안지키는 군."


"아..... 그.... 죄, 아니 미안해."


"되었네. 출연료도 이미 계좌로 받았으니, 난 가야겠군."


그렇게 그가 발걸음 떼며 나가는 사이.


".... 선하?"


".... 석봉."


그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 네가 왜... 여기... 아니, 아니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그 아이는?"


"잘 지내."


"너는, 그럼... 아니. 이런 걸 물을 사이는 이제 아니지. 연주를 들은 김에 인사라도 하러 왔나?"


"... 그것 만이 아니야. 석봉아. 나랑, 다시-"


"그만."


중년은 그 말을 빠르게 끊었다.


"그 말은, 우리의 관계를 파국을 넘어, 지옥으로 보내는 말이네. 선하."


"..."


"미안하지만, 난 이제 네가 아는 그러한 석봉이 아니야."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릴 비웠다.











그 날 이후,


선하는 종종 석봉이 있는 그곳에 온다.


석봉이 연주 할 때면, 꽃 한 송이가 석봉을 향해 온다.


늦게라도 마음을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같이하자는 의미의 꽃말들을 담아서. 


"..... 쯧."


석봉은 그 꽃들을 보면, 항상 짓밟는다.


"..... 아니, 근데 그거 그렇게 버려도 돼? 그 선하잖아?"


"그 선하가 내가- 아닐세."


"... 아. 음... 그걸 생각하면 그건 그런데..."


"알면 조용히 좀 하게."


"알겠어, 알겠다고."


"그러고 보니, 자네 실력이 좀 늘었더군."


"아, 알겠어?"


"음. 표현력이 아주 조금 늘었던데?"


"헤헤. 아저씨 보고 배우는 거지, 뭐."


".... 그렇군. 이 참에, 내 집에서 몇 번 보고 가게."


"오, 진짜?!"


그 모습을, 보는 그녀는.


그 모습에.


자신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


눈물을 흘린다.


분명, 자신이. 가라고 놓아준, 아니. 버린.


그런 피아니스트였는데.


그 허전함이.


그런 피아니스트 때문이라는 그 사실이.

너무 늦게 꺠달은 이 마음이.


그녀에게.


그녀의 지휘에.


족쇄를 채워나갔다.